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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7. 점점 더 가까워지는 사이 (67/151)


#067. 점점 더 가까워지는 사이
2022.10.19.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부드러운 브러시가 뺨을 쓸어내리는 촉감이 선명했다.

간질거리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눈을 뜨려 하자 곧바로 엄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안 돼요. 아가씨.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베서니의 말에 시녀들이 웃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부드러운 웃음소리들에 올리비아는 따라서 조금 웃었다. 그리고 부러 조르듯 말했다.


“어차피 제 모습인데 저도 못 봐요?”

“그럼요. 원래 매번 보시니까 더 본인이 아름답다는 걸 못 느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짠, 하고 얼마나 아름다우신지 보여 드릴게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올리비아는 또 웃고 말았다. 아름다워 봤자 제 모습인데. 베서니는 마치 엄청난 변신을 앞둔 것처럼 말했다.

하긴. 베서니가 아니었으면 연회도 없는 이 밤에 머리를 만지고 가벼운 화장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다.


“아니! 착용할 수 있는 보석이 저렇게 다양한데 겨우 반지만 열 개 해 보시려고요?”

 
열 손가락에 반지 끼는 생각만으로도 벅찬데, 당치도 않다는 듯 말하는 베서니의 말에 올리비아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떴었다.


“그런가? 그러면…….”

 
생각도 못 했다는 에드윈의 반응이 웃긴 것은 둘째 쳤다. 올리비아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베서니는 척, 하고 검지를 들어 올렸다.


“당연히 티아라부터 기본 귀걸이와 목걸이 정도는 착용해 보셔야죠!”

 
그 모습이 얼마나 굳건했는지, 올리비아는 뜬금없게도 북쪽의 마법사에 관한 소문을 떠올렸다.

그렇게 단호하고 심성이 대쪽 같다던 소문이 자자했지만, 베서니를 볼 때면 소문은 다 과장된 거라고 생각했었다. 베서니는 늘 상냥하고 푸근했으니까.

하지만 늘 미소 띤 얼굴이던 베서니가 웃음을 지웠을 때,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베서니의 뜻에 따라 움직였다.


“자, 아가씨께서는 이리 오시고 전하께서는 잠시 나가 계세요! 얘들아. 간단하게 화장품들 진열하자!”

 
짝짝 박수를 치며 말하는 베서니를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벙벙한 얼굴이던 에드윈과 디안은 바로 방 바깥으로 밀려 나갔고, 시녀들은 화장대에 화장품을 진열했다.

그 상황에서 올리비아가 화장대 앞에 앉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리던 올리비아는 문득 사위가 정적으로 가득 찼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했다.

방금 전까지 드레스 자락이 끌리던 소리부터 즐겁게 화장품을 달라 하던 목소리들까지 하나 들리지 않았다. 마치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 같은 적막이었다.

올리비아가 조심스레 베서니를 불렀다.


“……베서니?”

“……세상에나. 아가씨, 이제 눈 좀 떠 보세요.”

어딘가 억눌린 듯한 감탄이었다.

올리비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짧게 눈을 감고 있었던 것 같은데 환한 빛이 제법 눈이 부셨다. 몇 번이나 눈을 깜빡거린 뒤에야 올리비아는 거울 속 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떠세요, 아가씨! 보시기에도 너무 아름다우시죠?”

들뜬 베서니의 말에도, 뒤에서 덧붙이는 시녀들의 말에도 올리비아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보석을 한 번에 착용해 보는 건 레오포드와의 약혼식 날 이후로 처음이었다.

베서니가 촘촘히 땋은 올림머리 위로 얹은 화려한 티아라가 우아하게 반짝였다. 귓불에서 찰랑이는 백금 줄 귀걸이, 새로 목에 건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원래 있던 마석 목걸이와 세트인 것처럼 잘 어우러졌다.

거울 속의 저는…….


“……제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럴 리가요! 아가씨 맞으세요.”

흡족하게 웃던 베서니는 강하게 말했다. 거울 속 올리비아가 베서니를 바라보았다.

눈이 휘어지며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희고 아름다운 얼굴에 음영을 드리웠다.

그 미소에는 베서니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티가 역력했다. 베서니가 머리를 만져 주고, 옷매무새를 만져 줄 때마다 은연중에 그랬던 것처럼.

이런 모습이 반복될 때마다 베서니는 아릿한 속을 삼키며 일부러 더 호들갑을 떨었다.


“잠시 보석을 착용하시는 거라 화장도 거의 안 하셨는걸요. 이렇게 보석까지 착용하시니 원래의 아름다움이 부각되시는 거죠.”

“그런가요?”

베서니의 말을 들어도 올리비아는 거울 속 제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었다. 그 틈을 타고 베서니가 으스대듯 말했다.


“물론, 제가 머리를 멋지게 땋아 올려 드린 덕분인 것도 있지만요. 아가씨께서는 워낙 피부가 맑고 목선이 가느셔서 머리를 풀어도 예쁘시지만 올려도 예쁘세요! 이렇게 보니 두 분의 혼인날 어떻게 꾸며 드릴지 점점 계획이 세워집니다.”

혼인이라니!

멍하니 거울을 바라보던 올리비아가 화들짝 놀랐다.

그 순진한 반응에 베서니의 눈이 짓궂게 휘어졌다. 주변 시녀들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해 보니 정말 일 년이 긴 시간이 아니에요. 예니브 거리 정비를 시작하시다 보면 곧 혼인날이 다가올걸요?”

“안 그래도 전하께서 연회장을 새로 지을까 하시다가 일 년 안에 완공이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셨대요.”

“일 년도 그렇게 힘겹게 기다리시는 분이 지금도 이 방 바깥에서 얼마나 기다리시겠어요.”

시녀 한 명이 문을 눈짓했다.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문을 바라보다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약간 낯설 뿐 제 모습에 특별한 감상은 없었는데, 막상 에드윈이 볼 것을 생각하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정말…… 예쁘다고 할까?

문득 떠오르는 질문에 올리비아는 빙그레 웃었다. 어쩐지 에드윈의 반응에 아주 조금은, 아니 그보다 많이. 자신이 있었다.

에드윈이 저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떠올리자, 어쩐지 거울 속 제가 좀 더 예뻐 보이는 것만 같았다.

빙그레 웃는 아가씨를 보던 베서니가 서둘러 문밖으로 나섰다. 문 앞에 기대 있던 대공이 느른한 자태로 몸을 일으켰다. 그 얼굴을 보면서 베서니는 단단히 으름장을 놓았다.


“보시자마자 반응 아시죠? 무조건 엄청난 반응이어야 됩니다, 전하.”

그 말을 들은 대공이 나직하게 웃었다.


“……당연한 말을.”

이 늦은 밤, 올리비아가 그녀를 위해 제가 준비한 보석을 걸쳤다. 생각만으로도 짜릿한 일이 이 방문 안에서 실제로 일어났는데 엄청난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더 우스운 일이었다.

가늘게 휜 눈매 속 붉은 눈이 요요히 빛났다.

하지만 정작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에드윈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예뻐 보였으면 좋겠는데.”

얼굴을 보기도 전에 한숨처럼 흘러나온 목소리를 듣는 순간, 에드윈의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처럼 엉망이 되었다.

안 그래도 예쁜 제 아가씨가 제게 예뻐 보이고 싶다니.

그리고 다음 순간 올리비아가 에드윈을 바라보았을 때.

시선이 맞닿았다. 에드윈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올리비아의 눈이 사르르 휘어지는 찰나, 에드윈은 잠시 동안 요정 같은 저 아가씨가 사라지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났다.

보석이고 뭐고 오직 올리비아만 보였다. 에드윈은 미리 준비한 유려한 문장들을 다 잊어버렸다.

긴장한 듯 저를 바라보는 얼굴에, 기대를 품은 초록색 눈에 빠져들었을 때, 누군가 옆구리를 콕 찔렀다. 에드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생각한 것보다 더 예뻐서.”

더듬거리던 말이 끝내 맺어지지 못했다.

올리비아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 멋없는 말에도 웃어 주는 게 또 예뻐서. 에드윈은 고개를 푹 수그렸다.

옆에 있는 시녀들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디안이 경악한 눈으로 에드윈을 바라보는 사이.


“세상에나. 이렇게 말주변이 없으실 줄이야.”

베서니가 작게 투덜거렸다. 그 눈마저도 웃음을 담고 있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었다.

.
.
.



“저희는 잠시 보석들을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에드윈을 보던 베서니가 시녀들과 디안을 이끌고 방문을 나섰다.

에드윈은 조금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올리비아는 짓궂은 장난기를 꾹꾹 눌렀다. 지금 놀린다면 에드윈은 정말 낙담할 기세였다.

저는 나쁘지 않았는데. 오히려 좋았다. 상상보다 더 예뻤다니. 에드윈의 눈에는 제가 정말 예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올리비아는 땋은 머리를 조금 만져 보았다.

그러는 새, 시선도 못 마주치던 에드윈이 나직하게 말했다.


“……저거. 베서니가 놓고 갔나 보네요.”

그럴 리가. 에드윈의 시선을 따라갔던 올리비아가 책상 위에 얹어 둔 노란색 보석 상자를 보고 조금 웃었다. 그리고 상자를 열어 보이며 말했다.


“아, 저건 예니브 거리에서 받은 선물이에요. 실 발찌요.”

“실 발찌?”

“네.”

그것도 잃어버렸던, 엄마의 유품을 꼭 빼닮은 실 발찌.

올리비아는 뒷말을 삼켰다. 이 실 발찌가 초록 눈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조금 더 확실해질 때까지 저만 알고 있기로 했다.


“예쁘죠? 색색의 실이 솜씨 좋게 엮어졌더라고요.”

대신 자랑 정도는 괜찮겠지.

올리비아가 화사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에드윈이 짐짓 토라진 티를 냈다.


“와, 보석을 안겨 드려도 이렇게까지 좋아하시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럴 리가요. 에드윈이 선물해 준 보석을 제가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이건 그것과는 다르게 귀하죠.”

“그렇게 귀한 거라면 내게 선물하는 건 어때요?”

“그럼 안 되죠. 저도 선물 받은 건데. 남들에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예뻐서 저 혼자만 하고 있으려고요.”

올리비아가 농담을 섞어 말했다. 그 말에 실 발찌를 바라보던 에드윈의 시선이 한없이 낮아졌다. 그리고 드레스 자락에 가려진 발목 부근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가느다란 발목에 걸릴 실 발찌를 볼 방법은 단 하나였다. 그가 상냥한 얼굴 아래로 불순한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베서니가 힘차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가씨. 정리 다 해 두었습니다.”

아가씨.

에드윈은 쓴웃음을 삼켰다.

날이 갈수록 저 호칭이 신경 쓰였다.

‘대공비’라면 좋을 텐데.

올리비아의 뺨에 입을 맞출 수 있게 된 뒤로, 제 욕심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더 잘해 주고 싶고, 더 웃게 하고 싶고, 원하는 건 뭐든 하게 하고 싶고. 이제는 더 가까이 다가가 입을 맞추고 싶다.

……그보다 더 짙게 탐을 낸다 해도. 저에게만큼은 언제나 웃어 주었으면 했다.

그렇게 점점 더 깊은 사이가 된다면…….

에드윈은 조바심을 숨기기 위해 손으로 입술을 한 번 훑어 내렸다.

자꾸 목이 탔다.

지금 당장 해소할 수 없는 제 갈증에 곤란해진 에드윈은 애써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 저게 탐나시면, 제가 빨리 만드는 법을 배울게요.”

……하필 바라본 곳에 실 발찌가 있다는 게 낭패였지만.


“이건 안 드릴 거니까요.”

저를 놀리듯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에드윈은 결국 손바닥으로 눈가를 짚었다.

붉은 입술 새로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 * *

늦은 밤. 황제궁의 응접실.


“……여기서 더 추가적으로 발견된 게 없다는 말이지?”

한참 동안 보고서를 들여다보던 황제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딸에게 하는 첫말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고압적이었다.

하지만 황녀는 그 건조한 말에도 몸을 낮추었다.


“예, 폐하.”

공손하게 대답하는 황녀의 모습에 황제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보고서의 내용은 몇 년 전의 것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의심스러운 일이었다.

이전 조사 때 학자며 마법사들까지 대동했다는 건 황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때의 훌륭한 보고서 내용이 이번 단출한 행렬의 조사단의 결과와 같다니.

이거야말로 조사를 안 했다는 티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닷새간 모든 것을 샅샅이 확인하셨다 합니다.”

 
황제는 시종장의 말을 떠올렸다. 잠시 서늘한 눈으로 황녀를 내려다보던 황제가 고개를 저었다.


“……시종장.”

“예, 폐하.”

“백수정 광산 문서에 황녀의 이번 보고서를 추가하게.”

그 말에 황녀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문서라니. 그건 이미 그 반쪽짜리한테 가 있는데!

생각을 하기도 전에 입에서 말이 먼저 튀어 나갔다.


“폐하, 문서에는 제가 추가해 두겠습니다. 시종장이 어찌 황족의 문서에 접근한단 말입니까. 그것도…….”

황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건조하던 황제의 눈이 잠시간 반짝였다. 황제가 기다리는 말이 무엇인지는 바로 알았다.

황녀는 목소리를 낮춘 채 말을 이었다.


“……망국과 관련된 중요한 문서에 말입니다.”

그제야 황제의 입가에 짐짓 만족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저런 말을 할 정도면 백수정 광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조사를 허투루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확신이 섰다.


“……이제야 문서를 읽은 티를 좀 내는구나. 보고서에 그런 이야기는 내비치지 않더니.”

“……송구합니다, 폐하. 기록으로 남기기 조심스러운 내용이라 이렇게 말씀만 드립니다.”

황제가 흡족하다는 듯 허허 웃었다. 황녀도 따라 웃었다.


“역시 내 딸이야. 이번 여름 연회 역시 기대하고 있겠다.”

몇 년째 이어지는 여름 연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황녀였다. 진하게 내비치는 기대감에도 황녀는 자신 있게 웃었다.


“실망시켜 드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황제의 응접실을 나설 때까지 우아한 웃음을 유지하던 황녀는 문이 닫히기 무섭게 입술을 깨물었다.

드레스를 말아 쥔 주먹 안에 식은땀이 한가득이었다.

여름 연회라니!

폐광산을 마무리 지었다 싶었더니 또 하나의 일이 놓여 있었다. 여름 연회를 두고 그 반쪽짜리를 부를 생각만 했지 황제이신 아버지께서 기대하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여름 연회의 진행은 어디까지 이루어졌을까. 아니, 초대장에 답변들은 제대로 받았을까.

머릿속이 터질 것처럼 복잡했다.

결국 황녀는 사나운 얼굴로 유모인 루하스 남작 부인한테 말했다.


“당장 에텔 영애한테 내 궁으로 오라고 연락을 넣어요.”

 

* * *

한편 황제는 걱정을 던 채로 침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자연스레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섰다. 오직 지고한 황제만을 위한 공간.

그 안에서 황제는 휘장을 걷어 올렸다. 다시 보존 마법을 건 초상화는 황제가 익히 아는 그 자리에 걸려 있었다.

황제는 비웃는 눈초리로 초상화를 내려다보았다. 과거와 다르게 무표정한 공주와 눈을 마주치는 건 아주 쉬웠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공주.”

심지어 저는 대비책도 만들어 두었다. 황제는 초상화 속 공주의 눈을 똑바로 쏘아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내가 괜히 초록 눈의 무희라는 소문을 내었겠어?”

황제가 손을 올려 초상화 속 공주의 뺨을 쓸어내렸다. 비틀린 집착을 담은 손길이 끈적하게 초상화를 어루만졌다.


“혹시나 공주와 같은 힘을 가진 이가 또다시 나타날까 봐.”

섬뜩한 목소리가 마치 비밀을 뇌까리듯 낮게 말했다.


“……내가 그 고운 목소리를 틀어막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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