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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 행복이 가득한 삶이 될 거라는 믿음 (40/151)


#040. 행복이 가득한 삶이 될 거라는 믿음
2022.07.17.


대회의장의 분위기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올리비아는 눈을 깜빡였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에드윈이 제게 속삭였던 말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미리 말 못 했는데. 들어가면 조금 놀랄지도 몰라요.”

 
이어지는 설명 없이 대회의장으로 들어오는 터에, 올리비아는 에드윈이 한 말이 자신과 마델레이네 공작의 대면을 걱정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차차 하지. 오늘 급한 것은 대공과 마델레이네 공녀의 혼인에 대한 문제니까.”

황제가 노골적으로 에드윈의 회의 참석을 꺼렸을 때. 그리고 화두를 바꾸듯 혼인 문제로 말을 돌렸을 때.

올리비아는 에드윈이 말한 ‘놀랄지도 모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황제가 제국의 하나뿐인 대공의 회의 참석을 방해하다니. 이건 놀랄 일을 떠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대체 뭐 때문일까.

황제가 대놓고 에드윈의 회의 참석을 경계하는 이유가.

전쟁 영웅이 된 에드윈의 밑으로 세력이 모일 것을 걱정하는 걸까. 그도 아니면.

올리비아의 생각이 점점 깊어지던 그때였다.


“……대공의 소원대로 에드윈 로웰 비칸데르 대공과 올리비아 마델레이네 공녀의 혼인을 승인하지.”

황제의 목소리가 무겁게 대회의장을 울렸다. 올리비아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 호쾌하게 승인을 내리다니.

불과 엊그제만 해도 공식으로 청한 만남조차 받아 주지 않던 황제가.


“단. 예법은 따라 주어야겠어.”

순간 올리비아의 머릿속에 혼인과 관련된 여러 가지 예법이 떠올랐다.

그중 혼인을 방해할 수 있는 예법이라면…….


“황가와 혼인 관계에 있던 여인이라면 일 년간은 타 귀족과 연을 맺을 수 없다는 예법을 알고 있는가. 공녀?”

“폐하!”

“예. 알고 있습니다.”

당황해 황제를 부르는 에드윈의 팔을 잡고 올리비아가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일 년간의 유예’가 얼마나 악질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는 올리비아가 가장 잘 알았다.


“공녀가 잘 알고 있다니 다행이야. 황명으로 들어주겠다 약속한 소원이니 대공과 공녀의 혼인은 허락하되 ‘일 년간의 유예’를 엄중히 지킬 것을 명하지.”

황제는 고저 없이 말했다. 공녀와 대공을 망신 주겠다는 그의 첫 계획은 이미 어그러졌다.

오늘은 그저 빠르게 저 둘을 시야에서 치우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하며 황제는 마델레이네 공작을 바라보았다.

굳은 얼굴로 올리비아를 바라보던 공작이 시선을 느낀 듯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제가 아는 공작이라면 틀림없이 첫째 공녀를 일 년 안에 태자의 약혼녀 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다.

이 뜻이 대공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던 황제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마델레이네 공녀는 대공의 팔에 팔짱을 끼며 웃고 있었다.

늘 얌전한 줄로만 알았던 공녀가 귀족 회의에서 파트너와 애정을 과시하는 모습이라니.


“안 그래도 대공 전하와의 혼인 준비 기간으로 일 년가량을 생각했는데. 폐하께서 이리 공표해 주신 대로 적법하게 딱 일 년 뒤에 결혼식을 치르겠습니다.”

갑작스러운 팔짱에 놀란 듯 올리비아를 바라보던 에드윈이 금세 나른히 웃었다. 그리고 올리비아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살짝 얹기만 했던 팔이 깊게 들어가며 서로의 몸이 가까워진 탓인지 순식간에 올리비아의 코끝에 에드윈의 시원한 체향이 풍겼다. 그의 체향은 긴장으로 빠르게 뛰던 올리비아의 심장 박동이 더욱 거세지도록 재촉했다.


“제 아가씨를 대공비로 빨리 모시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폐하의 은덕에 기대어 더 완벽히 혼인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군요.”

귓전에서 쿵쿵 울리는 것 같은 심장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올리비아는 에드윈을 향해 미소 지었다.

에드윈이 눈치가 빨라 다행이었다. 누구도 ‘일 년간의 유예’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이대로 넘어가기만을 바라던 찰나였다.


“공녀가 고서에 해박하다 들었는데…….”

그때였다. 마뜩잖다는 듯 혀를 차는 목소리에 올리비아는 숨을 삼키며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거드름을 피우며 나서는 사람은 에텔 후작이었다.

에텔 후작이 과장되게 황제를 향해 몸을 낮추었다.


“폐하, 지금 공녀가 ‘일 년간의 유예’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인지라.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제가 잠시 나서는 것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황제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을 때, 후작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기회가 손바닥 안으로 굴러 왔다. 그리고 후작은 기회를 놓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후작은 큼큼, 목을 가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서 있는 마델레이네 공녀와 비칸데르 대공 쪽으로 다가갔다.

대공에게서 풍기는 위압감이 대단했지만 공녀는 아니었다.

빤히 저를 바라보는 얼굴은 고작 제 막내딸 또래였다. 후작은 비웃음을 삼키며 공녀를 향해 걱정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공녀가 대공 전하와의 혼인에 들떴을 거라는 것은 저 역시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 년간의 유예’를 시행하는 의도를 제대로 모른다면 추후 공녀의 정절에 문제가 생길까 딸을 가진 아비로서 걱정되어 한마디 하고자 합니다.”

“…….”

“황가의 후계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대공 전하 앞에서 말씀드리기는 외람되오나 여태까지 공녀가 태자 전하의 약혼녀로 살아온 세월이 십일 년입니다. 자그마치 십일 년.”

후작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귀족들을 돌아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 와중에 정이 없었다면 그 또한 문제지 않겠습니까.”

어디에선가 웃음소리가 났다. 여인으로서의 매력을 들먹이며 모욕을 주려 한 수가 제대로 먹혔다.

후작은 마델레이네 공작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아무리 사생아 딸이라고 하지만 가문에 이름을 올린 딸인데. 어떻게 저렇게 초연하게 버티고 앉아 있는지. 에텔 후작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으면 어떤가. 덕분에 이렇게 마델레이네 공작가와 공녀를 한 번에 치워 버릴 수 있는데.

저를 찌를 듯 바라보는 대공의 눈매가 점점 매서워졌다. 본능적으로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대공이 나서려 할 때마다 공녀는 계속해서 대공의 팔을 잡았다.

지금 일을 더 크게 만든다면 공녀 스스로에게 더 피해가 간다는 것 정도는 아는 모양이었다.

분위기는 후작의 바람대로 흘러갔다. 이 상황에 한껏 취한 후작은 의기양양하게 발언의 매듭을 지었다.


“그러니 ‘일 년간의 유예’의 뜻을 확실히 이해한다면 후사의 정통성을 논하는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혼인 준비보다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데 더 신경을 써 주길 바랍니다, 공녀.”

“…….”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나오는 상황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십일 년.”

후작이 뒤돌기도 전이었다. 나지막한 목소리에 후작은 무심코 뒤를 돌다 깜짝 놀랐다.


“제가 태자 전하와 약혼을 한 세월이 벌써 십일 년이군요. 에텔 후작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제 눈도 못 마주치던 반쪽짜리 공녀는 어느새 초연하게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십일 년 전에는 정말 몰랐습니다. 제가 ‘일 년간의 유예’를 받으며 태자 전하와 파혼하고 대공 전하와 혼인을 앞두게 될 줄.”

올리비아는 야트막하게 숨을 뱉으며 후작을 마주 보았다. 본인은 당당하다는 듯 저를 바라보는 후작 너머로 마델레이네 공작이 보였다.

미간을 찌푸리는 공작을 보면서도 아릿하거나 속이 뻐근하지 않았다. 제 편을 들어 주지 않는 공작을 보고서도 괜찮은 날이 올 줄 몰랐는데.

그래서 올리비아는 일부러 후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의 걱정 감사히 잘 새겨듣겠습니다.”

단 한 번도 저를 딸로 대한 적 없는 공작에 대한 마지막 인사, 그리고 동시에 후작에 대한 비꼼.

은연중에 모두가 그 두 가지 의미를 느끼고 있을 때쯤, 올리비아가 고개를 들어 빙그레 웃었다.


“그러니. 그 말씀 그대로 따님인 에텔 영애에게도 당부 부탁드립니다.”

“뭐, 뭐?”

허를 찔린 듯 후작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저도 십일 년이나 지속해 온 약혼이 깨질 줄 몰랐는데. 고작 태자 전하의 파트너로만 자리하는 에텔 영애라면 더욱더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녀! 말조심하게! 마리아는 이미 약혼녀로 내정,”

“후작!”

황제가 노성을 토해 냈다. 후작은 아차 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고, 올리비아는 즐겁다는 듯 눈을 휘며 후작을 바라보았다.


“아하. 그러면 더욱더 이야기를 해 주셔야겠네요, 후작님. 약혼이 어찌 될지도 모르는데 사랑스러운 따님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나오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뼈를 담은 말에 순식간에 대회의장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올리비아는 얌전히 웃으며 황제를 향해 한 번 더 예를 갖췄다.


“폐하께서 이미 공석이 될 태자 전하의 약혼녀 자리에 대비를 하셨다니. 더 마음 편히 대공 전하와의 혼인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드립니다, 폐하.”

초록색 눈동자가 영민하게 반짝였다.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서늘한 눈빛.

황제는 아주 오래전, 선대 비칸데르 대공비를 보았을 때의 기시감을 느끼며 낮게 침음했다.

늘 숫기 없고 조용한 모습이었는데 후작을 상대로 제법 담대히 말을 하더니 대회의장의 분위기까지 휘어잡았다.

마델레이네의 첫째 공녀를 놓을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났다.

황제는 시종장을 향해 손짓했다. 시종장이 가까이 다가오자 황제는 딱 그만 들을 수 있게 명했다.


“황녀를 내 응접실로 부르게.”

공작이 어련히 잘하겠지만. 황제는 배수의 진을 치기로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공의 목줄도 다시 잡아야지.

절대 놓치지 않게 단단히.

* * *



“정말 완벽한 하루 아니에요? 올리비아 말대로 나는 귀족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고, 혼인을 허락받고서 비칸데르령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되었네요.”

어수선하게 귀족 회의가 파한 뒤, 황제 궁의 정원이었다.


“심지어 내 아가씨는 완벽한 승리까지 거머쥐었고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정원에서 에드윈은 올리비아의 안색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이리 서운한 표정일까요, 응?”

달래듯 다정한 목소리가 올리비아를 향했다. 올리비아는 고개를 저었다.


“……서운한 표정 아니에요.”

“그럴 리가. 목소리가 이렇게 처졌는데.”

“……그냥 조금 섭섭한 것뿐이에요. 미리 알려 주지 그랬어요. 회의에 참석을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라고.”

올리비아는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바보 같은 올리비아 마델레이네. 아니, 바보 같은 올리비아.

에드윈이 귀족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을 텐데. 굳이 참여를 권했다.

그 결과가 온 귀족 앞에서 황제가 에드윈의 회의 참석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리는 거였다.


“……나를 위해 노력하는 건 고맙지만, 그게 에드윈이 원하지 않는 거라면 하지 마요. 이것도 내가 바라는 거예요.”

올리비아가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진심으로 당부하려고 일부러 에드윈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하하하. 정원 위로 근사한 웃음소리가 번졌다.

올리비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신경 쓰지 말라거나, 혹은 곤란해할 줄 알았는데. 에드윈은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눈을 휘고 웃었다.


“에, 드윈.”

“올리비아. 내 순진한 아가씨.”

에드윈이 한탄하듯 올리비아를 불렀다. 순진하다니.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단어를 에드윈은 기탄없이 사용했다.


“이렇게 마음이 여려서 어떻게 해요. 응?”

그 마음 여린 올리비아 마델레이네한테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당한 에텔 후작이 들었다면 치를 떨 말이었다.


“배포가 커진 줄 알았는데. 이래서야 약속을 어기는 건 올리비아인가요?”

“그게 무슨!”

“난 정말 이때까지 회의에 참석 ‘안’ 한 거고. 올리비아의 설득에 넘어가 이제부터는 참석을 하기로 결심한 거예요.”

“하지만…….”

“황제가 내 참석을 꺼려 한다는 것 따위는 올리비아가 신경 쓸 문제가,”

거리낌 없이 말을 하던 에드윈이 순간 눈을 커다랗게 떴다. 올리비아가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올리비아는 토끼 눈이 되어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누구도 지나가는 기척이 없었다.


“에드윈! 여기는 대공저도 아니고,”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던 올리비아가 딱딱하게 굳었다. 마주친 붉은 눈이 가까웠다. 피할 수 없는 시선이 진득하게 올리비아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아!”

손바닥 아래로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닿았다 떨어졌다.


 
올리비아는 화들짝 놀라 에드윈에게서 손바닥을 떼었다. 에드윈이 장난스레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파, 파렴치해요!”

“뭐 어때요. 혼인을 앞둔 사이에.”

“그래도.”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올리비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탐하듯 그 얼굴을 바라보던 에드윈은 올리비아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표정을 바꾸었다. 그러고는 항복의 의미로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항복. 혼나기 전에 빨리 마차를 불러올게요.”

마차를 찾으러 가기 위해 몸을 돌리던 에드윈이 깜빡했다는 듯 올리비아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올리비아.”

“네?”

가슴 위로 손바닥을 감싸 안은 채, 올리비아가 선선히 대답했다. 그 순진한 모습에 에드윈의 눈매가 느른하게 휘어졌다.


“……손바닥에 하는 키스가 무슨 뜻인지 알아요?”

“아, 진짜!”

올리비아가 결국 뒤돌아섰다. 웃는 에드윈의 기척이 저만치 멀어졌을 때야 올리비아가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장난이 끝났는지 에드윈은 없었다.

그제야 올리비아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뺨을 간질이는 바람이 선선해서 다행이었다.

올리비아가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손바닥 가장 가운데, 조금 전 에드윈의 입술이 닿았던 부분이 뜨겁게 느껴졌다.


“……키스가 신체 부위 별로 뜻이라도 있나.”

투정처럼 내뱉은 제 말이 낯간지러워서. 올리비아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갔다.

늘 제 어깨를 짓누르던 황궁에서의 마지막 기억이 이렇게 달콤할 줄 누가 알았을까.

비칸데르령으로 가면 어떨까. 그곳의 사람들은 저를 환영해 줄까. 환영하지 않을까.

내심 밀려오는 걱정에도 이제 올리비아는 빙그레 웃었다.


“배포가 커진 줄 알았는데.”

 
에드윈은 제게 그 말을 한 걸 후회하게 될 거다. 배포를 키운 저는 환영 따위는 걱정하지 않고 진심으로 비칸데르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올리비아의 머릿속에 행복한 상상이 하나씩 부풀었다. 그동안 잊고 있던 것도 떠올랐다.

사서함으로 오던 이름 모를 기사의 편지. 전쟁이 끝난 뒤에도 기사로부터 편지가 오지 않았지만.

올리비아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편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짓으로 포장한 편지 말고.

제게 위로가 되어 주었던 사람에게 한 번쯤은 진짜 제 삶을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위로가 되었다고 말하며 기사님의 최선도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디에서 이렇게 솔직할 수 있는 용기가 나타난 걸까. 대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올리비아. 가죠.”

저 멀리 햇살처럼 웃는 에드윈을 보며, 올리비아는 손바닥으로 심장 부근을 눌러 보았다.

다 사그라든 줄 알았던 제 기대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아주 조금씩 싹을 틔워 에드윈을 향하고 있었다.

가슴이 벅차서. 올리비아는 환하게 웃으며 에드윈을 향해 걸어갔다.

올리비아가 내딛는 걸음마다 햇살이 쏟아졌다.

마치 올리비아의 앞길을 응원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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