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비밀친구.
난생처음으로 본 여자아이의 맨살은 같은 사람의 것임에도 시선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빼앗기는 시선이 여자아이의 맨살을 꼼꼼히 살피다 이내 그녀의 아래에 있는 구멍에 닿았다. 남자에겐 있는 고추가 여자에겐 없었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없는 여자의 그 구멍이 그를 유혹하는 것 같았다. 그의 친구들이 했던 것처럼 자신도 저 아이의 구멍에 고추를 넣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그는 이미 여자아이의 구멍에 고추를 넣고 있었다. 중간 과정도 없이 그저 생각했다는 것만으로 이루어진 일에 의문을 품을 새도 없었다.
소녀의 안에 자신의 고추를 넣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만족스러워서 자신의 고추를 받아들인 소녀의 얼굴을 본 순간. 붉은색이 흩날렸다. 불꽃보다는 그저 붉은 꽃과도 같은 예쁘고 오묘한 색. 그리고 그 색이 누구의 것인지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어셔."
소녀의 달콤한 미성이 그의 귀를 간질였다. 애정이 가득 담겨 흘러내릴 듯한 금잔화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아이라고 생각했던 건 어느새 소녀가 되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몸을 녹여버릴 듯한 행복이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었을 때 그는 눈을 떴다. 그러자 어둡고 낡은 나무 천장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꿈, 이었나?"
어셔가 그것을 깨닫는 순간 허탈한 마음이 몰려왔다. 찝찝하고 공허한 물감이 가슴속을 씻어내면서 그 질척함이 남아 아직도 공허한 기분을 만드는 것 같았다. 다행히 무더운 여름날이라 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무 문으로 새어들어오는 바람이 그의 몸을 으슬으슬하게 만들었다. 그리 추운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방안이 추운 것처럼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잠결에 팽개쳤던 얇은 이불을 덮으려 움직이는 순간 어셔는 하반신에서 찝찝하고 차가운 감각을 느꼈다. 게다가 끈적거리기까지 하는 기분 나쁜 감촉에 몸을 일으켜 바지춤과 팬티를 한꺼번에 잡아당겨 그런 느낌이 드는 팬티 속을 보았다.
"이건."
오줌 같은 건 아니었다. 오줌이라면 팬티와 바지를 가득 젖게 만드는 건 물론이고 이불까지 더럽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건 팬티 안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그대로 놔두기엔 찝찝하고 처음 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손을 넣어 만져보면 끈적끈적한 점성을 가지고 있었다. 손을 들어 냄새를 맡아보면 비릿하고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러다 이 냄새를 이미 맡아보았다는 걸 알았다. 그것도 그가 잠들기 전에 방 안에서 말이다. 때문에 어셔는 이것이 자신의 고추에서 나온 것이란 걸 깨달았다.
어셔는 자신의 집에서 바지를 벗고 여자아이에게 이상한 일을 하던 로버트와 커너의 모습을 문에 난 구멍으로 계속 지켜보았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집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단지 구멍을 통해 제 친구들이 하던 일을 지켜보며 자신도 해보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을 억누르는 것이 한계였다. 결국 로버트와 커너는 몇 번쯤 번갈아가며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고추를 넣고 빼기를 반복하다가 벗어 놓았던 바지를 입고 여자아이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이거 이렇게 입히는 거 맞지?"
"아마도 맞을걸."
그들이 자신의 몸을 멋대로 움직이고 옷을 입히는 도중에도 그녀는 그들이 움직이게 하는 대로 순순히 몸을 움직일 뿐 반응이 없었다. 덕분에 여자아이의 알몸을 전부 볼 수 있었지만 여유롭게 여자아이의 알몸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그런데 어셔는 왜 없지?"
"몰라, 아까 집에 간다더니 없잖아. 걔가 신출귀몰한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있으면 같이 하자고 하려고 했더니. 없는 자기 잘못이지."
로버트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커너에게 망을 보라고 말했고 어셔는 급하게 몸을 숨겨야 했으니까. 결국 그들이 서툴게나마 옷을 입힌 여자아이를 이끌고 사라질 때가 돼서야 어셔는 자신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방안에 가득한 땀 냄새와 이상한 냄새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한동안 문을 열어두고 냄새를 내보내야 했는데 그 냄새는 지금 자신의 팬티에 묻어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친구들이 했던 것처럼 여자아이와 그런 걸 하면 이런 게 나오는 것이라고 대충 이해했다.
정작 어셔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제 친구라는 것들은 그가 집을 비운 사이 여자아이와 그런 일을 실컷 하다가 그가 몰래 보고 있었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여자아이를 데리고 돌아가버렸으니 말이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짐작이 가는 게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야 잠들어있는 동안 그는 여자아이, 아니 벨카와 그런 일을 하는 꿈을 꾸었으니까. 그러다 어셔는 자신의 고추가 크게 부풀어 오른 것을 발견하고 당황했다.
"또 왜 이러는 건데."
단지 꿈에서 나왔던 걸 떠올렸을 뿐인데도 이러는 것일까. 고작 그런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끈적한 오줌 같은 것이 나온 것도 부끄럽고 꿈에 나왔던 벨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재빨리 팬티를 갈아입었다. 하지만 여전히 곤란한 것이 있었다.
"이건 어떻게 처리하지?"
끈적끈적한 것이 묻어 있는 팬티는 잘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일단 팬티를 씻기 위해 밖으로 나오면 보이는 어두컴컴한 마당은 노을이 지던 때보다 더 으슥하고 무서웠다. 팬티를 씻기 위해서는 마당의 구석에 있는 물을 담아놓은 통으로 가야 하는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달빛이 은은하게 마당의 어둠을 걷어내기 시작한 건. 그 모습에 빛이 비치는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달이 있었다. 달빛이 비치는 마당은 더 이상 무섭지 않았고 그는 마침 잘 되었다 생각하며 물통에서 바가지로 물을 떠내 팬티를 씻었다.
달빛은 그가 팬티를 전부 씻기 전까지 계속 빛을 비춰 주었고 그런 달빛이 생각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마을 사람들이 그의 생각을 안다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그는 빛을 비춰준 달이 고마웠다. 무사히 팬티에 엉겨 붙은 끈끈한 것을 씻어낸 어셔가 집안으로 돌아와 몸을 눕히니 금방 잠이 몰려왔다. 그리고 그가 다시 깨어났을 무렵에는 이미 동이 터오는 시간이었다.
"하아암."
비몽사몽하며 잠에서 깨어나 하품을 하고 있으니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주변을 살피면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옷을 말리기 위해 방 안에 널어 두었던 팬티가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팬티를 만져보지만 역시나 팬티는 마르지 않았고 아직도 축축했다. 그에 어셔는 한숨을 내쉬며 해가 떠있는 동안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집 옆에서 팬티를 말리기로 했다. 여름인 만큼 빠르게 마를 테니까. 혹시라도 집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들키기 전에 마르기만을 바라며 집의 벽면에 붙이듯이 팬티를 널어 놓았을 때였다.
"어셔, 있니?"
누군가 그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팬티를 말리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겨우 내색하지 않고 목소리의 주인을 생각해냈다.
"케이트 아줌마?"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마당을 보니 허리에 무언가를 메고 있는 여인이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이 마을에서 방앗간을 관리하며 운영하는 아줌마였다. 오늘은 그녀가 어셔를 돌봐주는 날이었던가?
"무슨 일이세요?"
"다행히 있었구나! 마침 필요한 게 있어서 나무꾼들에게 부탁하고 해야 할 일도 많아서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알다시피 우리 애들이 워낙 심하게 싸우지 않니?"
"그렇죠."
케이트 아줌마네 아이들은 쌍둥이로 각각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는데. 그 둘은 이 작은 마을 안에서도 심하게 다투기로 유명한 아이들이었다. 오죽하면 케이트 아줌마네 집 앞을 지나갈 때 아이들이 잠드는 밤이 아니면 꿱꿱대는 아이들의 싸움 소리와 그것을 말리는 케이트 아줌마의 고함소리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려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어쩐지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자는 척이나 모르는 척했어야 했나 싶었는데.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후회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만 조금 돌봐주지 않겠니?"
결국 어셔는 그녀의 간절한 눈빛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일을 부탁받는 것이 꼭 나쁜 건 아니었다. 보통은 식사로 맛없는 감자 같은 것을 대충 던져주는 다른 어른들이지만 그녀는 직접 만든 빵을 주었으니까. 빵을 만드는 솜씨도 좋아서 갓 만든 따끈따끈한 빵은 어셔가 그녀가 그를 돌보는 차례를 은근히 기다리게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셔 오빠! 톰이 밀었어!"
"네가 먼저 밀었잖아!"
이렇게까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상상이상으로 힘든 일이었다. 지치지도 않는지 한시도 조용히 있지를 않고 싸우거나 소리를 질러대서 싸움을 말리면 저 녀석 편을 드냐고 난리고 이것들을 콱 쥐어박아버리자니 그랬다간 동시에 케이트 아줌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이를 것이 뻔하니 한숨만 나왔다. 그렇게 아침부터 아이들에게 휘말리는 기분으로 그들을 돌보고 있으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너희 옛날이야기 좋아하냐?"
"또 옛날이야기야?"
"어른들은 자기가 귀찮아지면 꼭 옛날이야기를 하더라."
아이들의 날카로운 말이 그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일단 들어보고 생각해!"
아주아주 먼 옛날. 사람들 모두가 마법을 숨 쉬는 것처럼 사용하고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편리하고 편안한 삶을 살았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에이, 말도 안 돼."
그냥 재미삼아들으면 될걸. 이 녀석은 뭐가 이렇게 삐딱한 건지.
"못 믿겠으면 안 들으면 돼."
"아! 들어! 듣는다고!"
자꾸만 시비를 거는 것 같은 톰의 모습에 어셔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겠다는 듯이 행동하자 빼액 소리를 지르는 톰. 결국 듣고 싶었으면서 말이다. 어쨌든 모두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그때에는 인간이 지금처럼 오랜 시간을 들여 불을 피울 필요도 없이 간단하게 요리를 만들어 먹는 것이 가능했고 물조차도 귀찮게 우물에서 길어오거나 강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간단한 손짓만으로 불러오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아무리 멀리 있어도 순식간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는 마법이 생활에 빠지는 일이 없을 정도였다.
"오빠, 그럼 우리도 마법을 쓸 수 있어?"
"이 바보야! 우리가 마법을 쓸 수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불편하게 생활하고 있겠어?"
"누가 바보야!"
"또, 왜 자꾸 싸우려 드는데?"
이야기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싸우기 시작하는 아이들.
"하지만 얘가 먼저 시비 걸었단 말이야!"
"내가 언제!"
아, 벨카 보고 싶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듯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항상 그를 무심한 듯 다정하게 보듬어주던 벨카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두 아이들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는 덕에 생각보다 두 아이를 돌보는 것이 수월해졌다.
"또 싸우면 이야기 더 안 해준다."
"아, 안 싸울게."
"치사하게."
옛날이야기라고는 해도 벨카가 그에게 들려준 적이 있었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그대로 들려주는 것에 불과했지만, 솔직히 어셔도 벨카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누군가 외우라고 시킨 것이 아님에도 하나하나 열심히 외웠던 것이었다. 더욱이 그것이 마법에 관련된 이야기였으니 마법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어셔가 열심히 듣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사람들은 정말로 마법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옷을 만드는 것이나 집을 만드는 것, 농작물이나 가축을 키우는 것처럼 큰일부터 밥을 먹는 것. 씻는 것. 대화하는 것 같은 사소한 것들까지도 모두 말이다. 가능한 것은 무척이나 쉽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조차 가능하게 해주었다. 죽어가는 사람조차 간단하게 살릴 수 있었고 거의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계속되었다. 그만큼 마법이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우와, 부럽다. 그런 곳이었다면 우리 엄마도 굳이 힘들게 일을 할 필요가 없을 텐데."
"그러게."
드물게 쌍둥이의 의견이 일치했다. 이 녀석들도 자기 엄마는 걱정되는 모양이다. 그는 조금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게 마법으로 끝도 없이 편리한 생활을 이어가던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문제가 생긴 것을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그 누구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대체 왜? 어째서? 수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원인을 찾고자 계속 마법을 시도하고 끝에는 사람들의 몸이 변화한 것이 문제인가 싶어 몸을 조사하기에 이르렀지만, 결국 누구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만 확실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법으로 돌아가던 세상에서 마법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너무나 편리했던 마법 때문에 사람들은 게을러졌고 이미 마법 없이는 제대로 된 거동조차 할 수 없는 몸이 되어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마법은 몸의 일부와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그런 일부가 빠져버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만큼 마법이라는 것은 그 시대의 사람들에겐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모든 마법이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몇몇 마도구들은 마법이 사라진 뒤에도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었고 문제는 거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너도 나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마도구를 모으고자 큰돈을 들이거나 약탈하기에 이르렀다. 서로의 마도구를 노리고 전쟁까지 일어나는 바람에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치고 그들이 얻고자 했던 마도구들조차도 전쟁에 이용되거나 전쟁의 여파로 소실되는 바람에 결국 마법에 이어서 마도구들 마저도 자취를 감추어버렸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도구는 정말로 소수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으며 사람들이 더 먼 옛날과 같거나 그보다 못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가끔씩 마법사라고 불리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벨카의 이야기대로라면 먼 옛날에는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지금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경외와 존경의 대상이 되는 자들이 말이다. 그들은 어딜 가서든 대우를 받는다. 누구도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을 사용하는 선택받은 자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나도 마법을 사용하고 싶... 뭐야, 자잖아."
이야기를 하던 그가 정작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사이 아이들은 잠들어버린 모양이었다.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더니 어느새 잠들어버린 건지. 그렇게 활기차던 아이들이 얌전하게 잠들어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다른 느낌이다.
"시끄럽지도 않고 괜찮네."
그는 자유라고 생각하며 뻐근한 몸을 쭉 피면서 행복해하다가 정작 아이들이 잠들고 나니 할 일이 없어 심심해졌다. 일단은 케이트 아줌마의 부탁 때문에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이 집을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깨우자니 아이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잠들어 있는 아이들이랑 있어야 하는데.
"뭐 하지."
방 안에서 뭔가를 하기엔 정말로 할 것이 없었다.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답답한 마음에 방을 뒹굴어 다녔다. 자신의 집도 아니라 눈치가 보일 만도 하지만 눈치를 볼만한 사람들은 없거나 잠들어있었다. 그가 방안을 얼마나 구르고 다녔을까?
"심심해 뒤지겠네!"
"으으으."
소리를 지르자 깨어날 기색이 보이는 톰의 모습에 어셔는 곧바로 제 입을 막았다. 입을 다물고 당분간 조용히 있자 찌푸려진 인상을 푸는 톰의 모습에 그는 안도했다. 심심한 건 심심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깨어나서 귀찮게 구는 건 사양이었다. 그래도 심심한 마음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 아이들처럼 잠깐 잠이라도 자려고 했을 때였다. 레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은. 레나는 제 쌍둥이인 톰과는 다르게 여자아이였는데. 잠든 상태로 뒤척이다가 뒤집어졌는지 치마 안쪽이 슬쩍 엿보이는 상태였다.
그 모습을 발견하고 나니 자꾸만 그곳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치마의 안쪽에는 하얀 천 쪼가리 같은 여자아이의 팬티가 엿보였다. 시선을 떼어내려 해도 좀처럼 떼어지지 않았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넘겼던 거 같은데. 어제 제 친구들이 동네 바보에게 하던 일을 보고 난 후부터 여자아이의 몸에 시선이 돌아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팬티 속에 있던 고추가 저절로 부풀어 올라 있었다. 자신은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도 이건 제멋대로 몸을 부풀리고 앉아있었다. 결국 안절부절하지 못하다가 그녀가 잠들어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레나에게 물어보았다.
"야, 자냐?"
당연하게도 대답 같은 게 돌아올 리가 없었다. 그에 안심하는 자신이 어셔는 뭔가 좀 기분이 나빴다. 그러면서 조금씩 레나에게 다가가는 그. 혹시 모르니 그녀의 눈꺼풀을 손으로 열어보아도 반응이 없었다. 정말로 잠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어셔는 손으로 그녀의 몸을 더듬으려다가 멈칫했다. 슬쩍 뒤를 보니 자고 있는 톰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이러는 걸 들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가슴속에서 자신을 쿡쿡 찌르는 것이 그를 말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해보고 싶은데.'
그는 제 친구들이 동네 바보에게 하던 일이 떠올랐다. 단지 오줌을 싸는 곳이라 여겼던 고추를 여자아이의 그곳에 넣고 허리를 흔들던 제 친구들은 정말로 기분이 좋은 것처럼 보였다. 어셔가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에 한참을 고민했을 때였다. 대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는 곧바로 엎드려서 자는 척을 시작했다. 그리고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케이트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들아! 나왔..., 자고 있네."
그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자 저절로 목소리를 죽인 그녀는 자는 척을 하던 어셔에게 다가와 그를 흔들었다.
"흐암, 케이트 아줌마?"
그러자 저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만큼 방금 일어난 듯한 행동과 목소리를 연기했다. 그래도 레나를 만져보려다 잠든척한 것이 들킬까 봐 속으로 긴장하고 있으니 그녀는 알아채지 못한 기색이다.
"그래, 애들은 싸우지 않고 잘 놀았니?"
"네, 옛날이야기를 하다 보니 애들이 잠들어서 저도 그만."
그녀는 다행히 제 거짓말을 믿어주었다. 그리고 수고했다며 나누어주는 빵 두 개. 보통은 하나씩만 받았기에 두 개나 주는 것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이건 왜."
"애들을 잘 봐줘서 고맙다."
그녀의 말에 어셔는 가슴 부근을 쿡쿡 찌르던 느낌이 더 강해진 기분에 점심을 먹고 가라는 그녀의 권유도 사양하고 제 집으로 달려갔다. 레나에게 그런 짓을 하려고 했던 것이 후회됐다. 원래는 이러지 않았던 거 같은데. 왜 이러는 걸까? 그는 혼란스러워하다가 자신의 비밀친구를 떠올렸다.
"벨카라면 알고 있을까?"
소녀는 어셔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가 궁금한 것이 생겨서 물어보면 무엇이든 가르쳐주는 소녀는 아는 것이 참으로 많았다. 때때로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할 때도 많았지만 무엇이든 척척 가르쳐주었으니까. 이것 또한 가르쳐줄 것이라 기대하며 집안에는 들리지도 않고 비밀 통로가 있는 집 뒤편으로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