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330화 (328/331)

330화 <만인의 곁에>

사실 모니카는 돈이나 조직이 필요 없었다.

그래서 카모라 조직도 전부 쪼개서 부하들에게 넘겨버렸었다.

그러나 아무리 싫다고 밀어내도 카모라 조직원들은 로사 네라가 카모라의 정통계승자라고 떠받들었다.

오직 그녀만이 자신들의 진정한 보스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러니 카모라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다.

결국, 카모라는 통째로 로사 네라에게 돌아왔다.

돈 한 푼 들이지 않아도, 총 한 방 쏘지 않았는데도 3만 명의 조직원이 그녀의 휘하로 들어와 충성을 맹세했다.

그로 인해 그녀가 만든 기업은 순식간에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무시무시한 조직원들이 양지에서 조직을 이루자 감히 그 누구도 그녀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슬슬 피해 다녔다.

기업이 커지고 사업이 확대되자 당연히 할 일은 끝도 없이 늘어났다.

그러니 항상 보고 싶고, 언제나 같이 있고 싶은 대한과는 자주 만날 수 없었다.

“으음.”

대한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불만이 뭔지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관여할 수도 있는 일도 아니었다.

결자해지라고, 시작한 그녀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걸 누구보다도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전문경영인을 한번 세워봐!”

“전문경영인?”

“그래. 혼자 다 하려고 하니까 일에 치이지.”

“아! 그런 건가? 정말 전문경영인을 세우면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잘 될까?”

“에이, 그건 아니지. 중요한 결정은 당연히 모니카가 해야지 다만 전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남게 될 거야.”

“좋아. 그렇게 할게.”

모니카는 대한의 말에 혹했다.

이제 카모라에서 보스 놀음은 지긋지긋했다.

천성적으로 그녀는 범죄조직과는 잘 안 맞았다.

그나마 죽다 살아나서 이 정도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모든 일에 결단력 있게 행동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누구를 세우냐는 것이다.

전문경영인이라고 앉혀놔도 오히려 카모라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시 쓸만한 사람 있어?”

“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내가 도와줄 안드로이드를 지원해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정말?”

대한의 말에 모니카는 크게 기뻐했다.

“당연하지. 모니카를 위해서 내가 그 정도도 못 하겠어.”

“호호! 맞아.”

그녀는 달콤한 그의 말에 신이 났다.

더 이상 피비린내 나는 놈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머리가 다 시원해졌다.

물론 모니카도 대한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예전처럼 일에 치여 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쫘악 풀리는 느낌이었다.

“대한은 어때?”

“나?”

“응, 요새 세계적으로 쇼핑 엄청나게 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아! 그거.”

대한은 그녀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별거 아냐. 이제 나도 더 이상 숨지 않고 밖으로 나와 당당해지려는 것뿐이야.”

“한국에서는 이미 최대 재벌로 올라섰고, 세계 10대 기업 안에 들거라는 소문이 돌던데.”

“그 정도는 아냐.”

대한은 짐짓 겸손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는 ‘그 정도가 아니라 훨씬 더 위지’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었다.

자랑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진짜 끝이 없지만 어쩐지 자신의 얼굴에 금칠하는 것 같아서 대한은 애써 이런 쪽의 대화를 회피했다.

모니카도 그의 이런 의중을 꿰뚫어 봤다.

그래서인지 슬그머니 넘어가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좋은 건 나눠 먹자. 그리고 유럽 독점은 계속할 수 있게 해줘!”

“물론이지. 앞으로도 어지간하면 카모라를 유럽총판으로 쓸게.”

“고마워!”

분명히 조금 전까지는 일에 치여 죽을 것 같다고 하던 모니카다.

그런데 지금은 금세 마음이 바뀌었는지 코레그룹의 유럽총판을 자처했다.

어느 쪽이 진심인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대한은 그녀를 품에 안고 영화를 봤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은 화면이 아닌 어떤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보궐선거에서 떨어진 게 조금 아깝네.’

대한은 살짝 입맛을 다셨다.

이태산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12표 차로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막판에 상대 후보의 말도 안 되는 의혹 부풀리기 꼼수에 당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금배지를 달고 희희낙락하셨을 것이다.

그래도 이태산과 김혜영은 별로 낙심하지 않았다.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실망도 크지 않았다.

오히려 유세하는 동안 정부와 국회, 검찰과 사법부를 싸잡아서 날카롭게 비판한 게 큰 이슈가 되어 지지층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나름 팬클럽까지 생겼다고 하니 보궐선거에 나간 게 아주 큰 손해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한은 열이 좀 받았다.

그렇게 밀어준다고 약속했는데 아버지를 선택하지 않고 엉뚱한 허풍쟁이를 선택했다.

그는 본보기로 지역구를 아예 초토화해버릴까 생각도 해봤다.

그렇지만 정말 그렇게 해버리면 자신이 경멸하는 놈들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깨끗이 마음을 접고 청담동의 최고급 빌라를 팔아치웠다.

대한타워도 펜트하우스와 코레그룹 자회사만 남겨두고 본사를 이전하기로 했다.

남북이 통일된 마당에 굳이 비싼 강남에 본사를 둘 이유는 없었다.

더구나 남포시로 본사를 이전하면 수백만 평의 대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법인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감면과 온갖 혜택을 주겠다고 제안해왔다.

통일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모든 대한민국 시민들이 북한을 들락거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먼 미래와 코레그룹의 보안을 생각해서 남포시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청와대와 정부에서는 아직 위험하다고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 어떤 회유와 압박에도 대한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그들은 꿈에서도 짐작하지 못했다.

북한을 암중으로 장악하고 있는 대한에겐 남포시가 오히려 강남보다 훨씬 안전하고 편한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남포시 서쪽 반도 코레건설이 지금 대역사를 창조하고 있었다.

거대한 대지를 엄청나게 큰 중장비들이 싹 갈아엎었다.

땅을 단단하게 다지고 도로를 닦았다.

미리 치밀하게 계획된 기초 위에 특수 콘크리트가 부어지고 특수 빔이 세워졌다.

거기에 조립식 건축 자재들이 도착하자 순식간에 건물이 올라갔다.

한쪽에는 호텔을 비롯한 위락시설이 만들어졌다.

전망이 좋은 땅에는 직원용 아파트와 주택들도 들어섰다.

전부 조립식으로 만든 거라 공사속도가 무지하게 빨랐다.

물론 기밀을 요구하는 특수공작실이나 연구소는 지하나 산골짜기에 따로 만들었다.

그렇게 해도 땅이 많이 남아서 공원과 호수를 만들고 숲을 조성하고 있었다.

세상은 조만간 남포시 옆에 ‘코레’라는 최첨단 신도시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 * *

띵동!

“아이들 왔나 봐요.”

“내가 나가보지.”

초로의 노인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나갔다.

덜컹!

문이 열리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아이들이 뛰어 들어왔다.

“할아부지!”

“할아버지!”

“어이쿠! 우리 강아지들 왔네.”

노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며 입가에 가득 미소가 걸렸다.

“아버지!”

“아버님, 저희 왔어요.”

“오냐! 어서 들어오거라.”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두 사람의 시선이 좀처럼 노인의 얼굴에서 떠나질 않았다.

“할머니!”

“할무니!”

거실로 들어오자 아이들은 할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이번에는 할머니를 향해 달려갔다.

전을 부치던 초로의 여인은 수건으로 얼른 손을 닦고는 무릎을 꿇고 아이들에게 활짝 두 팔을 벌렸다.

“크흠!”

그 사이.

노인은 헛기침하며 소파에 슬쩍 앉았다.

“아버지.”

“아버님, 얼굴 어떻게 된 거예요?”

“그렇게 됐다.”

노인은 부끄러웠는지 아들 내외의 물음에 즉답을 피했다. 그러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부엌에서 나온 그의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이 양반이, 그게 뭐가 부끄럽다고 말을 안 해요.”

“어머니, 어떻게 된 거예요?”

며느리가 질문의 대상을 시아버지에서 시어머니로 바꿨다.

“뭐가 어떻게 돼. 코레그룹에서 만든 나노셀 치료를 받고 저렇게 된 거지.”

“설마 나노셀 치료를 받고 화상 자국이 싹 없어졌다는 말이에요?”

“왜 아니겠니. 저 영감 얼굴 좀 봐라! 검버섯과 주름까지 싹 없어져서 이십 년은 젊어졌어.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지정병원 가서 나노셀 치료를 받는 건데. 에휴!”

시어머니의 탄식에 그제야 아들과 며느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저도 알아봤는데 지정병원에 예약이 꽉 찼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을 통해 알아봤다. 하지만 워낙 예약이 많아서 올해 안에는 나노셀 치료 예약은 힘들다더구나.”

이어진 아내의 탄식에 굳이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노인은 자신의 평생 십자가인 화상 자국이 얼굴에서 싹 사라진 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따가운 눈치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자랑해댔다.

“원래는 식도암 때문에 갔어. 그런데 거기 의사가 비용을 조금만 더 내면 얼굴의 화상과 검버섯까지 없앨 수 있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나노셀 치료를 받고 사흘이 지나서 붕대를 풀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주름까지 없어져서 나도 깜짝 놀랐다. 그러니 너희들도 새로 지정병원이 결정되면 빨리 예약하거라!”

“저희도 지방에 새롭게 지정되는 나노셀 치료 병원에 예약을 노리고 있어요. 이이가 간이 안 좋아서 나노셀 치료 대상이 된다고 하니 치료받을 때 복부지방 제거와 주름 제거까지 한꺼번에 패키지로 하려고 해요.”

“잘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며느리는 치료 대상이 안 된다고 하니?”

“방광염 핑계를 대면 가능하다고 해서 한번 시도를 해보려고요.”

며느리의 말에 혹한 시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예약할 때, 나도 좀 껴주면 안 되겠니?”

“물론이죠. 그렇게 할게요. 안 되면 없는 병이라도 만들어서 꼭 나노셀 치료받도록 해볼게요.”

“고맙다. 아가!”

“아이. 천만에요.”

그들은 며느리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노인은 요즘 투덜대는 마누라의 성화에 죽을 맛이었다.

얼굴에 난 끔찍한 화상 자국을 없애는 게 좋긴 했지만.

덩달아 사라진 검버섯과 주름 때문에 아내가 부러워하니.

좋다는 티도 내지 못하고 속으로 참느라 괴로웠다.

그런데 며느리가 나노셀 치료를 받게 어떻게든 예약을 해본다니 참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코레그룹이 참 대단한 거 같아요.”

“맞아. 나노셀 개발로 세계의 병자들이 전부 국내 지정병원으로 몰려온다고 하더라고.”

며느리와 아들의 말에 노인도 입을 열었다.

“그것뿐이냐? 코레그룹 때문에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됐잖아.”

“아! 동티모르 유전이요?”

“그래. 난 그때부터 코레그룹이 뜰 줄 알았다.”

노인의 말에 그의 아내가 뉴스에서 본 얘기를 했다.

“이번 독도해전도 코레그룹에서 개발한 방어무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어요.”

“남북이 통일된 것도 코레그룹이 개발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 때문에 북한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전격 통일선언을 했다는 말도 있어요.”

시어머니에 이어 며느리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자 아들이 자신의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코레그룹에서 세운 재단이 수천억 원을 풀어서 장학금, 불우이웃돕기, 소년소녀가장 돕기, 저소득층 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어요.”

“수천억 원? 코레그룹에서 버는 돈이 얼마나 많기에 그렇게 돈을 푼다니?”

“우리가 그동안 잘 몰라서 그렇지. 코레그룹은 이미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에 올랐어요. 전 세계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기업이 됐다는 말이 있어요.”

“어쨌든 우리나라 기업이 그렇게 잘나간다니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구나.”

이미 코레그룹의 열렬한 지지자가 된 노인은 아들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침 심심했던 아이들이 TV를 켰다.

그런데 광고에서 대한이 볼을 드리블하며 뛰어가는 모습이 나왔다.

“이대한 선수다.”

“와! 대한 오빠! 멋있다.”

아이들은 TV 화면에서 대한이 나오자 좋다고 방방 뛰어댔다.

“얘들이 이대한 선수를 좋아하는구나.”

“좋아하다 뿐이겠어요. 맨날 이대한 선수가 부른 노래만 반복해서 듣느라 제가 가사까지 다 외우게 됐어요.”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대한 선수가 노래도 해?”

“아니, 그걸 아직도 모르고 계셨어요?”

“난 몰랐는데.”

“노래뿐만이 아니라 영화까지 찍어서 대박 났잖아요. 저걸로 이대한 선수가 엄청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대한 선수가 출연한 영화가 상을 싹 쓸어갈 거라며 난리도 아니에요.”

“그으래?”

시어머니는 대한이 영화를 찍었다는 얘기를 처음 듣는 모양이었다.

노인은 옆에서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러길래 내가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했잖아.”

“아! 그게 이대한 선수가 나오는 영화였어요?”

“맞아. 2탄도 나왔다고 해서 같이 보러 가려고 했는데……. 이 나이에 무슨 영화냐고 안 간다고 했었잖아.”

노인의 역정에 며느리가 얼른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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