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 에셀라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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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 에셀라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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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 에셀라의 반격
2022.11.06.
“그럴 리 있겠습니까. 실현되지 않은 계획은 대개 비슷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공녀님께서는 티 파티나 연회에 참석하신 적이 드물어서 모르시겠지만, 황녀 전하께서 여시는 여름 연회는 늘 저희를 놀라게 만들었답니다.”
리베오른 후작 영애가 서둘러 황녀를 두둔했다. 별다른 사교 활동을 하지 않는 공녀가 무엇을 알겠냐는 비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제야 다른 영애들도 한마디씩 보탰다.
“맞아요, 공녀님. 내년 데뷔탕트만 치르시면 여름 연회에 오시잖아요. 그 해 연회 때 저희와 함께해요.”
“공녀님의 데뷔탕트까지 남은 시간이 일 년이라니. 늘 티 파티에도 건강 문제로 못 오셨잖아요. 데뷔탕트 때까지 건강해지시려면 일 년 가지고 촉박하지 않을까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공녀님께서 일부러 그러시는 것도 아니고.”
영애들 사이에서 에셀라를 향한 환대와 무례가 번갈아 나왔다. 같은 황제파 영애들의 황녀와 마델레이네 공녀를 오가는 줄타기가 이어졌지만 에셀라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러자 그들의 대화 방향은 점점 묘하게 흘러갔다.
“데뷔탕트 때 함께 갈 샤프롱은 구하셨나요? 안 그래도 소공작님께서 샤프롱을 구하신다고 건너 들었는데.”
영애들 중 누군가가 은근하게 운을 떼었다. 안 그런 척 모두가 눈을 반짝였다.
마델레이네 공녀의 샤프롱은 모두가 탐내는 자리였다. 미혼인 콘라드, 제이드 마델레이네에게도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수 있는 기회.
고아하게 웃던 에셀라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오라버니도 참. 저야 언니와 함께 가면 될 일인데.”
언니라니. 누군가 헛숨을 삼켰다.
모두가 잠시 에셀라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냐는 그 얼굴을 바라보면서 누구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지난번 일을 기억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올리비아, 그 사생아의 편을 들며 눈을 반짝이던 에셀라 마델레이네를.
“어떻게 어머니를 죽게 만든 무희의 딸을 친언니처럼 대하죠?”
그녀가 점점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텅 빈 얼굴을 했던 것까지.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황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갑자기 에셀라 마델레이네가 태세를 전환한 거지? 진실을 알게 되고, 에셀라 마델레이네와 그 반쪽짜리의 사이는 분명 틀어졌었다.
그 이후 바로 발칙한 것이 대공의 청혼을 받아 비칸데르령으로 떠나느라 두 사람 관계에 달라진 건 없을 텐데.
황녀는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언니라니. 설마 그 초록 눈의 계,”
“설마.”
낮은 목소리가 황녀의 말을 끊었다.
“지고하신 황제 폐하께서 승인하신 귀족 도감에 마델레이네 공작가의 장녀로 올라가 있는 제 언니, 올리비아 마델레이네를 두고 하시는 말씀은 아니시겠죠. 전하.”
순식간에 테이블 위가 조용해졌다. 무엄한 행동에 사납게 일어서던 리베오른 후작 영애까지도 얼어붙었다.
황제가 승인한 귀족 도감.
황녀의 눈이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보며 에셀라는 입 안쪽 살을 깨물었다. 말아 쥔 주먹 안쪽에 손톱이 박혔지만 그 어디에서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구역질이 날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황제를 거론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아무 말도 못 하는 주제에. 그날 제 언니를 세 치 혀 위에서 난도질하다니.
하하. 에셀라가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황녀와 리베오른 후작 영애는 긴장했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웃음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공녀님, 그때.”
느슨해진 분위기를 틈타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영애를 보며 재빨리 황녀가 말을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그 신호를 응원으로 받아들인 영애는 조금 더 자신 있는 얼굴로 에셀라한테 말했다.
“……그때는 분명히 다시는 안 보실 것처럼 하셨었는데.”
영애를 바라보며 에셀라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이내 아, 하고 뭔가 깨달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샤민 백작 영애시군요.”
“예, 공녀님!”
샤민 백작 영애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공녀의 시선이 제게 닿는 순간, 샤민 백작 영애는 마델레이네가에 속한 제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수정 빛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을 때, 그녀의 목덜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건조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마델레이네 공작가를 모욕하신 분을 어찌 잊겠어요.”
“제, 제가 언제!”
샤민 백작 영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떻게 어머니를 죽게 만든 무희의 딸을 친언니처럼 대하죠?”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 영애를 보자 자동으로 뇌리에 박힌 말이 재생되었다.
수백 번, 머릿속에서 돌려 본 그날의 장면은 언제나 황녀의 말로 끝맺음 났다.
“공녀의 어머니가 죽은 이유가.”
“…….”
“그 초록색 눈의 계집 때문이라는 걸.”
“……니에요. 정말로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샤민 백작 영애가 허둥대며 에셀라의 옆으로 달려왔다. 완벽하게 칠해진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다른 영애들도 마찬가지였다.
에셀라 마델레이네, 명실상부한 공작가의 적녀가 올리비아 그 사생아를 ‘언니’로 지칭했다.
과거 올리비아가 공작의 비호를 받지 못하고, 콘라드와 제이드의 보호도 없이 혼자 있던 때와는 전혀 달랐다.
이게 무슨 일일까.
영애들은 잠시 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에셀라는 떠는 샤민 백작 영애를 감싸지도, 영애들에게 친절한 답변을 해 주지도 않았다.
에셀라는 지난번 제 모습도 저랬을까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마치 어둠이 드리운 것처럼 잘 떠오르지 않았다.
문득 언니는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이 넓은 황녀 궁의 정원에서, 적의와 조롱을 담아 그녀를 바라보는 수십 개의 눈동자를 생각하자 에셀라는 숨이 막혔다.
잠시 고개를 숙였던 에셀라는 갑자기 샤민 백작 영애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
“……!”
“아시겠지만,”
꿀처럼 달콤한 목소리가 샤민 백작 영애의 뒤, 황녀에게로 향했다.
“마델레이네는 셈이 빠르답니다.”
보답에 철저하고, 복수에는 더 명확하게.
모두가 마델레이네 공작가의 철칙을 떠올리는 사이 에셀라가 환하게 웃었다.
“지난 이야기는 이만 하고, 다시 티 파티의 본래 취지로 돌아올까요? 지난 티 파티 때 정말 독특하고 예쁜 꽃 장식이 있었다면서요. 황녀 전하께서 ‘직접’ 만드셨다던.”
‘직접’이라는 단어가 어쩐지 더 선명하게 발음되었다.
티 파티에서 크게 인기를 올렸던 꽃 장식. 올리비아가 만든 거라는 것을 알고 말하는 걸까. 에셀라가 쥔 패가 어떤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얼마든지 해 보자는 도발에도 황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새파란 눈에 갇힌 사나운 분노가 너울질 뿐이었다.
.
.
.
에셀라 마델레이네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었다. 하지만 이미 깨진 흥은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그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황녀는 찻잔을 들었다.
“어머, 이제는 장미 차가 아니네요. 아, 하긴. 장미는 꽃 장식에 쓰셔야겠죠?”
찻잔을 들여다보던 에셀라가 놀란 척 속삭이는 모습에 황녀의 눈꼬리가 날카롭게 올라갔다.
제 티 파티에 오겠다고 답장을 보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저를 농락하듯 올리비아 그 천것이 만든 꽃 장식을 운운하는 에셀라의 모습에 약이 바짝 올랐다.
차가 더운 것까지 짜증스러웠다. 황녀는 거칠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독 오른 에셀라 마델레이네를 노려보았다.
순진한 척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은 저와 마주칠 때마다 뱀처럼 차가워졌다.
아까 황제 폐하만 거론하지 않았어도. 그 꽃 장식이 올리비아 그 천것이 만든 것만 아니었어도!
아니. 하다못해 마리아 에텔이 여름 연회만 잘 준비했어도 에셀라 마델레이네가 제게 기어오를 틈조차 없었을 텐데.
황녀의 눈에는 절망으로 고개를 숙이던 공녀의 모습이 아직도 선했다. 아득, 이가 갈렸다.
마리아 에텔. 일을 이따위로 만들어?
이번 연회 계획은 누가 봐도 작년 올리비아 그 천것의 연회를 그대로 베껴 쓴 것이었다.
어디에서 본 것 같다니.
작년 여름 연회에 참석조차 안 한 에셀라가 알고 있을 정도니, 여기 영애들은 물론이고 지방 귀족들조차 이 사실을 다 알게 될 것이었다.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티 파티만 끝나면 마리아 에텔을 가만두지 않을 참이었다. 그나저나 저 에셀라 마델레이네를 한 방 먹일 방법은 없을까.
황녀가 끓어오르는 부아를 간신히 참을 때였다.
갑자기 시녀 한 명이 다가왔다. 흉흉한 분위기에 잠시 갈등하던 시녀는 주먹을 꽉 쥔 채 황녀한테 고했다.
“저, 황녀 전하.”
시녀의 속삭임을 듣는 황녀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러더니 조용한 테이블 위로 커다랗게 말했다.
“어머, 그런 일은 직접 전달해야죠. 잠시 들어오라고 전해요.”
평소처럼 우아한 목소리에 영애들은 잠시 황녀를 쳐다보았다. 황녀는 예의 그 성녀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잠시 손님이 왔는데, 모두 함께 만나 보겠어요?”
그 손님이 누구든, 에셀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다가오는 순간, 에셀라는 황녀의 미소 위로 번들거리던 악의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깨달았다.
“헉, 슬리 경?”
아버지의 부관인 헉슬리 경이었다. 헉슬리 경은 황녀를 향해 예를 갖췄다.
“제국의 작은 달, 황녀 전하를 뵙습니다.”
“경. 공녀한테 직접 전달하도록 해요.”
낭랑한 허락에 헉슬리 경이 에셀라를 바라보았다. 저를 향한 헉슬리 경의 눈빛이 오늘따라 묘하게 느껴졌다.
“공녀님. 공작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티 파티가 끝나셨으면 모시고 오라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어머나. 오늘은 공작이 바쁘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황녀의 말이 신호가 되었다.
미묘한 웃음들이 테이블 위를 바쁘게 오갔다. 에셀라는 저 웃음들을 잘 알고 있었다. 황녀가 제게 언니의 출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영애들이 서로 합을 맞출 때.
“공녀님께서는 정말 사랑받는 딸이신가 봐요.”
“첫째 공녀님은 단 한 번도 불러 주시던 적이 없었는데.”
“어찌나 냉정하게 외면하시던지, 남인 저를 보는 눈이 훨씬 더 따뜻하셨다니까요.”
“오도카니 바라보는 게 참 안쓰러웠는데.”
충분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헉슬리 경의 등장은 생각도 못 한 변수였다.
하지만.
오가는 영애들의 목소리에도 에셀라는 입술 끝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렇죠. 제 아버지께서는 무척이나 저를 사랑하시죠.”
느긋한 긍정이었다. 조롱에도 웃음기를 잃지 않은 에셀라가 천천히 테이블 위를 주시했다. 낭랑하게 떠들던 목소리들이 잦아들었을 때에야 에셀라는 황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죽하면 제 바람을 모두 들어주셔서 저 역시 난처할 때가 있는데. 지금은 궁금해지네요.”
황녀는 등줄기가 섬찟해졌다. 희게 웃는 에셀라가 말을 이었다.
“……과연, 제 바람을 어디까지 들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입꼬리를 올린 채 저를 바라보는 마델레이네 공녀의 시선은 꼭 지난번, 제 폐광산을 빼앗을 때의 올리비아 그 천것과 똑같았다.
* * *
“공녀님 오셨습니다.”
황궁 내 마델레이네 공작의 집무실.
헉슬리 경의 말에 공작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집무실 바깥에 있는 응접실로 나갔다.
요 근래 얼굴을 보지 못한 에셀라가 응접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공작을 본 에셀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와 눈 색은 마델레이네의 핏줄을 타고났지만, 에셀라는 헤이즐을 꼭 빼닮았다.
뭉클하게 피어오르는 애틋함에 공작은 큼큼, 헛기침을 했다. 에셀라의 안색이 어두워 보였다.
“늦었구나. 빨리 빠져나오라고 일부러 헉슬리 경을 보냈었는데. 별일은 없었어?”
한낮에 에셀라가 황녀 궁에 입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말에 공작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난번 황녀 궁에 다녀온 뒤로 며칠이나 식음을 전폐한 아이였다. 서둘러 헉슬리 경을 보내 데려오고 싶었으나, 황녀 궁에 간 헉슬리 경은 혼자 돌아왔다.
“네. 잠시 이야기가 덜 끝나서요.”
헉슬리 경에게 들은 답변과 같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차차 이야기를 하면 될 것이었다. 이때까지 황후와 황녀를 경계하기 위해 궁에는 부르지 못했는데.
“내 집무실은 처음이지. 차부터 한잔하자.”
헉슬리 경이 바로 알아듣고 바깥으로 나갔다. 하지만 에셀라는 앉지 않고 시선을 피했다.
“……아니요. 부르셨다기에 잠시 뵙고만 가려고 왔어요.”
어쩐지 냉담하게 떨어지는 목소리에 공작은 마음이 서늘해졌다. 늘 환하게 웃으며 “아버지!”라고 불러 주던 에셀라는 이제 저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요즘 들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니, 에셀라. 이 아비한테 뭐든 말하지 않고.”
걱정 어린 목소리에 에셀라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얼굴은 제가 알던 아버지였다.
아버지.
저를 누구보다 귀히 여기고 사랑해 주시는 아버지.
“에셀라. 우리 공주님. 네가 웃으면 세상이 환해진단다. 헤이즐도…….”
아직도 어린 시절 들었던 자장가가 선명했다. 무심코 어머니의 이름을 꺼낼 때마다 고개를 수그리던 아버지의 슬픔도.
그래서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저는 아버지를 보면 자꾸만 이유를 묻고 싶었으니까.
지금도 그랬다. 황궁의 눈만 없었다면 그냥 저택으로 돌아갔을 텐데. 에셀라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혹시, 이 아비가 에셀라 너를 무엇이라도 서운하게 만든 게 있을까? 데뷔탕트 준비를 같이 하려고 시간도 낼 참이었는데.”
하지만, 그 다정한 목소리들을 듣는 순간 에셀라는 참을 수 없었다.
“아버지…….”
“그래, 에셀라.”
아버지가 환하게 웃었다. 그 얼굴을 보면서 에셀라는 혀끝까지 올라온 말을 차마 삼킬 수 없었다.
“왜, 그러셨어요?”
“무엇을 말이야.”
아버지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에셀라는 주먹을 꽉 쥐었다. 오랜만에 신은 굽 높은 구두로 발이 아팠는데, 지금은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아버지한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었을까. 알고 싶지 않았던 일이 현실로 와락 다가왔을 때, 에셀라는 중얼거렸다.
가족 중 가장 편히 대하는 큰 오라버니 콘라드한테도 차마 하지 못했던 말. 동시에 제가 사랑하는 아버지께는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말.
“언니한테, 왜 그렇게…….”
순간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서늘한 기운이 응접실 안을 채웠다. 아버지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그제야 에셀라는 변하지 않던 사실 하나를 실감했다.
늘 저를 사랑해 주는 아버지가 화를 내는 순간. 그때는 언제나 제가 언니를 언급할 때였다.
“그 애가, 너한테 무어라 했기에…….”
에셀라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버지의 표정이 부옇게 흐려졌다.
아버지가 화살을 돌린 곳은 또다시 언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