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34. 이름을 부르기 위한 허락 (34/151)


#034. 이름을 부르기 위한 허락
202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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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드레스는 어떠세요? 붉은 튤립의 꽃잎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드레스입니다.”

마담 플루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직원들이 새로운 드레스를 가져왔다. 물을 머금은 붉은 꽃잎들이 피어나는 것처럼 아름다운 드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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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구매하지.”

드레스를 보자마자 에드윈이 말했다. 마담 플루토의 얼굴이 밝아지는 동시에 올리비아의 얼굴이 조금 더 하얗게 질렸다.

이미 구매한다고 세워 놓은 드레스가 한가득이었다. 그것도 다 마담 플루토의 프리미엄 작품들로.

프리미엄 라인이 일반 드레스 라인보다 다섯 배가 비싸다는 것은 올리비아가 제일 잘 알았다. 황궁에서 보내던 파트너용 드레스들도 가끔 마담 플루토의 부티크에서 맞추곤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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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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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드레스는 더 없나?”

올리비아의 부름에도 에드윈은 못 들은 척 마담을 향해 말했다. 마담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되었다. 올리비아가 최후의 통첩을 날리듯 에드윈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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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나직한 부름에 에드윈이 잠시 굳었다. 그 틈을 타고 올리비아가 마담 플루토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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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차가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아요. 뜨거운 차로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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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뜨거운 차를 우리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듯싶습니다. 부디 천천히 드레스를 봐 주세요.”

다행히 마담 플루토는 눈치가 빨랐다. 직원들까지 모두 자리를 물린 화려한 응접실에는 에드윈과 올리비아, 그리고 문가를 지키듯 서 있는 윈스터만 남았다.

올리비아는 힐끗 윈스터를 바라보았다. 흥미로운 일을 바라보듯 히죽 웃고 있던 얼굴이 금세 기사처럼 굳어졌다.

마치 단 한 번도 다른 생각을 한 적 없다는 듯 딴청을 부렸지만 올리비아는 넘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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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터 경도 잠시 자리를 물러 주시겠어요?”

콕 집어 이름이 불리자 윈스터는 미련이 뚝뚝 남는 얼굴로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이제부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텐데!

하지만 옆에서 눈을 부릅뜬 대공 전하를 차치하고라도 저 작은 아가씨의 말에는 묘하게 거스를 수 없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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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러면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윈스터까지 응접실을 나갔을 때에서야 올리비아는 에드윈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올리비아가 달래듯 부드럽게 에드윈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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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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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아가씨.”

늘 상냥하던 평소와 달리 조금 토라진 듯 뚱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잘생긴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에드윈이 큼큼, 목을 가다듬으며 애써 표정 관리를 하려고 해도 이미 들켰다.

올리비아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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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 거면 그냥 웃어요.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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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표정이라뇨. 나는 그냥 조금 서운한 걸 티 내고 있는 건데.”

에드윈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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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더 서운하면 아예 부티크를 다 사들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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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에드윈이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에드윈의 표정이 진심이라서 올리비아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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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실수를 했네요. 저는 그렇게까지 드레스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특히나 저렇게 화사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라면 더더욱.

장밋빛의 프릴이 달린 분홍색의 드레스부터 밤하늘의 은하수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남색과 은색의 드레스, 진주 가루를 뿌렸다는 우아한 흰색 드레스. 그 뒤로도 열두 벌이 넘는 드레스가 줄지어 있었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말에도 에드윈은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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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되게 좋은 것만 고르겠다는 아까의 패기는 어디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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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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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취향이 뭔지 말해 달라고 해도 집중도 안 해 주고.”

에드윈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올리비아는 양심이 뜨끔거렸다.

에드윈의 말대로였다.

들어오자마자 들뜬 에드윈과 달리 저는 드레스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건성이었다.

예약 없이 마담 플루토의 부티크를 방문하는 건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인데, 심지어 드레스도 성의 없이 보다니.

에드윈이 프리미엄 라인을 보자고 할 때까지도 그저 고개만 끄덕였던 게 떠오르자 올리비아는 할 말이 없어졌다.

미안한 마음에 올리비아는 손가락을 꼼질거렸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사실 이 마담 플루토의 부티크를 보자마자 에셀라가 떠올라서 집중을 못 했다. 분명히 재단사가 공작저로 갔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었다.

하지만 올리비아가 입을 떼기도 전에 나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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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한테는 심통도 못 부리겠네. 왜 그렇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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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안해서요. 일부러 딴생각을 한 건 아닌데, 계속 다른 생각이 나서 드레스에 집중을 못 했어요.”

올리비아가 실토하듯 털어놓았다. 고개를 잠시 갸웃하던 에드윈의 얼굴 위로 걱정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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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고민이라도 생긴 거예요? 설마 피곤하지 않다는 게 거짓말이었던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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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진짜예요. 피곤한 건 아니에요. 그냥.”

올리비아가 잠시 주저했다. 공작가를 나온 뒤에도 동생의 생각을 한다는 게 우스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에셀라는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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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드레스 마저 고를까요?”

배려하듯 화제를 돌리는 에드윈을 보면서 올리비아가 느리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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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작저를 나오기 전에 이 마담 플루토의 부티크에서 동생의 드레스를 예약했었거든요. 갑자기 그게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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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도 그렇고 아가씨는 동생을 되게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올리비아는 대답 대신 흐리게 웃었다.

에셀라를 생각하는 것도 이제는 차츰 줄여야 했다. 늘 일상처럼 해 왔던 일들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씁쓸함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 표정을 봤는지 에드윈이 부러 더 장난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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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를 좀 더 신경 써 주는 건 어때요? 봐요. 아가씨가 계속 안 보니까 나 정말 서운할 뻔했는데. 말 한마디 했다고 이렇게 풀어지잖아요.”

에드윈이 엄살을 부리면서도 눈매를 부드럽게 휘어 웃었다. 붉은 눈이 따뜻하게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저도 모르게 피식 웃던 올리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 건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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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에드윈이야말로 제 이름 안 부르네요?”

올리비아가 무심코 말하고 눈을 깜빡였다. 자기 이름을 불러 달라고 청하던 남자는 정작 올리비아의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았다.

이런 게 어딨어.

올리비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에드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에드윈은 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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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아가씨가 이름 부르는 걸 허락하거나 요청하지 않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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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언제,”

반사적으로 말하던 올리비아가 순간 말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그런 허락을 해 본 적이 없다. 이제까지 제 이름을 부르기 위해 허락을 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이상하게 뺨이 간지러운 것 같았다. 아니, 마음 한편이 간질거리는 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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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이야 그냥 부르셔도 괜찮았는데.”

겸연쩍게 툭 내뱉는 말에도 에드윈은 진지하게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정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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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야 없죠. 말했잖아요. 나는 아가씨를 위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아가씨가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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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궂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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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궂다니. 내가 독심술사도 아니고.”

에드윈이 어깨를 으쓱이며 눈매를 가늘게 접었다. 사람을 홀리듯 고혹적인 미소에 올리비아는 시선을 피했다.

붉은 눈이 기대를 가득 담은 채 집요하게 올리비아의 눈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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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말 안 해 줄 거예요?”

나른한 목소리의 끝이 올리비아를 조르듯 늘어졌다.

원하는 것.

올리비아는 입술을 달싹였다. 제가 원하는 것은 늘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었다. 참고 누르고 다음을 기약하는 게 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에드윈의 앞에서는 바라는 게 많아졌다.

올리비아는 지금처럼 강렬한 바람을 느낀 적이 없었다. 기대가 충족되는 일이 반복될수록 점점 그 이상을 바라게 되는 것 같았다.

공작저에 돌아가기 싫었을 때도, 누군가 정성껏 꾸민 티아제 궁을 보고 제 노력을 알아줬으면 할 때도, 그리고 지금도.

심장 박동이 점점 거세졌다. 귓전에서 세차게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올리비아는 주먹을 꽉 쥐고 무릎을 눌렀다. 그리고 에드윈과 시선을 마주한 채 느릿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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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도, 저를 이름으로 불러 줬으면 좋겠어요. 그것도…….”

이런 말까지 해도 괜찮을까.

하지만 충동과 동시에 올리비아는 도발하듯 입매를 올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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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귀하게.”

제가 바랐던 사람들은 아주 쉽게 제 이름을 불렀다.

경고를 하거나 선을 그을 때. 적선하듯 함부로 제 애칭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리비아도 누군가에게 아주 귀하게 불렸던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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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리브. 내 아가.”

 
듣기만 해도 심장이 벅차오를 정도로 저를 불러 주던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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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올리비아는 순간 숨을 삼켰다. 마치 발음하는 것조차 애틋하다는 듯, 아주 소중하다는 듯 에드윈이 더없이 달콤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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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불러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부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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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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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예쁜 이름이네요. 올리비아.”

나직하게 부르는 제 이름이 그렇게 귀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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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이름이네. 올리비아.”

 
문득 올리비아는 아주 오랫동안 저를 사랑에 앓게 만들었던 레오포드와의 추억이 날아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섭섭하거나 마음 아프지 않았다. 날아간 추억보다 훨씬 소중한 추억들이 더 차곡차곡 쌓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그래서 올리비아가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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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도요. 좋은 이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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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요?”

에드윈은 처음 듣는다는 것처럼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이 순간이야말로 올리비아는 제가 알아낸 사실을 이야기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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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에드윈의 이름을 부를 때면 입꼬리가 이렇게 올라가니까. 부를 때마다 행복해지는 이름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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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에드윈이 서서히 만개하는 꽃처럼 피어나듯 웃었다. 달콤한 웃음이 올리비아의 눈꼬리를 더 환하게 당겼다.

* * *

마차의 창문으로 보이는 사위가 점점 어둑해졌다.

에드윈은 조용히 마부석을 두 번 두드렸다. 마부가 사인을 알아채고 마차의 속도를 줄였다.

에드윈은 빙그레 웃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잔뜩 피곤했는지 올리비아는 마차를 타자마자 졸기 시작했다. 꼿꼿하게 유지하던 자세가 조금씩 느슨해졌다.

무슨 꿈을 꾸는지, 올리비아가 코를 찡긋거렸다. 꼭 말간 토끼를 연상시키는 얼굴에 에드윈의 입매에 고인 미소가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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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에드윈이 올리비아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제 이름을 알아듣는 듯 올리비아가 작게 잠투정을 뱉었다. 에드윈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올리비아가 다시 졸기 시작했다.

날카롭게 가시를 세우던 모습 대신 틈을 보일 수 있는 관계가 된다는 게 가슴 벅차도록 기꺼웠다.

황제의 허락이 떨어진다면 바로 올리비아와 함께 비칸데르령으로 내려가야지. 그녀가 더 자유로이 웃을 수 있게, 더 많은 것을 바랄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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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대공 전하.”

창문으로 가까이 다가온 윈스터가 작은 목소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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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앞에 누군가 있습니다.”

윈스터의 말에 에드윈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또 제이드인가. 이번에는 올리비아가 잠든 만큼 곱게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대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정체는 예상 밖이었다.

올리비아와 똑같은 서늘한 은발, 그리고 낯익은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에드윈은 저 앳된 아가씨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에셀라 마델레이네.

올리비아가 그토록 아낀다는 그녀의 동생이 퉁퉁 부은 얼굴로 대공저 대문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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