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324화 (322/331)

324화 <한중 외교전>

“일본으로서는 지금 피가 마르는 상황이겠군.”

“자위대가 산산이 부서지고 있으니 아마 그럴 겁니다.”

톡 톡 톡!

그는 손가락으로 소파의 한쪽을 두들겼다.

“앞으로 5분에서 10분 정도면 자위대는 전멸이나 마찬가지겠군.”

“그렇다고 정말 미국이 주한미군을 움직이지는 못할 겁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주둔할 명분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렇다고 당장 이 사태를 막을 뾰족한 수도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무너지면 당장 중국과 러시아를 막을 나라는 통일한국 밖에는 없습니다. 나중을 생각하면 청와대를 너무 몰아붙이는 것도 미국에겐 큰 모험이 될 수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일본의 장난질을 반대했다면 모를까!

미국이 개입할 타이밍은 이미 늦어도 너무 늦은 상태였다.

“역시 국가는 힘이 있고 봐야 해. 만일 독도해전에서 우리가 졌어 봐! 저들이 어떻게 나왔겠어. 중재한답시고 슬그머니 독도를 일본에 떼어주고 아마 무마하려고 했을 거야.”

“한국의 정서상 그건 용납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러니 지속적인 분쟁이 일어났을 겁니다.”

“그럼 한미동맹이 약화할 거라는 말인데…….”

“또라이 같은 미국의 대통령 때문에 이미 한미동맹에 불씨의 싹이 튼 지 오랩니다. 주둔비의 5배를 내라고 무례하게 압박하는 미국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대다수 시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과 한미동맹의 진의를 의심했겠지.”

“맞습니다. 한미동맹은 이미 전 같지 않습니다. 의미가 많이 퇴색됐어요.”

에바의 말이 맞긴 하지만 그래도 당장 한미동맹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통일이 된 이상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미국에 큰 메리트가 있었다.

거기에다 일본의 자위대가 폭삭 망해버렸으니 이제 태평양 방어선은 일본이 아닌 통일한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도 이번 사태는 이 정도에서 그쳐야 해. 아직 중국이 건재한 이상 일본이 완전히 망하면 우리만 손해야. 그리고 너무 궁지에 몰리면 일본이 같이 죽자고 나올 확률도 있어. 숨을 쉴 구멍 정도는 남겨놓고 몰아붙여야 해.”

“청와대와 정부도 그런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에바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자 한반도에선 더는 현무 미사일 시리즈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일본 열도에 쏟아부은 현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은 2,000발이 넘어갔다.

북한의 침략에 대비한 유도탄 대부분이 일본 열도를 대신 강타한 셈이다.

“독도해전에 이은 일본 열도 응징은 이것으로 끝났어. 이제는 일본으로부터 배상을 받는 일만 남았군.”

“일본의 도발과 만행을 대대적으로 선전해서 대한민국, 아니 통일한국의 일본 응징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겠습니다.”

“그래. 확실히 세계여론을 주도하도록 해.”

“네, 마스터.”

대한은 에바에게 나머지 일을 맡기고 홀로그램을 닫았다.

대신 새로운 홀로그램을 띄웠다.

“앗! 중국이다.”

“전쟁이 일어났어.”

리나와 류연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두 사람의 말처럼.

홀로그램은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는 사태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동투르키스탄(위구르)과 티베트 공화국을 각각 진압하기 위해 드디어 중국인민해방군 서부전구의 77집단군(성도군구)과 76집단군(난주군구)이 움직이기 시작했군.”

대한의 말에 리나와 류연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럼 우리 위구르족은 어떻게 되는 거야?”

“걱정하지마! 이게 전부가 아니니까.”

“무슨 소리야?”

리나의 얼굴은 이미 충격으로 핼쑥해져 있었다.

그녀의 고향에는 아직도 일가친척과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중국이 권력투쟁으로 혼란에 빠진 사이!

위구르족이 재빨리 봉기하여 동투르키스탄을 세운 것까지는 참 좋았다.

하지만 저렇게 많은 전차와 장갑차로 밀고 오는 중국인민해방군의 대규모 기갑부대를 보자 기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은 하얗게 질린 리나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괜히 여기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당장 그녀가 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차분하고 진중하게 말을 이었다.

“중국은 지금 안팎으로 큰 혼란에 빠졌어. 내부적으로는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위구르와 티베트가 봉기해 독립을 선언했어.”

“…….”

“거기에다 북부전구(선양군구)가 중국인민해방군의 조직에서 빠져나와 독립해버렸고, 센카쿠 열도를 노리고 일어난 일본 함대와 해전에서 중국 함대가 괴멸되는 치명상을 입었지.”

“그래서 뭐?”

리나는 마치 그게 지금 위구르의 위기와 무슨 상관이냐고 따지는 듯했다.

대한은 속으로 길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리나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서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서부전구의 77집단군이 이제 막 동투르키스탄(위구르)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어.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아무리 빨라도 2주는 걸릴 거야. 내 생각에는 한 달은 지나야 어느 정도 병력이 전개될 거야. 그 사이 게릴라전을 펴서 선로를 파괴하거나 도로를 망가뜨린다면 아마 그 시간이 훨씬 더 늘어나겠지.”

“당장 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니었어?”

“아니야. 그리고 내가 위구르족이 망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아!”

리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확신에 가득 찬 대한의 말에 겨우 안심을 한 것이다.

그녀도 에바를 따라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탐사선 히릭스에 올라가 봤다.

그래서 누구보다 대한이 가지고 있는 무력을 잘 알고 있었다.

“북부전구(선양군구)의 독립노선으로 인해 나머지 4대 전구도 서로 눈치를 보느라 바빠. 그래서 전면전을 제대로 펼치기는 아마 힘들 거야. 그렇다고 동투르키스탄(위구르)과 티베트 공화국을 다시 복속시키는 것을 다른 전구들이 도와줄 가능성도 별로 없어.”

“으음.”

대한의 친절한 설명에 이해가 된다는 듯 리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설사 도와주려고 해도 막상 거리가 너무 멀어서 병력을 이동시키는 데만 한세월이 걸릴 거야. 그 정도 시간이면 얼마든지 세계의 여론을 유리하게 끌어낼 수 있어. 만약 지금 말한 모든 것이 실패한다고 해도 내가 있잖아.”

“맞아. 대한이 있지.”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중국공산당의 정치국 상무위원부터 정치국 위원, 중앙위원, 전국대표대회 대표,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들을 싹 쓸어버리면 돼!”

대한의 강경한 발언에 리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내심 걱정했던 것이 쑥 들어갔다.

“최악의 경우, 중국인민해방군 서부전구 77집단군의 사령관과 참모진 및 장교들을 정밀타격해서 폭사시켜버릴게. 지휘관이 다 죽어버리면 아무리 병력이 많아도 오합지졸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까.”

“정말 그렇게 해줄 수 있어?”

“물론이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상황을 지켜봐!”

“응, 알았어. 그렇게 할게. 난 대한을 믿으니까.”

“그래. 나만 믿어!”

리나가 안정을 되찾자 그의 마음도 훨씬 편해졌다.

눈치를 보던 에바!

슬그머니 홀로그램을 가리키며 끼어들었다.

“서부전구의 77집단군과 76집단군이 각각 동투르키스탄과 티베트 공화국을 향해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지만, 그들은 결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

리나는 에바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에바는 리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

“진군이 멈췄다.”

류연이 홀로그램을 보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엘라도 손으로 홀로그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러자 리나도 변화를 감지하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빠르게 이동하던 전차와 장갑차들이 하나같이 연기를 피우면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왜 저러는 거야?”

“그거야 전차와 장갑차의 엔진이 망가졌기 때문이지.”

“설마 에바가 저렇게 만든 거야?”

“응,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미리 연료에 장난을 좀 쳐놨어.”

“아!”

에바의 한마디에 소파에 앉은 모든 사람이 한목소리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은 에바는 대한을 쳐다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또 다른 작전이 있는 모양이지?”

“네, 조만간 중국은 민주화의 광풍이 불 거예요.”

“오오! 그거야말로 중국을 제대로 흔들 수 있는 마법의 키워드지.”

대한은 에바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모자라는 느낌이 든다. 중국이 통일한국에 딴지를 걸지 못하도록 하려면 조금 더 혼란을 줄 필요가 있어.”

“그것도 시간이 해결해줄 겁니다.”

“내가 모르는 무슨 다른 일이라도 있는 거야?”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에바는 손가락을 튕겨 바로 홀로그램 하나를 띄웠다.

“중국은 사실 코로나바이러스를 완전히 잡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공급하고 있는 백신으로 그냥 급한 불만 껐을 뿐입니다.”

“하긴 중국 정부가 내민 통계는 도통 믿을 수가 없어.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서도 중국 정부의 통계나 발표는 그냥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는 수준이니까. 어쨌든 백신으로도 급한 불을 끈 것이라면, 혹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라도 생겼다는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도 아직 박멸을 시키지 못한 상태로 언론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중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알게 모르게 무증상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변종인데 무증상이라고?”

“세상에!”

“어머! 어떻게 해?”

대한만 깜짝 놀란 게 아니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리나와 류연, 엘라까지 매우 놀랐다.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증상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잡으라는 말인가!

이건 도저히 어떻게 대응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에바가 이런 얘기를 할 정도면 뭔가 대책을 세워놓았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은 세워놨어?”

“물론입니다. 이미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비해 진단키트는 물론이고 예방약과 백신을 대량생산하고 있습니다.”

“역시.”

에바의 말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통일한국에 진단키트부터 뿌려야겠군.”

“그것보다 공항부터 통제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무턱대고 입국을 막으면 외교적인 마찰을 비롯한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어. 지난번처럼 차분히 대처하는 게 좋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대한의 반대에 에바는 공항을 통제하자는 말은 한발 물러섰다.

사실 아무리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도 이미 에바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분석을 완벽하게 끝낸 상태라 얼마든지 빠르게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양산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백신이 전부 전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물론 이걸 반대로 생각하면 통일한국이 외교무대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마스터! 지금 중국의 왕일 외교부장과 대한민국의 강선화 외교부 장관이 북경에서 만나 격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래?”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거 재미있겠군. 당연히 봐야지.”

대한은 에바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이런 팝콘 각은 돈을 주고도 볼 용의가 있었다.

그는 엘라와 리나 그리고 류연과 한 번씩 눈을 마주쳤다.

그것으로 그들의 암묵적인 동의를 구한 것이다.

딱!

에바가 손가락을 튕기자 사방에 떠 있던 홀로그램이 전부 사라졌다.

대신 중앙에 커다란 홀로그램 하나가 나타났다.

화려하고 웅장한 연회장.

하얗고 깨끗한 테이블보가 깔린 원탁에는 단 두 명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장을 입고 앉아있는 일남일녀!

그들은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날카로운 어조로 총칼에 버금가는 공방전을 펼치고 있었다.

“당장 압록강과 두만강 국경에 배치한 제7기동군단을 철수하시오.”

“우리가 왜 그래야 하죠?”

왕일 외교부장의 강경한 어조에 강선화 외교부 장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지금 몰라서 하는 소리요?”

“모르겠는데요. 중국이 왜 남의 나라의 병력배치에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네요. 이건 내정간섭 아닙니까?”

“내정간섭이라니요? 그리고 이게 어디 남의 일입니까?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은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의 혈맹이요. 그런데 사전에 일언반구도 없이 합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소.”

강선화 장관은 왕일 외교부장의 말에 펄쩍 뛰었다.

“합병이라니요? 남한과 북한이 서로 좋아서 통일을 결정한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왜 우리가 중국에 미리 보고해야 하나요?”

“여러 말 할 것 없이 당장 기갑군단을 철수시키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요.”

말에서 밀리고 논리가 딸리자 왕일 외교부장은 땡깡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강선화 장관은 조금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반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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