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오래된 전통. (10/220)



〈 10화 〉오래된 전통.

어셔는 앓고 있는 벨카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소녀를 옮기는  불편했지만 소녀는 생각 이상으로 가벼운 편이라 그래도 어떻게든 통로를 통해 집으로 데리고  수 있었다. 벨카가 괴롭게 숨을 내쉴 때마다 그의 가슴이 철렁였다. 어셔는 벨카가 추운 것처럼 몸을 웅크리고 안쓰럽게 떨자 얼마 없는 자신의 이불들을 전부 꺼내어 방안에 깔아 소녀를 눕혔다. 그럼에도 추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소녀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대어 열을 가늠해 보면 펄펄 끓는 것처럼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열이 너무 나는데."

어셔는 곧바로 수건 하나를 찾아 들고 마당의 물통에  담가 물에 적셨다. 그리고 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을 때까지 꽉 짜낸 그는 그녀의 이마에 물에 적신 수건을 놓았다. 소녀가 아픈 것이 단순한 열병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던 어셔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걱정이 돼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이상은 어떻게 해야 될지 알 수가 없었다.

"흐으, 어셔."
"나 여기 있어."

단지 가끔씩 확인하듯 그의 이름을 부르는 벨카의 작은 손을 잡으며 불안해하는 소녀의 곁에 머무르는 것이 한계였다. 소녀의 몸은 좀처럼 열이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수건이 미지근해질 즈음에는 다시 물에 적셔 그녀의 이마에 올렸다. 그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하루 내내 벨카의 곁을 지키다가 미지근해진 수건을 물에 적시는  반복하고 있었다.

"어셔! 집에 있냐?"

그러던 그때. 대문 밖에서 로버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보니 태양은 이미 산 너머로 기울어 가려 하고 있었다. 소녀를 돌보느라 점심을 먹는 것도 깜빡해버리고 벌써 노을이 지는 시간이었다.   느티나무를 결국 잘라버렸다고 생각하니 불편해졌다. 슬쩍 대문을 열어 밖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로버트와 커너가 나란히 대문 앞에 서있었다.

"왜?"
"왜냐니, 걱정돼서 온 거잖아."

그에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말하니 서운하다는 듯 대답하는 로버트. 하지만 어셔는 그들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지금 그의 집에는 벨카가 잠들어 있었으니까.

"어른들이 네가 걱정된다면서 우리한테 보러 가라고 했단 말이야."
"자, 봤지? 이제 가."

그는 분명히 돌아가라고 이야기하며 그가 대문을 닫으려 하자 로버트가 대문 사이로 발을 넣어 문을 닫는 것을 막았다.

"또 왜?"
"야! 너 요즘 따라 서운하게 왜 그러냐?"

로버트는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런 그를 바라보는 어셔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 그는 그들이 자신의  안에서 바보에게 그런 짓을 하던 모습을 잊지 않았다. 그들이 서로 원해서 한 일이라면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바보가 하고 싶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분명 맥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말했으니까. 벨카가 그 행위가 무엇을 뜻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또한 자신을 찾아왔던 바보에게 그런 일을 했을 거라 생각하니 더 역겨웠다. 어셔의 눈빛을 본 로버트가 주춤거리자 커너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일단 괜찮다고 하잖아 돌아가자."

결국 로버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면서도 커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셔가 문을 닫기 직전 커너는 어셔에게도 말했다.

"그리고 너도 좀 이상한 건 사실이야. 요즘 왜 그러는데?"
"신경 꺼."

커너의 말에도 어셔는 곧바로 대문을 닫아버렸다.  이상 방해하는 것도 없으니 대문은 제대로 닫혔다. 그에 한숨을 내쉬며 물에 적신 수건을 들고 돌아가려 했을 때였다.

"어셔."
"벨카!"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돌아보니 문을 열고 나온 벨카가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에 수건을 들고 급하게 뛰어가 소녀에게 물었다.

"몸은 좀 괜찮아?"
"응, 어셔 덕분이야."

그렇게 말하는 벨카의 안색은 아직 새하얗고 파리해서 썩 괜찮아 보이진 않았다.

"내가 한 건 별로 많지도 않은데. 더 누워있지 그랬어."

그럼에도 그의 덕분이라며 웃어주는 소녀의 모습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의 걱정에도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누워있기를 거부했다.

"괜찮아. 그런데 방금  아이들은 친구야?"
"몰라, 저런 녀석들."

예전 같았으면 당당하게 친구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겠지만 최근에는 이 마을의 모든 것이 수상하고 꺼림칙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면 어셔는 친구가 없어?"
"난 벨카만 있으면 상관없어."

어미 이 마을에 대한 정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후였다. 어차피 떠나기로 한 것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였다. 벨카가 가느다란 검지로 그의 입술을 막은 것은.

"그래서는 안돼. 혼자는 위험한걸."
"혼자가 아니야. 벨카가 있잖아."

그래도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입을 막는 힘은 약해서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셔. 필요 이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날을 세우는 건 위험한 일이야."

모든   아는 것처럼 권태로우면서도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듯 무구한 소녀의 금빛이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벨카의 목소리가 평소처럼 잔잔하고 평이하게 조곤조곤 그의 귀를 간질였다. 그와 처음 만났을 때 감정을 모르던 그때의 소녀처럼.

"고립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두려워해야만 하는 것.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완전히 하나가 될  없지만 단체라는 이름으로 모일 수는 있어. 그리고 그건 때때로 하나의 거대한 괴물이 되어 너를 위협할 거야. 그러니 어셔. 부디 고립된다는 것을 두려워해줘."

벨카는 말을 마치며 그 꽃을 베어 문 듯한 입술을 다물었다. 어셔는 자신과 거리를 두는 듯한 소녀의 말이 불만스러웠다.

"사람들한테 배척받아도 좋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나는 벨카만 있으면 되니까!"

그는 사람들로부터 배척받아도 혼자가 되어도 상관없으니까. 단지 소녀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것이 전부인 어셔의 고백에 지금까지 무표정했던 벨카의 눈이 커지며 놀란 기색이 보였다. 평온한 호수처럼 고요했던 눈동자가 함께 흔들린다. 모든 것을 다 아는 것만 같았고 때문에 이곳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 같았던 모습은  이상 보이지 않는다.

"네 마음을 좀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혼란스러운 그러나 기쁜 듯하면서도 슬픈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소녀만이 있었을 뿐.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느냐고 묻고 싶었던 어셔의 말은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그보다 먼저 벨카가 입을 열었기 때문에.

"있잖아. 어셔, 나는 욕심이 많아. 모두 부질없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자꾸만 집착하게 되어버려서."
"나도 욕심이 많아."

그러니까 이상하지 않았다.

"원래라면 자꾸만 나를 찾아오는 너를 진작에 놓아 주었어야만 했는데. 네가 너무나 좋아서 지금 이 순간까지 너를 놓지 못했어."
"그렇다면 놓지 않으면 되잖아."

어셔도 벨카를 놓고 싶지 않았다. 놓을 수 없었다.

"응, 솔직히 말해서 기뻐. 나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배척받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니."

소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하지만 어셔, 나는 무서워. 오히려 나 때문에 네가 이 마을에서 고립된 건 아닐까?  때문에..."

벨카가 자책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 마을이라면 차라리 고립되는 편이 나아. 그러니까 벨카, 나와 함께 여기를 떠나자."

그의 말에 놀란  커진 소녀의 금빛이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소녀가 받아주지 않을까? 그토록 고뇌하고 망설이던  말을 어셔는 드디어 말할 수 있었다. 그가 벨카의 대답을 얼마나 얼마나 기다렸을까? 소녀는 그에게 다가와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뒤로 노을이 지는 가운데 일곱 빛깔의 무지개가 환상처럼 떠올랐다. 그리고 작은 실선을 늘어트리며 그녀의 입술이 그에게서 떨어졌을  어셔는 어색하게 물었다.

"저기 같이 가도 상관없는 거지?"
"응."

벨카는 장난꾸러기처럼 쿡쿡 웃으며 그와 함께 떠날 것을 약속했다. 그 모습에 어셔가 민망해져서 뒷머리를 긁고 있으니 이윽고 날이 저물었다. 잠시 떠올랐던 무지개도 태양과 함께 사라진 후였다. 날이 쌀쌀해지자 하루 내내 앓았던 영향이 남은 듯 몸을 떠는 벨카를 데리고 어셔는  안으로 들어갔다. 하루 종일 소녀를 간호하다 오랫동안 밖에 있었기 때문일까? 방 안에는 그가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동백꽃 향기가 가득했다. 그 달콤하고 그윽한 향기에 어셔는 무심코 야한 느낌을 받고 말았다.

"아."

그 순간 들려오는 벨카의 목소리에 그녀를 보면 멍하니 그의 아래를 내려다보는 소녀의 눈길에 굳이 보지 않아도 어셔는 자신의 물건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어셔는 분위기 파악도 하지 못하고 커져버린 자신의 물건을 속으로 타박하며 가라앉히려 했을 때였다.

"어셔."

벨카가 그를 불렀다.

"몸, 닦아줄래?"

벨카는 그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지만 그에게 내미는 소녀의 손에는 어느새 그가 놓쳤던 물에 적신 수건이 들려 있었다. 어셔는 멍청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에 적신 수건이 앉아 있던 소녀의 하얀 살갗을 쓸어내렸다. 물기를 짜내느라 잔뜩 구겨진 수건이 새끼줄처럼 억세 보여도 거칠지만은 않을 텐데 소녀의 피부는 그런 수건에도 상처 입을 것처럼 여리다.

"히읏!"

수건이 소녀의 허리께를 스쳤을까? 어두운 방안을 작게 울리는 소녀의 신음이 꺼져버린 촛불의 연기처럼 허공을 어지르다 흩어졌다. 그에 소녀의 귀가 붉게 물들지만 때문에 찾아오는 번민과 부푸는 욕정은 그의 몫이니 야속할 다름이다. 수건의 물기를 미처  짜내지 못했는지 소녀의 살갗을 타고 흐르던 이슬 하나를 물기가 남은 수건으로 훔쳤다. 현재 소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그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 역시 몸을 닦아달라는 소녀의 부탁 때문이었다. 확실히 소녀는 어셔가 발견했을 때부터 해가 저물기 전까지 땀을 잔뜩 흘릴 만큼 앓았으니 몸이 찝찝했을 것이다.

소녀가 그에게 몸을 닦아달라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가 보고 있는 소녀의 뒤태는 그 아담한 몸을 움츠리고 있어  가냘파 보였다. 오점 하나 없는 새하얀 자기 같은 소녀의 피부에 감히 닦을만한 것이 어디에 있나 싶어 오히려 상처를 내지 않을까 최대한 조심스럽게 소녀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읏?!"

그러다 이불 사이에 수줍게 제 모습을 숨긴 소녀의 둔부에 젖은 수건이 닿자 놀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소녀의 뒤태를 탐미하다 닦는 것을 최대한 늦추다 보니 못난 손이 저도 모르게 모난 곳 하나 없는 복숭아 열매처럼 소담스러운 둔부까지 탐하고 만 것이었다. 그 순간 그는 벨카가 등을 보인 채로 닦을 수 있을만한 부분을 전부 다 닦아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녀의 앞은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손대지 않았다. 그가 수건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자 그것을 소녀 또한 알아차렸을까?

""....""

묘하게 붕 떠있는 공기가 방안에 머물렀다. 해가 산 너머로 사라졌지만 날이 완전히 저물지는 않아 그런 햇빛의 잔재라도 받아두고자 열어놓았던 창문으로 날이 점점 어두워지는 모습이 보였다. 더 늦었다가는 초를 킬 수 없을 만큼 어두워지라는 걸   있었다.

"촛불, 킬게."
"응."

그는 어색한 마음에 물을 필요가 없는 말까지 굳이 물어보았다. 방의 한구석, 취미 삼아 모아둔 예쁜 돌 사이에 섞어 놓았던 부싯돌을 들고 녹아내린 흔적이 남은 초에 대고 불을 붙였다. 탁탁 부싯돌을 부딪히자 주홍빛의 불똥이 튀었다. 부싯돌에서 피어난 불똥은 한낱 재 가루처럼 공기의 흐름에 쉬이 흐트러져 불을 붙이기 까다롭지만 이 정도면 매우 쉬운 편이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초에 불을 지피는 것에 성공하니 어느새 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고 있던 소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녀는 이불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려 제 몸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미처 가리지 못한 팔 한 짝에 시선이 끌렸다. 이불과 함께 가슴께를 짚고 있는 하얀 손. 시선이  손을 타고 팔로 살짝 내려갔다가 팔꿈치에서 위로 꺾이고는 가녀린 어깨 위에 앉았다.  이후는 보이지 않음에도 저절로 떠오르고 만다. 그가 이미 소녀의 나신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이불로 몸의 대부분을 가렸음에도 살짝 드러난 소녀의 몸이 이다지도 치명적이다. 꼴깍 침이 넘어갔다. 이내 마주친 금빛은 촛불의 빛을 은은하게 반사하며 스스로 빛을 내듯 처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소녀의 시선이 따스한 건  금빛에 비치는 촛불의 빛 때문일까? 혹은 그 안에 가득한 애정 덕분일까?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음에 조용히 수건을 들었다. 은은한 빛을 머금은 소녀의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든다. 소녀는 말없이 이불을 잡은 손 대신 다른 손을 내밀었다. 소녀의 가녀린 손을 거친 물수건으로 감싸고 그녀의 손가락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으며 천천히 천천히 타고 올라갔다. 이윽고 소녀의 어깨에 수건이 닿자 물수건이 차가운지 소녀의 몸이 살짝 떨린다. 그는 이미 소녀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길이보다 살짝 모자란 거리. 꽃처럼 붉은 머리카락이 수건을 쥔 그의 손을 간지럽히며 따스하게 유혹한다. 그는 수건을 잠시 놓고 소녀의 볼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에 소녀는 지그시 눈을 감고 그의 손에 제 볼을 비비며 그의 손길을 만끽했다. 캐내지 않아도 꿀처럼 뚝뚝 떨어질 듯한 애정이 아무것도 삼키지 않은 입안을 달게 만들 정도였다.

"아."

그때 자신의 몸을 가려주던 이불이 흘러내리는 것을 알아차린 소녀가 작게 입을 벌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다른 손은 이불을 쥐고 있던 소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소녀의 얼굴이 이제는 어두운 밤 속에서도 가릴 수 없을 만큼 붉어졌다. 봉긋한 언덕을 그리는 가슴부터 한 팔로도 모두 감싸 안을 수도 있을 법한 허리, 그 한가운데 자리한 앙증맞은 배꼽까지 소녀의 맨살이 드러났다. 하지만 소녀의 가장 은밀한 곳만은 흘러내린 이불이 쌓여 간신히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수건을 들고 소녀의 몸을 닦기 시작했다.

소녀의 나신 어느 곳 하나 놓치지 않고 뜯어보며 손으로는 몸을 닦을 뿐이라 변명하듯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그러나 봉긋한 가슴에 유독 수건이 오래 머무는 것은 마냥 착각은 아닐 것이다.

"으응."

고작 수건 한 장으로 감출 수 없는 말랑말랑한 감촉을 너무 즐긴 탓인지 소녀의 한숨에는 달콤한 쾌락이 스며들어있었다. 그런 소녀에게 그는 짓궂은 질문을 하고 만다.

"있잖아. 벨카, 왜 몸을 닦아 달라고 한 거야?"
"하으, 그건..."

그러나 그는 소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 이유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녀의 하반신을 가리던 이불까지 걷어내니 이젠 소녀의 나신이 전부 드러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닿지 않았던 소녀의 가장 은밀한 곳에 수건을 가져가 쓸었다.

"흐읏!"

소녀의 신음이 더욱 달콤함으로 물들도록. 아직 그가 소녀의 몸을 닦는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처럼.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수건은 내팽개쳐져 소녀의 다리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고 그의 손가락은 소녀의 은밀한 균열을 파고들고 있었다.

"흣! 흐앗!"

찌걱찌걱, 그녀의 균열에선 손가락이 파고들며 그런 소리를 흘렸다. 균열의 안쪽은 도저히 익숙해지려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우읏, 어셔어."

달콤한 감각에 녹아버린 듯 그의 이름을 늘어트리며 부르는 소녀의 미성도.

"좋아해."

그럼에도 빛을 잃지 않는 소녀의 애정이. 그런 소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소녀의 몸을 갈구하는 자신이 더러운 것 같으면서도 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소녀에게 더 빠져들고 만다. 그러다 그는 소녀의 가슴에 시선이 닿았다. 뭣도 모르던 시절, 예전에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아낙네의 모습이 하필이면 이때 떠오른 건 무슨 농간일까? 어셔는 무엇이 그리 맛있길래 아기가 그렇게 빨아먹었는지 궁금했다. 그에겐 그런 기억도 경험도 없었으니까. 소녀의 가슴을 입에 물었다. 소녀의 봉긋한 가슴은 그가 입을 크게 벌리면 어렵지 않게 삼킬 수 있었다.

혀로 소녀의 가슴을 핥아올리면 보드라운 살덩이가 일그러지다 제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다 혀에 작은 몽우리가 걸렸다. 그건 소녀의 젖꼭지가 분명했다. 그것을 찾고 나니 그는 소녀의 가슴 하나를 삼킬 것처럼 구는 것은 그만두고 소녀의 젖꼭지를 물고 빨았다. 소녀의 젖가슴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안정감을 주는 구석이 있었다. 소녀는 그런 그의 머리를 팔로 감싸 안고 남은 한 손으로는 그의 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느껴지는 포근한 감각은 계속 이렇게 있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의 입이 소녀의 가슴을 물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소녀의 은밀한 곳에 넣어두었던 손가락의 감각이 떠올랐다. 끈적하고 따뜻한 늪과도 같은 곳에 손가락을 넣은 것 같았다. 눅진눅진한 그곳의 감각에 잠시 잊고 있던 욕망이 부풀어 올라 소녀의 몸을 찔렀다. 벨카를 올려다보면 그것을 느꼈을 텐데도 변함없는 소녀의 금빛이 보였다.

"어셔."

그저 그를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녀. 그가 바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것처럼 오롯이 그를 금빛 속에 담고 있었다. 그것이 그만의 착각이 아님을 알기에 그는 소녀의 아담한 몸을 들어 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그리고 소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려는 것처럼 그녀의 작은 가슴을 쫍쫍 빨았다.

"아우읏!"

부풀어 올랐던 그의 물건은 소녀를 자신의 무릎에 앉힐 때 이미 소녀의 균열에 맞추어 삼켜버리게 만든 후였다.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눅진눅진한 소녀의 안이 그의 물건을 조였다.

"하읏."

입으로는 소녀의 가슴을 물고 하반신으로는 소녀의 안을 만끽했다. 누군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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