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환영과 축하, 그리고
(45/151)
045. 환영과 축하,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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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5. 환영과 축하, 그리고
2022.08.03.
환영 행렬을 거쳐 대공성의 정원으로 들어왔을 때, 올리비아는 힘이 빠진 것처럼 마차 의자에 몸을 파묻듯 앉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뺨을 문질렀다. 계속 웃어서인지 두 뺨이 얼얼했다.
얼얼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올리비아의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갔다. 잔뜩 긴장한 채 맞닥뜨린 대공령과의 첫인사가 이렇게 좋으리라는 것은 예상도 못 했다.
뺨이 발갛게 상기된 상태로 올리비아는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귀족 도감에서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대공성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공령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뭐가 되었든 분명한 것은 제가 이곳을 아주 많이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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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칸데르의 모두는 정성을 다해 아가씨를 보필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본성의 입구에 내렸을 때. 올리비아의 머릿속에는 소벨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충성을 물어본 거라는 제 말에 대답하지 않던 소벨의 모습도.
현관 앞에 도열한 사용인들. 그 가장 앞에 있는 중년의 집사는 허리를 굽히지도 않은 채 멍한 얼굴로 올리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을 하늘을 닮은 연하늘색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저를 향한 항의의 표시인가 가만히 베서니를 들여다보던 올리비아는 순간 놀랐다.
저 눈은 항의가 아니라.
애틋함. 아니, 그 이상.
“……베서니.”
에드윈의 부름에 집사 베서니는 화들짝 깨어나는 것처럼 놀라며 눈을 깜빡였다. 에드윈의 목소리에 놀란 건 베서니뿐만이 아니었다. 올리비아 또한 침착함을 가장하며 베서니를 바라보았다.
“아이고, 참. 결례인 줄도 모르고 이리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너무 아름다우셔서.”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한 밀짚 색의 머리카락을 보석 핀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베서니가 단정한 초록색 드레스 자락을 잡아 예를 갖추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가씨. 먼 길 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비칸데르의 집사 베서니입니다.”
베서니의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녹녹했다. 하지만 올리비아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기도 전에 베서니가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맞부딪혔다.
“수예 솜씨가 뛰어나며 북쪽의 마법사라고도 불립니다.”
동시에 베서니의 손가락 끝에서 화려한 불꽃이 튀겼다. 올리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북쪽의 마법사.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마탑에 칩거한 줄 알았던 뛰어난 마법사 베서니. 폐광산을 조사하기 위해 뛰어난 마법사들을 대거 등용할 때에도 소식 한 자락 들을 수 없었는데.
비칸데르의 마법사였다니.
올리비아는 조금 아연해지는 정신을 애써 다잡았다. 마법사라면 본디 예를 갖추어야 할 텐데. 먼저 집사라고 본인을 소개한 터라 어떻게 호칭해야 하는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 기색을 눈치챘는지 베서니가 먼저 다정하게 말했다.
“편하게 베서니라고 불러 주세요, 아가씨. 여기에서 저를 마법사로 보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수예 솜씨가 뛰어난 집사죠.”
베서니가 자랑스럽다는 듯 에드윈을 눈짓했다. 그 뽐내는 목소리에 올리비아는 문득 에드윈이 입고 있는 로브를 바라보았다.
저 엉성하고 화려한 수예. 설마.
“……로브의 꽃문양이 참 화려해서 눈이 즐겁던데. 설마. 베서니가 수를 놓은 거예요?”
그 말과 동시에 베서니의 표정이 한층 더 의기양양해졌다. 올리비아와 베서니를 보고 있던 에드윈의 입매에 못 말리겠다는 웃음이 짙어졌다.
* * *
“피곤하시지요. 뜨거운 목욕물부터 받아 두었습니다. 북부의 사람들이 활기가 넘쳐서 시끄러우셨을 텐데. 잠시 탕에서 몸을 푸시는 동안 저희는 나가 있겠습니다.”
뜨거운 수증기가 욕실을 가득 채웠다. 올리비아는 조금 멍한 눈으로 욕실을 둘러보았다.
커다란 상아로 기둥을 세운 욕탕의 가장자리에는 아름다운 문양이 조각되어 있었고, 희고 검은 대리석들이 벽을 장식했다.
물 위로 장미 꽃잎이 물결을 따라 흔들렸다. 향유를 뿌린 물에서는 향긋한 향이 올라왔다. 여정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었는데, 뜨거운 물에 몸이 풀어졌다.
비칸데르령은 계속 의외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저를 환영하는 행렬. 고생했다고 말해 주는 집사.
처음 보는데도 불구하고 모두 다 따스히 저를 바라봐 주던 시선들.
어쩐지 콧날이 시큰해졌다. 욕탕의 물이 콧속으로 들어간 것도 아닌데. 올리비아는 몸을 물 아래로 내려뜨렸다. 더운 열기가 눈가를 데우면서 시야가 조금씩 흐릿해졌다.
어쩌면.
이곳인지도 몰랐다.
제 최선을 받아들여 줄 사람들이 가득한 곳.
마치 에드윈처럼. 그리고.
“……엄마.”
아주 오랜만이었다. 입 밖으로 꺼낸 목소리가 녹녹하게 젖어 들어갔다. 콧잔등이 붉어진 채 올리비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갛게 웃었다.
* * *
와인 잔이 거꾸로 달린 평범한 바. 말끔하게 셔츠와 바지를 갖춰 입은 윈스터는 연신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늘 웃고 있는 얼굴 위로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 이전에 조사했던 황녀의 행적은 완벽했다. 그런데 대공 전하의 명대로 황녀의 행적을 다시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그 완벽함에 가려졌던 구멍이 나타났다.
춘궁기에 빠진 리테일 영지를 복구하기 위해 황녀가 자애로운 구휼을 펼쳤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미담이었다. 하지만.
“……정말 작년 3월 초에 르칼르의 목걸이를 구매하려 했던 사람이 이 사람이라고?”
윈스터는 들고 있던 초상화를 내밀었다.
남색 머리를 우아하게 틀어 올린 중년의 여자는 황녀의 유모 루하스 남작 부인이었다.
왼쪽 뺨에 커다란 칼자국이 있는 남자는 초상화가 그려진 종이를 휙 잡아채더니 히죽 웃었다. 뺨의 흉터가 사선으로 일그러졌지만 윈스터는 태연하게 그를 마주했다.
“맞다니까요? 되게 젠체하면서 르칼르의 목걸이를 구하던 아줌마. 무슨 딸인지 모시는 아가씨인지 엄청 소중히 꽁꽁 감싼 아가씨랑 함께 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 가는 듯 남자가 말끝을 흐렸다. 그러다 기억이 났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가씨가 극단을 부르는 것도 들었어요. 라그웰의 극단이라고. 잘나가다가 갑자기 망한 극단인데. 혹시 아세요? 귀족 나리들 유랑을 따라다니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라그웰의 극단이라면. 작년 여름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극단 중 하나였다. 여름 궁전에서 만났던 단장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라그웰이라고 친구가 하던 극단도 전하를 뵙고 횡재했다니까?”
“확실한 정보겠지?”
“거참, 제가 전하께서 정보 모으시는데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칼터 경이라면 모를까.”
남자가 별소리를 다 한다며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붙인 말이 거슬렸지만 남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대공 전하께 목숨을 빚진 정보상 위르겐은 대공 전하께만큼은 사실만 말했다.
윈스터는 얼굴에 고여 있던 웃음을 지운 채 가만히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공식 행적과 다른 황녀의 행보.
그러면 이 ‘완벽한 행적’은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의구심이 생기는 건 모조리 보고하라고 명한 대공의 말이 떠올랐다.
“편지지!”
황급히 외친 윈스터의 말에 위르겐이 후다닥 종이와 펜을 가져왔다.
* * *
“미리 말씀드리지만. 오늘은 절대 비칸데르의 정식 만찬이 아닙니다. 그저 식사일 뿐이니 편히 즐겨 주십시오, 아가씨.”
베서니의 말은 거짓이었다.
올리비아는 입이 벌어지는 것을 애써 참으며 드넓은 연회장을 바라보았다.
이백 명은 너끈히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연회장은 기사와 가신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연회장의 가장자리에 있는 꽃을 얹은 수반과 영롱한 불빛이 분위기를 돋웠다.
우아한 크림빛의 테이블보 위에 올려진 성대한 만찬까지.
이게 만찬이 아니라면 뭐가 만찬일까.
장대한 연설 없이 “고생 많았다.” 한마디로 모든 공을 치하한 에드윈은 황금빛 꿀이 흐르는 닭 다리가 올려진 쟁반을 올리비아 쪽으로 밀어 주며 웃었다.
만찬의 격식 따위는 없었다.
올리비아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에드윈을 바라보았다.
“더 할 말은 없어요?”
“이 닭 다리 맛있다고요?”
딴소리를 하는 에드윈을 보며 올리비아는 말을 삼켰다. 옆에 있는 베서니도 에드윈의 말에 동의했다.
“제도의 마사 솜씨도 뛰어나지만 비칸데르령의 앤서니 솜씨도 남다릅니다.”
그리고 그 말은 정말이었다. 입에 넣는 순간 달콤 짭짜름하게 사라지는 닭고기는 정말 놀라운 솜씨의 결과였다.
올리비아가 눈을 반짝이며 포크를 들자 에드윈과 베서니도 바빠졌다.
이렇게 연회장에서 먹는 게 모처럼인지 기사들의 분위기도 한껏 들떴다. 술기운에 볼이 달아오른 기사들은 단 위에 앉은 아가씨를 힐끔 쳐다보기도 했다.
달빛처럼 시린 은발에 깨질 듯 연약해 보이는 고귀한 아가씨.
무엇보다, 아름다운 초록색 눈의 아가씨.
처음 공녀의 소문을 들을 때만 해도 세상에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하던 기사들은 그들이 충성을 바친 대공 전하가 맹세를 바친 아가씨라는 말에 태세를 전환한 지 오래였다.
만찬이 아니어도 한마디 해 주시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 생각을 깨듯 하워드가 냉랭하게 말했다.
“눈 내려라. 베서니한테 말하기 전에.”
“첫날부터 아가씨께 부담드리면 다 폭죽 맛 제대로 보게 될 거야!”
베서니의 단단한 으름장이 떠올랐다.
기사들은 바로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상명하복. 그 단단한 충성심이야말로 비칸데르 기사단의 철칙 중 하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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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순간이었다. 식사를 하던 기사들이 점차 조용해졌다. 갑작스러운 적막에 올리비아가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기사들은 눈을 반짝이며 베서니를 바라보았다. 제 앞에서 식사를 거들어 주던 베서니에게 몰린 시선에 올리비아가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
“……정말 힘들었는데.”
시작은 하워드였다. 무뚝뚝한 얼굴이 마치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풀어진 분위기에 누군가 한마디 더 거들었다.
“귀한 아가씨께서 당도하신 첫날인데.”
“이렇게 기념적인 날 술이 빠질 수 없는데.”
조용하게 한마디씩 이어 받으며 기사들이 간절하게 베서니를 바라보았다.
술이라면 옆에 맥주 들통과 와인이 담긴 오크 통이 수십 개는 쌓여 있는데.
올리비아가 고개를 갸웃하는 찰나에 에드윈이 속삭인다.
“베서니가 취미로 술을 담그는데. 그 과실주가 정말 맛이 좋거든요.”
올리비아는 제법 술이 센 편이었다. 살얼음판 같은 사교계에서 견디려면 술 정도는 가볍게 마셔야 했으니까.
그래서 처음 베서니의 과실주를 받았을 때, 올리비아는 빙그레 웃으며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이건 제도의 달콤한 술과는 달랐다.
“……취했네요. 잠깐 바람 좀 쐴까요?”
흰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든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배시시 웃는 올리비아의 입꼬리가 잔뜩 올라갔다.
에드윈은 올리비아의 휘청이는 발걸음을 매끄럽게 에스코트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연회장을 나섰을 때, 공간은 찬물을 끼얹은 듯 잠시 조용해졌다가 이내 샹들리에가 떨어질 것처럼 시끄러워졌다.
* * *
더운 뺨 위로 바람이 스쳤다. 올리비아는 조금 멍한 기분으로 고개를 저었다. 기대 있는 발코니의 차가운 돌 느낌이 고스란히 팔에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한기에 올리비아가 몸을 떨었다. 에드윈이 피식 웃으면서 올리비아에게 로브를 둘러 주었다. 순식간에 따뜻한 온기가 몸을 감쌌다. 올리비아는 팔을 들어 로브를 내려다보았다. 베서니가 수를 놓아 주었다는 그 로브였다.
“대공성에는 마법이 걸려 있지만 북부의 밤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올리비아.”
“이렇게 소중한 로브를 제게 둘러 주어도 괜찮아요?”
에드윈이 입꼬리를 슬몃 올렸다. 깊은 눈매 끝이 둥글게 휘며 붉은 눈동자가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당연하죠. 다 줄 수 있는데. 로브라고 대수겠어요?”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에드윈의 얼굴을 바라보자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술 때문일 거야. 주문처럼 되새기면서도 올리비아의 시선이 자꾸만 에드윈을 향했다.
시선이 얽히는 순간, 올리비아는 마치 포식자 앞에 선 초식동물처럼 얼어붙었다. 진득하게 탐욕이 묻어나는 붉은 눈은 올리비아를 샅샅이 파헤치듯 살폈다. 언뜻 보이는 흰 목덜미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자그마한 귓불.
어디선가 쿵쿵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가 거셌다. 에드윈인지 저인지 알 수도 없었다.
느른한 시선이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외쳤다.
“물!”
뜬금없는 소리에 에드윈의 눈에 웃음이 고였다. 올리비아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중얼거렸다.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것도 다 술 때문이었다.
“……물이 마시고 싶어요. 목이 말라요.”
“……오늘 술을 마신 걸 다행으로 여겨요, 올리비아.”
무겁게 떨어지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올리비아는 고개를 떨군 채로 끄덕였다. 나직하게 웃는 소리와 함께 에드윈이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며 저만치로 걸어갔다.
약간 거리를 두고 대기 중이던 시녀들이 당연하다는 듯 제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 조금 들뜬 얼굴로 올리비아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비칸데르는 뭐 이렇게 완벽한 곳일까. 이렇게 환영이 가득할 줄 알았다면 조금 덜 걱정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올리비아가 느리게 웃었다. 그 순간, 익숙한 기시감에 심장 한구석이 내려앉았다.
이건, 불안이었다.
“언니 때문에 정말…….”
에드윈이 준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고 행복했던 날, 에셀라가 제게 했던 말은 아무리 해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가장 행복했을 때, 좋지 않은 일이 찾아온다는 것을 이미 경험해 봤으니까. 그러니까 조심하면 괜찮을 거였다.
살랑이는 미풍에 눈을 가늘게 뜬 올리비아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정원 한편을 본 올리비아는 눈을 깜빡였다.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정원 한편에 선 기사 한 명이 저를 노려보고 있었다,
빨간 머리카락이 강렬한. 갈색 눈의 기사.
“왜 그래요?”
뒤에서 에드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자 기사는 없었다. 술에 취한 걸까. 아니면.
“아, 니에요.”
올리비아는 얼떨떨한 목소리를 숨기며 물을 받아 들었다. 나중에라도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테다.
저렇게 분명하게 적의를 드러내는 기사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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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따로 찾을 것도 없었다.
“비칸데르의 기사들입니다. 현재 경계로 짐승 토벌을 나간 기사들 외에는 모두 다 모였어요.”
많은 기사들이 도열한 모습을 보며 올리비아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빨간 머리카락이 강렬한 기사. 그가 자신을 향해 예를 갖추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가씨. 디안 스젤린, 대공 전하께 충성을 바친 비칸데르의 기사입니다.”
묵직하게 떨어지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올리비아는 비칸데르에 대한 제 정의를 떠올렸다.
비칸데르. 환영과 축하가 가득한 곳.
여기에 하나를 덧붙여야겠다.
그리고,
적의가 공존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