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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329화 (327/331)

329화 <로사 네라>

부우웅!

대한을 태운 방탄차는 곧 출발해 체스터 포트를 향해 달렸다.

앞뒤로 경호원을 태운 차들이 철통같은 경호를 하며 따라붙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둘은 서로를 꼭 껴안고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대한!”

“응?”

“엘라는 어디 갔어?”

“며칠 전부터 뭔가에 꽂혔는지 바쁘게 돌아다니더라고”

“그럼 지금 체스터 포트에 없어?”

“응, 히릭스에 가 있어.”

“그렇구나.”

엘라가 없다는 소리에 모니카의 목소리가 더욱 끈적해졌다.

이미 서로 몸을 맞춰본 사이다.

그녀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 방금 시합 뛰고 나온 사람이야.”

“알았어. 그럼 그냥 편하게 누워있어.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뭘?”

“큭큭, 그런 게 있어.”

대한은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물론 모니카는 몰라도 아는 척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

대한도 모니카를 꼭 안고 손장난을 치면서 미소를 지었다.

밖을 보니 어느새 휘영청 살찐 달이 떠 있었다.

그걸 보자 일본에서 초절정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나나가 떠올랐다.

‘어휴! 한새롬이 붙고 나나가 떨어지다니.’

갑자기 그는 나나가 보고 싶어졌다.

솔직히 모니카가 떨어진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았다.

한새롬이 떨어지고 나나가 붙으리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오히려 반대로 나왔다.

가상현실을 통한 테스트에서 한새롬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대한을 향한 사랑과 의리가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았다.

그에 반해, 나나의 가상현실 테스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나나는 위기의 순간 엉뚱하게도 스톡홀롬 증후군이 드러났다.

범죄자에게 동조하는 뭐 그런 엿 같은 증후군이었다.

달리 표현하자면, 나나는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폭력이나 강자에 끌려갈 가능성이 상당히 컸다.

대한은 믿을 수 없다면 몇 번이나 다시 테스트를 요구했다.

하지만 아무리 다시 테스트를 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대한은 눈물을 머금고 나나를 탈락시키고야 말았다.

물론 가상현실 테스트에서 탈락했다고 당장 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나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대한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다만 모니카나 한새롬, 리나와 류연과 같이 그의 비밀을 공유할 수 없는 제약이 걸릴 뿐이다.

“대한!”

“응?”

“무슨 생각해? 몇 번이나 불렀는데 왜 대답이 없어?”

“으음. 나나 생각했어.”

“아이참! 그걸 또 솔직하게 말하면 어떻게 해?”

“모니카니까.”

쪽!

대한의 말에 모니카는 고개를 흔들며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래, 나니까 봐준다.”

“고마워.”

“욕심쟁이 같으니라고. 나도 있고 누가 봐도 눈이 번쩍 뜨일 미인인 엘라도 옆에 있잖아. 거기에다 리나와 류연도 꿰찼고 한새롬까지 목을 맨다던데.”

“그런가?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축 처졌다.

모니카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대한의 머리를 자신의 품에 꼭 안았다.

그는 말없이 풍만한 그녀의 가슴골에 얼굴을 묻었다.

보드라운 모니카의 감촉과 함께 달콤한 살 내음이 났다.

쿵쿵대는 그녀의 심장 박동도 느껴졌다.

쌕쌕대는 숨소리도 귀를 자극했다.

거기에 신경을 쓰자 대한의 기분이 점차 나아졌다.

부우웅! 부우웅! 부우웅!

거대한 체스터 포트의 성문이 열렸다.

대한과 모니터를 태운 방탄차가 쏜살같이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끼익 끼익 끼익!

정문 앞으로 차들이 차례로 멈춰 섰다.

누가 문을 열어주기 전에 차에서 내린 두 사람!

그들은 서로의 몸을 꼭 끌어안고 정문을 통과해 승강기에 올라탔다.

펜트하우스에 올라간 둘은 안방으로 직행했다.

그리고는 한참 만에 밖으로 나왔다.

“아아! 배고파.”

“그렇게 땀을 흘렸으니 배고플 만도 하겠다.”

“그게 전부 대한 때문이잖아.”

“내가 뭘? 난 그냥 가만히 있었잖아.”

대한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보자 모니카는 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서 뭐라고 따지기도 곤란했다.

결국, 그녀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그냥 웃어버렸다.

“풋! 그래, 나 혼자 좋아서 낑낑댔나 보다.”

“크크크.”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모니카.

대한은 이런 그녀가 그렇게 귀여워 보일 수 없었다.

그는 모니카의 뺨을 잡고 자신을 향해 잡아당겼다.

그녀는 힘없이 대한에게 딸려갔다.

쪽!

둘은 가볍게 서로의 입술에 키스했다.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엔 어느새 애정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에바!’

―네, 마스터.

‘식사는 아직이야?’

―만찬 준비가 거의 다 됐습니다. 5분 안에 나갑니다.

‘오케이.’

대한은 모니카의 몸을 번쩍 들어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그리고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에바가 5분만 기다려달래.”

“식사?”

“응. 모니카를 위해 멋진 만찬을 준비했나 봐.”

“올! 기대되는걸.”

“어구, 귀여운걸!”

“에이, 뭐야? 그 아재 개그는.”

“리액션이 깨네.”

“난 잠이 깬다.”

“컥! 아줌마 개그다.”

퍽!

모니카는 대한의 말에 바로 주먹으로 응징했다.

그래 봐야 모기가 무는 것보다 아프지 않았다.

“으악!”

그래도 아픈 척했다.

당장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대한은 모니카의 몸을 얼른 껴안았다.

“장난이야.”

“알아.”

둘은 말없이 그렇게 5분 동안 서로를 꼭 껴안았다.

에바가 만찬을 세팅한 테이블을 통째로 밀고 오기 전까지 말이다.

“우와!”

“굉장하네!”

대한과 모니카는 동시에 감탄사를 터트렸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사각형의 테이블 위!

한마디로 상다리가 있으면 당장 부러질 것처럼 꽉 차 있었다.

그것도 하나같이 보기에도 좋고 맛있어 보이는 이탈리안 퓨전요리였다.

“에바! 고마워!”

“천만에. 마스터! 많이 드세요.”

“응, 고마워!”

모니카는 맛있는 향기가 눈앞에서 진동하자.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숟가락과 포크를 들었다.

그리고는 스파게티를 돌돌 말아 대한에게 건넸다.

“대한! 아!”

그녀의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런데도 모니카는 자신보다는 그를 먼저 생각했다.

대한은 먼저 먹으라고 거절할까 하다가 이게 그녀의 마음이라 생각하고 그냥 입을 벌렸다.

“아!”

“어때? 맛있어.”

“응.”

대한은 엄지를 위로 세우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리고는 페퍼로니 피자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입으로 가져갔다.

모니카는 그의 이런 행동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아삭!

듣기만 해도 맛있는 소리를 내며 그녀는 피자 한쪽을 씹었다.

대한이 남은 조각을 잡아당겼다.

“우웅!”

그러자 모니카가 묘한 소리를 내며 그의 손을 따라갔다.

둘 사이에 길게 치즈가 늘어났다.

“크크크.”

대한이 재미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흘기더니 잽싸게 대한의 손을 붙잡았다.

오물오물!

그리고는 남은 피자 한 조각을 끝까지 입에 넣고는 그의 손가락에 묻은 소스까지 핥아먹었다.

“그게 맛있어?”

“응, 이게 제일 맛있어.”

대한의 물음에 모니카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포크를 들었다.

막 생굴에 스파이스 소스를 올린 오이스터 칵테일을 먹으려고 할 때 엘라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대한!

‘엘라!’

―나 잠깐 화성 콜로니에 다녀올게.

뜬금없이 화성 콜로니에 간다는 말에 대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무슨 일인데 그래?’

―다녀와서 말해줄게.

‘급한 일이야?’

―뭐 그럭저럭.

‘알았어. 갔다 와.’

―그럼 나 히릭스 좀 쓸게.

‘응. 마음대로.’

―사랑해!

‘나도.’

엘라의 목소리는 그 말을 끝으로 더 들리지 않았다.

대한은 우주탐사선 히릭스의 부함장 자격을 가진 그녀가 굳이 자신에게 허락을 다시 구한다는 게 좀 이상했다.

하지만 걱정할까 봐 미리 얘기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갔다.

“왜? 안 먹고 있어.”

고개를 돌려보니 모니카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야? 혹시 엘라?”

“응.”

“왜?”

“화성 콜로니에 잠깐 다녀온대.”

“아아!”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식사에 몰두했다.

“TV 볼까?”

“영화 보자.”

“좋아.”

TV를 보자는 제안에 모니카는 영화를 선택했다.

대한은 리모컨을 들고 최신액션 영화를 선택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그녀에 의해 불발됐다.

오히려 리모컨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놀란 대한을 향해 모니카는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선택한 것은 대한과 모니카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였다.

레전드 오브 포르낙스 II.

전편의 인기를 능가하며 인터넷 스트리밍과 영화관 양쪽에서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작품이었다.

“이건 왜?”

“한 번도 같이 본 적 없잖아.”

“그런가?”

모니카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말 생각해보니 그녀와 같이 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자신이 나오는 영화를 본다는 게 영 부끄러웠다.

“다른 거 보면 안 될까?”

“응, 안 돼!”

모니카는 대한의 부탁을 일언지하 거절했다.

어지간하면 그의 부탁은 절대 거절하지 않는 그녀였다.

그러나 애초에 싹을 잘라버리는 그녀의 완강한 태도엔 대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냥 밥이나 먹자.’

그는 깨끗이 포기하고 테이블 위에 놓인 요리를 먹었다.

그사이!

장대한 음악과 함께 ‘레전드 오브 포르낙스 II’가 시작됐다.

입 안에 든 요리를 오물거리는 모니카!

그러면서도 좀처럼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대한도 처음에는 좀 어색해하더니 막상 영화가 시작되자 집중해서 보게 됐다.

‘내가 저렇게 연기를 잘했나? 아니면 에바가 연출을 잘한 건가?’

자신이 봐도 그의 연기는 꽤 그럴싸했다.

아니, 어쩌면 이게 영화로 나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상태라서 자연스러운지도 몰랐다.

“멋있다.”

“그러게. 괜찮은데.”

둘은 슬쩍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한새롬은 언제 온대?”

“커헉!”

깜빡이도 없이 훅 치고 오는 바람에 대한은 씹고 있던 음식을 쏟을 뻔했다.

그는 급히 물컵에 든 생수를 마시고 나서야 진정이 됐다.

“갑자기 그건 왜 궁금한데?”

“그냥!”

“혹시 질투하는 거야?”

“그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리나와 류연은 거의 여기서 살다시피 하잖아.”

“한새롬은 아마 그렇게 하기 힘들 거야. 보는 눈들이 워낙 많아서.”

모니카는 대한의 말에 피식거렸다.

“그럼 리나와 류연은 사람들 눈이 무섭지 않아서 여기 있는 거야?”

“그거야…….”

막상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뭔가 궁색한 변명을 하는 것 같았다.

“뭐 때가 되면 오겠지.”

“하긴.”

대한은 모니카의 말에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왜 저러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다가 어떤 생각이 훅 스치고 지나갔다.

“요즘 사업은 어때?”

“너무 잘 돼서 걱정이야.”

“그렇게 잘 돼?”

“몰라서 물어? 마약 치료제는 이제 카모라의 주된 수입원이 됐어. 거기에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진단키트와 백신 및 치료제까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 그것도 중간에 물량이 없어서 못 팔았지. 만약 물량만 넉넉했으면 아마 난 과로사했을 거야.”

대한도 그녀가 바쁜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카모라(Camorra)는 이탈리아 4대 범죄조직 중 하나였다.

나폴리와 그 주변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카모라는 16세기에 조직되어 마피아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

하지만 ‘로사 네라’라는 별명으로 모니카가 보스로 오르자 대변혁이 일어났다.

마약의 생산, 판매, 유통을 근절시키고 오히려 마약 치료제를 팔았다.

이걸 주 무기로 음지에서 양지로 당당히 나오더니 이번에는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을 진단하는 진단키트와 백신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뒤이어 치료제가 개발되자 그걸 독점해서 빠르게 세력을 확장했다.

피조를 상납받지 않고 살인과 마약을 하지 않아도 오히려 조직이 더 커졌다.

음지의 조직은 ‘카모라’라는 대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조직원들은 회사원으로, PMC의 용병으로, 회사의 경비로 거듭났다.

이렇게 될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코레그룹에서 개발한 마약 치료제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변종 진단키트, 백신, 치료제 등을 카모라에서 유럽 한정 독점으로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카모라는 지금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나머지 이탈리아 마피아들도 알게 모르게 카모라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가고 있었다.

덕분에 모니카는 죽을 것 같이 바빴다.

그래서 항상 이게 불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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