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2. 감정적 우위에 선 자의 특권 (142/151)


#142. 감정적 우위에 선 자의 특권
2023.07.09.



“그래서…… 폐하께서는 고작 그런 말에 넘어가 기사 둘을 내어주셨단 말입니까?”

황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태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혀가 굳은 것처럼 말이 더듬어 나왔다.


“고작, 고작이라뇨. 태자.”

“…….”

“태자의 누이 일이고, 숙부의 일입니다.”

“네. 스스로 일을 망친 채 칩거한 황녀의 일이고, 어딘가에 유희라도 갔을 법한 엘킨 공작의 일이죠. 그런데…….”

스스로 일을 망친 황녀라니. 어떻게 그런 말을……!

황후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걸 보면서도 무감하던 태자가 잠시 멈칫하며 되물었다.


“한데, 엘킨 공작이 무엇을 하러 비칸데르까지 갔다는 말씀이십니까?”

“태자, 그건……!”

 


“엘킨 공작이 저를 양녀로 입적시켜 태자비로 추대하겠다 제안하러 왔던데 말입니다. 황제 폐하께는 미리 말씀드렸다 하던데. 설마 공작이 폐하를 두고 황제 폐하께만 충성을 다할 리는 없으실 텐데요.”

 
번뜩 스치고 지나간 올리비아의 목소리에 황후는 입술만 달싹였다. 그 맹랑한 것이 뿌려 둔 의심은 도화선처럼 황후의 신경을 태웠다.


“……폐하께서, 그 이유는 폐하께서 아실 겁니다. 태자.”

태자는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황제와 엘킨 공작. 둘 사이에 모종의 이야기가 오갔다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이기에 숙부라며 시종 친한 척을 해 대는 공작이 제게도 밝히지 않은 것일까.

그러다 레오포드는 픽 웃었다.


“아하. 그러면 엘킨 공작은 광물 세율을 조정하기 위해 폐하께서 비칸데르에 직접 보내신 걸로 하죠.”

아무려면 어떨까. 저도 모를 목적을 꾸며 내는 건 쉬웠다.


“귀족 회의를 소집해야겠습니다.”

명분 또한 차고 넘쳤다. 레오포드는 이죽거리며 웃었다.


“감히, 제국의 이익을 위해 몸소 먼 길을 간 공작을 감금하다니. 이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대공령의 입장이 아닙니까?”

황후는 멍하니 태자를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제 자랑스러운 아들이 왜 저리 낯선 걸까? 마치 처음 보는 사내처럼 생경한 모습에 황후는 힘주어 말을 꺼냈다.


“태자……! 우선은 공작의 안위부터,”

“어머니.”

순간 황후는 멈칫했다.

어머니라니. 그 안온하고 맹목적인 단어를 부르는 목소리가 꿀처럼 다정했다. 하지만 지금 저를 바라보는 태자의 눈은…….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황후는 저도 모르게 팔을 겹쳐 스스로를 껴안았다. 하지만 몸의 한기는 좀처럼 날아가지 않았다. 태자는 목울대를 울려 웃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대하는 든든한 아들인 양 황후의 어깨를 끌어 다시 소파로 에스코트했다. 가까이 붙은 태자가 속삭이듯 말했다.


“더 이상 제 앞길을, 그리고 제국의 위엄을 망치려 하지 마세요.”

귓가를 타고 섬뜩함이 황후의 온몸으로 퍼졌다.


“황녀처럼 어리석은 짓은 더 이상 참아 드릴 수 없어요.”

“……레, 레오포드.”

결국 황후는 아주 어릴 때나 부르던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태자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황후를 바라보았다.


“그렇죠. 어머니께서 주신 자랑스러운 이름. 그 이름을 부르실 때마다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제 이름은 대륙을 호령할 가장 자랑스러운 이름이 될 거라고.”

그랬었다. 레오포드 프란츠. 대륙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이름……. 제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어린 태자는 입꼬리를 말아 배시시 웃던 찬란한 천사였는데.


“저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황제 폐하를 능가하는 성군이 될 겁니다. 물론 황녀가 저지른 것을 치우느라 조금 힘이 들 테지만 괜찮습니다.”

“…….”

지금 제 앞에서 뇌까리듯 저를 협박하는 사내는 누굴까. 황후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는 사이 잘생긴 사내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마델레이네 공작가, 그리고…….”

사내는 눈을 깜빡였다. 새파란 눈동자 위로 너울지는 정욕이 소름 끼치도록 사납게 느껴졌을 때, 사내가 빙그레 웃었다.


“제국의 성녀, 올리비아가 저와 함께하게 될 거니까요.”

 

* * *



“찾았습니다. 전하. 공녀는 에넨텔 커피 하우스에 있다고 합니다.”

 
마차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익숙했다. 레오포드는 주체할 수 없이 뛰는 심장 박동을 가라앉히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왜 하필 에넨텔에…….

한때는 제 모든 소문이 올리비아한테 닿길 바라던 때가 있었다.

그가 마리아 에텔과 함께 극장에 가고, 커피 하우스를 찾고, 꽃다발을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올리비아가 스스로 수치를 느끼며 제 옆자리를 포기하길 희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퐁당, 무심코 던진 돌이 일으키는 파동이 레오포드를 강타했다.

그녀는 왜 기사들과 함께 달아나지 않았을까. 올리비아는 과연 무슨 생각으로 에넨텔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제게 광산의 비밀문서가 있다는 걸 알고나 있을까.

마차에서 내려 커피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레오포드의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이건 사실 그가 생각했던 재회는 아니었다.

하지만 기사들의 안내에 따라 열린 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레오포드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번졌다.


“제국의 작은 태양께 경배를.”

의자에 앉은 그대로 예를 갖추는 올리비아라니.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눈에 박히는 건…….

눈부시게 아름다운 올리비아 그 자체였다. 수수한 드레스와 적당히 올려 묶은 머리, 장신구 없이 손목에 손수건만 감은 상태임에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저를 바라보는 초록 눈동자를 보자 레오포드는 제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게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저 여인을 숨도 못 쉴 정도로 강하게 안고 싶었다.


 
애타게 갈망하는 존재. 제 품 안으로 데려와야 할, 다른 누구보다 가장 귀하게 여겨질 여인.

꿈에서만 그리던 제 여인이 바로 눈앞에서 숨 쉬고 있었다. 심장이 뛰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레오포드를 구름 위에서 추락시켰다.


“올리비아 로웰 비칸데르.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나를 도발하려는 거라면 성공이야. 올리비아.”

레오포드는 이를 악물었다. 올리비아의 이름 뒤에 붙은 빌어먹을 비칸데르. 올리비아는 느리게 웃으며 덧붙였다.


“예비 대공비라 불러 주셔도 좋습니다, 전하. 편지를 받는 순간 전하께는 그리 불리고 싶어졌거든요.”

고운 목소리와 달리 말끝이 레오포드의 심장을 차갑게 헤집었다. 레오포드는 숨을 참으며 애꿎은 테이블을 노려보았다. 그제야 깨진 접시며 엉망으로 으깨진 다과가 보였다.

예전에는 올리비아가 정성 어린 다과들을 준비했었는데. 심장을 저릿하게 만드는 씁쓸함에 레오포드는 으깨진 다과를 외면하며 말했다.


“……백작, 다른 방을 준비해. 다과도 함께.”

“다과는 되었고.”

짧게 일축한 올리비아가 탐색하듯 태자를 바라보았다. 제 표정이 움직일 때마다 레오포드의 입매가 미세하게 떨렸다. 저를 향한 시선, 손끝, 기울어진 몸, 하다못해 간절한 목소리까지.

올리비아는 빙그레 웃었다.


“저를 제도로 부르신 목적은 달성하셨는지가 먼저 궁금하군요.”

“……차고 넘치지. 이렇게 그대를 다시 볼 수 있으니.”

억누르는 음성이 가득 젖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올리비아는 지루하다는 듯 눈썹을 까딱였다.


“전하답지 않으시네요. 마지막에 뵈었을 때도 그리 달콤한 말로 꾀려 하지는 않으시더니.”

“사내로서, 사랑이란 걸 늦게 깨달았으니. 이제는 줄 이어 나올 거야. 올리비아.”

서툰 고백이 낯간지러웠다. 레오포드는 힘주어 주먹을 쥐었다.

할 말이 많았고, 감정은 깊었다.

그날, 태자비 궁에서 본 그대의 얼굴이 마지막이 아니길 간절히 바랐다는 말, 다시 보고 싶어 쓸 수 있는 모든 수를 썼다는 말, 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애걸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낮출 수 있다는 제 다짐들까지.

무표정하던 올리비아의 입꼬리가 느릿하게 올라간 건 그 순간이었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사랑이라 말씀하실 거면 몸을 낮추셔야죠.”

“그대가 바란다면 얼마든지.”

레오포드는 올리비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차마 닿지 못하는 손이 애처로웠다.

감히 황족의 손을 보고도 오만한 표정을 짓는 올리비아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가 곧게 뻗어 나갔다.


“나와 같이 황궁으로 가.”

“…….”

“……올리비아. 그대가 직접 내게 같이 가자고 해 줘.”

올리비아가 바라는 애걸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레오포드는 애가 탔다.

후회를 되돌릴 행운이 제게 온 모양이었다. 올리비아가 저를 시험하려 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었다.

지울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는 것보다 저 고운 손을 제 손으로 잡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웃지 않았다. 눈앞이 아득해진 레오포드는 저를 따라온 하지스 백작과 시종들을 향해 명령했다.


“모두 나가 있게.”

“나가지 마세요. 백작.”

순간 백작을 비롯해 줄줄이 나가려던 기사들이 눈을 깜빡였다. 이어지는 목소리는 그들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제가 무엇을 믿고 단둘이 태자 전하와 얼굴을 맞대며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뭐……?”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에 레오포드는 습관처럼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다 올리비아와 눈이 마주쳤을 때.

레오포드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무감한 초록 눈, 미소가 아닌 조소를 가득 담은 얼굴. 기시감이 레오포드의 심장을 날카롭게 스쳤다.


“설마 또 잊으셨습니까?”

“무, 엇을.”

“저를 기세로 짓누르고.”

순간 레오포드는 무언갈 잡으려는 듯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허공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마치 여름 연회 때, 올리비아가 흔적도 없이 제 앞에서 사라졌던 것처럼.


“제 손목을 아무렇게나 쥐고.”

올리비아가 손목에 감긴 손수건을 풀었다. 희고 가냘픈 손목 위로 싯누렇고 푸른 멍이 도드라졌다. 레오포드의 눈이 커다래지는 것을 보며 올리비아는 느리게 입술을 올렸다.

칼날 같은 혀는 황족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협잡꾼이나 할 법한 협박으로 저를 불러들인 전하를…….”

감정적으로 우위에 선 자의 것이었다.


“그런 전하께서 내뱉는 가벼운 사랑 따위를, 제가 어떻게 믿습니까?”

그리고 레오포드는 지금 절실히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그 얼굴에 대고 제 전유물을 마음껏 휘두르며 올리비아는 레오포드가 창백하게 질리는 얼굴을 감상했다.


“……사랑을 믿지 못한다면, 문서의 힘은 믿어 줘야지.”

날것처럼 드러난 씁쓸함의 끝에서 레오포드가 애써 입매 끝을 여유롭게 당겨 웃었다.

바란다면 얼마든 우위를 내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올리비아가 제 여인이 된 다음의 이야기였다.

초조함이 들끓는 얼굴에 남아 있는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다.


“……내 멍청한 누이가 한 가지 잘한 게 있지.”

고작 서류 한 장이었다. 레오포드가 올리비아를 향해 들어 보이는 건 그녀로서는 처음 보는, 황족의 비밀문서였다.

저 안에, 정말 백수정 광산의 비밀이라도 있다는 걸까. 하지만 레오포드가 펼친 건 마지막 장이었다.


“황녀가 그대한테 백수정 광산을 하사할 때 재무 관리인을 불렀던 것을 기억하나?”

잇새로 짓이기는 목소리에 쓸쓸한 상처가 드러났다.

올리비아는 무심한 얼굴로 문서를 확인했다. 재무 관리인의 공증을 받았다는 문서. 똑같은 게 제 소유의 광산 문서에도 있었다.


“그대는 광산의 서류를 가져갔고, 재무 관리인은 공증을 증명하는 황녀의 문양을 마법 인장으로 찍었지.”

레오포드가 서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떠한가. 그대의 눈에도 이 서명은 똑똑히 보이지?”

황녀 레이나 프란츠와 올리비아 마델레이네……. 흠잡을 것이라고는 하나 없는 문서를 바라보던 레오포드가 씩 웃었다.


“그대는 지금 올리비아인가, 아니면 올리비아 마델레이네 공녀인가?”

“……지금 저와 말장난을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여름 연회 때 그대가 주야장천 주장하지 않았나. 그대는 올리비아 영애일 뿐 올리비아 마델레이네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 문서에 따르면 황녀는 마델레이네 공녀한테 광산을 하사했네.”

하. 이제야 얕은수가 빤히 보였다.


“제가 올리비아라고 한다면…….”

“별수 있나. 황궁에서 나가는 재산은 투명해야지. 그대가 올리비아라면, 나는 광산의 소유주가 더 이상 그대가 아님을 명명백백히 밝힐 테고.”

레오포드의 혀가 매끄러웠다.


“그대가 마델레이네 공녀일 시에는 마델레이네 공작의 의지에 따라 황가와 마델레이네가의 결속을 굳힐 테지.”

이런 치졸하고 비겁한 협박이라니. 하지만 비열하기 짝이 없을 뿐 완전히 말이 안 되는 억지는 아니었다.

마델레이네의 성을 자처하지 않는 한, 올리비아로서는 발언권이 없었다. 올리비아는 난처한 얼굴을 숨기는 척, 제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마법이 만든 멍은 그대로였다. 황궁에서 윈스터가 무사히 나오면 싯누런 멍이 푸르게 변하기로 했는데…….

올리비아는 고민을 하듯 말을 끌었다. 만족스러운 듯 레오포드가 웃었다.


“……전하께서 다 끝난 인연에 억지를 부리실 줄은 몰랐습니다.”

“모든 걸 제자리로 돌릴 수만 있다면 억지든 뭐든 뭐가 중요하겠어? 더한 협박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광산의 원주인은 대공입니다. 제국을 위해 희생한 선대 대공의 공에도 억지로 광산을 빼앗지 않으셨습니까?”

“뭐, 선대 대공이 죽었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자는 건가?”

레오포드는 킬킬 웃었다. 오기를 부리는 올리비아가 귀엽게 느껴졌다. 올리비아가 무슨 수를 써도 이 억지를 이길 수 없었다.

한껏 여유로운 얼굴이 빙글거리며 웃었다.


“굳이 따져 보자면. 패전의 책임도 지지 않고 사망한 선대 대공의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거니, 그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 한은 억지가 아니지.”

“그분께서 살아 있으면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올리비아의 눈이 영민하게 반짝였다. 홀린 듯 그 아름다운 눈을 바라보던 레오포드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기적이라도 바라는 거야?”

기적. 올리비아는 시리게 웃었다. 어느새 모인 두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창문 바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바란다면, 이루어질 테니까요.”

“그럴 수는 없지.”

레오포드는 정욕이 짙은 눈으로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모든 건 곧 끝날 테니까.”

“…….”

“그대가 올리비아든 마델레이네 공녀든. 그건 내일 이야기해 줘.”

올리비아는 빤히 레오포드를 바라보았다. 레오포드는 그 시선마저도 귀하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비칸데르가 엘킨 공작을 감금한 덕분에 급히 귀족 회의를 열었어. 모든 귀족들이 있는 가운데 다시 한번 광산의 주인을 가려 보자고. 그 자리에서.”

“…….”

“우리가 다시 약혼식이라도 하길 진정으로 바라고 있어. 그러니 오늘은 황궁으로 가지. 내 그대를 위해 태자비 방을 준비했어,”

올리비아는 다시 멍을 바라보다가 손수건을 손목에 감았다. 레오포드가 아픈 표정을 하는 게 같잖았지만…….


“……속이 좋지 않으니 조금 이따가 출발하죠.”

조금 더 기다려도 멍이 변하지 않으면, 직접 황궁으로 가야 했다.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던 레오포드가 반색하는 것과 달리, 올리비아의 얼굴은 고아한 은색 달빛처럼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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