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비밀친구.
소녀의 은밀한 균열은 자지의 끄트머리가 닿은 것만으로 알 수 있을 만큼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어셔가 그곳을 혀로 핥고 빨았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소녀의 둔덕에 작은 도끼 자국 같은 것을 만들어내던 도톰한 살점과 균열이 끈끈한 액체로 번들거리는 모습은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엔 모자랄 것 같았다. 소녀의 균열에 손가락을 넣어보았던 어셔는 그것이 소녀의 안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는 걸 눈치채고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이미 빨갛게 부풀어 올라 터질 듯한 자지의 끄트머리로 소녀의 균열을 쿡 찔렀다.
"아으."
물론 그 행동은 소녀의 보지에 자신의 자지를 넣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의 자지는 그녀에게 들어가지 못하고 소녀의 균열을 감싸는 폭신한 살점에 막힌 것처럼 빗나갔다. 때문에 돌아오는 건 소녀의 앓는 듯한 신음뿐이다. 어셔는 입구가 다른 건지 생각해 보았지만 제 친구들이 동네 바보와 하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곳이 확실하게 입구가 맞았다. 그의 물건에 비하면 소녀의 조그마한 균열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왜 이렇게 잘 안 들어가는지 답답하고 안달 난 마음에 소녀의 균열을 제 자지의 끄트머리로 몇 번을 문질렀을 때였다.
"흐아!"
소녀의 놀란 목소리와 함께 균열의 어느 한 부분에서 소녀의 은밀한 구멍을 가려주던 도톰한 살점이 그의 자지를 거부하지 않고 미끄러지듯 벌어져 남근의 끄트머리를 갓 부분까지 저항 없이 삼켜버린 것은. 지금까지 커다란 버섯 같은 자지를 거부했던 게 거짓말이라고 말하 듯 균열이 쪼옵 하는 소리를 내며 그의 물건을 받아들였다. 자지의 끄트머리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쾌락에 어셔는 전율했다.
"흐으으."
아래를 내려다보면 소녀의 둔덕에 작은 도끼 자국을 만들어내던 도톰한 살점들이 벌어져 소년의 물건 끄트머리를 입술처럼 물어 삼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안달이 났던 만큼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허리를 당겨 소녀의 은밀한 구멍에 자신의 자지를 남아있던 부분까지 전부 찔러 넣었다.
"으그읏!"
벨카의 단말마와도 같은 신음과 함께 그와 소녀의 사타구니가 밀착되고 이윽고 소녀의 은밀한 구멍은 어셔의 자지를 뿌리까지 삼켜버리고 말았다.
"아, 아아."
중간에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과 벨카가 내는 고통스러운 신음에도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소녀의 보지에 기어코 자신의 물건을 전부 넣어버린 어셔는 정신이 날아가 버릴 듯한 쾌감에 생각하는 것조차도 고역이었다. 따뜻하고 축축한 부드러운 살들이 자신의 자지를 부드럽게 감싸 무는 듯한 그 느낌. 어디에서도 느껴본 적이 없는 낯선 감각이 그의 남근을 꽉 조이며 쾌감을 일으키고 있었다. 오줌 같은 건 싸고 싶지 않은데도 금방이라도 오줌을 쏟아낼 것 같은 이상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것마저도 황홀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어셔는 언젠가 형들이 몰래 하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섹스라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지 이야기하며 그런 경험을 했다면 대단한 일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자랑하고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모두 부러워했었다. 정작 어셔는 실감할 수 없었다. 그때는 그게 뭔지도 몰랐고 뭘 해봐야 알던가 할 텐데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는 그들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나 기분이 좋으니까 그렇게 자랑하듯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제 친구들도 분명 이렇게 기분이 좋았겠지. 그는 곧바로 허리를 움직였다.
"아윽! 읏."
찔꺽찔꺽, 끈적한 액체가 붙었다 떨어지는 묘한 소리에 신경이 집중되어 벨카가 고통을 참는 소리도 지금의 어셔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지금 머리보다는 몸이 원하는 대로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행동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온 배뇨감에 끝을 맞이했다. 그의 자지가 저 혼자 다른 생물처럼 그의 의지를 벗어나 제멋대로 요동치며 소녀의 안에 꿀렁꿀렁 뜨거운 액체를 털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어셔는 깜짝 놀랐지만 허리를 당겨 자지를 소녀의 보지에 깊이 찔러 넣을지언정 빼내지는 않았다.
그는 제법 오랜 시간 동안 그것을 쏟아내느라 벨카의 몸에 딱 달라붙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모든 걸 털어냈을 때 그는 정신을 차렸다. 오랫동안 쌓아온 묵은 때를 씻어낸 것 같은 개운함을 느끼면서도 땀이 배어 나와 빗물에 젖은 옷이 찝찝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소녀와 맞닿아있는 피부와 안에 들어가 있는 자지는 기분이 좋았지만 벨카가 어떨지 뒤늦게 걱정이 되었다. 어셔는 소녀를 짓누르듯이 올라타 엎드려 있던 몸을 일으켰고 곧 그의 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벨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소녀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벨카?!"
어셔는 허리를 흔들 때 벨카가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었다는 것을 뒤늦게 기억하고 놀라며 그녀를 불렀다. 그의 아래에 깔려있던 소녀의 허리에 팔을 둘러 조심스럽게 안아 올리자 그의 품에 쓰러지듯 몸을 기대는 벨카. 그의 가슴팍에 소녀의 붉은 머리카락과 여전히 고통을 참는 듯한 가쁜 숨결이 닿았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을 감추려는 것처럼 벨카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애써 고통을 참는 소녀의 모습에 죄책감이 들어 어셔가 어쩔 줄 모르자 간신히 짜낸 듯한 벨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으읏, 나는 괜찮으니까."
그러면서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든 소녀는 미소 지었다. 그의 품속에서 눈물을 모두 닦아내려 했는지 남아 있는 건 미소 짓는 소녀의 눈가에 간신히 남아있는 한 방울뿐이다. 그를 안심시키려는 것처럼. 그러다 문득 하반신을 타고 흐르는 따뜻한 액체의 느낌에 소녀의 몸을 조금 떼어놓고 보니 그의 자지와 소녀의 보지가 만나는 접합부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액체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비와 풀, 소녀의 향기로 가득했던 이곳에 알싸한 철 냄새가 섞여들었다. 그건 심부름을 받아 찾아간 적이 있는 마을의 도축장에서 언뜻 목격했던 피 냄새와 비슷했다.
도축장의 땅을 붉게 물들인 붉은색의 주인을 찾을 수는 없었으나 그 생리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섬찟함을 어셔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화려하게 피어난 꽃 같은 벨카의 머리카락처럼 부드러운 색이 아닌 보는 이로 하여금 이유 모를 섬뜩함을 가슴속에 찔러 넣는 붉은색. 그것이 지금 소녀의 국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좀 거칠게 놀다 보면 자주 보곤 하는 색이었지만 이렇게나 가녀린 소녀의 몸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오니 가슴이 아팠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지 그랬어."
그러면 멈추기라도 했을 텐데. 어셔는 정말로 그랬을지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면서 후회되는 마음에 벨카에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소녀의 보지에서 빼지 않은 자지가 다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 더욱. 하지만 소녀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후으, 하지만 기뻤는걸. 어셔가 나를 원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벨카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아랫배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의 자지가 들어가 있기 때문인지 조금 볼록해진 것 같은 자신의 아랫배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소녀는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하나가 되어서 정말로 기뻐."
어셔가 안심하기를 바라며 애써 미소 짓는 벨카의 모습은 그가 그녀에게 느끼는 미안함과는 별개로 그의 자지를 크게 부풀어 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쯤 되니 그는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신의 물건이 야속할 다름이다. 그리고 그건 그의 자지를 받아들이고 있을 소녀에게도 확실하게 느껴졌으리라. 벨카는 이제 고통과 눈물과는 별개로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읏, 더... 하고 싶어?"
어셔는 차마 부정할 수 없어서 제 얼굴을 돌려서 소녀의 시선을 피했다. 정말로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고 그렇다고 하고 싶다고 말하자니 벨카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렇게 그들이 얼굴을 붉힌 채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소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어셔, 누워줄 수 있을까?"
그러면서 벨카가 그의 상체를 밀었다. 고작해야 소녀의 힘에 그가 밀려날 리는 없었지만 그는 순순히 밀려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딱딱한 느티나무의 줄기에 그의 등이 닿았다. 지금 그는 빗물에 젖어있긴 해도 상의를 입고 있어서 그 딱딱함과 차가움이 덜 느껴졌지만 소녀는 맨살이 그대로 닿았을 거라 생각하니 배려가 부족했다고 자책하면서도 소녀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 이제는 벨카가 그의 위에 올라타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소녀의 나신은 위에서 올려다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의 몸을 감싼 말랑말랑한 허벅지와 여전히 그의 물건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 소녀의 은밀한 균열, 그의 자지가 들어가 살짝 튀어나온 군더더기 없는 배와 잘록한 허리까지. 봉긋한 가슴 위에 한 손을 얹은 벨카는 나머지 한 손으로는 그의 배를 짚어 지탱하고 붉어진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운 꽃잎 같은 소녀의 붉은 머리카락 끝이 그의 맨살을 간질였다. 그리고 소녀가 직접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아, 쾌락의 파도가 그를 덮쳤다.
"으읏, 흐아."
벨카가 그 가녀린 허리를 들었다 놓을 때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속살이 그의 자지를 스쳤다. 금방이라도 뱉을 것처럼 끈끈한 액체로 번들거리는 그의 자지가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려 할 때까지 오르다가 다시 내려와 그의 물건을 전부 삼켜버린다. 소녀는 그의 물건으로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움직이면서도 그의 고기 막대를 자신의 은밀한 균열로 꽉 물고서 놓아주지 않았다. 그가 처음 벨카와 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어셔가 무작정 허리를 움직이느라 느끼지 못했던 은은한 쾌락.
"으으."
소녀가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는 만큼 깊은 쾌락이 그를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오줌과 비슷한 것을 쏟아낼 것 같지만 쏟아내지 않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오가는 감각에 헤어나갈 길도 없이 중독될 것 같았다.
"윽!"
다만 벨카에게서 가끔씩 새어 나오는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것을 의도한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소녀는 아픔을 꾹 눌러 참고 그를 위해 허리를 움직였다.
"흐응!"
그러다 새어 나온 벨카의 신음 속에는 조금이나마 쾌락이 섞여있었다. 소녀가 허리를 들었다 놓을 때마다 붉은 머리카락이 살랑이며 그의 피부를 간지럽히고 축축하게 젖어있는 소녀의 은밀한 균열은 그의 자지를 삼켰다 뱉으며 쯔으읍, 찌꺽찌꺽 끈적한 소리를 내었다. 연신 황홀한 감각이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가운데. 연거푸 들려오는 소녀의 신음.
"흐읏, 하앗!"
첫 경험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소녀는 직접 허리를 움직이면서 조금씩 조금씩 쾌락에 젖어가고 있었다. 벨카는 허리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벅차 스스로가 그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어셔는 아찔한 감각 속에서도 그런 소녀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다 소녀의 안을 파고든 자지가 저 혼자서 요동쳤다. 이번에도 그의 의사는 없었다. 차곡차곡 쌓여가던 쾌락은 결국 균형을 무너트린 것이다. 오랫동안 간신히 유지되던 균형이 무너지면서 자지가 꿀럭꿀럭 쏟아내는 것의 양은 그만큼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아흣!?"
자신의 균열로 그의 자지를 문 채 끝까지 삼킨 소녀는 그것이 쏟아내는 모든 걸 그대로 받아들이며 작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자지가 모든 걸 쏟아냈을 때. 들려오는 벨카의 목소리.
"하으, 기분, 좋았어?"
구슬땀이 흐르는 하얀 살결과 희미하지만 확실한 쾌락이 섞인 지친 숨을 내쉬던 벨카가 늘 그렇듯 몽글몽글 피어나는 애정으로 가득한 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위에 올라타 있는 소녀의 뒤로 저 높이 솟은 느티나무가 보였다. 비를 내리는 먹구름만으로는 가릴 수 없는 햇빛의 잔여물이 나뭇잎 사이로 비쳐 들어왔다. 그와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하듯 소녀의 금빛은 그를 향한 애정으로 가득했다. 상반되는 것이라 결코 공존할 수 없는 것이 공존하는 듯한 그 모습이 어찌나 신비롭고 사랑스러운지 벨카는 모를 것이다.
그러다 또 자신의 물건을 타고 액체가 흐르는 감촉에 어셔가 굳은 얼굴로 상반신을 일으켜 자신의 것을 삼키고 있는 소녀의 균열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닐까? 벨카를 무리하게 한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보았을 때였다. 그들의 접합부에서 새어 나온 것은 섬뜩한 붉은색이 아닌 하얗고 투명한 것이었다. 심지어 점성을 가지고 끈끈하게 늘어지는 모습이 제 친구들이 하던 일을 엿보면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벨카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건 정액이라는 거야. 지금처럼 남자의 성기에서 여자의 성기에 들어가면 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해."
벨카는 끝까지 그가 궁금해했던 것을 가르쳐주려 했다. 하지만 어셔가 가장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
"벨카도 아기를 만들 수 있어?"
"...응."
그의 물음에 소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붉어진 얼굴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그맣게 들려오는 벨카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고 생각했던 그의 흥분을 다시 불러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흐으읏?!"
그리고 들려오는 벨카의 신음.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덩이들이 다시 커져버린 자지를 꽉 무는 느낌과 함께 쾌감이 찾아왔다. 분명히 이 감각은 자신의 물건에서만 느껴지는데 전신을 떨게 만드는 쾌락은 대체 무엇일까? 이 섹스라는 행위는 지금도 하고 있음에도 이해할 수 없는 강렬한 쾌감을 주었다. 아이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 이렇게 기분이 좋아도 되는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일이라면 굳이 아이를 만들려 하지 않아도 계속하고 싶었다. 이내 그의 허리가 소녀에게 바짝 붙자 그의 물건이 소녀의 안쪽을 가득 채웠다.
"우으으, 너무해."
"미, 미안!"
그 후로도 제 물건으로 소녀를 몇 번이나 찌르며 억지로 신음을 내뱉게 만들고 끝내 소녀의 안에 한 번 더 정을 쏟아낸 어셔는 몸을 가누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벨카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느티나무에 기대어 금빛에 작은 원망을 담고 그를 바라보는 소녀의 눈빛이 따가웠지만 이내 소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 지었다. 그동안 줄기차게 퍼붓던 비가 드디어 그쳤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정말로 기분 좋았지."
어셔는 그 일을 떠올리며 가파른 길을 조심조심 내려가고 있었다. 비록 젖은 옷을 입고 돌아가는 것이 찝찝하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마을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웬일로 가볍게 느껴졌다. 그렇게 도착한 집. 어셔는 버릇처럼 제 집에 누군가 찾아오지 않았는지 살펴보았다. 집 뒤편이 보이는 옆 마당을 살피다가 집 앞을 살피려 했을 때였다.
"어? 맥 아저씨?"
그의 집 방문을 열고 나오는 한 사람과 마주친 것은. 그는 제법 후덕한, 호감형이라기엔 무리가 있는 모습이었지만 활동적인 성격을 보여주듯 굵은 팔뚝과 커다란 덩치를 가진 남성이었다. 그의 모습을 본 어셔는 얼떨떨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마을에서 나무꾼으로 일하는 많은 어른들 중에 한 명으로 어셔에게 특별히 잘해주는 몇 안 되는 어른이었다. 그가 왜 자신의 집에서 나오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어셔? 대체 어딜 갔다가 오는 거니? 비를 쫄딱 맞은 모양이구나."
그 또한 놀란 듯 그에게 물으니 어셔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맥은 말을 이었다.
"사실 너에게 해주려는 게 있었는데. 너는 집에 없고 비가 내려서 어쩔 수 없이 기다리다가 비가 그쳐서 가보려고 했는데. 다행이구나."
"그게 뭔데요?"
맥의 말에 어셔는 곧바로 기대를 품고 그에게 물었다. 다른 어른들이 무언가 해주겠다고 하면 조금 의심스러웠겠지만 맥은 먹을 것으로 감자 말고도 가끔 과일이나 케이트 아줌마에게서 산 빵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그러자 맥은 그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말해주면 재미없지!"
"에이, 그게 뭐예요."
"그냥 내가 가고 집 안에 들어가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그가 친근하게 다가와 그의 머리를 팔로 감고 거칠게 쓰다듬어도 어셔는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집 안에 두었다는 선물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도 그는 섣불리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어보지 않고 대문의 앞까지 그를 배웅했다. 아무리 그에게 잘해주는 어른이라도 이렇게 살갑게 굴지 않으면 곤란해질 수 있었으니까.
"안녕히 가세요!"
"오냐! 적당히 즐기다가 내일 저녁이 되기 전에 갖다 주렴!"
그의 마지막 말을 들어보면 그의 선물은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느낌인 것 같다. 그렇다면 좀 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물건이라는 뜻이니 그는 괜히 실망스러웠다.
"하아, 빌려준다고 했으니 먹을 건 아닐 테고 장난감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더 기분이 좋지 않다. 기왕이면 먹을 것이나 유용한 도구 같은 것이 좋은데. 그가 계속 써도 되는 것이라면 장난감도 나쁘지 않겠지만 빌려주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장난감 같은 건 망가트리기 쉬우니까 잘못하면 골치만 더 아프다. 이번에는 맥 아저씨가 원망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방문에 손을 올렸다. 일단 집에도 들어가야 하고 대체 무엇을 빌려주기에 저렇게 기대하라는 듯이 행동했는지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었으니까. 아무런 기대도 없이 방문을 열자 보이는 것의 모습에 어셔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은 어셔가 생각했던 그 어떤 것과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그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선물이었다. 그것을 선물이라 불러도 될지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것의 옆에 있는 빵 두 개가 선물이라고 한다면 믿었을 테지만 맥 아저씨는 내일 돌려달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저 빵들은 절대 아닐 테고 남아 있는 건 하나, 아니, 한 명이었다.
"너, 너!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그의 방 안에 있는 건 한 여자아이였다. 기다란 흑발에 꽤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여자아이는 분명 어제 제 친구들과 그런 일을 하던 동네 바보였다. 그녀가 방 안에서 텅 빈 무저갱 같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