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322화 (320/331)

322화 <통일>

쾅!

“칙쇼!”

“이런 말도 안 되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본 함대가 전, 전멸을…….”

국가안정보장회의에 모인 이들은 하나 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사린 가스를 마시고 중태에 빠진 마베(眞部) 전 총리대신의 후임으로 들어온.

야마다 노부스케 내각 총리대신은 분통을 참지 못했다.

그는 연신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그런 모습에도 누구 하나 진정하라는 말조차 건네지 못하고 있었다.

동북아 최강이라 자신하던 일본 해상자위대 함대!

그중에서도 정예 중의 정예라는 제3호위대군이 전멸을 당하고 말았다.

이런 반전의 소식에 다들 패닉에 빠져서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들은 사린 가스 테러로 인해 갑작스레 임명된 내각의 새로운 장관들이었다.

그래서인지 긴박한 사태에 기민하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다.

야마다 노부스케 총리.

스즈키 관방장관.

미우라 외무대신.

고바야시 방위대신.

엔도 총리 안보담당 보좌관.

아오키 재무대신.

다나까 총무대신.

일곱 명의 국가안정보장회의 멤버들은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렇다고 계속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야마다 총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일단 인정하고 넘어갑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입니까?”

야마다 총리의 말에 스즈키 관방장관이 그만 분루를 뿌리고 말았다.

“진정하세요. 그것보다 빨리 후속대책부터 세워야 합니다.”

“맞습니다. 한국이 어떻게 우리 해상자위대의 제3호위대군을 전멸시켰는지는 나중에 차분히 알아보면 됩니다. 그보다는 지금부터 어떻게 대처를 해나갈 건지 결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총리에 이어 미우라 외무대신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자 아오키 재무대신이 격한 어조로 물었다.

“뭘 어떻게 대처하자는 말입니까?”

“다케시마 점령 작전이 실패했으니 후속대책을 세우자는 말입니다.”

“그냥 이대로 끝내자는 말입니까? 겁먹은 개처럼 꼬리를 말자고요?”

“그게 아니라 확전을 할지, 아니면 여기서 적당히 마무리를 짓고 넘어갈지 결정하자는 소리입니다.”

아오키 재무대신의 공격적인 언사에도 미우라 외무대신은 침착했다.

다들 감정이 격해져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꾹 참았다.

그러자 고바야시 신임 방위대신이 입을 열었다.

“마음이야 당장 한국에 선전포고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제7기동전단이 무슨 수로 제3호위대군과 항공자위대의 대규모 편대에서 발사한 초음속 대함미사일들을 방어했는지 알기 전까지는 확전은 불가입니다.”

주먹을 꼭 쥔 그의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고바야시 방위대신의 말을 듣자 야마다 총리는 곧장 긴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미 난 것이나 마찬가지로군요.”

“어떻게 하겠다는 말씀입니까?”

스즈키 관방장관이 눈물을 닦으면서 물었다.

야마다 총리는 얼굴을 붉히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 분쟁이 더는 확대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지요.”

“미국이라도 끌어들이자는 말씀입니까?”

눈을 동그랗게 뜬 스즈키 관방장관의 말에 총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겁니다.”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급해야 합니다.”

미우라 외무대신이 급히 경계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한국과 직접 협상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게 싸게 먹힐 수도 있어요.”

“무슨 뜻입니까?”

“한국에서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겠습니까? 반드시 피해보상과 재발 방지를 요청할 겁니다. 거기에다 배상금도 절대 만만치 않을 겁니다. 놈들에게 배상금을 주느니 차라리 미국에다 퍼주는 게 낫습니다.”

스즈키 관방장관은 한국에는 절대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듯.

아주 강경한 자세로, 화난 표정을 지었다.

미우라 외무대신은 그 모습에 절로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 함대와 전투를 벌여 우리 해상자위대 함대가 크게 피해를 보았습니다.”

“그건 중국 함대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고바야시 방위대신이 급하게 변명을 했다.

“그렇지요. 하지만 다케시마 해전에서는 우리가 참패당했습니다. 오늘만 해상자위대 함대 두 개가 각각 중국과 한국의 함대와 함대전을 치러서 하나는 전멸했고 또 하나는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끌어들인다 한들, 한국이 곱게 그냥 넘어갈 것 같습니까?”

“넘어가지 않으면 감히 한국이 미국에 맞서기라도 할 거란 말입니까?”

이번에는 다나까 총무대신이 언성을 높였다.

“그런 뜻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 배상금을 주지 않는다면 한국이 오판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오판이라니요?”

“제3호위대군을 패퇴시킨 것에 자신감을 가진 한국이 우리 일본에 선전포고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네에? 선전포고요?”

“설마!”

“그럴 리가.”

선전포고란 말에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야마다 노부스케 총리는 미우라 외상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우리의 제3호위대군이 설마 한국의 제7기동전단에게 패퇴를 당하리라 예상한 사람 있습니까?”

“아!”

“음.”

적절한 예라고 생각한 사람은 이 자리에 한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미우라 외무대신의 말에 다들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 일본은 바다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럴 가능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제2의 제3호위대군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당장 제7기동전단이 일본 영해로 진입한다면 우리 해상자위대의 어떤 함대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또다시 우리 해상자위대 함대가 제3호위대군의 전철을 밟아서 패퇴하기라도 한다면 일본 열도를 무슨 수로 지키려고 하십니까?”

“그건 너무 상황을 비약하신 것 아닙니까? 자위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날카로운 미우라 외무대신의 말에 고바야시 방위대신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자 미우라는 조금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당연히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한 전력입니다. 문제는 그런 우리 해상자위대의 제3호위대군이 속수무책으로 한국의 기동전단에게 패퇴당했다는 겁니다. 그 이유와 대처방안을 찾기 전까지 절대 확전은 금물입니다. 잠시 고개를 숙이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과의 전면전은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다들 한숨을 쉬는 가운데.

엔도 총리 안보담당 보좌관이 미우라 외무대신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 말이 패퇴지, 제3호위대군은 전멸당했다.

거기에다 이지스 구축한 2척까지 나포당했다.

이런 치욕을 미우라는 애써 패퇴라는 말로 순화시키고 있었다.

“내각정보조사실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한국의 제7기동전단 전력부터 우선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 한국이 그동안 레이저를 이용한 빔형 방어체계를 완성했다면 앞으로 일본의 해상자위대 함대는 그들과의 해전을 무조건 피하고 봐야 합니다.”

“레이저를 이용한 빔형 방어체계라니요? 그런 게 있었습니까?”

“내각정보조사실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번 해전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제3호위대군이 제7기동전단에게 밀린 것은 그 이유밖에는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으음.”

“아!”

엔도 총리 안보담당 보좌관의 차분한 설명에 다들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일본은 아직 상용화시키지 못한 빔형방어체계!

그런데 어떻게 한국은 자국의 함대에 실전배치까지 시켰는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제7기동전단의 전력이 오직 빔형방어체계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쾅!

그때 국가안정보장회의가 열리는 회의실의 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무슨 일인가?”

“죄송합니다. 급히 보셔야할 것 같아서 이렇게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총리의 보좌관 중 하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회의실의 대형 LED TV를 켰다.

그들은 보좌관의 거친 행동에 화가 났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왜 저렇게까지 하면서 회의실에 난입해야 했는지가 훨씬 더 궁금했다.

잠시 후, TV 화면이 켜졌다.

TV에서는 긴급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그걸 보던 야마다 노부스케 총리가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종전선언이라니……. 통일선언이라니……. 안 돼!”

야마다 총리를 필두로 나머지 장관들도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야 저거? 지금 실제상황이야?”

“누구 마음대로 종전선언이야!”

“한국과 북한이 통일하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세상에! 한반도가 통일됐다.”

다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받은 충격은 일본이 자랑하는 해상자위대 제3호위대군이 한국의 제7기동전단에 전멸당한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한국이 절대 통일을 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

이것이 지난 수십 년간 일관되게 취해온 일본의 비밀 대외정책이었다.

그런데 뭔가 손을 써보기도 전에 남북이 전격 통일을 합의했다.

일본엔 대재앙이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본 열도는 이제 침몰을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 * *

“야호! 통일이다.”

대한은 신이 나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벌떡 일어나서 방방 뛰면서 좋아했다.

마침내 노력한 결과가 아름답게 과실을 맺었다.

“오빠! 축하해요.”

“마스터! 축하해요.”

“너무 잘 됐다.”

“대한 축하해!”

엘라를 필두로 에바와 리나 그리고 류연이 달려왔다.

그들은 대한을 둘러싼 채 같이 방방 뛰면서 좋아했다.

나중에는 모두 그를 덮쳐 한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빵빠방 빠방 빵빠방 빠방!

―Congratulations! And celebrations! When I tell everyone that you're in love.

With me…….

체스터 포트 펜트하우스는 한순간에 축제 분위기가 됐다.

클리프 리챠드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B1 최강철, B2 강성한, M1 김철수, M2 이영수가 커다란 삼단 케이크를 밀고 들어왔다.

H1 제니, H2 야엘, L1 리사, L2 틸란은 토끼 복장에 꼬깔콘을 쓰고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커다란 샴페인이 각각 들려있었다.

“마스터! 대한민국의 통일을 축하드립니다.”

펑 퍼퍼펑 펑펑펑!

샴페인이 일제히 터지고 하얀 거품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무하하하!”

대한은 너무 기분이 좋아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그는 엘라의 허리를 잡더니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다.

그 모습에 흥분한 리나와 류연!

대한의 양쪽에서 그의 뺨과 목에 각각 키스 세례를 쏟았다.

에바는 그 모습에 슬쩍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좌우를 한 번씩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샴페인을 들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대한을 향해 마구 뿌려댔다.

촤악 촤아악!

대한의 몸은 금세 샴페인으로 젖어버렸다.

머리에서 발까지 온통 샴페인이 줄줄 흘러내렸다.

리나와 류연은 그걸 또 좋다고 연신 핥아먹었다.

대한도 엘라의 얼굴에 뿌려진 샴페인을 핥았다.

“꺄악! 간지러워요.”

“그래?”

그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이번에는 그녀의 목을 핥았다.

엘라는 간지럽다고 피하다가 돌연 그를 덮쳤다.

그렇게 넷은 서로의 얼굴과 목에 흐르는 샴페인을 미친 듯이 핥으며 좋아했다.

“크크크!”

“깔깔깔!”

“꺄악! 간지러워!”

“아악!”

음흉한 미소와 비명이 음악 소리에 섞이며 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때 에바가 케이크를 자른 접시를 들고 다가왔다.

퍽!

대한을 노린 회심의 일타!

하지만 그는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그걸 피해버렸다.

“어! 이거 뭐야?”

대신 그걸 맞은 사람은 리나였다.

“어머! 미안해. 고의가 아니었어.”

퍽!

그때 엘라가 어느새 에바의 얼굴에 접시를 처박았다.

“호호호! 고마워 엘라!”

리나는 손으로 케이크를 걷어내며 엘라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퍽!

그때 엘라의 얼굴에 접시가 박혔다.

“꺄악!”

놀란 엘라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류연이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어! 그게 맞네.”

그녀는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류연의 그 표정도 얼마 가지 않았다.

퍽!

“으헉!”

“하하하!”

대한이 케이크가 담긴 접시를 류연의 얼굴에 듬뿍 발라버렸다.

“오빠!”

“마스터!”

“대한!”

갑자기 여자들이 일제히 대한을 불렀다.

그러더니 모두 접시 하나씩을 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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