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비밀친구. (2/220)



〈 2화 〉비밀친구.

마법이란 무엇일까? 어째서 이 세상에 존재하며 또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그것은 상상력의 발로, 미지에 대한 동경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닌 환상. 본디 가능한 행위 혹은 불가능한 행위를 과정을 생략하여 발휘해내고자 하는 전능자의 꿈.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벨카의 이야기를 듣던 어셔는 그렇게 소리 지르며 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런 그를 금빛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벨카가 나지막이 말했다.

"마법에 대해서 배우고 싶다고 한건 어셔야."

그래, 벨카가 마법에 대해 저런 복잡한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어셔에게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반박할 거리가 없는  아니었다. 어셔는 그녀가 들고 있던 두꺼운 책을 가리켰다.

"하지만 책에서는 간단하게 손짓만 하면 된다고 쓰여있잖아."

그녀가 들고 있던 책은 마법에 대한 것이 적혀있는 책으로, 펼쳐 보면  안에는 24가지 마법이 적혀 있었다. 그 책은 어셔가 자신이 살던 오래된 집의 한구석에서 먼지투성이로 처박혀있던 것을 발견하고 벨카에게 가져다주었던 물건이었다. 그가 살던 집만큼이나 책도 오래되었는지 고풍스러운 겉표지는 전부 닳아 밋밋했고  안의 내용도 낡아서 대부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가득했다. 그래도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아주 없는 건 아니라서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누구나 방법만 안다면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방법이란 것은 간단했다.

특별한 준비물 같은 것도 필요 없었다. 단지 책 속에 그려져 있던 그림을 손짓으로 허공에 그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건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려야 하는 그림도 그리 어렵지 않아서 외우려고 하면 몇 개 정도는 가볍게 외울 수 있을 정도였는데. 아무리 시도해 봐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으니까. 어쩌면 그가 읽을 수 없는 부분에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그 책을 벨카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라면 이 책에서 읽을 수 없는 부분조차 읽고 그에게 마법을 가르쳐줄 것 같았으니까. 아무도 살지 않는 외딴곳에서 언제부터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소녀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법처럼 느껴졌기에. 그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벨카는 언제나 앉아있던 느티나무의 홈에서 일어나 땅으로 내려갔다. 그녀의 옆에 있었던 그가 그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소녀가 말했다.

"이걸 어떻게 사용하려 했는지 보여줄  있을까?"
"어, 응."

그녀를 따라 땅으로 내려간 그는 먼저 앞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빤히 바라보는 소녀의 금빛이 부담스러웠다. 분명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그녀가 바라보고 있으니 어쩐지 부끄럽달까. 그가 주저하고 있으니 소녀의 시선이 의문으로 물든다. 그에 그는 눈을 딱 감고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지금 떠올리고 그리는 것은 간단한 직선 하나에 세모 모양이 붙어 있던 그림으로 번개 같은 것을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정말로 간단한 모양이었기 때문에 그의 생각대로라면 금방 완성되었음에도 사용되지 않는 마법에 당황했다.

"어, 이렇게? 이렇게 움직이는 거였던가?"

성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기왕이면 소녀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창피한 마음에 귀가 뜨거워졌다. 책에서 읽을  있었던 얼마 되지 않은 글에서 마법을 발동하는 것이 성공하면 손짓에 따라 빛이 따르면서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적혀있었는데. 자세나 손을 잘못 움직인 것인지 고민하며 이런저런 자세를 잡으며 시도해보았으나 역시 마법은 단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던 그에게 벨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는 모양이 달라."

단  번이라도 마법을 사용해보고 싶어서 끙끙대는 어셔를 보다 못했는지 그의 뒤로 벨카가 다가온 것이다. 그 행동에 확 다가오는 달콤한 향기와  뒤에 닿는 소녀의 부드러운 감촉에 그가 헛숨을 들이키며 당황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벨카는 그의 팔을 감싸듯 잡고서 부드럽게 움직여주었다.

"아무래도 룬을 기초로 하는 모양이니까. 그림을 그리는 느낌보다는 허공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곳에 새기듯이 움직여야 해."

소녀의 달큼한 향기에 아득해질 뻔한 정신은 벨카가 이야기하는 마법에 대한 설명에 뚜렷함을 되찾았다.

"사용하는 룬의 이름은 투리사즈."

그가 책을 가져다준 뒤에도 좀처럼 마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던 소녀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것을 가르쳐 주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소녀는 알까? 그는 지금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보다는 자신의 등에 닿고 있는 소녀의 부드러운 감촉에 빠져있다는걸.

"단단한 벽에 문자를 새기는데 곡선은 힘들고 방해될 뿐이야. 간단하게 선과 선을 잇는 거야."

아무리 손을 움직여도 손끝의 허공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림으로도 혹은 글로도 보이는 것이 차례대로 이어지고 이내 확실하게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확실하게 그녀가 움직여주는 대로 손을 움직이고 끝내 완성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책에 적혀있던 것들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느낌이 왔는데. 그의 착각에 불과했던 것일까?

"이번에도 실패했어?"

그가 미심쩍어 하며 물어보면 벨카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확실한 부정.

"그렇다면 왜?"
"이것을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노력이나 지식 같은 게 아니야."

그렇게 이야기하며 소녀는 책을 펼쳐 이상한 글들이 적혀있던 곳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가 읽어보고 싶어도 전혀 읽을  없었던 그 이상한 글을 읽고 있는 것처럼.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너와 하늘을 잇는 매개체가 필요해."
"매개체?"
"응, 그게 없는 이상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도 이곳에 적혀있는 것들을 사용할 수 없을 거야."

결국 어셔가 한 행동들은 전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 사실을 알게  그는 기운이 빠져버렸다. 드디어 마법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만큼 실망감도 컸다. 시무룩한 그의 모습에 벨카는 안절부절하더니 그를 위로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마법은 배울 필요가 없는 학문이니까. 그렇게 실망하지 않아도 돼."
"배울 필요가 없어?"

그의 눈동자를 가득 채운 의문을 들여다보듯 주저앉아있는 그를 내려다보는 벨카.

"마법이란 그런 거야."
"왜 배울 필요가 없는데?"

알아서 좋지 않은 것은 없다고 이야기했던 그녀의 말이기에 배우지 않아도 좋다는 말이 어셔는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법이란 건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끙,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또 머리 아픈 이야기가 나왔다. 마법이라는 것은 결국 복잡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조금 어려웠으려나."

그런 그를 보고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중얼거리던 벨카는 무언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이 그가 마법을 사용하려 했을 때의 모습과 비슷했지만 그녀의 행동에 어디선가 커다란  하나가 날아들었다. 그가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온 새는 딱 봐도 커다란 덩치에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를 가진 맹금으로 커다란 발톱이 소녀의 팔을 파고들 것 같았지만 새는 소녀의 가녀린 팔이 다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벨카는 자신의 팔에 앉은 맹금의 머리를 다른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깃털을 하나 빌리고 싶은데. 괜찮을까?"
-삐이이익!

소녀의 물음에 답하듯 울음소리를 낸 맹금은 자신의 날개깃을 부리로   쿡쿡 찔러보는 것 같더니 빠져나온  깃털 하나를 냉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

그녀의 말을 들은 새는 이내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고 벨카는 맹금에게 받은 깃털로 책의 빈 공간에 가로로 작은 선을 그었다. 그것에 또 어떤 의미라도 있는 것일까. 어셔가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그것은 특별할 것이 없는 선일뿐이었다. 혹시 그가 모르는 무언가 있을까 한동안 그것을 살펴보던 그에게 벨카가 질문했다.

"어셔, 0보다 작은 숫자는 뭘까?"
"네가 가르쳐줬었잖아. 숫자의 앞에 마이너스가 붙으면 아무리 큰 숫자라도 그건 0보다 작은 숫자가 된다고."

벨카가 가르쳐주는  중에는 그런 것도 있었다. 그러나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탓에 끝까지 배울 수 있는  몇 가지 없었지만 간단한 것은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어셔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정답이야."

벨카가 긍정하며 종이 위에 그려진 선의 뒤에 숫자 1을 그리자 그는 먼저 그려졌던 작은 선이 뺄셈을 할 때 사용하는 부호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마법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일까? 궁금해하는 어셔의 귀에 다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어셔, 현실에서 5개 남은 사과를 6개나 먹어치워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보다 더 적은 숫자의 사과를 만들 수 있을까?"

그는 턱하고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런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단순한 이야기인데 왜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을까?

"마법이란   '아무것도 없는 상태보다 더 적은 숫자의 사과' 같은 거야. 좀  세세하게 따져보면 다른 느낌이지만 지금은 그렇게 이해하면 충분해."

의미를 알 수 없는 벨카의 말을 곱씹던 어셔는 곧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거잖아."
"그건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얻을 수 없을 거야."

확인사살을 하듯 단호하게 말하는 소녀. 듣기만 해도 특별한 마법이라는 건 무릇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것이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소녀가 말했던 매개체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매개체라는 것만 있다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었지?"

벨카는 그의 말에 입을 다물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의 간절한 시선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다면 그 매개체는 어떻게!"
"미안해."

마법을 사용할  있을 거라는 희망에 잠시나마 들뜬 그의 목소리를 소녀의 사과가 가로막았다.

"나는  매개체가 무엇인지 가르쳐줄 수 없어. 단지 이 세상을 계속 떠돌고 있을 거라는 것밖에."
"그렇다고 사과할 필요까지는..."

괜히 무안해진 그가 머리를 긁었다.

"만일  매개체를 발견한다고 해도 나는 가르쳐줄 수 없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벨카는 어딘가 절박해 보였다. 소녀의 금빛은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불안한 걸까? 위로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그는 이미 소녀를 품에 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아."

놀란 듯 소리를 내는 소녀를 품에 안고서 말했다.

"억지로 말하려 하지 않아도 돼. 말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거지?"
"...응."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긍정했다. 그렇게 벨카와 시간을 보내던 어셔는 곧 마을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법을 공부하다 시간이 가는  몰랐지만  늦으면 마을의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걱정하거나 의심할지도 모른다. 나무에 바람이 휘감기는 소리, 나뭇잎들이 스치는 소리가 매미 울음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가운데 그녀가 물었다.

"가는 거야?"

벨카의 쓸쓸한 목소리와 금빛이 그를 붙잡는 것 같았다. 직접 붙잡아 주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소녀는 끝끝내 손을 뻗어 그를 붙잡지는 않았다. 그에 어셔 또한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말했다.

"내일  올게."

그제야 소녀는 안심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어셔는 이곳으로 올 때 걸어왔던 길을 되짚으며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벨카를 이곳에 혼자 남겨두는 것이 마음에 걸려 뒤돌아 보았지만 그곳에는 거대한 느티나무를 배경으로 다시 돌아오지도 못하게 손을 흔들어 안녕을 고하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에 어셔는 어쩔 수 없이 마주 손을 흔들고 마을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계속했다. 들판을 벗어나기 직전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곳에 더 이상 붉은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느티나무가 있는 작은 들판을 벗어나면 급격하게 경사진 험한 길과 커다랗고 높이 치솟은 나무들이 나타났다. 잘못해서 미끄러지면 굴러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다. 그게 정말로 험한 길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어서 나타나는 무더기로 쌓여있는 풀숲을 해치면 집의 뒤편에 있는 것과 똑같이 완벽한 원을 그리는 구멍이 나타났다. 다시 소녀를 만나러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망설여졌지만 그는 구멍에 다리부터 몸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미끄러지는 몸. 그것을 의도한 것이기 때문에 어셔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 구멍은 겉으로 보이는 만큼  안도 미끄러워서 이렇게 타고 내려가면 빠르고 쉽게 내려갈 수 있었으니까. 어셔는 그렇게 구멍을 타고 내려가면서도 벨카를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그가 소녀에게 같이 마을로 가자는 말을 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기가 무섭게 소녀는 겁이라도 먹은 것처럼 얼굴을 새하얗게 물들이며 빠르게 고개를 저었기 때문에  이후로는 그런 말을 꺼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어째서 소녀가 마을로 내려오지 못하는지 생각하다가 이내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작은 충격에 구멍의 끝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멍에서 빠져나온 그는 집 뒤편의 틈새에서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주변을 살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도 유독 외진 곳이라 사람이 찾아오는 일은 적었지만 가끔씩 어울려 노는 친구들이나 어른들 중  명이 가끔씩 확인하러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서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그가 외출 중인 줄 알고 들어와 놀던 아이들이나 볼일을 보던 어른과 마주치면 일이 귀찮아지기 때문이었다. 잘못하면 그만의 비밀 장소를 들킬 수도 있었다. 그와 함께 벨카까지 들킨다고 생각하면 끔찍했다. 마당과 대문 밖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며 집에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으흑!"

어디선가 여자아이의 목소리 같은 것이 들려온 것은.

"뭐야?"

그에 신경이 곤두선 어셔는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노을이 지는 하늘과 그 색과 똑같이 물든 마당의 모습은 제법 예쁘지만 작은 사물의 그림자마저도 길게 늘어지는 모습이 을씨년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그런 광경에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소리까지 들려오니 소름이 돋았다.

"귀, 귀신인가?"

귀신같은 것은 없다고 속으로 여러 번 되새기며 덜덜 떨리는 몸을 막아보지만 식은땀이 흐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흐으."

다시 들려오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몸이 굳어버렸다. 그 소리는 분명 자신의 집안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어셔는 놀라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귀신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집문에 작게 뚫려있는 구멍으로 집안을 살펴 보기로 했다. 되도록이면 보고 싶지도 싶지 않았지만 이곳은 자신의 집이었다. 다른 집에서 신세를 질 수도 없으니  번쯤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바람이 숭숭 새어 들어와서 춥게 만들던 이 구멍이 오늘따라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제발 귀신만은 아니길 바라면서 안을 살폈을 때. 그는 의외의 사람들을 발견할  있었다.

"로버트? 커너까지 있잖아?"

그가 발견한 것은 제 친구들이었다. 그에 안심하면서도 자신의 집에서  하고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문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으응."

또다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들렸다. 그 소리에 어셔는 문을 열기 전에 녀석들이 뭘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긴장을 잊고 자세히 보니 이상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녀석 왜 바지를 벗고 있는 거야?"

이상한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아래에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쟤는 동네 바보잖아."

 여자아이는 마을에서 바보라고 부르는 아이였다. 어른들 말로는 원래는 정상적인 아이였는데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는 건지도 알  없는 백치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심지어  여자아이가 알몸이라는 사실에 어셔는 얼굴을 붉혔다. 아무리 바보라도 일단은 꽤 예쁜 여자아이였으니까. 여자아이의 알몸을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남자에게는 있는 고추가 그 아이에겐 없었다. 고추 대신 이상한 구멍이 자리 잡고 있었고  구멍에 로버트의 고추가 들어가 있었다.

"으흐으."

어셔가 귀신소리라고 착각했던  저 여자아이가 내고 있는 신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어쩐지 자신의 고간에 있는 고추가 간지럽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모습에 집중하고 있으니 커너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로버트, 이거 정말로 괜찮은 거지?"
"흡! 하아, 괜찮다니까. 어차피 바보라서 어디 가서 일러바치지도 못하고."
"그럼 어셔가 오면? 여기 걔 집이잖아."
"어셔가 오면 하게 해주면 되잖아. 좀 조용히 해봐. 자꾸 그러면 너 안 시켜준다?"

로버트의 신경질적인 말에 커너는 입을 다물고 로버트의 행동을 지켜봤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어셔는 느낌상 그들이 해선 안 되는 일을 몰래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바보라서 그게 잘못된 건지도 모르는 여자아이에게 말이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 집 안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말려야 하는 건가? 하지만 어떻게 말려야 할지   없었다. 어른들을 부르면 될 것 같긴 하지만 저 녀석들이 자신들과 어울리는 친구라는 것이 문제였다. 만일 어른을 불러온다면 자신과는 같이 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셔가 고민하는 사이 로버트의 신음이 커지며 고추를 여자아이의 그곳에  깊이 넣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얼마쯤 가만히 있던 로버트는 지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여자아이의 몸에서 떨어졌다. 녀석의 고추가 들어가 있던 여자아이의 그곳은 그의 위치에서 전부 보였다. 그곳의 안쪽은 입안처럼 빨간 살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오줌과는 다른 새하얀 액체가 작게 고여있었다. 어째서일까? 어셔는 그 모습에서 시선을  수가 없었다. 말려야 한다는 생각도 사라지고 숨이 가빠졌다. 자신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네가 해."
"어? 어."

로버트의 말에 커너는 당황하는 것 같으면서도 바지를 벗고 자신의 고추를 꺼냈다. 그리고 그곳이 전부 드러나도록 다리를 벌리고 살아있는 건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반응이 없는 여자아이의 그곳에 고추를 넣는 모습이 문에 나있는 구멍 너머로 전부 보였다. 분명 자신의 집이었는데도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찔꺽찔꺽 끈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