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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7. 대공령은 공동 재산을 인정해요 (47/151)


#047. 대공령은 공동 재산을 인정해요
2022.08.10.


전담 시녀와 호위 기사.

에드윈이 말한 영지 시찰의 조건이 갖춰졌다.

아침부터 화창한 하늘까지. 영지 시찰을 나가기에 딱 적당한 날이었다. 하지만 지금 올리비아를 고민스레 만드는 건 따로 있었다.


“괜찮은가요?”

올리비아는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춰 보았다. 화사한 노란색 드레스와 챙이 넓은 모자. 황녀의 명에 따라 영지를 시찰할 때는 한 번도 입어 보지 않은 드레스였다.

영지 시찰인데. 그래도 무게감 있는 옷이 좋지 않을까 걱정하니 베서니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정식 시찰 때는 우아하고 위엄 있는 드레스를 준비하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영지 구석구석을 살피셔야 하니 거동이 편하신 드레스가 나으실 겁니다.”

베서니의 말이 맞았다. 이 화사한 노란색의 드레스는 가벼워서 움직이기 편했다. 마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도 얼마든지 다닐 수 있을 것이었다.

선대 대공비의 전담 시녀 출신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베서니는 세심하게 올리비아를 살폈다.

올이 굵게 머리를 땋아 주고 노련한 손길로 화장까지 마쳤다. 그러더니 고풍스러운 보석함을 가져와 열며 말했다.


“그리고 이거.”

보석함에 걸린 건 처음 보는 백수정 목걸이였다. 손톱만큼 작은 백수정이 흔들릴 때마다 투명한 보석이 언뜻 초록색으로 빛나는 것만 같았다.

평범한 백수정은 아닌 것 같았는데, 올리비아가 다시 보기 전에 베서니가 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었다. 백금 체인이 목에 걸리자마자 올리비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베서니, 제게 마법이라도 걸어 준 건가요?”

조금 싸늘하게 느껴지던 바람마저 선선했다. 몸 전체가 따스하게 덥혀지는 기분이었다. 베서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 목걸이 때문입니다. 마석이에요.”

“마석이요?”

공녀로 살 때에도 마석을 본 적은 손에 꼽았다. 매장량 자체가 얼마 남지 않은 이 귀한 걸 목걸이로 걸다니. 올리비아가 당황하는 새 베서니의 눈이 아련해졌다.


“선대 대공비 전하의 물품입니다.”

“그렇게 귀한 걸 제가 해도 되는 건가요?”

올리비아가 놀라자 베서니가 푸근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차피 선대 대공비 전하가 계셨어도 아가씨께 선물하셨을 거예요. 선대 대공비 전하께서도 처음 비칸데르에 오셨을 때는 이 추운 땅에 적응하기 힘들어하셨거든요. 이제 아가씨께서는 쭉 이곳에 적응하셔야 하잖아요.”

이곳과 함께할 미래를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베서니의 모습에 올리비아는 말없이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손끝에 닿는 조그마한 보석이 단단했다.

마치 베서니가 보여 주는 굳은 믿음처럼.

베서니는 올리비아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러면 영지 시찰을 가실까요?”

 

* * *

대공가의 문양이 박힌 마차 두 대. 그리고 호위 기사 다섯 명.

영지 시찰이라기에는 다소 단출했지만 올리비아는 오히려 이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적은 수가 가야 무리 없이 음식점을 들를 수 있거든요. 혹시 오면서 내가 말했던 곳 기억해요?”

 
어젯밤 들었던 에드윈의 들뜬 목소리가 떠올랐다. 올리비아의 입꼬리가 올라가자 바로 앞에 앉은 에드윈이 씩 웃었다.


“오늘따라 얼굴이 밝네요, 올리비아. 환한 드레스를 입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영지 시찰도 즐겁고. 음식점도 기대되잖아요. 또,”

올리비아가 창문 너머를 눈짓하며 덧붙였다.


“꼭 제 편이 되었으면 하는 기사님이 제 호위 기사가 되었잖아요.”

창문 너머 디안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모는 게 보였다. 어제 호위 기사직을 잘 부탁한다고 인사할 때만 해도 일그러진 얼굴이었는데.


“그대의 첫 번째는 나 아니었나요?”

에드윈은 서운한 얼굴이었다. 올리비아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에드윈은 제게 기사의 맹세를 바친 첫 번째 기사님이잖아요.”

올리비아의 말에 에드윈이 기분 좋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 틈을 타고 올리비아가 은근하게 물었다.


“그런데 스젤린 경은 유독 더 폐하를 싫어하는 것 같던데.”

정확히는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았지만. 올리비아는 뭉뚱그려서 황제를 탓했다. 에드윈이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좋아할 수는 없겠죠?”

“비칸데르령의 기사라서요? 아니면 개인적인 다른 이유라도…….”

대공가와 황가 사이의 해묵은 감정 탓일까. 아니면 개인적인 이유일까. 올리비아는 적당히 돌려 물었다.


“힌트를 주자면, 개인적인 이유가 크긴 할 텐데…….”

개인적 이유라. 어제 디안은 자신의 나이가 스물하나라고 말했다. 성인이 된 지도 몇 년 안 된 젊은 기사가 황실에 개인적 원한이라니.

올리비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에드윈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때, 에드윈이 한껏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런데 올리비아, 알아서 한다던 사람은 어디 갔나요?”

“그건……. 그렇네요.”

올리비아가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깔끔한 인정이었다. 에드윈 말대로 제게 있는 힘을 믿어 보는 수밖에.

사람 마음을 잘 열게 하는 힘이라. 에드윈의 말을 곱씹으며 올리비아는 디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를 쳐다도 보지 않는 그를 향해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마음을 열어라, 열어라.

주문 탓인지 시선 탓인지. 잘 가던 디안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문득 시선이 마주치자 더없이 얼굴을 찌푸리며 정말 홱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렸다.

올리비아는 느리게 웃었다.

지금 디안이 보이는 태도는 사춘기 시절 저를 싫어하던 제도 귀족들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에드윈의 손이 불쑥 시야를 가렸다. 동시에 나른한 목소리가 올리비아를 향했다.


“그렇다고 너무 디안에게만 관심 갖지는 말고.”

붉은 눈과 시선이 얽히는 순간, 올리비아는 야트막한 숨을 삼켰다.

진심으로 저를 원한다는 듯 바라보는 저 눈.

정말 올리비아가 원했던 눈으로 바라봐 주는 사람.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계속 에드윈이 신경 쓰였다. 마차의 공기는 조금 더웠고, 다정한 눈빛은 올리비아를 끌어당겼다.

올리비아는 침을 한번 삼켰다. 저도 모르는 새 제 기대는 이렇게 자라나 버렸다. 가족에 의해, 전 약혼자에 의해 무너졌던 마음은 다시 반짝이며 되살아나 에드윈에게 기울었다.

입안을 맴도는 이 말을 전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뭔지 모를 감정이 아직 올리비아를 망설이게 했다.


“목걸이, 예쁘네요.”

“아, 이거.”

에드윈의 말에 올리비아는 잠시 에드윈의 눈치를 보았다. 어머니의 유품. 소중한 물건일 텐데. 하지만 에드윈은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잘 어울려요.”

그 말에 올리비아는 복잡한 마음을 삼켰다. 어제 에드윈이 입을 맞추었던 손목 안쪽의 맥박이 쿵쿵 세차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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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시찰의 첫걸음은 비칸데르령의 번화가 소네어 거리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네어 거리의 음식점 <바람이 스치는 곳>이었다.

니스 칠을 한 나무 문과 투박한 테이블 위의 체크무늬 식탁보.


“여기 주문이요!”

쾌활하게 외치는 종업원의 목소리와 후추 냄새 나는 묽은 수프까지.

에드윈이 묘사해 준 그대로였다.

올리비아는 신기한 눈으로 수프를 먹었다.


“맛있어요.”

올리비아의 대답에 에드윈이 자랑스럽다는 듯 씩 웃었다.

점심시간. 사람이 많은 이곳에서 에드윈은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워낙 눈에 띄는 외모에 영지 주민들은 경외와 존경 가득한 눈으로 에드윈을 바라보았다.


“수프도 맛있지만 여기는 칠면조 고기가 유명해요.”

커다란 접시 위, 노릇하게 잘 익은 칠면조에서 김이 올라왔다. 고소하고 풍미 가득한 냄새와 함께 에드윈이 잘 익은 다리 부위를 잘라 주었다.

이내 포크를 든 올리비아의 눈이 커다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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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도 나왔습니다.”

종업원이 내려놓고 간 칠면조 고기를 바라보면서 디안이 툭 말했다.


“칠면조는 전쟁 때 우리 친애하는 후원자가 보내 줬던 게 정말 맛있었는데.”

전장에서 칠면조를 먹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것도 그렇게 살찐 놈으로.


“리브 그린은 잘 지내고 있겠죠?”

디안은 동의를 바라며 하워드를 마주 보았다. 하지만 하워드는 대답 대신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전쟁 중에 칠면조를 보내 주었던 ‘친애하는 후원자’는 디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워드는 숨을 가볍게 뱉으며 디안을 향해 말했다.


“넌…… 칠면조 맛있게 먹었으면 적당히 까불어.”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힌트였다. 전쟁 내내 후원자 리브 그린의 열성 신도처럼 굴어 놓고 정작 그분께 무도하게 굴다니. 얼마나 땅을 치고 후회할지 안 봐도 눈에 선했다.


“아직 먹지도 않았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디안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칠면조 고기를 쭉 찢어 맛있게 먹으며 생각했다.

하여튼 하워드도 그렇고 전하께서도 그렇고 심지어는 베서니까지.

공녀가 오고서 다 이상해졌다.

전쟁 내내 다정한 도움을 베푼 후원자 리브 그린의 이야기에도 아무 말 않고 뒤를 돌아보기만 하다니.

그곳에는 고작해야 맛있다는 듯 칠면조 고기를 먹는 공녀밖에 없는데 말이다.

* * *

식사를 마친 뒤, 마차는 빠르게 소네어 거리를 가로질렀다.

러헤이른 거리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번화하고 부유한 거리. 올리비아도 한 번 방문해 봤던 거리다. 기억과 비슷하고 또 다른 풍경이 계속 이어졌다.


“비칸데르는 제도처럼 구획 정리가 잘되지 않아서요. 여기 소네어 거리를 제외한 대부분은 아직도 흙길이 많아요.”

에드윈의 말대로였다. 거리를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메마른 북부의 황야가 펼쳐졌다.

하루 만에 이 넓은 비칸데르령을 다 볼 수는 없었다. 에드윈은 먼저 광산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척박한 북부 비칸데르령. 이곳의 주요 수입원은 보석 채굴이었으니까. 그 수입원을 보러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핑크 다이아몬드 광산에 도착했을 때, 올리비아는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작게 입을 벌렸다.


“위대한 영웅 대공 전하, 그리고 아가씨를 뵙습니다. 광산 담당자인 스톤입니다.”

몇 남지 않은 비칸데르 대공가의 가신인 스톤 남작은 통통한 체격이 보기 좋은 중년의 신사였다. 이제 막 벗겨지기 시작한 머리를 문지르며 광산에 대해 소개하던 그는 올해 채굴한 것 중 가장 아름다운 핑크 다이아몬드라며 보석을 가져왔다.

아기 주먹만 한 핑크 다이아몬드는 햇살에 투명하게 반짝였다.


“웰튼 왕국의 왕자가 경매에서 구매한 것보다 더 상등품입니다.”

웰튼 왕자가 황녀 레이나에게 구혼을 하며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바쳤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였다. 그보다 더 상등품이 있다니. 이걸 알면 황녀 성격에 얼마나 배가 아플까.

그러는 찰나, 에드윈이 핑크 다이아몬드를 내밀었다.


“받아요. 올리비아 거예요.”

“제 거요?”

엉겁결에 다이아몬드를 받아 든 올리비아가 얼떨떨하게 웃었다. 손안에서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어쩐지 제 것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전 이미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있는데요? 에드윈이 선물해 준 거요.”

“그건 그거고. 이건 더 좋은 거라잖아요.”

더 좋은 거.

묘하게 생경한 말에 올리비아는 거절 대신 핑크 다이아몬드를 들여다보았다. 그러는 사이 에드윈은 광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비칸데르에는 광산이 정말 많아요. 이 핑크 다이아몬드 광산 외에 금광도 있고, 서부 안트렐 산 등지에는 블루 사파이어 광산도 있고.”

“재산 자랑이에요?”

올리비아가 조금 웃었다. 에드윈이 나긋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든 게 올리비아의 것도 된다는 말이에요.”

“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어마어마한 말 같기는 했는데. 에드윈이 느슨하게 웃으며 올리비아를 마주 보았다.


“비칸데르는 대공과 대공비의 재산에 구분이 없어요.”

“…….”

“그러니까, 나와 혼인을 하면 모두 올리비아의 것도 된다는 말이에요.”

핑크 다이아몬드 광산, 금광, 블루 사파이어 광산. 그 외에 있는 비칸데르의 모든 재산들.
 

 
근사한 목소리가 읊는 재산 목록이 다 어마어마했다. 그 천문학적인 재산들을 공동 소유라고 말하는 에드윈의 모습은 재산의 규모를 떠나서 사람을 벅차게 만들었다.

큼큼, 에드윈이 목을 가다듬었다. 어딘가 쑥스러운 듯 웃는 그 얼굴을 보면서 올리비아는 지금이라고 확신했다.


“저도, 저도 재산 있어요.”

“정말요?”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윈은 올리비아가 마델레이네에서 빈털터리로 나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라는 그 얼굴에 에드윈이 짓궂게 물었다.


“잠깐만. 지금 내가 들으면 그거 공동 소유될 텐데, 괜찮겠어요?”

“지참금으로 가져왔으니 에드윈 거였는데. 공동 소유라면 내게 더 유리한 거죠.”

“그런가요?”

“네. 아, 그런데 지금은 못 보여 줘요. 단장한 후에 보여 줄 거예요.”

“뭔데 단장이 필요한 건가요?”

“그 자체로 별다른 가치는 없을 수 있는데…….”

올리비아가 손가락을 꼼질거렸다. 그 순간, 에드윈은 잠시 표정이 굳었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황궁에 갔던 날이 떠올랐다. 황녀를 만나고 온 올리비아가 무언가를 들고 왔던 것도.

설마 하는 마음에 에드윈의 입이 바싹 말랐다. 그런 우연이 펼쳐질 리는 없었다. 황녀가 아무리 그 가치를 몰라도 제가 백수정 광산에 묶여 있는 것을 알면서 그걸 올리비아한테 넘길 리도 없었다.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이라는 게 있다면.

에드윈은 초조함을 감추고 재촉하지 않았다. 끈기 있게 올리비아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에드윈의 목울대가 느리게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전하. 잠시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하워드가 다가왔다. 이 중요한 순간에. 에드윈은 성급한 분노를 억눌렀다. 조금 이따 오라는 말을 하려고 차분히 입을 열 때였다.


“급한 것 같은데 다녀오세요.”

올리비아가 배시시 웃었다. 조금 전 고민하며 말을 하려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안 급한데. 나는 올리비아의 재산이 더 궁금한데.”

“단장하고 멋지게 보여 줄래요.”

올리비아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애가 타는 심정이었지만 에드윈은 올리비아를 재촉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멋대로 자란 제 기대를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고 싶었다.

그게 설사 있을 수 없는 일이라도.

올리비아는 급한 일 아니냐며 에드윈의 등을 하워드 쪽으로 살짝 밀었다.

졸지에 밀려나게 된 에드윈이 딱 하워드만 들릴 정도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급한 게 아니라면 돌아가자마자 나와 대련을 하게 될 거야.”

에드윈과의 대련은 모두가 기피하는 훈련 중 하나였다. 꼭 지금 순간을 방해한 걸 복수하겠다는 것처럼 들리는 치졸한 말이었다. 하지만 하워드는 그럴 일 없다는 듯 무덤덤하게 전보를 내밀었다.


“전보입니다. 그때 말씀하셨던 황녀의 행적에 관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급한 것은 맞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에드윈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하워드가 건넨 전보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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