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54. 빼앗겼던 유품, 로웰의 보물 (54/151)


#054. 빼앗겼던 유품, 로웰의 보물
2022.09.04.


올리비아는 괜히 문서 가장자리를 쓸어 보며 웃었다.

늘 에드윈에게는 받기만 해 왔다.

첫 춤, 첫 맹세, 제가 돌아갈 수 있는 곳과 보검. 그리고 제가 믿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

드레스에 보석까지 따지자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받았다.

대공성에서 있는 날이 길어질수록 저도 에드윈에게 선물을 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예니브 거리 정비를 위해 사람들과 만나느라 바빠져 에드윈 얼굴도 제대로 못 보는 이 시기라면 그에게 깜짝 선물을 하기에 적기일 것 같았다.

재정 담당 가신의 도움을 받아 제 백수정 광산을 공동 재산으로 등록해 두었다가 예니브 거리의 정비 준비가 완료되는 순간, 깜짝 놀라도록 말해 주고 싶었다.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라면 저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가, 에드윈을 아주 많이…….

아직 입 밖으로 내기에는 부끄러운 말을 떠올리는 동시에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그때였다. 갑자기 목 부근에 살짝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올리비아는 무심코 손으로 목걸이에 달린 마석을 만지작거렸다.

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 주는 마석이 이렇게 갑자기 열을 내다니. 묘한 기분에 마석을 바라보자 투명한 백수정 같은 마석이 언뜻 초록색으로 반짝였다.

지난번과 똑같은 상황에 올리비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베서니를 향해 마석에 대해 물으려던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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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서니!”

올리비아가 화들짝 놀라 베서니를 불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장난스레 웃던 베서니의 얼굴이 희게 질려 있었다. 늘 푸근하게 저를 바라보던 연하늘색 눈은 충격적인 것을 본 것처럼 동공이 확장되었다.

호흡이 끊긴 것처럼 조용한 베서니를 보고 놀란 올리비아가 베서니 옆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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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서니! 왜 그래요? 숨 좀 쉬어요!”

덜덜 떨리는 베서니의 손을 마주 잡은 채, 올리비아는 베서니의 등을 두드렸다. 늘 침착하고 다정한 베서니의 이런 모습은 올리비아한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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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누구 없어요?”

다급한 마음에 올리비아가 바깥을 향해 외쳤다. 얼른 누가 와서 의원이라도 불러 줬으면 했다.

하지만 시녀를 부를 때 쓰는 설렁줄을 잡아당기지 않는 이상, 방음이 잘 처리된 문 바깥으로 소리가 나갈 리 만무했다.

이러다 베서니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베서니는 이미 제게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올리비아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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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잠깐만요. 베서니. 의원을 불러올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정말 빨리 올게요.”

허둥대느라 제가 하는 말의 의미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빠졌지만, 올리비아는 서둘러 바깥으로 향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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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그때 가쁜 호흡과 함께 베서니가 올리비아를 불렀다. 왈칵 몰려드는 안도감과 함께 올리비아가 베서니를 껴안으려던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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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알리셔야 해요. 도련님께서, 정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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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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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다리셨어요. 이날을.”

끊어질 듯 힘겹게 이어지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베서니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도련님이라니. 에드윈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백수정 광산의 문서를 보고 나더니 영 이상하게 구는 베서니의 반응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백수정 광산이 대체 에드윈에게 뭐라고.

하지만.

소리 없이 우는 베서니의 눈물에 담긴 묵직한 감정을 바라보면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만큼 올리비아는 멍청하지 않았다.

올리비아는 급하게 설렁줄을 잡아당겼다.

이내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올리비아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들어온 시녀는 공손히 인사를 하며 고개를 들었다.

베서니를 발견하고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하는 시녀를 향해 올리비아는 짧고 간결하게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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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한테 제 방으로 와 달라고 전해 줘요. 지금 당장.”

 

* * *

늦은 밤, 부름을 받은 에드윈은 올리비아의 방으로 향했다.

멀리서 걸어오는 대공 전하께 고개를 숙이던 사용인들은 묵직하게 깔리는 살기에 익숙한 듯 양 벽으로 물러났다.

뒤에서 따라오던 하워드가 연신 에드윈을 불렀지만, 그조차 에드윈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짙게 가라앉은 붉은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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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께서 대공 전하를 급히 찾으십니다.”

 
조금 전, 제 집무실 문을 두드린 시녀의 말을 들은 순간 에드윈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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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늦은 밤에? 내 아가씨가 나를 찾는다고 말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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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십시오, 대공 전하. 그렇게 웃으시다 입꼬리 찢어지시면 어떻게 합니까.”

 
무표정한 하워드의 농담조차 안 들릴 정도였다.

요즘 들어 예니브 거리 때문에 통 얼굴을 못 본다고 슬쩍 서운함을 비쳤던 게 먹힌 걸까. 아니면 올리비아가 진짜로 저를 예뻐할 마음이라도 먹은 걸까.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었다. 이 늦은 시간에 얼굴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기분 좋게 두근대었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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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베서니 님이 울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시녀의 말에 붕 떴던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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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베서니 님이 왜…….”

 
하워드가 묻는 말이 멀어졌다. 시녀가 무어라 대답을 했지만 에드윈의 귀에 닿지 않았다.

베서니의 눈물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제가 열 살이던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통지와 함께 어머니가 황궁으로 끌려가기 전날 밤이었다.

저를 위해 입술을 깨물고 소리조차 내지 않고 울던 베서니의 모습은 한없이 무력하던 열 살의 저를 각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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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는, 기쁨의 눈물만 흘리셔야 합니다. 제가 그렇게 하실 수 있도록 보필하겠습니다.”

 
어머니가 황궁으로 끌려가던 그날 이후로 베서니는 승계식도 제대로 못 치른 저를 대공으로 모셨다. 어머니의 시녀였던 베서니는 집사의 부재를 대신했다.

북쪽의 마법사, 그 명예 하나만으로도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었던 베서니는 누구보다 성심성의껏 저를, 그리고 이 비칸데르를 섬겼다.

그리고 베서니는 스스로가 했던 말을 먼저 지켰다. 그날 밤 이후 베서니가 우는 일은 없었으니까.

이 비칸데르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어도, 초록 눈에 대한 인식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나빠져도, 심지어 어머니의 죽음이 통보로 날아와도.

이윽고 에드윈이 올리비아의 방 앞에 가까워졌을 때, 방문은 아주 조금 열려 있었다.

눈앞이 새하얗게 번졌던 조금 전과 달리 에드윈은 점차 침착함을 되찾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굴어야 했다. 문 앞에서 노크를 하고 들어가야지, 생각하는 찰나였다.

조금 열린 문을 통해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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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래요, 베서니!”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에 에드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열린 문을 그대로 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에드윈은 제 눈을 의심했다.

제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심지어 제게도 무릎을 꿇은 적 없었던 베서니가 올리비아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이마를 바닥에 대고 절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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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저 좀 도와줘요. 베서니, 일어나요. 제발.”

그 앞에 있는 올리비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베서니의 팔을 잡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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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저 좀 도와줘요. 베서니, 일어나요. 제발.”

인기척이 느껴져서 돌아본 곳에 에드윈이 서 있었다. 올리비아는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아무리 끙끙거리며 베서니의 몸을 일으키려 해도 베서니는 일어날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탈진할 정도로 주룩주룩 눈물만 흘려 대던 베서니는 어디에서 힘이 났는지 갑자기 저를 향해 무릎을 꿇고 바닥에 이마를 대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올리비아가 얼른 베서니를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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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울음 섞인 말만이, 그저 베서니가 혼절하지 않았음을 알리는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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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이게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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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겠어요. 베서니가, 이걸 보고서는 당장 에드윈한테 알려야 한다면서 갑자기 울더니……. 우선 베서니 좀 일으켜 줘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멍하던 에드윈도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성큼성큼 다가와 베서니를 훌쩍 들어 올렸다. 아무리 힘을 줘도 꿈쩍하지 않던 베서니가 단번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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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좀 빌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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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요.”

올리비아가 서둘러 침대 이불을 걷었다. 힘없이 늘어졌던 베서니가 다시 버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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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됩니다, 도련님. 제가 어떻게 아가씨 침대에…….”

도련님이라는 단어에 에드윈이 멈칫했다. 베서니는 저를 대공으로 대하기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도련님이라 칭한 적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 크게 놀랐던 올리비아는 어림없다는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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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누워요, 베서니. 안 그러면 저 정말 서운해서 내일 베서니 안 볼 거예요.”

그제야 베서니가 말을 멈추었다. 에드윈이 조심스레 베서니를 침대 위에 눕혔다. 베서니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조금은 진정된 듯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올리비아가 한숨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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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에요, 올리비아.”

아차. 당황하기는 저보다 에드윈이 더할 것이었다. 올리비아는 서둘러 방을 돌아보며 문서를 찾았다.

베서니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걸 본 순간 어디엔가 놓았던 것 같은데.

다행히 여러 곳 돌아볼 것도 없었다. 책상 위에 제대로 올려져 있는 문서를 내밀면서 올리비아가 조심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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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서니가, 이걸 지금 에드윈한테 보여 줘야 한다고 하던데.”

베서니를 바라보던 에드윈이 고개를 돌려 올리비아가 내미는 문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서의 상단을 읽는 순간, 에드윈의 머릿속이 온통 새하얗게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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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가문의 명예를 되돌린 후에도, 수백 번을 상상했었다.

황제에게 묶여 있는 백수정 광산을 찾아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제 가문을 재건한 지금처럼 행복할까, 아니면 더 기쁠까.

전쟁터를 전전하면서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을 느낄 때마다 에드윈은 늘 백수정 광산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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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황제에게 빼앗기지만, 에드윈 로웰 비칸데르. 기억해. 꼭 찾아와야 해. 이건 네 것이야. 비칸데르의 것이자 로웰의 것이야!”

 
황궁으로 끌려가기 전날 밤, 모두가 슬피 우는 가운데 어머니는 어린 그를 향해 위엄 있게 말했다.

전쟁의 총사령관이었던 아버지가 전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였다. 황제는 위로 대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어차피 질 전투였다고 반박했지만 소용없었다.

황제는 비칸데르령의 가장 풍요로운 보석 광산과 로웰 왕국의 보검 아이라루텐과 백수정 광산을 요구했다.

그 속내가 대공비, 그리고 비칸데르 대공가 전체를 집어삼키겠다는 음험한 욕망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았다.

그리고 모두가 황제의 뜻대로 될 거라 생각했다. 대공비였던 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아름답지만 연약했으니까. 망국 로웰처럼 비칸데르도 역사의 뒤안길에 설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대공비였던 어머니는 눈물 한 방울 내비치지 않았다. 아버지의 전사 소식과 동시에 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단단해졌다.

로웰의 마지막 공주.

어머니는 그 명예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분이었다. 황제와의 협상 끝에 비칸데르령의 사람들을 지킨 어머니는 스스로가 황궁에 끌려가는 것을 택했다.

눈물 한 방울 내비치지 않던 단호한 얼굴이 했던 말을 떠올릴 때마다 에드윈은 늘 제 이름의 의미를 되새겼다.

에드윈 로웰 비칸데르.

무너진 대공가, 그리고 사라진 왕국을 동시에 품은 이름.

비칸데르의 가주인 동시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로웰 왕국의 마지막 핏줄.

에드윈은 어딘가 빈 듯한 저 자신을 바라보며 늘 ‘로웰’이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보검 아이라루텐과 마찬가지로 로웰의 보물이었던 백수정 광산.

어머니의 마지막 유품이었던 그 광산이 제 소유가 된다면 이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멍청하게 손이나 벌벌 떠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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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 어떻게…….”

에드윈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눈가를 꾹꾹 눌렀다. 우아하고 긴 손가락 너머로 시야가 흐릿해졌다.

물에 잠긴 것처럼 번지는 소리 사이로 또렷하게 들리는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에드윈을 현실로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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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 전하로부터 받은 제 결혼 지참금이에요. 함께 황궁에 갔던 날, 제가 받아 온 거요.”

황녀를 만나고 온 올리비아가 들고 왔던 것.

핑크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제가 멋대로 했던 기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발아래로 바닥이 느껴졌다. 손에 잡힌 문서의 질감이 생생했다. 저를 향해 몰아치는 현실의 생생함에 에드윈은 이를 악물었다.

올리비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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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게, 에드윈한테 중요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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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는 지금 올리비아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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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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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는, 십수 년 동안 내가 전쟁터에서 굴러도 못 했던 걸 해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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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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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의 유품을, 빼앗겼던 로웰의 보물을. 당신이 찾아다 줬어요.”

유품에 보물이라니. 이게 그렇게 어마어마한 것인 줄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올리비아가 눈을 깜빡였다.

그 사이, 에드윈은 문서를 꽉 쥔 채로 올리비아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 자그마한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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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고마워요. 올리비아.”

가까이 닿은 에드윈의 심장 뛰는 소리가 선연했다. 잠시 굳어 있던 올리비아가 느리게 손을 들어 에드윈의 등을 두드렸다.

다정한 손길에 목덜미 위로 뜨거운 숨이 닿았지만 올리비아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어깨 위로 떨어지는 눈물이 뜨거웠다.

* * *

달이 드높이 뜬 밤, 견고한 대공성에서 마차 한 대가 빠져나갔다. 목적지는 백수정 광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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