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66. 마리아 에텔의 새로운 조력자 (66/151)


#066. 마리아 에텔의 새로운 조력자
2022.10.16.


에텔 후작저의 현관.

마차의 문이 열리기 무섭게 에텔가의 막내 아가씨가 저택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차가 들어올 때부터 긴장하던 하인들은 과장되게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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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셨습니까, 아가씨.”

하지만 마리아는 평소와 달리 하인들을 그대로 지나쳐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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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마리아가 날카롭게 외치자 하인 한 명이 다가왔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저택에 있을 확률은 얼마 되지 않았다.

차라리 러헤이른 거리의 바나 카지노 쪽으로 가 볼걸.

그때였다. 하인이 1층 안쪽 응접실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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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님께서는 지금 응접실에 계십니다.”

마리아가 눈을 깜빡이다 환하게 웃었다. 역시 될 일은 될 모양이었다. 바쁜 아버지를 단번에 만날 줄은 몰랐는데!

마리아는 급하게 응접실 쪽으로 뛰어갔다. 무난하게 아가씨와의 대화를 넘겼다고 생각한 하인이 순간 아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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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후작님께서 조금 전 엘킨 공작이 오고 난 뒤, 사람들을 모두 물리라고 하셨는데. 아가씨의 뒤를 따라 들어가려던 하인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응접실로 들어가는 복도 앞, 커다란 수사슴 헌팅 트로피는 경고처럼 하인을 내려다보았다. 텅 빈 눈에 박아 넣은 새파란 보석이 꼭 에텔 후작의 눈처럼 보였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동시에 하인은 깨달았다.

아가씨야 저 안으로 들어간다 해도 별일 없겠지만, 저 같은 하인은 다르다는 것을.

그 어느 귀족가보다 가차 없는 이 에텔 후작가에서는 더욱더.

하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하던 일로 돌아갔다.

* * *

응접실 쪽으로 다가갈수록 두런대는 말소리가 들렸다. 1층 응접실은 화려한 대신 방음이 잘되지 않았다. 문가에 선 마리아가 노크를 하려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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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탈을 없앨 걸 그랬습니다. 약이라도 먹였으면…….”

문을 두드리기 전, 마리아는 숨을 삼켰다. 나지막이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은 아버지였다.

약이라니. 마리아가 생각을 채 정리하지 못했을 때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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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야 그런 걸 생각했습니까? 그저 마델레이네 공작한테 경고를 준다는 생각에 급급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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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맞는 말씀입니다, 공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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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후작의 말이 옳아요. 그때 그 반쪽짜리만 안 생겼어도 마델레이네 공작이 제 딸을 내미는 일은 없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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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 두고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부정의 증거를 옆에 끼고 산다고 비난해야 할지, 아니면 운 좋게 딸 대신 황실에 들여보낼 제물을 얻었다고 감탄해야 할지. 참 난감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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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이라면 감사 기도는 우리한테 해야지. 우리가 그 무희를 붙여 주지 않습니까?”

나직한 웃음소리가 오갔다.

마리아는 저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아버지가 공작님이라고 공손히 부를 사람은 귀족파의 수장이자 황후 폐하의 손위 형제인 엘킨 공작님.

그리고 지금 나온 이야기는 아마도.

약 십사 년 전, 사교계를 들썩이게 만든 마델레이네 공작의 사생아 이야기.

마리아가 여섯 살 때의 일이었지만, 그 파장으로 공작 부인이 사망했다고 해서 마리아도 언뜻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일이 귀족파 수장인 엘킨 공작과 제 아버지의 함정이었다니.

마리아는 주먹을 쥐었다. 손바닥 위로 손톱이 파고들었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모든 게 현실감이 없었다. 아버지를 부르고 싶었지만 차마 부를 수 없었다.

실망 때문이 아니었다.

묘한 희열이 온몸을 감쌌다.

올리비아 마델레이네 그 천것이 태어날 수 있었던 게 제 아버지와 엘킨 공작님 덕분이라니.

태어나는 것조차 귀족인 저희에 의해 결정되는 구질구질한 인생.

감히 그런 반쪽짜리가 이제까지 제 연인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니!

머릿속으로 착착 정리가 되어 가는 와중에 마리아는 숨을 가다듬었다. 아버지한테만 말씀드리려 했는데, 어쩌면 엘킨 공작이 와 있는 지금이 적기인지 몰랐다.

제가 태자비 자리를 공고히 하려면……. 레오포드 말고도 아군이 필요하니까.

마리아는 아까의 레오포드를 떠올리다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결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문을 두드렸다.

똑똑-. 일정한 노크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노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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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아무도 이쪽으로 출입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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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예요. 마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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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바로 문이 열렸다. 어차피 제대로 기능도 하지 못하는 문 따위. 마리아는 문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며 응접실 안쪽을 바라보았다.

역시나였다. 소파에 엘킨 공작이 우아하게 앉아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이며 웃는 얼굴은 황후와 꼭 닮아 있었다.

에텔 후작은 곤란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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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리아. 네가 지금 어쩐 일이야? 지금은 공작님께서 오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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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여름 연회 건으로 드릴 말씀이 있어 왔는데, 미처 계신 줄 몰랐습니다.”

죄송하다는 얼굴로 말한 마리아는 자세를 곧게 했다. 그리고 저를 바라보는 엘킨 공작을 향해 예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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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에텔이 엘킨 공작님을 뵙습니다.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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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무탈했네, 영애. 아니, 이제 조카이신 태자 전하의 약혼녀인데. 한 가족이나 진배없는 사이겠군.”

농처럼 던진 말에 에텔 후작은 흐뭇해했다. 마리아는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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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여름 연회라니.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닐 테니 먼저 가 보겠네, 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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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공작님.”

후작보다 먼저 낭랑한 목소리가 공작을 말렸다. 의아한 듯 마리아를 돌아보던 엘킨 공작의 눈이 가늘어졌다.

꽃처럼 웃고 있던 마리아 에텔의 얼굴 위로 누이인 황후에게서나 보이던 욕망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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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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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연회이지 않습니까. 황녀 전하께서 한 가족이 된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감사하게도 제가 연회에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끔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여기 있는 모두가 알았다.

한 가족이라니. 조금 전 엘킨 공작 또한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지만, 황녀를 거론하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마리아는 ‘일 년간의 유예’ 기간 동안만 태자의 옆자리를 채울 대리 약혼녀였다. 그런 마리아한테 황녀가 가족이랍시고 은혜를 베풀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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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에텔 후작이 성급하게 말을 꺼내려 하자 엘킨 공작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더 들어 보겠다는 제스처에 마리아는 눈을 휘어 웃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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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태자 전하께 약혼식을 성대히 올리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참에 제 자리를 공고히 할 겸 연회 때 약혼식을 하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후작이 입을 떡 벌렸다.

제국의 온 귀족이 참석하길 소망하는 여름 연회에서 약혼식이라니. 이건 너무 위험했다. 하지만 공작은 입꼬리를 올린 채 검지로 턱 끝을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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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카이신 태자 전하께서는 알고 계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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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선물, 이라면 더 기쁘지 않으실까요?”

마리아 에텔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배시시 웃었다.

엘킨 공작은 그 얼굴을 바라보며 빠르게 셈을 했다.

화사한 금발에 요정처럼 예쁜 얼굴.

반쪽짜리 공녀가 있을 때부터 티아제 궁을 들락거리던 대담함. 심지어 태자의 이름으로 꽃을 보내며 공녀를 농락하기도 했다는 소문까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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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황후 폐하를 한번 뵈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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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은 패였다. 계산을 끝낸 엘킨 공작이 친절하게 말했다.

마리아 에텔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그 옆에 있던 에텔 후작도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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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께서 황후 폐하께 말씀드려 주신다면야 저희 마리아가 아니, 예비 태자비 전하께서 훨씬 더 수월하게 연회 준비를 할 수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작님.”

예비 태자비 전하. 듣기 좋은 호칭에 마리아는 환하게 웃었다.

제 약혼식은 그 역대 어느 태자비의 약혼식보다 화려할 것이었다.

레오포드가 얼마나 좋아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 앞에서 절망적인 얼굴로 무릎을 꿇을 올리비아 그 천한 것을 떠올리는 것은 더욱더.

* * *

그 시각, 올리비아는 눈을 깜빡이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에드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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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테이블 가득 놓인 공단 보석 상자들, 그 안에서 반짝거리는 보석들을 바라보던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본심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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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에 든다기보다는.”

에드윈의 얼굴이 흐려졌다. 올리비아는 바로 말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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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마음에 들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에드윈이 다시 꽃처럼 화려하게 웃었다.

그 얼굴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테이블을 가득 채운 보석을 보자 올리비아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섬세하게 커팅된 보석들과 세밀하게 세공된 목걸이와 팔찌, 브로치에 귀걸이까지.

심지어 테이블 끝에는 티아라까지 놓여 있었다. 에메랄드와 물방울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백금 티아라. 저건 황족이나 공왕비, 혹은 대공비까지만 할 수 있는 보석이었다.

그걸 제외하더라도 이 정도의 보석은 황녀조차, 아니 황후조차 단번에 사기 힘들 것 같았다.

올리비아는 황녀의 예산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습관처럼 보석들의 가격을 어림잡다가 숨을 삼켰다.

놀란 얼굴로 보석을 바라보는 올리비아를 즐겁게 관망하던 에드윈이 가볍게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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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뭐부터 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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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걸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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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올리비아 건데 마음에 안 들 수 있으니 한번 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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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안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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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남작과 세공사를 불러야겠죠? 더 아름다운 걸 가져오라고.”

천연덕스레 말하는 대공을 보면서 뒤에 서 있던 디안은 속으로 경악했다.

저만큼 고르는 것도 눈물 나게 힘들었는데 ‘또’라니. 심지어 제가 가져온 보석들 중 몇 가지는 충분히 예쁘지 않다며 빠진 상태였는데.

디안은 간절한 눈으로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아가씨도 제 마음과 같았는지 토끼처럼 동그랗게 뜬 눈으로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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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다 마음에 들어요. 황후 폐하께서도 이리 귀한 것들은…….”

무심코 생각을 말하던 올리비아가 아차 했다.

정확히 무슨 사유인지는 모르지만, 비칸데르령의 전부가 황궁을 적대시하는 것을 알면서도 할 말은 아니었다.

조심해야 한다 늘 생각했지만 이십 년간 제도에서 산 저는 여전히 모든 생각이 다 제도와 황궁 위주로 돌아갔다.

잠시간 말을 고르는 올리비아를 보며 에드윈이 나른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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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황후와 비견할 수도 없이 귀한 것들로만 안겨 드릴 겁니다.”

에드윈은 별거 아니라는 듯 해사하게 웃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에드윈이 품에서 붉은 공단으로 덮인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

탁,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반지 케이스가 열렸을 때 올리비아는 눈을 깜빡였다.

백금으로 만들어진 둥근 반지, 그 위에 얹어진 섬세한 다이아몬드. 얼핏 평범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유난히 특별해 보이는 건, 이 세상에 단 두 개뿐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왠지 모르게 손끝이 조금 떨렸다. 하루 종일 신경 쓰였던 붉은 보석 반지 말고도 신경 쓰이는 반지가 하나 더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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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에드윈이 눈을 찡긋하며 부드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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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가씨께서 내게도 같은 반지를 끼워 주신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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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손을 떨어요. 추워요?”

짓궂은 목소리에 눈을 흘길 새도 없었다. 제 손 위에 올려놓은 에드윈의 손이 얼마나 덜덜 떨리는지는 지금 제가 제일 잘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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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손이 무거워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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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요.”

단번에 반박하면서도 에드윈은 잠시 걱정스러운 눈으로 올리비아와 제 손을 번갈아 보았다.

제 손 반만 한 하얀 손을 보니 정말 지탱하기 힘들 것 같기도 했다.

에드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히 보였지만 올리비아는 반지 끼우는 데에만 몰두했다.

길쭉하니 우아하고 단단한 손.

그 손의 네 번째 손가락을 잡고 동그란 반지를 끼우는 순간,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긴장된 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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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요.”

에드윈은 잠시 반지 낀 제 손을 바라보았다. 생경한 눈으로 반지를 멀뚱히 바라보다가 이내 올리비아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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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미 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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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밖에 안 끼었잖아요.”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넘어가려던 올리비아의 눈이 다시 커다래졌다. 에드윈이 씩 웃으며 테이블 위 보석들을 가리켰을 때에서야, 올리비아는 아차 싶었다.

세상에. 열 손가락 전체에 반지를 끼우겠다는 게 정말이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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