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비밀친구. (4/220)



〈 4화 〉비밀친구.


어셔는 익숙하게 구멍을 타고 올라 언제나처럼 그를 기다리고 있을 벨카를 만나기 위해 거대한 나무로 가득한 숲을 걸었다.  숲의 나무들은 정말 이상할 정도로 커다랬다. 마을의 근처를 둘러싼 숲에는 비교적 작은 나무들이 있었는데  숲에 비하면  숲은 아마도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누누이 이야기하던 곳이라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사는 마을에는 이상한 규칙이 몇 가지 있었다. 예를 들어 나무꾼이 아니라면 커다란 나무가 자라는 숲에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과 나무꾼이라 해도 밤에 숲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한다는 것처럼.

다른 규칙이  가지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어셔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숲에 들어가면 마치 큰일이 일어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그는 지금 잘만 이 숲을 돌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덕분에 자신만이 아는 비밀 장소가 생겼고 벨카 같은 친구가 생겼으니 어셔에게 마을의 규칙들은 그저 과장스럽고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길이 험하긴 해도 숲은 공기마저 상쾌해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데 말이다. 그는 곧 높은 나무들 사이로 눈부신 햇빛이 비쳐들어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후우웅, 불어온 바람이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 듯 휘감고 지나갔다. 어두운 숲에서 나와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잠시 멀어버린 눈이 다시금 시야를 되찾았을  맑은 하늘과 그 하늘을 떠받치는 커다란 느티나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을 따라 파도치는 초록빛 벌판과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이곳은 어셔가 아는 세상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나무로 된 물건들이 부딪혀 절그럭거리는 소리보단 부드러운 풀들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보다는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는 이곳.

"벨카! 나왔어!"

그가 자신이 왔음을 알리기 위해 소리치면 느티나무의 밑동 근처에서 조심스레 고개를 내미는 붉은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커다랗고 구불구불한 느티나무의 아래 줄기에는 작은 소녀가 들어가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오목한 곳이 있었고 그곳은 소녀가 그와 함께 자주 앉거나 숨어있는 곳이었다. 소녀는 그를 확인하고 완만한 나무줄기를 걸어내려왔다.

"오늘은 빨리 왔네."
"그, 그런가?"

어셔는 벨카의 말에 당황했다. 생각해보니 소녀의 말대로 그가 평소보다 일찍 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해가 하늘의 중심을 넘고 더 기울었을 때가 되어서야 벨카를 만나러 왔었다. 왜냐하면 그때쯤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한참 열심히 일할 시간이라 저녁때까지 그에게 신경을 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어제 제 친구들이 동네 바보에게 했던 일과 갑자기 이상해진 자신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서 집에 들르지도 않고 무작정 달려와버렸으니까. 지금은 정오였다.

벨카는 당황하는 그의 모습이 이상한 듯 그 화사한 금빛으로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어셔는 그에 따라 사르륵 소리를 내며 흐르는 소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쫓다가 벨카의 시선이 자신의 손으로 향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빵을 그대로 들고 왔었다. 마침  됐다 싶은 마음에 물었다.

"맞다, 오늘 케이트 아줌마한테 받은 건데 먹을래?"

그는 가끔 이렇게 제 몫의 음식을 이곳에 들고 오곤 했었다. 주로 받기 힘든 빵 같은 것이라면 하나라도 벨카와 나눠먹고자 들고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건."
"자, 오늘은 두 개나 받았으니까."

벨카는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그가  하나를 떠맡기 듯이 안겨주자 어쩔 수 없이 받아드는 그녀. 소녀에게 음식 같은 것을 가져오면 항상 이런 식이다. 그녀가 평소에 무엇을 먹는지 알 수는 없어도 아무래도 또래의 아이들보다 작고 여린 몸이 제대로 먹는 것 같지가 않아서 빵 같은 것이 생기면 늘 이렇게 가져 오곤 했다. 어셔가  말을 할만한 입장은 아니었지만 키가 작은 그에게도 작은 소녀는 어딘가 위태로워서 소녀가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그는 이런 음식을 꿋꿋이 들고 왔다.

"언제나 고마워."
"어, 응."

그러자 순수하게 기뻐하며 미소 짓는 소녀의 모습에 오늘따라 그의 가슴 한구석이 따끔거리는 것은 어째서일까? 제 친구들이 동네 바보에게 하고 있던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장면을 본 이후로 이상해진 자신이 궁금해서 벨카에게 물어보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은근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 없어서 더 그랬다. 부담스러운 마음에 어셔가 소녀의 시선을 피하자 벨카의 의아한 시선이 그를 따라붙었다.

"아파? 치료해 줘?"

그가 아픈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소녀의 그런 말이 들려왔다. 딱히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가슴이 유난히 따끔거렸다. 역시 자신이 이상해진 것이라 생각하며 어셔는 소녀에게 어제 있었던 일들과 그 이후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려 했을 때였다. 후드둑, 물줄기가 떨어져 내린 건.

"비?"

하늘을 올려다보니 커다란 느티나무에 가려져 몰랐지만 뿌연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는  먹구름에서 땅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일단  안쪽으로 들어가자."

그들은 비를 피해 느티나무의 줄기로 다가가 소녀가 있던 나무줄기에 나란히 앉아서 비가 내리는 모습을 구경했다.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나무와 들판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어느덧 들판은 비를 피하려는 듯 하얀  이불을 두르고 이곳에 언제나 가득했던 풀 내음은 촉촉한  냄새를 머금었다. 다행히 그들이 있는 느티나무 아래는 나뭇잎과 줄기가 워낙 빽빽해서 비가 들이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비를 막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와 벨카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물고 비가 내리는 모습을 계속 구경하고 있으니 어셔는 추위로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 보니 그의 옷과 몸이 비에 전부 젖어버렸던 것이다. 밖은 저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느티나무의 아래는 비가 내리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옷이 젖어가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어셔는 이대로라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낭패감을 느끼고 있으니 소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워?"
"헉?!"

그에 벨카를 본 어셔는 헛숨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진작에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가 느티나무 사이로 떨어진 비에 젖은 만큼 소녀도 젖어있었던 것이다. 단지 그뿐이었다면 좋으련만 소녀의 검붉은 원피스는 비에 젖어서 이제  역할마저 잊어버린 듯 반투명한 모습으로 소녀의 낭창낭창한 몸에 달라붙어 여리지만 나긋나긋하고 아찔한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크지는 않아도 확실하게 스스로를 주장하는 가슴의 융기, 그 끝에 매달린 자그마한 과실 또한 물에 젖은 얇은  하나로는 감출 수 없었다.

 아래로 내려가면 군더더기 없는 배 위에 자리 잡은 앙증맞은 배꼽이 슬며시 엿보이고 그 아래로는 매끈한 허벅지가 소녀의 은밀한 계곡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는 모습까지 속절없이 드러나 있었다. 검붉은 원피스가 젖어버린 상태에서도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허벅지 사이의 얇은 천막이 아니었다면 그 아래까지 전부 드러났을 법한 모습에 어셔는 꼴깍 침을 삼키며 제멋대로 부풀어 오르려 하는 고추를 억지로 눌러 참았다. 그리고 걱정을 가득 담은 소녀의 금빛을 보고 말했다.

"괜찮아! 이 정도는 춥지도 않으니까!"

물론 허세였다. 벨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자신의 고추가 부풀어 오른 것을 소녀에게 들킨다면 정말로 최악이었으니까. 어셔는 이 사랑스러운 비밀친구를 결코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녀는 무심하게도 그에게 다가왔고 이어지는 벨카의 행동에 어셔는 몸을 뻣뻣하게 굳히고 말았다. 왜냐하면 소녀가 그의 무릎 위에 앉더니 그의 품에 기대왔기 때문이다.

"같이 있으면 춥지 않을 거야."

그리고 여전히 무감정하지만 어쩐지 즐거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벨카의 말대로 그는 더 이상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지나치게 크게 느껴지는 소녀의 부드러운 감촉과 체온 때문이었다. 평소에도 작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품에 쏙 들어오는 여리디여린 소녀는 직접 안고 있으니 더욱 가녀리게 느껴졌다. 소녀의 피부가 젖은 옷을 사이에 두고 그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운 감촉을 그에게 그대로 전하고 비에 젖었지만 소녀의 따뜻한 체온은 그에게 닿아 있다는 것만으로 홧홧해서 뜨거운 난로에 몸을 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사실 벨카의 행동이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서로를 안는 일이 많았으니까. 단지 문제는 어셔에게 있었다. 평소와 똑같은 소녀의 행동이었음에도 평소처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에게 몸을 기대고 있는 소녀. 어셔는 무방비하게 드러난 하얀 목덜미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벨카에게서 나는 달큼한 동백꽃 향기가 오늘따라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그의 착각일까? 코끝을 자극하는 소녀의 향기에 그 향기가 풍기는 소녀의 몸에 코를 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 사이에 애써 숨겨놓은 고추가 꿈틀거렸다.

쏴아아, 멀리서 빗소리가 들려왔다. 느티나무의 나뭇가지와 줄기를 타고 흐르다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그와 소녀의 침묵을 매운 사이 꼴깍 침을 몇 번이나 삼켰는지 이제 알 수도 없었다. 그 소리가 그의 귀에 지나치게 크게 들려서 벨카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커진 것을 들키지 않고자 허벅지 사이에 끼워 넣은 고추가 아팠다. 커진 속도만큼 빠르게 진정했으면 좋을 텐데. 그게 어셔의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오히려 진정시키려 할수록 젖은 옷 너머로 느껴지는 소녀의 부드러운 감촉과 코를 자극하는 향기에 진정되기는커녕  커지는 것 같았다.

그의 허벅지 사이에 끼워놓은 고추가 뜨겁게 느껴졌다. 어셔는 이걸 여자아이의 아래에 있던 구멍에 넣었다 빼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이 무슨 행위인지 벨카에게 물어보고자 했던 그였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걸 정말로 말해도 되는 것인지 고민하면서도 그의 시선은 자신의 품에 기대어 앉은 소녀에게  박혀 있었다. 만지고 싶다.라고 생각했을 때. 어셔는 이미 소녀에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벨카가 놀라지 않게 느리게 아주 천천히. 두 손을 움직여 소녀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그의 팔에도 소녀의 말랑거리는 피부가 느껴졌다. 젖어있는 옷은 소녀의 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끌어안아졌음에도 당연하다는 듯 어떤 반응이 없는 벨카는 그의 행동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어쩐지 심술이 난 어셔는 소녀의 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달콤한 향기가 진해졌다.

"...어셔?"

그제야 그의 행동에서 다른 것을 느꼈는지 벨카가 의아한 기색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커진 탓일까? 그는 드디어 소녀에게 친구들이 했던 일과 이상해진 자신에 대해 물어볼 용기가 생겼다.

"벨카,  궁금한 게 있어."
"궁금한 것?"

어셔가 평소와 같은 목소리를 가장하자 벨카는 의심하지 않고 몸을 돌려 그를 마주했다. 그 과정에서 그의 팔과 몸을 스치며 닿는 소녀의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가련한 비밀친구는 언제나 그와 눈을 마주하고 사소한 것조차 궁금증이 생기는 그의 질문에 귀찮아하지도 않고 언제나 무엇이든 가르쳐주었다. 그가 이해하기 힘들다면 그림을 그려서 그림으로 모자라다면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그렇게 상냥하게. 소녀는 무구한 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무엇이든 맡겨달라는 듯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언제나 무표정하고 평이한 어조의 벨카지만 이상할 정도로 그 감정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아무런 연고가 없는 어셔에게 있어서 이토록 선명한 애정과 가르침을 끊임없이 선물하는 소녀를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까? 단순한 친구라고 정의하기엔 벨카는 어셔에게 너무나 특별했다. 그런 소녀였기에 그는  애타는 욕망을 말로 하려 하니 목이 매이기라도 한 것처럼 힘들었다.

"어셔?"

그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자 벨카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말로 하기엔 너무 어려워서 결국 꾹 눌러 감춰놓으려 딱 붙여놓았던 허벅지에서 힘을 빼고 양옆으로 벌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튀어나온 그것이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아있던 벨카를 쿡 찔렀다. 그것을 느꼈는지 소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 자신의 아래쪽으로 시선을 향하더니 벨카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이건."

새하얀 꽃잎에 봉선화 물을 들이듯 서서히 붉게 달아오르는 소녀의 얼굴을 지켜보고 있으니 그 또한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게, 어제부터 갑자기 이상해져서."

그는 어제 벨카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갔던  제 친구들이 동네 바보에게 했던 일과 그 이후로 이상해진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건 레나에게 그런 짓을 하고 이토록 사랑스러운 비밀친구에게 삿된 욕망을 품은 자신의 잘못을 은근히 제 친구들에게 돌리는 비겁한 변명이었다. 그리고 그런 어셔의 이야기를 들은 소녀의 경우. 자신을 감싼 그의 팔 속에 갇혀 어쩌지도 못하고 눈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사냥꾼과 눈을 마주친 사슴 같았다. 하지만 어찌하랴 그녀는 이미 사냥꾼의 덫에 단단히 걸려 빠져나갈 수도 없는 상태였다.

소녀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가 평소와 같을 것이라 생각하고 행동했다는 것뿐이었다. 소녀는 붉은 얼굴을 좀처럼 진정시키지 못했고 언제나 그를 바라보던 금빛은 아래를 보고 있었다. 젖은 천을 사이에 두고 그 끝으로 쿡쿡 자신을 찌르고 있는 그의 것을 보고 있는 것처럼. 그는 이런 자신에게 벨카가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부러 더 순진한 척 물어보았다.

"가르쳐 줘. 벨카."

어셔는 알고는 있었다. 이것이 그가 궁금해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르쳐주었던 소녀에게 무척이나 짓궂은 말이라는  정도는. 그는 벨카에게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가르쳐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해진 자신의 몸과 친구들이 했던 그 행위를. 낯설고 서투른 욕망이 평소의 소녀를 기대하고 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 일로 벨카가 자신을 미워하게 되지는 않을까? 쿵쿵 떨리는 그의 가슴에 어셔는 스스로가 한심하고 바보 같다고 책망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윽고 소녀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이렇게 커버렸구나."

슬픈 듯 기쁜 듯 알 수 없는 정말로 작고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목소리였다. 때문에 벨카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어셔는 그녀가 거절하려는 것이라 생각하고 소녀를 놓치지 않으려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은 팔에 더 힘을 주었다. 그러나 소녀는 그런 그의 행동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에게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지도 않았다. 그에 어셔는 의아해하면서 벨카를 마주했고 그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네가 원한다면."

평소와 달리 봉선화 빛으로 물든 소녀의 얼굴은 감출 수 없었지만 그 금빛에 담긴 헤아릴  없는 아득한 애정은 변함없이 어셔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습을 보고 있으니 벨카에게 못된 마음을 품고 짓궂게 굴었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서 소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벨카는 그런 어셔를 이해한다는 듯 그의 뒷머리를 작은 손으로 쓰다듬어주었다.  자애로운 손길에 더 부끄러워진 그였지만  와중에도 그의 고추는 좀처럼 진정되지가 않았다. 오히려 벨카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으니 그 말랑거리는 감촉과  냄새가 섞인 소녀의 향기가 더 진하게 느껴져서 고추가 더 단단해진 것 같았다.

그렇게 커진 것은 소녀의 어느 곳을 또 찌르고 있어서 다시 낯선 욕망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부풀어 오른 것을 어떻게든 가라앉히려고 해보았다. 그러다 힘을 주는 바람에 단단해진 고추가 위로 튀어 올랐을 때 소녀의 몸이 들썩였다.

"흣?!"

벨카가 당혹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어셔는 너무 부끄러워서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쥐구멍에라도 숨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때 마주 보고 있던 소녀의 금빛에 언뜻 결연한 기색이 스쳐서 미처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는 고운 두 손. 어셔의 눈길도 내려가는 벨카의 손을 쫓고 있었다. 왜 그러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어셔는  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저 본능이 그러라 말하고 있었다. 이내 소녀의 두 손이 빗물에 젖은 원피스의 치맛자락에 닿았을 때 어셔는 벨카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떨리고 있는 작은 손이 망설이는 것 같으면서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여린 몸에 착 달라붙어 있던 치맛자락이 걷어 올려지자 제일 먼저 드러나는 것은 소녀의 매끈한 허벅지였다. 그와 마주 본 상태로 그의 위에 올라타 있어서 벌어진 소녀의 허벅지 아래는 형태가 조금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것이 당연 흠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만 더 본다면 이성을 잃을 것 같아 고개를 돌려버렸을 때. 벨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을 봐줘. 어셔."

듣기만 해도 입안이 아릴만큼 달콤하게 애원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에 고개를 다시 돌리면 부끄러움으로 잔뜩 얼굴을 붉히고 금빛에도 수치심이 눈물이 되어 맺힌 소녀가 보였다. 그의 시선이 소녀의 손이 내려갔던 길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투명해진 원피스에 비치는 작은 가슴을 타고 배의 중반까지 그려지던 곡선은 벨카가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면서 사라졌지만 그 아래로 보이는 뽀얀 속살과 다시 이어지는 곡선은 치명적이었다. 허벅지와 아랫배가 나누어지는 경계에 자리 잡은 수수한 천 쪼가리 같은 얇은 속옷은 역시 빗물에 젖어 제 역할을 미처 다하지 못하고 옅은 도끼 자국이 있는 둔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분에 넘치는 욕망이 흘러넘쳤으나 뿐만이 아니었다. 소녀의 둔덕은 무언가 단단한 것에 닿아 형태가 살짝 뭉개져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야 어셔는 자신의 고추가 소녀의 어디를 찌르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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