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비밀친구. 같다고 (7/220)



〈 7화 〉비밀친구.

침묵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어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여자아이를 힐긋힐긋 쳐다보며 뭔가 말해주길 기다렸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야, 니가 왜 내 집에 있냐고?"
"...."

참다못한 그가 먼저 말을 걸어보았지만 그녀는 그 텅 비어있는 눈으로 그를 쳐다볼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정말로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인형 같은 모습에 어셔는  인상을 찌푸렸다. 가끔씩 벨카를 인형 같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 어셔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벨카와 달랐다. 어셔가 벨카를 인형 같다고 생각했던  소녀가 지나치게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 화사한 빛의 금안부터 꽃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까지. 저 여자아이처럼 생기 없는 모습 때문이 아니다. 어셔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해도 저런 아이가 벨카와 비슷한 감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

동네 바보라 불리는 여자아이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이렇게 좁은 시골에서 저런 아이가 유명하지 않은   이상하겠지만 어쨌든 모르는 아이들이 없었다. 처음에는 예쁘장한 외모 때문에 호기심을 품고 다가가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자아이를 모른척하거나 깔보는 일이 많았다. 무슨 말을 해도 대답이 없었고 무슨 일을 해도 스스로 생각하거나 움직이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로는 아이들에게 돌을 맞거나 놀림당하는 일이 많았지만 그것도 반응이 있어야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여자아이는 무슨 일을 해도 반응 하나 없이  빈 눈으로 바라만 보니 그녀에게 장난을 치던 아이들은 그 모습에 질려 이제는 모두 무시하고 있었다.

"하아, 그래, 니가 아는 게 이상한 거지."

결국 먼저 포기한 건 어셔였다. 바보가 괜히 바보라고 불리겠는가? 굳이 경계해봐야 지치는 건  혼자였다. 그녀가 방 안에 있다는 게 신경이 쓰여서 지금까지 비에 젖은 옷을 갈아입지 못했던 그는 이제야 옷을 갈아입기로 했다. 그래도 신경이 아주 안 쓰이는 건 아니었지만 어셔는 겨우 무시하고 옷을 벗었을 때였다. 지금까지 전혀 반응이 없었던 여자아이가 먼저 그를 바라본 건.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해도 반응이 없던 아이가 스스로 움직이자 놀란 마음에 옷을 벗으려던 걸 멈추었다.

"뭐야?"

그녀는 지금까지 집안의 가구처럼 가만히 있었던  거짓말처럼 그의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안 해?"
"뭐, 뭘?"

지금까지 굳게 다물려 있던 입을 열고 말하기까지 했다. 대체 무엇을 안 하냐고 묻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와 마주 보고 있으니 이내 그에게 손을 뻗어왔다. 그리고는 그의 바지춤을 잡고 끌어내리려는 행동에 어셔는 반사적으로 내려가는 바지춤을 붙잡아 내려가는 것을 막았다. 이 바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황당한 마음에 그녀를 바라보면.

"왜?"
"왜냐니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바보라고 해도 너무 뜬금없는 행동들이 어이가 없었다. 그녀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이유라도 알려고 물었는데 돌아온 것은 상상이상의 것이었다.

"아빠가 가르쳐주라고 했어."
"아빠,라고?"

어셔는 그녀의 말에 이상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야 이 마을에서 그녀가 바보라고 백치라고 불리면서 아이들의 따돌림을 받은 건 당연하게도 부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어셔도 자신처럼 부모가 없다는 이야기에 저 아이에게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혹시나 아빠라고 할만한 사람이 있다면.

"맥 아저씨를 말하는 거야?"
"응."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의 누군가가 그녀를 보살피고 있었다는 건 대충 알고 있었지만 그게 맥 아저씨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 쳐도 그가 자신의 집에 이 아이를 데려다 놓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어셔가 그 이유를 생각해보고자 했을 때였다.  여자아이가 먼저 그의 바지를 벗긴 것은. 덩달아 팬티까지 벗겨져 그녀에게 제 물건을 보여버린 어셔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뭐라 하려 했을 때였다.

"너, 너!?"

할짝할짝, 그녀가 자신의 고추를 핥았다. 수치스러운 감정과는 별개로 자신의 고추는 그 촉촉하고 말캉거리는 감촉에 벌써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후였다. 문제는 한 번만으로 끝이 난  아니었다. 소녀는 그의 자지가 아직도 부풀어 오르는 중이라는  아는 것처럼 그 말캉거리는 혀로 몇 번이고 자지를 핥았다. 이 난데없고 수치스러운 상황에서 어셔는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 기분이 마냥 싫지도 않아서 그녀가 자신의 물건을 핥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았다.

"하음."

그리고 어셔의 자지가 크게 부풀어 올랐을  소녀는 그의 물건을 입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쯔읍, 쪼옥쪽, 조용한 방 안에서 소녀가 자지를 빠는 소리가 울렸다. 소녀는 그의 물건에 이빨이 닿지 않게 입술만으로 빨면서 입속에서는 말캉거리는 혀로 자지를 구석구석 핥아댔다. 그것이 어떤 것에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자지를 정말로 맛있다는 듯이 빨고 있었다.  느낌이 뭐라고 벨카와 그런 일을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셔는  감각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어느새 저항하는 것도 잊고 있었다.

"아아아."

자지를 감싸는 따스한 느낌과 핥는 혀의 느낌은 보지만큼은 아니었지만 색다른 쾌감을 주어서 그만 꼴사나운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가 자지를 얼마나 빨아댔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울컥울컥 정액을 쏟아내버렸다. 그를 더욱 놀라게 만든 건 자지가 움찔거리며 정액을 쏟아내는 데도 그 순간까지 그의 물건을 물고 빨아대는 그녀의 행동이었다. 드디어 자지가 모든 정액을 쏟아내었을 때. 소녀는 그의 물건에서 입을 땠다. 마지막까지 자지를 물고 깨끗하게 빨아내면서. 그녀는 고개를 들어서 있는 어셔는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무언가를 머금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내 입을 벌려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불규칙하게 하얀색과 투명한 것이 섞인 허여멀건 액체는 아니나 다를까 그의 자지가 쏟아냈을 정액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입을 다물었고 이어서 꿀꺽 목울대를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설마설마했지만 그녀는 친절하게도 보란 듯이 입을 열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녀의 입안에는 더 이상 허여멀건 액체가 없었다. 그녀는 그의 정액을 삼킨 것이다.

"너 변태야?! 나한테  이러는 건데!"

쏴아아, 그쳤던 비가 내리는 소리가 집 밖에서 들려왔다. 아무래도 단순한 소낙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나마 그가 집으로 돌아올 틈은 주었으니 다행이지만 그는  밖에서 달려오는 빗소리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어셔는 상대가 벨카가 아닌 다른 여자였음에도 고추에서 느껴지던 색다른 쾌락에 제대로 저항하지 않고 무심코 즐겨버린 자신에게 역한 감정을 품으면서도 익숙하다는 듯이 자신의 물건을 핥고 물고 빨던 그녀의 행동이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동네 바보였다.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누군가 시키지 않으면 행동하지도 않는 백치였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무슨 짓을 했으면 그가 단순히 옷을 갈아입으려 벗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행동을 한단 말인가? 어셔는 그 행동이 누군가 가르쳤기 때문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물건을 조르듯이 행동하고 핥고 빨던 행동들도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라는 것까지 말이다.

"누가 이런 걸 시켰...!"

 순간에 어셔는 깨달았다. 이 바보에게 이런 일을 가르칠만한  맥밖에 없다는 사실을. 게다가 그가 떠나기 전에 즐기다가 돌려달라는 말과 그렇게 말할만한 건  아이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실을 깨달은 순간 머리를 뒤흔드는 듯한 현기증에 어셔는 주저앉아버렸다. 처음부터 어렴풋이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맥은 마을에서도 그에게 잘해주는   되는 어른이기에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이 바보의 부모를 자처하면서도 물건처럼 대했다는걸.

"그러면 어제 로버트와 커너랑 그런 일을 한 것도 맥 아저씨가 시켜서야?"

어셔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음에도 구태여 물어보았다.

"응, 아빠가 이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가르쳐주라고 했으니까."

역시 그의 생각대로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그 행위를 기분이 좋다며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공허하고 힘이 없었다. 어셔는 소녀가 원래 바보나 백치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서 정말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너, 대체  마을에서 남자애들이랑... 아니, 어른까지 포함해서 대체 몇 번이나 이런 일을 한 거야?"

그녀는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처럼 역시 아무렇지 않게 그의 말에 대답했다. 어셔는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속에서 올라오는 구토감에 연신 헛구역질을 했다. 점심에 벨카에게 빠져서 케이트 아줌마에게 받았던 빵을 먹지 않았던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깝게 지금 전부 게워냈을 테니까. 어셔는 본격적으로 벨카와 함께 이 빌어먹을 마을을 떠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어셔가 처음부터 이 마을을 떠나 모험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오래전부터 살아온 시골 마을은 그래도 고향이라고 정이 안 갈 수가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마을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7년 전 이맘때쯤 일어난  때문이었다. 처음 그 소식을 마을에 가져와 퍼트렸던 것이 누구였는지 어떤 목소리였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그 소식을 들었던 그는 좋게 말해도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소식이란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그를 친동생처럼 돌봐주었던 누나가 마을 밖으로 나갔다가 처참하게 죽은 모습으로 나무를 캐러 갔던 나무꾼에게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어셔는 기억한다. 누나에게 다가가려는 그를 어른들이 자꾸만 붙들어 시야를 가린 탓에 모든 것을 볼 수는 없었지만, 어른들의 틈 사이로 빛나던 익숙한 금색 머리카락과 도축장에서 맡았던 냄새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비릿한 혈향과 이질적인 냄새를. 어른들은 입을 모아 누나가 호기심 때문에 마을 밖으로 나갔다가 숲의 괴물들에게 죽었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어셔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누나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누나는 마을에서도 알아줄 정도로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는 미련할 정도로 착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런 그녀를 예뻐했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죽은 그녀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며 혀를 차고 그 누구도 그녀의 죽음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았다. 누구보다 누나를 잘 아는 어셔만이 그녀의 죽음에 의구심을 가졌다. 그때부터였다. 이 시골 마을에 이질감과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한 건.

"죽어도 나무꾼은 안 한다더니? 결국 나무꾼을 하려고?"
"그런 거 아니니까 좀 닥쳐 봐."

지게를 매고 나무를  준비를 하는 그를 놀리듯이 묻는 로버트의 말에 어셔는 괜히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뭐야, 그날이야?  이렇게 민감해?"
"야."
"아, 안 할게. 안 하면 되잖아. 되게 살벌하네."

커너가 농담 삼아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들은 어셔가 노려보자 그들은 숙덕거리며 그에게서 물러났다. 어제 바보가 한 말을 듣고 나니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들마저 꺼림칙하고 부담스러웠다. 어른들이 하던 말을 곧이곧대로 주워들은 자신과 아이들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사용하던 농담에도 짜증이 날 정도였다.  친구들을 쫓아낸 어셔는 말없이 어른들을 돕고 있었다. 어른들은 나무꾼을 할 생각이 전혀 없던 그가 이 자리에 나와 일을 돕자 놀라면서도 기특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어셔는 어른들의 그 시선마저 역겨웠지만 말이다.

지금 그는 아침 일찍 집을 나와서 나무꾼들이 숲으로 갈 채비를 하는 곳에 나와있었다. 원래라면 어셔는 제 고집 때문에 마을에서 심부름꾼 정도의 일만 하고 있었지만  마을을 떠나 모험가가 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골 마을은 워낙 작아서 물물교환으로 생활하지만 큰 도시나 나라에서는 저마다 유통되는 화폐가 있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나무는 외부에 내다 팔고 돈을 얻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그런 그에게 맥이 다가왔다.

"어젯밤에는  지냈니?"
"...네."

새삼스럽게 그런  묻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 말하고 싶은 것을 치밀어 오르는 토기와 함께 꾹 눌러 참고 어셔는 대답했다.

"흐흐, 그래? 덕분에 일할 생각이 든 거냐? 이거 자주 빌려줘야겠구나."
"감사, 합니다."

아무리 바보라지만 대놓고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그의 말에 대답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도 대답은 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불리한 건 어셔뿐이었으니까. 이번에 바보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어셔는 깨달았다. 이 시골 마을에서 부모님이 없는 자신 같은 고아들은 어떻게 돼도 상관없는 이방인과 다름이 없었다는걸. 어쩌면 너무나 늦은 깨달음이었을 지도 모른다. 나무꾼들의 채비는 곧 끝이 났고 어셔는 마을 밖에 정식으로는 처음 나올  있었다.

"어른들은 왜 자기들끼리만 나무를 베러 가는 거지."
"몰라, 위험하다잖아."

로버트와 커너가 적당히 마른 가지를 주우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 말대로 어른들은 나무를 베는 건 그들에게 아직 위험하다며 나뭇가지들을 모아달라고 이야기하고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어제 비가 왔기 때문에 땅은 미끄럽고 마른 가지를 찾기가 힘들었다. 안 그래도 커다란 나무가 자라는 숲이라 햇볕도 잘 들지 않으니 낫으로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쳐서 지게에 쌓았다. 어셔가 어제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 최대한 많은 나뭇가지를 모으고 있었을 때였다. 그의 눈치를 보던 그들이 말을 건건.

"야, 어셔!"

대놓고 부르는 걸 무시하기도 그래서 돌아보니 그들이 손짓했다.

"이리  봐!"

그를 부르면서도 주변의 눈치를 보며 숨죽여 부르는 것이 수상했지만 왜 저러는가 싶어 다가가면.

"저기 저거 보여?"
"집?"

로버트가 가리킨 곳에는 웬 오두막집이 작은 공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일단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지만 나무꾼들 정도나 다니는 곳에 집이 있다는  수상했지만 집은 아주 오래된 것처럼 낡아 보였다. 벽을 이루는 나무판자는 쭉쭉 벗겨져 나무껍질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이끼와 정체 모를 검댕이 묻어있는 지붕은 금방이라도 폭삭 내려앉을  같은 모습이었다. 창문도 없고 문도 없는 그 집은 정말로 뜬금없이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셔는 아무리 봐도 그냥 버려진 집으로만 보였지만 아이들에겐 아니었던 것 같다.

"저거 마을 규칙에 있는 그 집 아니야?"
"괴물이 산다는 곳?"
"그게 무슨 소리야?"

그들의 말에 어셔는 상관하지 않으려던 것도 잊고 물었다. 커너가 입에 담은 괴물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분명 마을의 어른들은 누나가 마을 밖으로 나갔다가 괴물에게 죽었다고 이야기했었다. 그 이야기를 믿는 건 아니지만 신경이 쓰였다. 어셔가 관심을 보이자 그들은 약간은 두려운 기색으로 신나게 이야기했다.

"우리 마을 규칙에 숲에 들어가면 발견하는 어떤 집에도 들어가지 말라는 규칙은 알지?"
"어."

다 외우지는 않았지만 그런 규칙 같은 것이 있었던  같기는 해서 대충 대답했다.

"그게 왜 그런 규칙이 있는지 궁금해서 우리 엄마한테 한참을 졸라서 물어봤었거든."
"그래서?"

자신에겐 없는 부모님을 자연스럽게 말하니 가슴이 따끔거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들어가면  되는 이유가  집 안에 괴물이 살아서라는 거야!"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더니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그가 심드렁해 보이자 그들은 이게 아니라는 듯한 표정이 되었지만 어셔는 관심이 없었다. 마을의 규칙은 마을의 규칙일 뿐이었다. 저 안에 뭐가 들어있어서 그러는지 몰라도 어셔가 신경을 쓸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빨리 이 마을을 벗어날 준비를 하는 게 먼저였다. 하지만 그때 로버트가 뭔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알겠다. 너, 겁먹어서 그렇지?"
"뭐?"

뭔가 기분이 나빠서 바라보니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잖아? 우리 저기 한  들어가 보려고 하는데 너만  빠지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그들이 저길 들어가려는 걸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그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어셔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그들과 함께  앞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이 없다고 생각했던 집에는 자세히 보면 숨겨진 문이 있었던 것이다.  앞에  그들은 침을 삼켰다. 문 고리에 손을 잡은 커너의 손이 작게 떨리는 게 보였다.

"여, 연다?"
"어."
"정말로 연다!"
"아,  빨리 열어 봐!"

커너가 평소에도 소심한 편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면 답답했다. 열이 받아서 문을 잡은 그의 손을 잡고 강제로 잡아당기니 문은 그 낡아빠진 집의 문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만큼 손쉽게 열렸다.

"뭐,  있어?"

눈을 감고 있던 로버트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어셔와 커너는 그럴만한 가치도 없었다는 걸 확실하게 보고 있었다.

"직접 봐봐."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눈을 감았다 뜨고는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로버트의 모습에 어셔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도발하더니 본인이 제일 무서워하고 있다. 창문이 없어서 그런지 어둡긴 했지만 문을 통해 들어간 햇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안은 정말로 텅 비어 있었다. 단지 녹이 쓴 것처럼 오래되고 쿰쿰한 쇳내만이 집 안에서 풍겨왔다. 역시 마을의 규칙 중에는 제대로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집의 문을 그대로 닫아버렸다.

"나뭇가지나 계속 주워 나중에 어른들이 돌아와서 축제에  불쏘시개가 적은 걸 보면 어떻게 하려고."

어셔는 조금이라도 어른들에게  보이기 위해 열심히 나뭇가지를 모았다. 이때는  이상  오두막과 연관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머지않아 그 오두막의 끔찍한 비밀을 알게 될 것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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