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79. 여름 연회의 시작 (79/151)


#079. 여름 연회의 시작
2022.11.30.


모든 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는데.

왜 하필 지금 이 실 발찌가 문제일까.

올리비아는 난감한 얼굴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반가운 얼굴들과 재회의 기쁨도 나눴고, 제도의 비칸데르 저택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까지 마쳤다. 그러니 잠자리에 들기 바로 전, 지금이 선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선물을 하기 위해 예쁜 벨벳 상자에 포장까지 해 왔는데.

에드윈을 불러 달라는 말에 맡겨만 달라는 듯 함박웃음을 지은 해나가 나간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자를 열어 본 올리비아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손안에 담긴 실 발찌의 이음새가 헐겁게 망가져 있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자 올리비아는 엉겁결에 대답했다. 그리고 아차 했다.

지금 들어올 사람이라고는.


“나한테 줄 선물이 있다면서요?”

에드윈뿐이었는데.

잔뜩 들뜬 에드윈의 얼굴에 올리비아는 반사적으로 손을 허리 뒤로 숨겼다.

무언가 숨기는 티가 여실한 모습에 에드윈의 눈매 끝이 느슨하게 휘었다. 요요히 반짝이는 붉은 눈동자가 잠시 올리비아를 살폈다.

티 나게 허리 뒤로 숨긴 손. 곤란한 얼굴.

작은 문제가 생긴 듯했지만 에드윈은 모른 척하며 기대 어린 표정을 지었다. 선물이 뭔지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아, 그게…….”

실수했다. 그냥 초대라고 할걸. 괜히 선물이 있다고 한 모양이었다.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선물이 있었는데,”

“있었는데……?”

“없, 어졌어요. 하하.”

조용한 방 위로 웃는 건 올리비아 혼자였다. 에드윈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가 낙담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이 괜히 안타까워서,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뒤로 숨겼던 손을 슬그머니 내밀었다.


“사실, 선물이 있긴 한데. 작은 문제가 생겨서.”

끈기 있게 저를 살피는 시선이 이어졌다. 올리비아는 조심스레 움켜쥔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그리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에드윈의 반응을 살폈다.


“어, 때요?”

“너무 예쁜 실 발찌네요.”

봄눈을 녹이듯 다정한 목소리였다. 긴장이 사르르 풀어지는 사이, 에드윈이 시선을 맞춰 오며 물었다.


“올리비아와 같은 건가요?”

“색깔만 다르고, 다른 건 다 같죠,”

이건 일부러 에드윈을 위해 만든, 검은색과 붉은색의 실 발찌였다.


“굉장히 예쁘게 잘 만들었네요.”

“……뭐, 손재주 좋다는 소리를 좀 듣기는 했어요.”

계속되는 감탄과 칭찬에 올리비아가 조금 우쭐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눈이 틈새를 엿보듯 가늘어졌다. 올리비아는 아쉬운 마음을 담아 말했다.


“조금 수선이 필요해서. 제가 비칸데르령으로 돌아가는 즉시 고쳐서 다시 선물할게요.”

“……싫다면요?”

느른하게 떨어지는 목소리가 다분히 유혹적이었다. 나직하게 다가온 목소리에 올리비아가 움찔하는 사이, 손바닥 위가 휑하게 비었다.

눈 깜짝할 새 실 발찌를 가져간 에드윈이 기쁘다는 듯 제 손 위의 물건을 이리저리 들여다보았다.


“고마워요, 올리비아. 꼭 차고 다닐게요. 이걸로 우리가 똑같이 맞춘 게 두 개로 늘어났네요.”

에드윈은 천연덕스레 웃으며 왼손을 들어 올렸다. 반짝이는 붉은 보석 반지가 올리비아의 눈앞에서 휙 지나가더니 이내 에드윈은 소파에 앉아 몸을 굽혔다.

금방이라도 고장 난 실 발찌를 발목에 차려는 모습에 올리비아는 황급히 말했다.


“지금은 못 찬다니까요? 이리 주세요.”

“비칸데르는 한 번 받은 건 다시 뺏기지 않아요. 절대 안 돼요. 올리비아.”

에드윈이 다정하게 웃으며 일어나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안 그래도 닿지 않을 만큼 키 차이가 나는데, 손을 드니 상대도 되지 않았다.

간절하게 실 발찌를 바라보던 올리비아는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었다.


“……어차피 지금은 찰 수 없다니까요. 에드윈. 이음새가 고장 나서.”

“이 예쁜 초록색 이음새가 고장 나다니.”

예쁜 초록색.

손가락은 이음새를 만지면서도 에드윈의 시선은 올리비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느른하게 움직이는 손길이 묘한 분위기를 풍겨서. 올리비아의 뺨이 조금씩 달아올랐다.

그 반응을 즐기듯, 에드윈이 우아한 입꼬리를 씩 올리며 물었다.


“……그렇다면 이음새만 교체하면 바로 쓸 수 있다는 말이겠네요?”

“그건, 그렇지만.”

올리비아는 겨우 대답을 마쳤다.

올리비아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에드윈은 침대 쪽에 있는 설렁줄을 잡아당겼다. 이내 노크 소리와 함께 소벨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소벨.”

“예. 전하.”

“이 정도의 이음새를 찾아봐. 지금 바로.”

지금 바로? 올리비아의 눈이 커다래졌다. 하지만 소벨은 하등 문제가 안 된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예.”

이럴 줄 알았으면 예비로 이음새를 가져올 걸 그랬다.

테이블 위에 시침 하녀들이 가져온 바구니가 쭉 놓였다. 에드윈은 심각한 얼굴로 바구니 안에 있는 이음새들을 바라보았다. 하녀들은 웃음을 꾹 참는 얼굴로 계속해서 이음새를 꺼내 놓았다.


“말씀하신 대로, 초록색 이음새라면 저희 하녀들 옷을 손질하는 이음새까지 전부 꺼내 놓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실 발찌에 쓸 만한 이음새는 없었다. 액세서리나 장신구라면 스톤 남작이 바치는 보석만 쓰던 에드윈의 저택에 다른 액세서리를 수선할, 그것도 실 발찌를 수선할 이음새가 있을 리 만무했다.


“지금 바로 나가서 구매해 오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요?”

올리비아가 바깥을 살피며 되물었다. 모든 상점이 닫혔을 시간이었지만, 소벨은 한 점 흔들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연락을 넣는다면 최대 한 시간 반 이내로 구매해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거, 괜찮지 않을까요. 올리비아?”

그때였다. 에드윈이 수선 바구니 한쪽에서 무언가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맑게 쇠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구슬이요?”

“정확히 말하자면 예쁜 초록색 구슬이죠.”

에드윈이 웃으며 구슬을 흔들었다. 짤랑짤랑 고운 소리가 작게 퍼지자, 모두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에드윈을 바라보았다.

냉혈한 살육귀이자 잔인한 전쟁 영웅인 대공이. 여름 연회에 짤랑짤랑 귀여운 소리가 나는 실 발찌를 차고 간다니.

사용인들은 한마음으로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절대 안 된다는 뜻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는지, 아가씨는 완곡하게 돌려 말했다.


“그, 상점에 연락을 해 볼까요?”

“난 이게 좋은데. 올리비아는 이 소리가 귀엽지도 않아요?”

에드윈이 다시 한번 방울을 흔들어 댔다. 너무하다는 듯 그의 눈매가 아래로 쳐졌고, 이내 올리비아는 에드윈의 말에 조금 넘어갔다.

그러고 보면, 귀여운 것 같기도 했다.

방울을 흔드는 에드윈이.


 


“……귀엽긴 한데. 소리가 너무 크지 않나요?”

조마조마하게 아가씨의 대답을 기다리던 소벨과 해나, 그리고 하녀들은 경악을 삼켰다. 대공 전하를 말려 줄 수 있는 단 한 명이 저리 쉽게 넘어가다니……!

하지만 에드윈은 별거 아니라는 듯 간단하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밀랍을 조금 넣어 소리를 줄이면 되겠네요.”

그렇지 않냐는 듯 대공의 시선이 소벨을 향했다. 그 정성이면 지금이라도 문 닫은 상점을 열게 한 뒤 이음새를 사 오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바로 밀랍을 녹이겠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소벨은 유능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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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다섯 번째.

실 발찌의 이음새를 수선하던 올리비아는 헛손질을 반복했다. 밀랍 덕인지 방울 소리는 한참 작아졌지만, 조용한 방에서는 유난히 그 소리가 커다랗게 울렸다.

처음 만들 때도 이렇게 허둥대지는 않았다. 이건 다 바로 반대편에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었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저렇게 봄볕처럼 다정하고 달콤한 눈길을 모른 척하기란 어려웠다. 올리비아는 입술을 꾹 깨물고 실 발찌만 바라보았다.


“아직 하고 있어요?”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올리비아는 고개를 들었다. 짓궂게 웃고 있는 에드윈의 얼굴을 보니 꼭 속내가 간파당한 것만 같았다. 제가 계속 힐끔거렸던 걸 본 걸까?

확, 하고 붉어지는 얼굴을 애써 숨기려 하며 올리비아는 황급히 대답을 던졌다.


“안, 의식하는데요?”

“의식이요?”

아하. 귓가를 간질이듯 나른한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난, 실 발찌 고치는 걸 하고 있냐고 말한 거였는데.”

세상에. 올리비아의 얼굴이 더할 나위 없이 붉어졌다. 장미보다 빨갛게 달아오른 아가씨의 얼굴을 보며 에드윈은 참기 어려운 충동을 느꼈다.

당장 다가가서 저 얼굴을 바라보며…….


“아가씨. 괜찮으시다면 지금 내일 일정에 대해 미리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찬물을 끼얹듯 덤덤한 목소리가 이 분위기 위로 끼어들었다. 에드윈은 날 선 눈으로 소벨을 바라보았다.

올리비아는 허둥대며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소벨한테 부끄러운 것보다 에드윈의 키득거리는 얼굴을 더 피하고 싶었다. 얼른 무슨 말이든 들어 주겠다는 바람으로 올리비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일 일정이요?”

“네. 오전에 아침 식사를 하신 뒤, 헤어 부티크에서 아가씨를 뵈러 올 예정입니다. 점심을 드신 뒤에는 드레스 피팅 확인을 위해 재단사가, 오후에는 화장까지 한번 확인하고자 합니다. 괜찮으십니까?”

“이미 여름 연회 때 착용할 드레스를 다 가져왔는데. 화장이랑 헤어도 다 정해 두었고.”

알 수 없다는 올리비아의 얼굴에 소벨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베서니 님이 ‘완벽하게 하라’고 다섯 번이나 편지에 쓰셨습니다.”

올리비아는 푸스스 웃었다. 비칸데르령에서부터 애정 어린 걱정을 내비치던 베서니가 떠올랐다.


“괜찮아요. 다 갖춰 왔어요.”

“안 됩니다. 아가씨. 만약 아가씨의 치장에 한 점 불편함이라도 있으시다면, 베서니 님이 와서 저를 죽이실 겁니다.”

“설마요.”

“전 진지합니다.”

소벨의 말에 올리비아는 긴장이 스르르 풀어졌다. 그러다 보니 헛손질 없이 실 발찌의 이음새 교체가 끝났다.


“선물이에요. 에드윈.”

짤랑이는 초록색 방울이 달린 실 발찌를 받아 들고서, 에드윈이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올리비아. 평생 차고 다닐게요.”

“그러면, 비칸데르령으로 돌아가 방울 없는 걸로도 하나 더 만들어 줄게요.”

커다란 선물도 아닌데. 에드윈의 반응에 올리비아가 오히려 더 기뻐졌다. 툭 내뱉은 다음 이어진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에드윈이 눈매를 휘며 웃었다.


“푹 자요. 올리비아. 내일부터는 아주 바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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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대공의 응접실.


“……사교계에는 아가씨께서 비칸데르의 맹세를 받았다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아직 황궁까지는 퍼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더불어 황녀의 카탕타 자작저 방문에 대한 소문도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수도로 돌아온 제이드 마델레이네가 소문을 제대로 퍼트린 모양이었다. 윈스터는 제이드의 얼굴을 떠올리며 보고를 마쳤다.

나른한 얼굴로 보고를 듣던 대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로윈 경이 말했던 ‘그건’, 확인 끝났나?”

브록 드로윈이 말했던 같잖은 불씨.


“아가씨께서 이제 완전히 비칸데르의 사람이 되신 거야! 역시 대공 전하께서 승리하셨어! 이렇게 완벽한 복,”

 
비칸데르 대공이 마델레이네 첫째 공녀한테 청혼한 이유가, 선대 대공비에 대한 복수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윈스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실에 반감이 큰 경계에서나 잠시 떠돌던 소문으로 확인했습니다.”

“불씨가 들불이 되어서는 안 돼. 알고 있지?”

그 말에 윈스터는 물론 응접실에 있던 모두가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명, 소벨만이 의아한 얼굴로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아가씨께서 리브 그린이신데.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설마 아직까지 서로 모르시는 건 아니시겠지?’

그러는 사이, 대공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훤칠하고 단단한 몸이 유려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짤랑, 아주 작은 방울 소리가 묻어났다.

* * *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황후 궁의 정원.


“역시 어머니께 지혜를 구하길 잘했습니다.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제 티 파티가 다시 예전처럼 평화로워졌어요.”

황녀는 우아하게 웃으며 마지막 티 파티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에셀라 마델레이네는 오지 않았고, 마리아 에텔은 제게 죄송하다며 최고의 연회를 준비하겠다고 뜻을 밝혔다는 이야기였다.

모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지난번 저를 향해 씩씩대며 왔기에 다독여 돌려보낸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황녀를 바라보는 황후의 눈이 곱게 휘어졌다.


“……에텔 영애를 태자비로 올리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폐하.”

 
며칠 전, 오라버니인 엘킨 공작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쁘지 않은 패였기에 황후는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어찌 되었든 자신은 패를 고르는 입장이었다.

여름 연회의 전날이었다. 모든 건 다 순조로이 흘러가고 있었다.

* * *

그리고 여름 연회의 첫날.

화려한 연회장에 우아한 선율이 흘렀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조형물과 요정의 나라를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장식들이 가득했지만 귀족들은 감흥 없는 얼굴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저건 재작년 올리비아가 선보였던 ‘요정의 밤’ 콘셉트와 똑같았으니까.

레오포드는 이를 악물었다. 한다는 게 고작 이전 연회를 재탕하는 것뿐이라니.

이런 망신이 또 있을 수가. 연회장에 첫발을 들였던 황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바로 테라스로 나갔다. 새빨갛게 붉어진 얼굴이 레오포드를 바라보던 게 선연했다.

분명 연회가 끝나자마자 달려와 따질 게 분명했다.

에스코트하듯 팔을 감싸 쥔 손에 힘이 들어간 걸 눈치챘는지, 마리아가 애써 교태스럽게 웃었다.


“레오포드, 웃어 줘요. 연회잖아요.”

뭇 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일 듯한 애교였지만, 레오포드의 미간은 풀리지 않았다.

한숨을 삼킨 레오포드의 시선이 냉랭하게 가라앉았다.

고귀한 바다 빛 시선이 자꾸만 연회장의 문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 빠른 사람이면 다 알아차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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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연회장 가장자리.


“……이건, 예전과 비슷하네요.”

“뭐, 여름 연회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황녀 전하께서는 늘 새로운 연회를 보여 주셨는데.”

“오늘 중요한 건 연회의 콘셉트가 아니지 않습니까.”

아쉬움이 묻어나는 웅성임 위로 은밀한 목소리 하나가 얹어졌다. 동시에 귀족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황녀의 여름 연회에 비칸데르 대공과 마델레이네 공녀가 참석한다는 소문이 온 제도에 파다했다.

누군가 콘라드 마델레이네에게 ‘마델레이네 공녀의 참석’ 여부를 묻다가 호되게 몰아붙여졌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하지만 두 사람을 향한 귀족들의 관심을 끊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저 멀리 파트너처럼 금색 복장을 한 태자와 마리아 에텔의 분위기가 흉흉했다. 반대편에 있는 마델레이네 공작과 콘라드 마델레이네 또한 심상찮았다.

귀족들은 재빠르게 이 새로운 분위기를 읽어 가기 시작했다.

아직 황제와 황후가 입장하지 않은 지금, 저 문이 열리고 대공과 마델레이네 공녀가 들어오기만을 모두가 간절히 바라던 찰나였다.

문에 서 있던 시종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게 포착되었다.


“전쟁 영웅 에드윈 로웰 비칸데르 대공 전하, 그리고 올리비아 마델, 아니 올리비아 아가씨 입장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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