〈 17화 〉늑대의 품.
어셔가 얼마나 의자를 내려쳤을까? 문득 그는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사라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고 참았던 분노와 잊고 있었던 복수심, 벨카를 괴롭게 만든 것에 대한 원망과 증오, 배신감이 한데 휘몰아쳐서 뜨거운 열기가 그의 머릿속을 새하얗게 지워버린 것만 같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아직도 의자를 들어 올리고 있던 자신의 모습에 혹시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가 착각하는 것도 잠시.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맥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벌거벗은 몸에는 시퍼렇고 검붉은 피멍들이 군데군데 새겨져 있었고 그가 들고 있던 의자는 내려치는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 잔해가 되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한껏 타오른 뒤에도 아직도 잿불처럼 남은 뜨거운 열기가 그를 재촉했다. 그의 눈에는 마침 맥의 것으로 보이는 도끼가 들어왔다. 손에 든 의자의 잔해를 내던지고 도끼를 잡아드는 순간.
"어셔."
여느 때처럼 평온한 목소리가 어셔를 붙잡았다. 그녀의 행동을 말리려는 것처럼. 질책하는 듯한 냉정하게까지 느껴지는 목소리를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벨카...?"
그는 어째서 자신을 말리냐고 벨카에게 묻고 싶었다. 그 질문은 떨림에 묻혀 사라져버렸지만, 그 뜻만은 전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카는 모른 척 어셔의 뒤로 다가와 도낏자루를 꽉 쥐고 있던 그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 안는다. 소녀의 서늘한 체온이 그를 집어삼켰던 열기를 식혀주는 것만 같다. 방금 전까지 그토록 심한 일을 당했음에도 복수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임에도 그것이 진정하라 타이르는 손길에 녹아사라지는 열기에 그는 턱 끝까지 차오른 울분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벨카, 제발."
그의 손을 감싸 안은 소녀의 손과 흘러넘쳐 뚝뚝 떨어질 듯한 상냥함을 가득 담아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벨카의 손길이 이렇게나 거부하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결국 소녀의 손길을 떨쳐내지 못한 그는 결코 손에서 놓지 않을 것처럼 꽉 쥐고 있던 도끼를 떨어트리며 그대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런 어셔와 함께 주저앉은 벨카가 뒤에서 그를 껴안으며 속삭인다.
"괜찮아. 괜찮아."
무엇이 괜찮냐고 되묻고 싶었다. 어째서 그녀가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냐고 묻고 싶었다. 정작 위로받아야 할 것은 벨카였고 위로해야 하는 것은 그였는데.
"흑, 벨카! 벨카!"
그렇지만 이미 울음보가 터져버린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어린애처럼 소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울음이 멎었을 때. 어셔는 겨우 물어볼 수 있었다.
"훌쩍, 벨카는 저 녀석이 원망스럽지 않아?"
7년 전 그에게 가족과도 같았던 마리를 범하고 죽인 것은 맥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서 벨카까지 범해졌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지금. 그동안 맥에게 느꼈던 친근함은 이미 지독한 배신감으로 변해버렸고 남은 것은 증오라고 불러야 마땅할, 감정의 주인마저 태워버릴 것처럼 검고 뜨거운 감정.
"...나는 잘 모르겠어."
벨카는 괴로운 듯 위태롭게 어셔에게 기대었다.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것처럼. 그 모습에 오히려 화가 난 것은 어셔였다. 잠시나마 숨을 죽였던 열기가 다시 피어오르며 도끼를 잡아야 한다는 충동을 부추겼다. 그러나.
"안돼."
다시 도낏자루를 붙잡으려는 그의 손을 벨카는 자신의 가슴팍에 가져가 품듯이 감싸 안았다. 그의 검고 뜨거운 열기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려는 듯이. 그 가련하고도 경건한 소녀의 모습에 어셔는 또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어째서? 왜 말리는 거야?! 저 녀석이 벨카를 그렇게 만들었잖아! 괴롭게 했잖아! 그런데 왜 말리는 건데?!"
그는 자신의 말이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일에 매달려 울고 불며 떼를 쓰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셔가 자신의 손을 감싸 안은 소녀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던 건 언제라도 뿌리칠 수 있는 미약한 벨카의 힘과 존재감에 덜컥 겁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그녀의 손길을 저버린다면 다시는 붙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심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약한 벨카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구속처럼 느껴졌다.
"어셔가 무사하니까. 괜찮아. 어셔가 있다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틸 수 있어."
그렇게 잔뜩 겁을 집어먹은 그를 달래려는 것처럼. 소녀는 그의 손을 붙잡던 손 중 하나로 그의 볼을 감싸 어루만지며 흘러내리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말아 줘. 나는 이렇게 어셔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해."
마법을 쓰는 여자를 보통 마녀라 부른다던가. 그런 의미에서 벨카는 마녀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그녀의 미소를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속에서 검게 끓어오르던 열기가 거짓말처럼 숨을 죽이고 간지럽고 따스한 두근거림이 자리 잡는 것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이제 아프지 않아?"
"어."
잠시 후. 몸을 추스른 벨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밧줄을 푸느라 다친 그의 손목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소녀에겐 이미 곱게 갈아서 작은 병에 보관해두고 다니던 약초가 있었기에 거친 밧줄에 쓸려 피투성이가 되었던 그의 손목을 치료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격하고 일방적이었던 관계 때문에 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일어서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벨카에게 쉬고 하자며 말렸던 어셔지만 소녀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무리하지 말아줘."
소녀는 피투성이가 된 그의 손목을 보고 자신이 다치기라도 한 것처럼 슬퍼했으니까. 그나마 옷이라도 입고 치료하자는 그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 다행이라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맥의 경우.
"끄으으."
그는 오두막에 있던 밧줄로 꽁꽁 묶어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구석에 내버려 두었다. 혹시 밧줄을 풀어버릴까 여러 번 확인했고 그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릴 때마다 불안한 마음에 지금이라도 도끼로 확실하게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벨카의 시선에 단념해야만 했다. 대신 그는 어리광이라도 부리고 싶은 마음에 소녀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멍하니 소녀의 무릎을 베고 있으면 그는 문득 마리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지금의 소녀처럼 범해진 끝에 목숨마저 잃었을 그의 가족이.
"있잖아, 벨카. 내 이야기 들어줄래?"
"응."
마리,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참으로 아름다운 이었다. 햇빛이 비치면 화사하게 빛나는 금발이 좋았다. 푸르른 녹음이 떠오르는 청록빛의 눈동자에 따스한 빛을 머금고 그를 바라보는 모습이 좋았다. 마을에서 돈을 벌기 위해 여러 가지 잡일을 도맡아 하는 탓에 손은 부르터는 일이 많아 거칠고 우둘투둘했지만 그런 손길도 좋았다. 낮에는 놀아달라 보채는 그 때문에 곤란해하면서도 결국 못 이겨 놀아주고 늦밤이 되어서야 촛불을 켜고 바늘과 천을 들던 그녀.
어셔와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또래 중에서도 의젓하고 어른스러웠던 사람. 그녀가 어른들에게 이쁨 받는다는 사실이 그는 퍽 자랑스러웠었다. 그에게 자신과 같은 색이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그녀의 손길이 좋았다. 그녀의 사소한 말에도 얼마나 기뻐했던가. 그녀와 함께 살면서 집에 돌아가는 길이 즐거웠다. 함께 놀면서 웃는 법을 배웠다. 함께 잠들며 따스함을 느꼈다.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은 듬성듬성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너무 좋아서 이제 와서는 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했던 나날들. 그러나 그때는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일상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더 이상 반짝거리지 않았다. 사실 그의 색이 그녀의 색에 비하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건 그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그의 머리카락은 금색이라 말하기엔 어딘가 모자란 노란 개나리색에 가까웠으니까. 그녀의 생기 넘치던 눈동자는 저물어 그를 향하던 온기와 함께 사라졌다.
"...어셔는 그 아이를 좋아했구나."
"어. 정말, 정말로."
부모 하나 없는 천애고아인 자신을 가족이라 말해주었던 사람이다.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던 사람. 하지만 그날 이후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아파서 벨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사람. 얼마나 괴로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셔는 감히 그런 일을 당했던 마리의 심정을 헤아릴 수 없었다. 소녀가 위로하듯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셔는 그 상냥함 때문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가 멈추고 싶어도 자꾸만 쏟아지는 눈물을 닦고 있으면 낮게 가라앉은 소녀의 금빛이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벨카? 왜 그래?"
때문에 의아한 기색으로 물으면 소녀는 불안한 목소리로.
"어셔는, 내가 불쾌하지 않아?"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는 놀란 마음에 그녀의 무릎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소녀는 머뭇거리며 괴로운 듯 자신의 아랫배를 꾹 눌렀다. 그제야 어셔는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불쾌하지 않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건 벨카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벨카."
"아."
그는 소녀를 밀어 침대 위에 눕혔다. 맥이 벨카를 범했던 곳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는 이 침대에 있는 것이 불편했지만 벨카를 마땅히 눕힐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손끝으로 침대를 훑어보면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끈적하고 축축한 감촉이 엉겨 붙어 그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소녀는 그에게 눕혀진 모습 그대로 누워서 붉은 머리카락을 퍼트리고 무구한 금빛으로 그를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다. 그가 지금부터 자신에게 무슨 일을 할지 아는지 모르는지 저항의 기색이라곤 전혀 없는 소녀.
그 모습에 그의 욕구가 부풀어 오르며 지금 당장이라도 소녀의 은밀한 균열에 자신의 물건을 넣어버리고 싶었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는 먼저 침대의 아래로 내려가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검붉은 원피스 아래로 뻗은 그녀의 매끈한 허벅지다. 그는 손을 뻗어 그 가녀린 다리를 붙잡아 양옆으로 벌렸다.
"아으?! 어셔?"
그의 행동에 벨카가 의문을 표하지만 그녀의 다리는 그의 의도대로 천천히 벌어졌다. 때문에 검붉은 원피스가 소녀의 마음을 대신하듯 다리 사이에 천막을 치며 내려앉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그는 원피스를 잡아 올렸다.
"우읏."
부랴부랴 그의 상처를 치료하느라 속옷까지 챙겨 입지는 못했는지 소녀의 은밀한 균열은 그에게 그대로 그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하지만 소녀의 꽃잎은 그가 아는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보다 큰 맥의 물건이 파고들었기 때문일까? 소녀의 균열은 채 닫히지 못하고 뻐끔거리며 가쁜 호흡을 내쉬며 가장 여린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그곳에서 새어 나오는 새하얀 기름과도 같은 백탁액은 그의 것이 아닌 맥의 것이 분명했다.
그 불쾌한 모습에 어셔의 가슴속에 미미하게 남아있던 불씨가 마른 가지에 옮겨붙은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타올랐다. 지금이라도 맥을 저 도끼로 찍어버리고 싶었지만 그건 안 될 일이었다. 그건 소녀가 바라지 않을 테니. 그렇다면 이 오갈 곳 없는 분노와 불쾌함은 어디로 향해야 한단 말인가? 그는 소녀의 안을 더럽힌 맥의 정액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자 제 손가락을 소녀의 균열에 찔러 넣었다.
"흐읏?!"
그러자 들려오는 소녀의 신음과 함께 움찔거리는 균열. 그의 손가락을 조이는 것이 느낌과 함께 소녀의 안에 들어찬 새하얀 백탁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에 어셔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가락을 구부려 소녀의 안쪽을 긁어내듯이 움직였다.
"아, 으! 흐으."
그러자 소녀의 균열은 좀 더 많은 백탁액을 밖으로 내보낸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빠져나왔을 때쯤 손가락은 뿌연 백탁액이 들러붙어 있었다. 생긴 것은 그의 정액과 다름이 없는데도 맥의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소녀의 안에 강제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더욱 더럽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더러워진 손가락을 대충 닦아내고 다시 한번 소녀의 균열에 집어넣었다.
"아으."
소녀의 앓는 듯한 소리를 들으며 그는 균열 속에서 손가락을 휘저어 계속해서 맥의 정액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러다 더 이상 백탁액이 흘러나오지 않을 때쯤에야 그는 침대 밑에서 일어나 벨카의 얼굴을 보았다.
"하으으."
맥의 정액을 빼내기 위한 일이었지만 그곳이 소녀에게 있어서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었을까? 벨카는 울상이 되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셔는 그 모습을 더 자세히 보고 싶다는 생각에 벨카의 옆에 몸을 뉘었다. 그리고 동시에 소녀의 균열에 다시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아흐으! 어셔어."
그러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쾌락에 달콤하게 녹아내린 듯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벨카. 그런 소녀의 모습에 그는 묘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계속 검지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해 중지를 넣으니 좀 더 편했다. 그 상태로 그는 소녀의 여린 속살을 이곳저곳 탐색하듯 훑었다.
"하윽! 아으응!"
맥의 정액을 빼낼 때처럼 살살 긁거나 안쪽을 간지럽힐 때마다 소녀는 괴로운 듯 몸을 비틀거나 다리를 꼭 붙였지만 그것이 쾌락에 의한 것이라는 건 소녀의 목소리만 들어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벨카는 역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그의 팔에 매달려 신음을 내뱉었다.
"후아으. 응! 흐앙!"
벨카가 이런 소리도 낼 수 있었던가? 그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르는 소녀의 모습이 신기했다. 그러다 그는 소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처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분명 벨카가 처음 이런 일을 가르쳐주었을 때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소녀가 무서워하긴 했지만 그때도 분명 이렇게.
"하으으윽?!"
그때 그의 중지를 꽉 조이는 듯한 느낌과 함께 소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그리고 다시 소녀의 허리가 제자리를 되찾았을 땐 그녀는 지친 것처럼 숨을 헐떡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흐으."
잔뜩 흐트러진 소녀의 모습에 어셔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옷을 벗고 소녀의 위에 올라탔다. 몸을 맞대면 옷 너머로 부드러운 소녀의 감촉과 달아오른 따끈한 체온이 그대로 느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크게 느껴지는 건 소녀의 아담한 체구였다. 어떻게 이런 작은 몸으로 맥의 커다란 물건을 받아들였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다시 찾아온 불쾌한 기분에 그가 인상을 찌푸리면 벨카가 불안하게 그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보인다.
"히읏?!"
그는 소녀의 보지에 자신의 자지를 넣어버리는 것으로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지워주고자 했다. 소녀의 균열은 어느 때보다도 끈적끈적하고 눅진하게 젖어있어서 그의 자지를 미끄러지듯 삼켜버렸다. 끈적한 속살이 그대로 그의 자지를 꾹 조여온다. 그가 허리를 흔들어 자지를 넣었다 뺄 때마다 소녀의 허리가 흐트러지며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읏! 응! 흐아."
그러다 눈에 띈 건 가느다란 허리였다. 맥은 이렇게나 여린 허리를 꽉 쥐고 벨카를 물건처럼 대했던가. 어셔가 소녀의 허리에 손을 가져다 대면 소녀의 신음이 조금 다른 소리를 내며 자지를 더 조여왔고 쾌락의 끝에 닿은 그는 그대로 소녀의 안쪽에 자신의 정액을 주입했다.
"으으응!"
그는 그녀의 안쪽에 정액을 전부 쏟아내자마자 곧바로 허리를 움직였다.
"흐읏?!"
그의 행위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자지를 스치는 소녀의 뜨끈한 속살에 중독이라도 된 것 같았다. 황홀한 쾌락 속에서도 소녀의 안쪽을 더럽힌 맥의 흔적을 전부 지워버리고 싶어서 그녀의 뱃속을 자신의 정액으로 가득 채우려는 것처럼 그는 한동안 소녀의 몸을 놓아주지 못했다. 그러다 끝없이 넘쳐나는 것 같았던 성욕도 한계를 맞아 조용히 사그라들었고 벨카는 그의 품에 기대어 지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제 불쾌하지 않지?"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먼저 입을 연건 어셔였다.
"응."
그의 물음에 소녀가 작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벨카와 관계를 나누면서도 어셔는 어째서 그녀가 그런 말을 했는지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소녀는 스스로에게 불쾌함을 느끼고만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보다도 괴로운 건 맥에게 강제로 범해진 소녀였을 거라 생각했기에. 한동안 서로를 껴안고 있던 그들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는 것도 찝찝하다고 느껴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문제가 조금 있었다면.
"읏!"
"벨카?!"
그의 위에 앉아 있던 벨카가 일어서다 무너져내리는 모습에 어셔가 놀라 그녀를 붙잡았다. 그러자 뚝뚝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 그 소리는 소녀의 아래쪽에서 들려왔기에 아래를 바라보면 갓 태어난 아기 사슴처럼 파들파들 가늘게 떨리고 있는 소녀의 다리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소녀의 다리가 그려내는 그 아름다움을 퇴색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무척 가녀린 몸이기에 오히려 그 애처로운 모습이 어울려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녀의 원피스 아래에서, 정확히는 허벅지 안쪽에서 흘러나온 하얀 줄기가 허벅지를 타고 내려가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 하얀 줄기는 정액이 분명했다. 그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가 작정하고 그녀의 안에 자지를 꽂아 넣고 주입했었던 만큼 소녀의 안을 꽉 채우다 못해 흘러넘쳐 나온 듯한 그 정액의 주인은 자명했다. 그저 야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광경에 시선을 빼앗겨 사그라든 줄 알았던 그의 욕구가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을 발견했는지 소녀는 잔뜩 얼굴을 붉히며 원피스의 치맛단을 붙잡아 꾹 눌렀다. 그리고는 그를 올려다보며.
"우으, 어셔는 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