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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오래된 전통 (16/220)



〈 16화 〉오래된 전통

"아아, 마리라. 7년 전쯤이었지. 내가 그 아이를 죽인 게."

이를 갈며 노려보는 어셔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있어 누가 본다면 지레 겁먹을 정도였지만 맥은 아무렇지도 않게 즐거운 듯이 입을 열었다.


"흐흐흐, 이 마녀만큼은 아니지만 그 아이의 보지도 참 좋았지."

그의 말에 다시 떠올랐다. 떠올리고 말았다. 비릿한 피 냄새로도 채 가리지 못하는 또 다른 비릿하고 이질적인 냄새를. 그리고 그 냄새는 지금 이 공간에 가득한 백탁액의 비릿한 냄새와 똑같았다.  이제야 깨달았을까. 싸늘하게 식은 그녀의 몸에서 풍기던 그 이질적인 냄새가 정액의 냄새였다는 걸.

"왜, 왜 죽인 거야?"


어셔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냉철했다. 스스로도 왜 이러는지  수는 없었지만,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손이 밧줄에 묶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 상태로 무모하게 달려들고 말았을 테니까.

"그야 이 마을에서 내가 맡은 일이 그런 거였으니까."
"무슨."
"내가 이 마을에 들어온  이제 20년이 다 되어 가. 그런데 이 마을의 인간들은 이상하게 마을 밖을 무서워하더라고."


그리고 이 말들을 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니까. 마을 밖은 나무를 자르는 일이 아니면 절대 나가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었다는 거지."

맥은 정말로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 웃었다.

"나는 이 마을에 고용된 거라고 평소에는 나무꾼으로 일하다가 중요한 규칙을 어긴 사람이 생기면 죽이는 거다."

그의 말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로 가득했지만 그는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가장 놀라운  뭔 줄 아니? 이게 이 마을의 전통이라는 거란다! 마침 규칙을 어긴 아이들이 생겼고 나는 그 규칙대로 그 아이들을 죽이려고 했지. 하지만 이곳 사람들도 자기 자식은 소중한지 대신 고아인 아이들을 소개해 주더구나. 그중에 마리와 릴리가 있었단다!"

그래, 가장  의문점이었던 건 바로 그녀가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을 밖으로 나갈만한 성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역겹다. 구역질이 났다. 그놈의 규칙에 그렇게 엄격하게 굴던 사람들이 제 가족은 그리도 소중해서 그녀를 희생시켰는가?


"그리고 이곳은 나를 위해 마련된 도살장이지 아이들에겐 괴물이 사는 곳이라고 소문이 난 거 같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마을에서 느꼈던 수상한 분위기와 모든 일들이 그의 말을 통해서 비어있던 퍼즐 조각을 찾았다. 이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이곳은 그때 아이들과 함께 안을 들여다보았던 낡은 오두막집이 분명했다.  가구들을 어디서 꺼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러다 갑자기 그가 모든 표정을 지우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마리에 대한 건 왜 묻는 거니?"

시끄럽게 계속 떠들던 그가 말을 멈추고 무표정으로 어셔를 바라보기만 하니 숨 막히는 정적이 그의 숨통을 조여오는 듯했다.

"으읏."


그러다 그의 시선이 아직도 그의 손에 허리를 붙잡려 그의 물건에 꿰뚫린  가쁜 숨을 돌리고 있던 벨카에게 향하더니 다시 어셔를 보고는 싱긋 웃었다. 그 미소를 보자 그의 몸에 오한이 내달린다.

"마리가 어떻게 범해졌는지 알고 싶니?"
"잠깐, 그게 대체!"

그러나 그가 말릴 시간도 없이. 맥은 자신의 물건에 힘을 주는 것처럼 보였고.

"흐으윽?!"


소녀의 몸은 그의 자지와 하나가 되기라도  것처럼 까닥이며 눈물과 함께 신음을 흘렸다. 어셔는 펄펄 끓어오르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벨카와의 만남과 7년의 세월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복수심이, 막연한 분노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전신을 두드려서 고통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차라리  모든 것이 꿈이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빌고 빌어봐도 테이블의 차가움과 거친 밧줄이 묶인 손목을 스치는 따가운 감촉이 이것이 현실이라 이야기하고.


"자, 이쪽을 보렴. 어셔. 네 여자친구 보지에  자지가 들어간 모습이 보이니?"
"흐읏."


맥은 침대에 걸터앉아 자신의 위에 벨카를 앉히고는 그에게 보란 듯이 자신의 물건을 소녀에게 꽂아놓고 있었다. 때문에 이름 모를 액체들로 진득하게 젖어있는 그의 물건이 반들거리는 소녀의 균열을 강제로 비집고 들어가 물고 있게 만든 모습과 그 사이로 점성이 있는 투명한 액체와 백탁액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벨카."


어셔는 서러운 마음에 눈물마저 솟아나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하아하아."

이미 벨카의 눈빛은 초점을 잃었고 거친 숨을 내쉬며 숨을 고르는 것이 한계인 듯 누군가 잡아주지 않는다면 균형을 잃고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소녀가 맥의 위에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꼿꼿이 솟아 벨카의 안쪽을 파고든 맥의 물건이 그녀를 강제로 고정시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도 잠시, 무너지려는 벨카의 허리를 맥이 커다랗고 거친 손으로 부서뜨릴 듯 붙들었다.


"마리를 어떻게 했었는지 내가 하나하나 가르쳐주마."

 목소리는 친절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희열과 더러운 쾌감이 뒤섞여 소용돌이쳤다.

"자, 이렇게! 이렇게!"
"하으, 으윽! 읏!"
"잘 보고 있니? 어셔?"

그가 벨카를 앉힌 그대로 허리를 들썩일 때마다 벨카의 몸이 튀어 올랐다가 그의 몸에 부딪혔다. 둘의 맨살이 맞닿아 찰싹이는 소리와 그의 물건이 파고들어 찌걱이는 소리가 겹쳐들려온다. 벨카를 자신의 전리품처럼 취급하고 마리를 어떻게 범해 죽였는지 그녀를 예로 삼아 자랑스레 보여주려는 행태가 역겹기 짝이 없었다.


"마리는 이렇게 아래에서 찔러주는  특히나 좋아했단다! 이 마녀도 좋아하는  같구나!"

그건 그의 헛소리였다. 저런 일방적인 행위를 어느 누가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저런 걸 벨카가 정말로 좋아하고 있다면 저렇게 괴로운 표정을 지을 리가 없지 않은가? 어셔는 당장이라도 눈을  감고  끔찍한 장면을 눈에 담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으나 그럴  없었다.


"아아, 마리! 아직도 기억나는구나! 자기가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잘못했다고 양손을 비비며 어찌나 애원하던지!"

증오스러운 놈에게 엉망진창으로 범해지는 벨카와 저렇게 범해졌을 마리의 모습을 그는 외면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대신 그는 밧줄에 묶인 자신의 손을 자신이 눕혀진 테이블에 비비고 또 비볐다. 꽉 묶인 밧줄을 조금이라도 헐렁거리게 만들어 손을 뺄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손목이 밧줄에 쓸려서 다쳤는지 따끔거리는가 싶더니 점점 뜨겁고 고통스러워졌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다 들려오는 벨카의 비명과 맥의 신음에 고개를 들었다.

"아그윽!"
"오오옷!"

맥은 벨카의 허리를 잡고 강제로 자신의 하반신과 딱 맞붙도록 꾹 눌렀다. 그가 쏟아내는 정액이 소녀의 안쪽에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려는 것처럼. 그러나 그런 보람도 없이 소녀의 하반신에서는 백탁액이 흘러넘쳤고 이내 그가 물건을 그녀에게서 빼내자 백탁액은 기세 좋게 튀어 올라 벨카의 하얀 도자기 같은 몸 위를 더럽혔다. 그 광경을 무력하게 지켜보며 어셔는 아무 생각 없이 맥을 좋아했던 자신을 책망했다.

그래도 그것이 아주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맥이 어떤 일에 집중하면 과하게 몰입해서 근처에서 무슨 일을 해도 눈치채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어셔는 손목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참고 밧줄을 테이블과 벅벅 문질러 헐렁하게 풀어내는 것을 들키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는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에게 얼마나 모욕을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자, 잘 보렴. 네 여자친구 안에 들어간  정액을."
"으읏"

그에게 다가온 맥이 자신의 코앞에 그가 방금 전까지 범하고 있었던 벨카의 아랫도리를 자랑스럽게 내밀고 있었다. 때문에 어셔는 소녀의 은밀한 계곡이 채 닫히지 못하고 붉어진 모습으로 뻐끔거리며 맥의 정액을 흘리는 모습을 보아야만 했다. 그러는 중에도 끼어드는 성욕이 짜증 난다고 생각하며 어셔는 빠드득 이를 갈며 밧줄을 풀고자 손을 더 재촉했지만.


"마리에게도 이렇게 잔뜩 싸주었지! 너도 마리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의 헛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그가 겨우 헐렁해진 밧줄을 손목에서 풀어내었을 때.

"자, 그럼 이제 너를 처리해야겠구나."
"뭐?"


그의 말에 그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마녀는 자신이 저항하지 않으면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는 들고 있던 벨카를 침대 위에 놓아두고는 어셔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 규칙도 규칙이지만 기분이 나쁘거든 너만 아니었다면 내가  년의 처녀를 따먹었을 텐데. 그래도 걱정하지 말렴. 이 년은 누구한테 빌려주지도 않고 두고두고 써먹을 테니."

그때 그의 시선이 피를 머금어 붉게 변한 밧줄이 테이블 아래로 떨어진 모습과 살이 까지다 못해 벗겨져 피투성이가 된 그의 손을 발견했다.

"밧줄을 풀고 있었어?"

얼굴을 일그러트린 그의 얼굴에 모든 것이 끝났음을 깨닫고 어셔가 절망한 순간이었다.

"이 영악한 놈이...! 끄아아악?!"

화가 난 표정으로 주먹을 쥐던 맥이 갑작스럽게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가 멍하니 있는 것도 잠시.


"으윽. 유감이야. 애초에 당신 같은 인간이 약속 같은 걸 지키리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으니까."

그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벨카의 목소리에 어셔는 정신을 차렸다. 그의 뒤를 보면 고통스러운 듯 자신의 아랫배를 누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지만, 상체를 일으키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지쳐있었지만 힘이 있었고 그것은 그에게도 힘을 주었다. 맥에게 잠시나마 두려움을 품었던 것이 거짓말이라 주장하는 것처럼 어셔는 피투성이가 된 제 손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금 찾아온 분노와 복수심에 삼켜져 있는 힘을 다해서 테이블 옆에 있던 의자를 들어 올려 고통을 호소하는 맥을 내리쳤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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