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13. 두 번째 춤 (13/151)


#013. 두 번째 춤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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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도, 즐거우셨나요?”

언제부터 고민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거운 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레오포드의 덤덤한 표정 위로 작은 균열이 생기는 것 같았다. 늘 여유롭게 저를 바라보는 눈에서 처음으로 낯선 감정이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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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지막한 대답 한마디에 올리비아는 입을 다물었다. 오늘의 레오포드는 정말 평소와 달랐다.

저를 직접 약혼녀라고 지칭하고 애칭을 부르더니 첫 춤을 신청했다.

저를 쉽게 본 줄 알았던 그 일들 속에 레오포드의 진심이 담겨 있었던 걸까?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승낙한 약혼이었지만 레오포드도 내심 저를 약혼녀라고 인정했던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레오포드도 은연중에 제게 마음을 열었던 걸지도 모른다.

작은 희망들이 하나둘 모였다. 실망 위로 쌓인 기대에 올리비아는 느리게 레오포드를 바라보았다.

레오포드가 눈을 부드럽게 휘었다. 눈매 속 새파란 눈동자가 저를 비난하듯 바라보았다. 올리비아는 레오포드가 제 기대와 다른 말을 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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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귀족들이 다 있는 데에서 감히 나를 그리 대했는데. 즐겁기만 했다면 거짓말이지.”

장난스러운 싸늘함이 올리비아를 눌렀다.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쓰게 웃었다. 입술을 깨물지 않는다면 허탈한 숨소리라도 새어 나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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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한테 고마워해.”

무덤덤하게 마리아의 이름을 꺼낸 레오포드가 다정하게 올리비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언뜻 다가온 그에게서 은은하게 젖은 나무 타는 냄새가 났다. 기침을 하기도 전에 레오포드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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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가 내 기분을 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정말 화가 났을 테니 말이야.”

그러면 그렇지. 레오포드가 그럴 리 없지.

기침도 잊은 채 올리비아가 아득히 멀어지는 정신을 다잡았다. 제 착각이 우스웠다. 레오포드는 여전히 똑같았다.

최선을 다하면 돌아봐 줄 거라는 제 기대는 언제쯤에야 이루어지는 걸까.

현실에 대한 자각이 잔인하게 올리비아를 덮쳤다. 올리비아는 겨우 입꼬리를 올렸다.

새 음악이 흘러나왔을 때, 레오프드의 손이 올리비아의 허리에 올라갔다. 허리에 닿는 손의 느낌이 어색했다.

올리비아가 작게 떨자 레오포드가 사랑하는 약혼자인 것처럼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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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다면 능숙한 척이라도 해야지. 공녀.”

그 말이 송곳처럼 올리비아의 심장을 헤집었다.

올리비아는 춤을 췄다.

셀 수 없이 많은 날들 동안, 이런 날을 상상했었다.

레오포드와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채 함께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는 일.

분명 화려한 연회장 한가운데서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레오포드의 눈을 마주할 것 같았다. 제 손을 잡아 주며 함께 춤을 출 때라면, 분명 레오포드의 눈도 봄바람처럼 다정할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생각처럼 달콤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분명히 같은 춤인데도 레오포드의 리드는 올리비아를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올리비아는 잔뜩 집중을 한 채로 레오포드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애썼다. 레오포드의 발을 밟지는 않을까 올리비아는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빙글빙글 돌아가고, 붕 떴다가 쿵 내려앉았다. 이 춤은 즐겁지 않았다.

어느 순간 발목이 시큰하다고 느낄 때였다. 왈츠곡이 끝났다.

짝짝짝-.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당연하다는 듯 저를 바라보던 레오포드가 작게 묵례를 해 왔다.

발을 신경 쓰느라 미처 내쉬지 못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올리비아는 뒤늦게서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레오포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바로 고개를 들었을 때, 레오포드는 이미 뒤돌아선 상태였다.

올리비아는 레오포드가 향해 간 곳이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에텔 영애의 옆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올리비아는 돌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리아 에텔에게는 레오포드의 앞모습이 더 익숙하겠다.

제게는 늘 뒷모습만 보여 주는 남자일지라도 말이다.

욱신거리는 발의 통증이 점점 크게 느껴졌다. 올리비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가다듬었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생각했다.

괜찮아, 아무렇지 않아. 정말 괜찮아.

아찔한 높이의 구두 굽 위에서, 올리비아는 드레스 자락을 말아 쥐었다. 앞으로 다섯 곡이 흐를 때까지는 연회장에 남아야 했다.

가장자리에 있는 테이블에 앉은 채 올리비아는 음악에 집중했다. 귀족들이 제게 말 걸지 않기를 바라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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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춤을 축하드려요. 공녀님.”

마리아 에텔이었다. 연회에서 마리아와 대화하는 건 처음이었다. 귀족들의 시선이 이쪽에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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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네요. 영애. 내 첫 춤을 축하해 주다니. 사려 깊기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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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태자 전하의 약혼녀이신데. 제가 가장 관심을 두어야지요.”

마리아가 친근한 척 올리비아의 옆에 앉았다. 마리아의 향수 냄새 사이에서 옅게 젖은 나무 타는 냄새가 났다. 레오포드에게서 맡은 것과 같은 시가 냄새였다.

올리비아가 작게 콜록거렸다. 마리아가 놀란 듯 눈을 커다랗게 뜨며 몸을 뒤로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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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실례했어요. 공녀님. 잠시 테라스에 들렀다 오는 바람에 냄새가 조금 묻었나 봐요.”

두꺼운 공단 휘장을 드리운 테라스가 연인들의 밀회 장소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리아가 은밀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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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겠지만, 태자 전하께서 늘 이 시가만 고집하셔서. 어머, 그런데 기침을 하신 걸 보면 기관지가 약하신가 봐요. 아니면…….”

마리아가 말끝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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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냄새를 맡을 일이 별로 없으시거나.”

걱정을 내비치는 목소리 위로 교묘한 악의가 올라왔다. 순진한 척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리아 에텔의 눈동자 위로 조롱이 짙게 드러났다.

올리비아는 희게 웃었다.

마리아 에텔이 굳이 나를 찾아온 이유가 이거였구나.

올리비아는 가만히 마리아 에텔을 바라보았다. 새삼스럽지만 마리아는 참 예뻤다.

화려한 금발이, 사랑스러운 흰 얼굴이, 정면을 바라보는 당당한 태도가, 그리고 반짝이는 푸른 눈이 너무 예뻐서. 늘 사랑만 받고 자란 것처럼 고왔다.

그래서 레오포드도 마리아를 놓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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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님?”

정적을 깨듯 마리아가 친근하게 올리비아를 불렀다. 올리비아는 물을 수 없는 말을 꿀꺽 삼켰다. 삼켜진 말은 날카롭게 깨진 채 올리비아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조롱 섞인 눈을 바라보면서 올리비아는 일부러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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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보통 태자 전하께서 내 앞에서까지 시가를 피우지는 않으시니. 좋으시겠어요. 영애. 기관지가 튼튼한 모양이에요.”

순간 마리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할 말을 찾는 듯 마리아가 잠시 입을 다문 사이, 올리비아가 여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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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되고 싶나요?”

마리아가 가만히 굳었다. 이 사람 많은 곳에서 올리비아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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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프란츠 제국에서는 일부다처를 인정하지 않으니, 결국 영애가 오를 수 있는 자리는 로왈츠 백작 부인 정도가 되겠네요.”

젊은 영애가 정부가 되는 방법은 둘 중 하나였다. 쭉 레이디로 살거나, 아니면 적당한 혼처를 찾아 결혼을 한 뒤 암묵적인 약속 아래 비공식적인 정부 노릇을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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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왈츠 백작 부인께서 작고하신 후로 벌써 30년이 흘렀으니. 딱 괜찮은 자리 아닌가요?”

물론 둘 다 명예롭지 못한 일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뒤늦게 분노한 듯 마리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으려 귀를 기울이는 귀족들을 잊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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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감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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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면 영애가 내게 계속 태자 전하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이유가 뭐죠?”

조용한 말에 마리아가 입술을 바들바들 떨었다. 연약한 푸른 눈에 눈물이 고이는 듯하더니 이내 마리아가 어디론가 뛰어갔다.

멀어지는 마리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올리비아도 일어났다. 한 걸음 걷기도 전에 발에 욱신거리는 통증이 퍼져 나갔다.

무표정한 얼굴로 걷는 사이, 올리비아 주변으로 영애들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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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님. 재밌는 이야기 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도 끼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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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춤도 두 번째 춤도 너무 근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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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에텔 영애는 어디로 간 거죠?”

다정한 목소리를 가장한 은근한 떠봄이 올리비아의 주변을 가득 채웠다.

그 뻔한 도발 속에서 올리비아는 그러게요, 라고 대꾸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애매한 말에 귀족들은 더 애타는 듯 올리비아한테 말을 붙였다.

대공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에텔 영애는 왜 화를 냈는지, 태자 전하는 왜 모습을 보이지 않는지.

어투만 귀족적일 뿐 올리비아를 향한 예의라고는 하나도 없는 말들이 쏟아졌다. 올리비아는 빙그레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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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셨겠지만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오늘은 먼저 실례할게요.”

등 뒤로 날 선 험담들이 쏟아졌지만 상관없었다.

불에 덴 것 같은 통증이 발에 퍼졌다. 올리비아는 꼿꼿한 자세로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회장 그 어디에도 대공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얄궂게도 아쉬웠다. 올리비아는 눈을 깜빡이다 아, 했다.

그러고 보니 에셀라가 준 보석 핀에 대해서 이야기도 못 했는데.

승전 연회는 며칠이고 계속되니, 어떤 연회에서든 대공과 만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때 부탁을 한다면 보석 핀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그럴 거라는 자신이 있어서.

올리비아의 입매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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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화려한 황녀의 방. 레이나 황녀가 비명을 질렀다.

독기 어린 눈으로 짓이겨진 꽃다발을 밟던 레이나가 이를 갈았다.

에드윈 로웰 비칸데르. 대공의 작위이나 겨우 살육귀라고 불리는 주제에.

감히, 폐하의 하해와도 같은 은덕에도 제게 보검을 바치지 않다니.

처음에는 살육귀라 불렸던 소문 때문에 꺼렸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당당히 들어오는 화려한 외모를 보고는 마음이 달라졌다. 저 정도의 얼굴이라면, 하는 생각에 제가 먼저 웃어 보이기도 했다.

꽃다발을 든 저를 무시하고 돌아서던 대공이 눈앞에 선연했다. 감히, 저를 외면한 대공이 맹세를 바친 이가 그 누구도 아닌 마델레이네의 수치라니.

이런 모욕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감히, 감히!!! 올리비아 마델레이네가 연회의 주인처럼 차례로 대공과 태자와 춤을 추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자리는 당연히 레이나 프란츠, 제 자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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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답게 굴어요. 레이나. 누구보다 귀한 피를 지녔잖아요.”

그제야 레이나가 고개를 들었다. 누구보다도 기품 있게 앉아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황후인 어머니는 늘 올리비아를 손가락 하나로 좌지우지했다.

그런 어머니의 말을 들으니 레이나는 한껏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분한 듯 쌔근거리던 숨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레이나는 계속 생각했다.

황녀로서 올리비아 마델레이네의 그 방자함을 꺾어 주어야 했다.

복잡하던 머릿속이 냉정해졌다.

그러고 보니, 마델레이네가의 적녀가 제 언니를 제법 두둔한다지? 멍청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꽃밭에서 혼자 말이지.

레이나의 새파란 눈이 순간 번뜩였다.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한 딸의 모습에 황후 또한 짙게 웃었다.

* * *

사위가 어둑하게 가라앉았다. 마차 창 너머로 벌써 저택의 담이 보였다.

연회장을 나설 때까지 꼿꼿하게 걸었던 발은 마차를 타자마자 바로 무너졌다.

그래도 잘 버텼어. 올리비아.

문득 연회 때의 이야기를 해 달라던 에셀라의 말이 떠올랐다.

대공이 제게 맹세를 했다는 것과 이제야 겨우 첫 춤을 추었다는 것, 그리고 에텔 영애에게 경고를 했다는 것.

첫 번째 것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가만히 생각하던 올리비아가 한숨을 뱉었다.

제이드를 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승전 연회인데도 불구하고, 제이드는 연회장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마차가 멈추고 올리비아가 저택으로 들어섰다. 발을 디디고 누적된 통증이 몰려올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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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익숙한 목소리에 올리비아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계단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제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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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드!”

올리비아는 왈칵 차오르는 반가움에 계단 쪽으로 달렸다. 발의 통증도, 차곡차곡 쌓였던 서운함도 건강히 돌아온 제이드의 모습을 보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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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다렸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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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친놈과는 무슨 사이야.”

흉흉하게 날 선 목소리에 올리비아가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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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은 없었다.

제이드가 복귀하는 모든 상상 속에서, 저를 쏘아보는 제이드의 모습은 없어서.

올리비아는 멍하니 제이드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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