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326화 (324/331)

326화 <천재 파이터 아폴로>

런던, The O2 Arena.

템스(Thames)강이 굽이치는 모퉁이(곶)에 세워진 아레나다.

중앙의 옥타곤을 향해 17,000여 명의 관중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

‘UFC MMA 런던’의 좌석은 지난 경기처럼 완전히 매진됐다.

가격이 두 배나 올랐는데도 홈페이지에서 입장권 판매를 시작한 지 단 3분 만에 모든 표는 동이 나버렸다.

그만큼 이번 종합격투기 시합은 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출전하는 선수들의 인기가 장난이 아닌 탓이다.

“대한, 대한, 대한, 대한…….”

아레나를 찾은 관중들은 연신 대한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말초신경이 쫄깃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축구장에서 듣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

“대한! 조금 더 몸을 푸는 게 좋겠어.”

“오케이! 페드루.”

그의 전담 코치인 페드루가 조심스럽게 조언을 했다.

대한은 코치의 말에 군소리 없이 몸을 더 과격하게 움직이며 열을 올렸다.

옥타곤의 반대쪽에는 그런 모습을 싸늘한 눈동자로 지켜보며 몸을 푸는 자가 있었다.

UFC 미들급 챔피언타이틀전을 벌이게 될 오늘의 상대 ‘아폴로’였다.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전형적인 백인 미남이라더니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생기고 멋진 몸을 가진 녀석이었다.

대한은 그의 적대적인 시선을 받자 오히려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웃는 얼굴에는 침을 못 뱉는다는 말처럼.

아폴로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그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말았다.

‘생각보다 귀여운 녀석이네.’

―그렇게 말씀하셔도 아폴로의 나이가 더 많습니다만.

‘에바, 닥쳐!’

―눼에에에.

에바는 대한의 생각을 팩트로 일축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어서 빨리 경기가 시작되길 고대하고 있었다.

그의 간절한 열망 때문이었을까?

마침내 장내에 아나운서가 들어와 마이크를 잡았다.

“신사 숙녀 여러분! UFC 런던 MMA 메인 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아레나를 꽉 채운 관중들은 고작 그 말에 벌써 흥분에 젖어버렸다.

그들은 주먹을 마구 흔들며 목이 쉬라고 고래고래 함성을 질러댔다.

이 열정적인 반응에 만족한 듯 아나운서의 톤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블루 코너, 5전 5승 5KO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이자 대한민국에서 온 학살자(Slayer)! 이대한!”

와아아아!

이번에도 여지없이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관중들의 열렬한 함성이 아레나를 뒤흔들었다.

대한은 옥타곤의 중앙으로 나가 한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가 들어왔다.

아나운서가 이번에는 대한의 상대 선수를 소개했다.

“레드 코너! 10전 10승 10KO! 미국 유타 솔트레이크시티, 멈추지 않는 KO 머신 ‘The Finisher’ 이스마엘 아폴로!”

와아아아!

관중들의 열렬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가 거의 대한에 버금갈 정도였다.

그것만 봐도 아폴로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아폴로는 옥타곤 한가운데로 나와 재빨리 한 바퀴 덤블링을 했다.

그러더니 양손을 좌우로 활짝 벌리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얼굴도 잘생긴 놈이 쇼맨십도 아주 훌륭했다.

이러니 인기가 없으려야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역시 백인 프리미엄은 어쩔 수 없군.’

―그래봤자 여기 경기장에서나 비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마스터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비한다면 아폴로의 인기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입니다.

‘고마워! 그렇게 얘기해줘서.’

―무슨 말씀이세요? 전 팩트를 말하고 있는 거예요.

에바는 당치도 않다는 투로 열을 냈다.

대한은 에바의 이런 반응이 무척 기뻤다.

하지만 경기를 위해서는 마냥 좋아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아폴로가 뿜어내는 투기에 맞춰 슬슬 전의를 끌어올렸다.

당장 대한의 분위기가 일신됐다.

아폴로도 그걸 느꼈는지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빠르게 더욱 강하게 투기를 끌어올렸다.

심판이 대한과 아폴로를 중앙으로 불러 주의사항을 전했다.

두 사람은 가만히 서로를 노려보며 심판의 말을 들었다.

그러다가 주먹을 한번 부딪치고는 각자 자신의 코너로 돌아갔다.

대한은 천천히 심호흡하더니 자세를 낮췄다.

언제든지 바로 달려들겠다는 의지를 풀풀 풍기면서 말이다.

아폴로도 비슷한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잘생긴 녀석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변해가고 있었다.

땡!

“파이트!”

벨이 울리자 심판이 경기의 시작을 선언했다.

드디어 5분 5라운드의 UFC 미들급 챔피언타이틀전이 화려하게 막을 열었다.

아폴로는 예상했던 대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휙 휙 휙 휙!

순식간에 펀치와 킥이 소나기처럼 대한에게 쏟아졌다.

과연 UFC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을 노릴 만한 화려한 테크닉이었다.

아폴로의 주먹은 빠르고 힘이 있었다.

발차기도 각도가 날카롭고 상당히 빨랐다.

이제까지 상대했던 종합격투기 선수들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클래스는 가히 수준을 달리했다.

하지만 대한은 이런 아폴로의 펀치와 킥을 단 한 대도 맞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간발의 차이로 슬쩍슬쩍 피해버렸다.

문제는 아폴로의 공격이 점점 속도를 높여간다는 데 있었다.

‘어라! 이 새끼 뭐야? 왜 속도가 점점 빨라지지.’

―보통사람이 낼 수 있는 스피드가 아닙니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냐? 종합격투기 선수인데.’

―제 말은 아무리 종합격투기 선수라고 해도 이 정도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제야 대한은 에바가 하는 말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래도 길게 생각할 틈은 없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아폴로의 파상공세가 그물망처럼 좁혀왔다.

대한은 위빙과 더킹만으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전후좌우로 가볍게 스텝을 밟았다.

그러자 그의 움직임은 몇 배나 더 빠르고 정교하고 다이내믹해졌다.

와아아아!

한 사람은 미친 듯이 공격하고 다른 한 사람은 합이라도 맞춘 듯 그걸 일일이 다 피해냈다.

관중은 두 사람이 보여주는 화려한 테크닉 퍼레이드에 아낌없는 환호성을 쏟아냈다.

하지만 아무리 관중의 함성이 커도 아폴로의 놀라움보다 클 수는 없었다.

‘한 대도 안 맞았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폴로는 잠시 공격을 멈추고 대한을 지그시 노려봤다.

그의 흔들리는 눈빛에서는 경탄과 경이가 적절히 뒤섞여있었다.

대한은 이제 자신의 차례인가보다 생각했다.

상대가 공격해 들어오지 않으면 이쪽이 공격해 들어갈 수밖에.

툭 툭 팡팡팡!

대한은 짧게 잽을 날리다가 강하게 삼연타 발차기를 했다.

느닷없는 그의 공격에 아폴로는 놀라서 급히 팔을 들어서 막았다.

그러다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대한의 킥을 막은 팔꿈치가 아직도 쩌릿쩌릿했다.

통 통 통 통!

갑자기 아폴로가 통통 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스텝을 밟았다.

상대가 만만치 않자 스피드를 앞세워 치고 빠지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런데 그의 이런 전략은 잘 먹히지 않았다.

속도라면 대한도 절대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SSS급의 동체시력과 반사신경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대한에게 아폴로가 스피드로 승부를 걸었으니 쉽게 풀릴 턱이 없었다.

퉁퉁 퍽 퍼벅 퍽퍽퍽!

비록 글러브에 막히긴 했지만.

대한은 어렵지 않게 아폴로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을 퍼부었다.

와아아아!

두 사람은 옥타곤이 좁다며 휘젓고 다녔다.

이걸 본 관중들은 다시 뜨거운 함성을 질러댔다.

경기를 중계하는 UFC의 아나운서와 해설위원도 그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그냥 보기만 해도 현란한 대한과 아폴로의 움직임!

시청자들은 두 화려한 테크니션의 기교에 눈을 호강시키고 있었다.

대한TV 채널의 구독자와 시청자들도 예상외의 접전에 깜짝 놀랐다.

[네오아이돌: 저놈 뭐야? 왜 이렇게 잘해?]

[벚꽃나루: 드디어 대한이 임자를 만난 건가?]

[열도의향기: 대한이 좀 밀리는 느낌이다. 그동안 연습을 제대로 안 했나 봐.]

[중화세계: 축구 시합하랴, 연애하랴……. 그동안 대한이 좀 바쁘긴 했지!]

[워싱톤키드: 이제 대한도 겸손하게 한 종목을 정해서 집중하는 게 좋다.]

[여명: 이건 무슨 개뼈다귀 같은 선동질이야!]

[통일한군만세: 위에 뭔 개소리죠? 대한은 아직 간을 보고 있는 거예요.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요.]

[압록강청정수: 맞다. 이건 이간질러의 선동이다.]

[소원을이룸: 쓰레기 같은 안티바퀴들! 아이디 전부 박제했으니 각오해라!]

[간도회복: 대한도 화려하지만 아폴로의 테크닉도 정말 볼만하네요.]

[웅일아버지: 존 존스+앤더슨 실바+글라우베 페이토자+레미본야스키를 합친 것 같다.]

[고토정복: 오랜만에 경기다운 경기다.]

[대한민국만세2: 대한이 어떻게 아폴로를 작살낼지 정말 궁금하다.]

[민족중흥: 그래봤자 어차피 우승은 이대한!]

[열도침몰: 옳소! UFC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은 대한의 것이다.]

한 줌도 안 되는 이간질러와 안티들!

열렬한 대한의 광팬들의 집중포화 속에 깡그리 씻겨 내려갔다.

거기에다 이들의 아이디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대한TV 채널에서 영구 퇴출당했다.

가히 번갯불에 콩 구워 먹을 만큼 빠른 반응이었다.

대한은 굳이 안티팬들에게까지 사랑받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싫으면 서로 안 보면 그만이다.

괜히 피곤하게 이러쿵저러쿵 말싸움하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그의 의사가 반영된 이런 정책은 대한TV 채널뿐만 아니라 코레그룹 전체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었다.

‘이 녀석 스텝이 좋네.’

―펀치와 킥도 빠르고 연타와 콤비도 정상급입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물건을 만났어.’

대한은 아폴로와 싸우면 싸울수록 흥이 났다.

그동안 시합을 펼쳤던 선수들도 나름 뛰어났다.

하지만 그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아폴로는 전혀 달랐다.

육체의 완성도나 신체의 능력이 거의 인간의 한계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러니 어지간한 선수는 아폴로가 펼치는 무자비한 폭격!

아니, 화려한 테크닉에 그냥 녹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땡!

어느새 시간이 흘러 1라운드가 끝났다.

대한은 오랜만에 맛보는 휴식시간이 참 행복했다.

그렇다고 질질 끌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대한! 1라운드는 탐색전으로 끝났어. 하지만 2라운드는 아마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될 거야.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차분하고 신중하게 움직여! 가드 올리고 무게 중심과 균형 잘 잡고, 기회가 오면 철저히 치고 빠지면서 공략해!”

“오케이!”

페드루 코치의 조언에 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의견이 100%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일리 있는 조언을 마냥 무시하는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다.

‘내 생각에는 저놈도 치고 빠지기로 나올 것 같은데.’

―맞아요. 저쪽 코치도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그걸 나한테 말해주면 어떻게?’

―반칙은 아니잖아요.

하긴 걸리지만 않으면 반칙은 아니다.

어차피 어떻게 나올지는 2라운드가 시작하면 바로 알게 된다.

땡!

2라운드가 시작됐다.

대한과 아폴로는 글러브 터치를 하곤 바로 치열하게 맞붙었다.

탁탁탁 퉁퉁 퍼벅 퍼버벅!

잽 잽 잽 원투 스트레이트 로우킥 미들킥…….

아폴로는 대한을 상대로 빠르게 펀치와 킥을 날렸다.

하지만 그건 대한도 마찬가지였다.

아폴로의 공격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한이 반격했다.

레프트 훅 라이트 훅 로우킥 잽 잽 원투 스트레이트…….

순서는 달랐지만 화려한 콤비네이션이라는 점은 마찬가지였다.

둘은 정말 기교파의 끝판왕들처럼 빠른 스텝과 빠른 공수교환을 보여줬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시원하게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의 경기를 보자, 그동안 봐왔던 종합격투기 경기는 애들 장난처럼 보였다.

대한과 아폴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치고받았다.

그러면서도 정타는 한 번도 허용하지 않는 거의 완벽한 경기운영을 보여줬다.

땡!

2라운드가 끝났다.

대한과 아폴로는 각자 코너로 돌아가 앉았다.

오랜만에 땀을 흘린 그는 기분이 상쾌했다.

반대로 땀을 비 오듯 흘리는 아폴로는 강적을 만났다는 긴장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아폴로는 코치의 말을 들으면서도 계속 대한을 노려봤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능력을 써야 하나?’

아폴로는 도저히 그냥은 대한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자신의 육체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대한은 자신에 전혀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아폴로는 지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저버리면 또다시 예전의 그 힘든 삶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하든 무조건 이긴다.’

결국, 아폴로는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반칙이라는 생각에 조금 양심이 찔리긴 했지만 대한은 그렇게 해서라도 꼭 이기고 싶은 상대였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인기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유명한 선수였다.

만약 자신이 그를 이긴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인기와 인지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땡!

“파이트!”

공이 울리자 주심은 바로 경기를 이어갔다.

대한은 느긋하게 다가서며 아폴로를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했다.

쐐액!

그때 아폴로의 주먹이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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