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331화 (329/331)

331화 <미지의 세계로>

“어머니! 굳이 영화관 안 가셔도 돼요. 원하시면 집에서도 볼 수 있어요.”

“그 영화를 집에서도 본다고.”

“네, 오히려 영화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싸게 볼 수 있어요.”

“그럼 오늘 저녁에는 그거나 같이 볼까?”

시어머니가 좋다고 하자 아들이 얼른 나서서 지원사격을 했다.

“좋아요. 저도 한 번 더 보고 싶었거든요.”

“나도 찬성!”

노인도 주위에서 안 본 사람이 자신뿐이라 꼭 보기로 작정했다.

주인공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를 씹어먹는 이대한 선수이기에 꼭 보고 싶었다.

“그 영화는 한번 보는 것으로는 양이 안 차! 최소한 3번은 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영화가 재미있어?”

“아주 환상적이에요.”

아들이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면서 말하자.

어머니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럼 저녁 식사하고 다 같이 영화나 봅시다.”

“좋아요.”

“나도 좋아.”

“나도 볼래.”

다들 찬성을 하자 이제는 아이들까지 영화 본다고 난리였다.

물론 저녁을 먹고 바로 곯아떨어진 아이들은 영화를 보지 못했다.

대신 어른들이 오붓하게 모여서 즐겁게 대한의 영화를 감상했다.

대한과 코레그룹!

대한민국 국민의 삶 속에 이미 알게 모르게 깊이 스며들고 있었다.

* * *

“대한!”

“새롬!”

한새롬은 대한을 보자 눈물을 뿌리며 달려들었다.

그는 깜짝 놀라 얼른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아! 대한!”

그녀는 마치 대한이 어디 가서 죽었다 살아오기라도 한 듯.

격한 반응을 드러냈다.

그는 오랜만에 보는 새롬을 꼭 안아줬다.

그러면서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

“엉엉!”

그러자 뭐가 그리도 서러운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대한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안아줬다.

어깨로 받은 새롬의 눈물이 그의 티셔츠를 흠뻑 적셨다.

‘에바!’

―네, 마스터.

‘새롬이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집에서 마스터와 사귀는 것을 엄청나게 반대했거든요.

‘아니, 왜?’

―마스터 주위에는 여자가 많잖아요.

‘많기는 뭐가 많아!’

에바의 말에 대한은 발끈했다.

하지만 가만히 세어보니 숫자가 적지 않았다.

엘라, 모니카, 고리나, 류연, 한새롬, 나나!

무려 여섯이나 됐다.

거기에 에바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외부의 시선은 대한의 연인들을 말할 때 절대 그녀도 빼놓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만나지 않지만 가끔 하이스가 인터뷰에서 대한이 지금까지 자신이 만난 남자 중 최고라는 말을 하곤 해서 종종 타블로이드지의 일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니 교육자 집안인 한새롬의 집에서 대한을 좋아할 리 없었다.

그에 더해 나이까지 연하라서 새롬은 그동안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심했다.

“괜찮아. 새롬! 이제 내가 있으니까 그만 울어.”

“흑흑! 나 집에서 쫓겨났어.”

“그래? 그럼 앞으로 여기에서 우리 같이 살자.”

“나 여기서 살아도 돼?”

“그럼.”

“고마워! 우와앙!”

새롬은 대한의 말에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복받쳤나 보다.

그사이 대한과 새롬이 앉아있는 소파 주위로 모니카, 리나, 류연이 차례로 나타났다.

그들은 새롬에게 다가와 그녀를 꼭 안고 위로해줬다.

“언니!”

“새롬 언니!”

“새롬!”

리나와 류연은 새롬을 언니로 불렀다. 그리고 모니카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껴안았다.

대한은 둘 사이에 끼어든 여자들로 인해 뒤로 밀려났다.

에바가 다가와 새 티셔츠를 내밀었다.

“어쩌라고?”

“갈아입으세요.”

“아!”

그제야 대한은 자신의 어깨가 축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당장 티셔츠를 벗고 새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마실 거라도 좀 내올까요?”

“응. 그래.”

대한은 한쪽 소파에 앉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눈부시게 빛나는 네 명의 미녀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묘한 매력에 괜히 입맛을 다셔보다 그는 흠칫했다.

‘그런데 엘라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한 달 동안 소식이 없네.’

갑자기 엘라 생각이 나자 짜증이 확 밀려왔다.

대한은 그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초토화했다.

덕분에 골과 어시스트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엄청난 멀티 골의 폭격에 전 세계의 축구 팬들은 지금 난리도 아니었다.

영화와 신곡도 초대박이 났다.

코레그룹의 확장도 그 양과 질에서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이제 세계 각국의 정보부는 대한이 코레그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코레그룹이 온전히 그의 소유라는 것까지는 몰랐지만 최소한 그룹의 창업 공신이라는 것 정도는 확신했다.

대한민국은 일본의 비공식 항복을 받아들였다.

독도해전에 이은 열도폭격으로 전의를 잃은 일본은 어린 양처럼 고분고분해졌다.

중간에 미국이 끼어들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지만 대한민국의 반응이 예전 같지 않아 크게 당황하는 눈치였다.

거기에다 자꾸 주한미군의 주둔비를 언급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반응에 아주 곤혹스러워했다.

지금까지는 돈을 받고 주인처럼 큰소리를 치며 떵떵거리고 주둔했는데 이제는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라 정말로 주둔비를 내고 있어야 할 처지로 몰리고 있었다.

중국과는 서로 건드리지 않고 적당히 모른 척하고 지냈다.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는 중국공산당 내부의 권력다툼!

소수민족들의 연이은 독립선언과 무장투쟁!

그에 더해 선양군구가 동북삼성을 영토로 독립선언을 하자.

중국은 내우외환과 민주화 열기까지 더해져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대한과 그를 둘러싼 주위 환경은 최고로 좋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는 외로웠다.

전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모니카, 리나, 류연, 새롬까지 모이자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에바! 엘라는 도대체 어디 갔어?”

대한은 짜증을 한 사발 담아 에바에게 던졌다.

“지금까지는 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오늘 확실하게 알게 됐습니다.”

“그래? 뭔데?”

에바의 대답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당장 대한은 자세를 바꾸고 에바에게 집중했다.

“오늘 화성 콜로니에서 우주탐사선이 도착했습니다.”

“엘라가 돌아왔단 말이야?”

“아닙니다. 우주탐사선만 홀로 돌아왔습니다.”

“뭔 소리야? 그럼 엘라는 아직도 화성 콜로니에 있다는 거야?”

“그렇지 않습니다. 화성 콜로니에서 히릭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대한은 에바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히릭스가 돌아왔다고 했잖아?”

“아니요. 저는 히릭스가 돌아왔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우주탐사선이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그거지. 우리에게 우주탐사선이 히릭스 밖에 더 있어? 안 그래?”

에바는 가만히 고개를 내저었다.

순간 그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우주탐사선이 히릭스 말고 또 있었어?”

“그건 아닙니다. 이번에 지구에 도착한 우주탐사선은 그동안 화성 콜로니에서 새로 제작한 신형 우주탐사선입니다.”

“그으래?”

금시초문의 일이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알아서 만들라고 한 게 생각났다.

그런데 설마 필요한 게 신형 우주탐사선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딱!

더 이상 참지 않고 대한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홀로그램이 떠오르며 대기권에 숨어 있는 신형 우주탐사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히릭스도 멋있었지만 새로 만든 신형 우주탐사선은 메탈실버의 늘씬한 유선형의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완전히 대한의 취향을 저격한 디자인이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물론이지.”

“엘라가 마스터의 생일에 선물로 주려고 제작한 우주탐사선입니다.”

“내 생일?”

“네, 아직 멀었지만 좀 일찍 완성됐네요.”

“아!”

대한은 에바의 말에 울컥했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침만 삼켰다.

그동안 저걸 만들려고 얼마나 정성을 쏟았을까!

생각해보니 절로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엘라가 저걸 나한테 선물로 던져주고 어디로 간 거야?”

“무너진 왕국의 잔재를 찾으러 갔습니다.”

“무너진 왕국의 잔재? 혹시 엘라에게 무슨 출생의 거창한 비밀이라도 있어?”

“그렇습니다.”

꿀꺽!

대한은 에바의 대답에 침을 삼켰다.

“설마 무슨 망국의 공주다. 이런 거 아니지.”

“맞는데요.”

“그 망국이 혹시 스파이럴 제국에 의해서 망한 거야?”

“그것도 맞습니다.”

쿵!

그는 입을 쩍 벌렸다.

아침에 하는 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갑자기 이게 웬 해괴한 스토리란 말인가!

대한이 깜짝 놀라자 에바가 조용히 설명을 시작했다.

“엘라의 본명은 프린세스 헬레나 카일라 나디아! 카일라 왕국의 공주인 어머니와 나디아 왕국의 왕자인 아버지를 부모로 둔 망국의 프린세스입니다. 보름 전 화성 콜로니에서 히릭스로 장거리 워프를 한 것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하아!”

에바의 말에 그는 땅이라도 무너진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목적지는 스파이럴 제국이 있는 포르낙스 은하계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망해버린 나라를 구하려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얘기야?”

“엘라의 의도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히릭스에서 뭔가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 듯 보였습니다.”

“단서라니?”

“망국의 흔적이라고 아까 제가 말씀드렸는데요.”

“어휴! 집 나간 공주 스토리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뭔지 모르겠네.”

그때 대한은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따가운 시선들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여인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대한! 어떻게 할 거야?”

모니카가 다가와 마치 여자들의 대표라도 된 것처럼 물었다.

“뭘 어떻게 해?”

“엘라 말이야. 찾으러 갈 거야?”

“엘라를 찾으러 가자고?”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란 말인가!

포르낙스 은하계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고 또 그 먼 은하계까지는 뭘 타고 어떻게 갈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중 그의 눈에 홀로그램에서 반짝이는 신형 우주탐사선이 들어왔다.

“에바! 저거 우주탐사선 맞지?”

“네, 맞아요.”

“장거리 워프도 되는 거야?”

“물론이죠.”

“혹시 엘라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을까?”

“화성에서 장거리 워프를 한 좌표는 확보해놓았습니다.”

“히릭스가 빨라? 신형 우주탐사선이 빨라?”

“속도는 비슷합니다만 신형 우주탐사선의 성능이 훨씬 뛰어납니다.”

에바의 설명에 여자들이 한 명씩 입을 열었다.

“우리 엘라를 찾으러 가는 거야?”

“저걸 타고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니.”

“워프라면 영화에서만 본 건데.”

“엘라가 위험하면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한마디씩이라도 여러 명이 해대니 순식간에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정말 엘라를 찾으러 우주탐사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해야 하나?’

대한은 여자들의 말에 혹했다.

사실 남자라면 누구나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해보는 꿈을 꾼다.

그게 우주탐사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는 것이라면 이건 단순한 낭만이라고만 볼 수도 없었다.

그때 대한의 뇌리에 아버지 이태산과 어머니 김혜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어쩌지?”

“같이 모시고 가면 되잖아요.”

대한의 독백을 들은 에바가 얼른 대답했다.

“그래도 될까?”

“왜 안 되겠어요. 일단 한번 물어나 보시죠.”

“그럼 비밀을 다 밝혀야할 텐데.”

“그게 무서우신 것은 아니죠?”

“전혀!”

그렇게 대답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그는 좀 걱정이 됐다.

“난 무조건 대한과 같이 갈 거야.”

“나도 갈래!”

“나도 갈 거야.”

“나도 가야지.”

모니카를 시작으로 여자들은 하나같이 같이 가겠다고 나섰다.

우주여행이라는 게 그녀들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강한 동기는 사실 대한이 떠난 뒤 홀로 남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에바가 대답을 재촉했다.

대한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아니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관조했다.

결론은 빠르고 신속했다.

“가자! 엘라를 찾으러 우리 우주여행을 해보자.”

“와아!”

“야호! 신난다.”

“재미있겠다.”

이건 사실 레스큐 미션이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임무라는 말이다.

그런데 다들 그런 생각따위는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대한도 그걸 알고 있었지만 사기를 위해서 굳이 그걸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들 집에는 뭐라고 할 거야?”

“세계일주여행을 한다고 하면 되잖아.”

“장거리 탐사 여행을 한다고 말해도 되겠다.”

“난 그냥 대한과 밀월여행 떠난다고 말해야지.”

“잠시 여행하고 오겠다고 하면 되겠네.”

각기 다른 말을 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여행 다녀온다고 얘기하고 떠나자는 것이었다.

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우주여행을 위하여!”

“엘라를 구하러!”

“출발!”

그들은 그렇게 한마디씩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날 밤!

체스터 포트 펜트하우스에서 우주셔틀이 날아올랐다.

대기권에 도착한 우주셔틀은 부드럽게 신형 우주탐사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환한 빛을 뿌리며 신형 우주탐사선은 장거리 워프를 했다.

인간이 발길이 닿지 않는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대미(大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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