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화 <내가 제일 잘나가!>
뻥!
아쉽게도 보이치에흐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버렸다.
흘러나온 볼이 데굴데굴 구르면서 뒤로 왔다.
데 브라위너가 그걸 보더니 달려오면서 시원하게 슛을 때렸다.
뻥!
텅!
아니, 이게 웬일인가!
이번에는 볼이 골대를 맞추고 튀어 나왔다.
다시 흘러나온 볼을 이번에는 로드리가 발리슛으로 때렸다.
뻥!
유벤투스의 보이치에흐 골키퍼가 미쳤는지 이걸 또 신들린 듯 막아냈다.
경기장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들어갈 듯 들어가지 않는 슛!
멋진 선방 쇼가 연이어 벌어지고 있었다.
호랄두가 흘러나오는 볼을 잡아 앞으로 돌렸다.
빠르게 역습을 전개하려는 의도였다.
쌩!
그런데 어느새 대한이 바람같이 나타나 볼을 가로채갔다.
그리고는 재빨리 스털링을 향해 킬패스를 넣었다.
호랄두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퉁!
스털링은 신중하게 원터치로 볼을 잡고 슛을 때렸다.
아무도 없는 코너를 향해 정확하게 날린 볼이었다.
퍽!
그런데 갑자기 코스타가 나타나 몸으로 슛을 막았다.
문제는 그 위치가 사타구니 사이라는 것이다.
코스타는 두 손으로 사타구니 사이를 잡고 쓰러져 데굴데굴 굴렀다.
이런 와중에도 흘러나온 볼을 놓고 양 팀의 선수들은 치열한 볼 다툼을 벌였다.
어떻게든 넣겠다는 자들과 어떻게든 막겠다는 자들의 처절한 전투였다.
대한도 정신없는 볼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눈앞에서 맨시티 공격수와 유벤투스 수비수의 두 다리가 부딪쳤다.
그 바람에 축구공은 엉뚱하게 허공으로 떠오르면 강하게 회전했다.
‘왔다.’
기회가 오자 대한은 망설이지 않았다.
비록 볼이 키를 넘어가 슛 자세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슛을 때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대한은 한쪽 다리를 들면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오버헤드킥으로 떨어지는 볼을 강하게 찼다.
스핀이 걸린 볼이 대한의 발등을 맞고는 무서운 각도로 휘어졌다.
“악!”
호랄두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 같은 고함을 질렀다.
그만큼 대한의 오버헤드킥의 궤적이 날카로웠다.
와아아아!
결과는 당장 관중들의 함성으로 드러났다.
경기장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진동했다.
치열한 볼 다툼 끝에 결국 대한이 멋진 오버헤드킥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선방 쇼를 펼치며 선전했던 유벤투스의 보이치에흐 골키퍼!
꼼짝도 하지 못하고 이번에도 그냥 볼이 들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대한!”
“멋진 골이야.”
“잘했어.”
“나이스!”
“아오! 미쳤다.”
“굉장한 골이었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대한을 향해!
맨시티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한마디씩 축하를 했다.
그는 동료들과 일일이 포옹을 하면서 이 기쁨을 함께 나눴다.
대한TV 채널 구독자와 시청자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체리핑키: 꺄악! 골이다.]
[이순신장군: C8 미쳤다.]
[라이언쫄병: 우악! 골! 골! 골!]
[천년의사랑: 와아아아! 저걸 집어넣네.]
[무사시미: 히야! 죽이는 골이다.]
[허니버터: 뭐냐? 오늘 왜 하나 같이 골들이 이렇게 멋져!]
[대갈장군: 헉 또 지렸다.]
[우리집뽀삐: 무하하하! 해트트릭 달성!]
[오른가슴: 아이! 조아라! 대한 오빠 짱!]
[사골컴퓨터: 저건 슛이 아니라 묘기네.]
[등잔밑먼지처럼: 정말 대단하네. 저 상황에서도 기어코 골을 집어넣고 마네.]
[Rain: 가공할 골 결정력이다. ㅋㅋ]
[통일한군: 좋다. 좋아. 정말 좋아서 뭐라고 표현을 못 하겠다.^^]
스포츠 TV 시청자들은 지금이 새벽이라는 걸 잊고 늑대처럼 하울링을 해댔다.
이웃집 단잠을 방해하는 기쁨의 괴성들!
한반도 구석구석을 이렇게 마구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한반도 동쪽 끝에 있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영토!
청정한 독도에서도 조용한 새벽을 깨우는 폭음이 일기 시작했다.
―마스터! 일본 해상자위대 제3호위대군의 함정들이 대함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항공자위대 편대에서도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독도 앞바다에 숨어 있는 잠수함에서 특수부대원들이 나와 독도를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드디어 시작이군.’
―일본의 잠수함 2척이 긴급 부상했습니다.
‘부산과 제주도 앞바다에 있던 놈들이군.’
―네, 대한민국 해군에서 나포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대한은 골 세레모니를 마치고 맨시티의 진형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런 일이 터지다니.
참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서도 무력충돌이 벌어졌습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지.’
―그걸 밝히기는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확실한 건 지금 서로를 향해 미친 듯이 미사일을 날리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수위를 잘 조절해서 공멸할 수 있도록 만들어!’
―네, 마스터.
대한은 속으로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렇다고 당장 그가 나서서 할 일은 없었다.
이미 대한민국 해군의 제1함대, 제2함대, 제3함대와 제7기동전단까지.
코레그룹의 기술지원을 통해 기존의 성능을 대폭 향상한 함대공 미사일!
해궁을 실전 배치했다.
거기에다 코레그룹에서 납품한 해상빔형방어체계까지 완비됐으니.
일본이 발사한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막기에 아마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삐이익!
다시 경기가 재개됐다.
동시에 에바가 빠르게 보고를 시작됐다.
―제7기동전단에서 해궁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편대가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일본 항공자위대 편대에서도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발사됐습니다.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과 일본의 함대가 함대함 결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독도에 침입한 일본의 특수부대원들과 독도경비대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에바의 말이 계속 이어졌지만.
대한은 대답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듣기만 했다.
대신 끓어오르는 분노를 축구공에 풀어버렸다.
갑자기 대한이 볼을 잡고 날뛰기 시작하자.
유벤투스 선수들은 크게 긴장했다.
그는 전과 달리 아예 대놓고 중앙돌파를 시도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수비진에 둘러싸여 공을 빼앗기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퉁 퉁 퉁 퉁!
마치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처럼.
귄도안과 데 브라위너, 스털링과 마레즈를 이용해 짧은 패스를 주고받았다.
빠르게 이어지는 유기적인 볼 패스에 유벤투스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은 당황했다.
결국, 차츰 뒤로 물러나 수비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편대가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다시 발사했습니다.
―일본 항공자위대 편대가 급히 기수를 돌리고 있습니다.
사실 공대공 결전은 싸우기 전에 이미 판가름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일본 항공자위대 편대는 무거운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두 기나 싣고 날아왔다.
그에 반해 대한민국의 전투기 편대는 공대공 미사일로 무장했다.
이러니 공중전에선 일본 항공자위대 편대가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항공자위대는 보기 좋게 목적을 달성했다.
아니 그렇게 착각하고 있었다.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무사히 잘 발사했으니.
대한민국 해군이 자랑하는 제7기동전단을 모조리 쓸어버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웬걸!
일본이 자랑하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단 한기도 목표를 타격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신형 함대공 미사일인 해궁에 전부 격추당했던 것이다.
거기에다 몇 개 놓친 것은 일부러 다시 해궁을 발사해 잡지 않았다.
대신 해상빔형방어체계로 가볍게 해결했다.
초음속 미사일이 아무리 빨라도 빛보다 빠를 수는 없다.
애초에 해궁을 낭비하지 않고 그냥 해상빔형방어체계로 방어했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해군작전사령부는 해궁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일본의 초음속 대함미사일 공격을 막았다.
하늘에서 보는 눈들이 참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초음속 대함미사일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아군의 피해는 전혀 없습니다.
―대한민국 해군 제7기동전단에서 해성 대함미사일이 발사됐습니다. 이어 신형 초음속 대함미사일도 차례로 발사됐습니다.
―동해 바닷속에서 대한민국 잠수함들이 일본의 잠수함들을 사냥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해상초계기가 긴급발진해 동해로 들어왔습니다.
―대한민국 해군 제1함대에서 사거리 400km인 해궁 개량형을 발사했습니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전자전기들이 전자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공군의 전자전기들이 이에 맞서 전자전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독도에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긴박한 에바의 목소리로 중계가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도 대한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유벤투스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마치 유벤투스가 일본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 스털링이 슬쩍 유벤투스 수비수 뒤로 돌아 들어가는 게 눈에 띄었다.
그는 그걸 보자마자 바로 가볍게 축구공을 찍어 찼다.
퉁!
허공에 둥실 떠오른 볼.
기가 막히게도 유벤투스의 풀백들의 머리를 살짝 넘어갔다.
골키퍼가 달려와 절대 잡을 수 없는 아주 절묘한 거리!
스털링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자로 잰듯한 대한의 패스에 그만 전율을 느꼈다.
‘역시! 대한이다. 이걸 못 넣으면 난 바보야. 그냥 축구 때려치워야 해.’
다행히 스털링은 바보가 아니었다.
축구를 때려치울 일은 더더욱 없었다.
떨어지는 볼을 향해 스털링은 가볍게 발을 가져다 댔다.
그것만으로 스털링은 달콤한 골 맛을 볼 수 있었다.
와아아아!
에티하드 스타디움이 큰 함성으로 진동했다.
대한의 택배 패스를 스털링이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잘 마무리했다.
스털링은 두 손을 번쩍 하늘로 들고는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두 공격수의 멋진 합작품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점수는 이제 4:0.
유벤투스에게 패색이 짙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골 세레모니가 끝나고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맨시티에 또다시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마레즈의 돌파가 그 시작이었다.
“대한!”
마레즈는 미친 듯이 유벤투스의 한쪽 라인을 달려가더니 느닷없이 대한의 이름을 부르며 얼리크로스를 올렸다.
그런데 날아오는 볼을 보니 골대와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여기서 볼을 차도 중거리 슛이었다.
하지만 마레즈는 대한이 어떻게든 해결해줄 것을 믿었다.
그래서 별생각도 하지 않고 그를 향해 강하게 크로스를 날린 것이다.
대한은 속으로 마레즈를 욕하면서도 온몸을 앞으로 날렸다.
볼을 잡는 것보다는 그냥 빠르게 날아오는 축구공을 헤더로 치는 것이 좀 더 나은 선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쿵!
놀랍게도 대한의 헤더는 중거리 슛 못지않은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유벤투스의 보이치에흐 골키퍼는 볼을 향해 힘차게 몸을 날리며 손을 뻗었다.
아쉽게도 손이 볼에 닿지 않았다.
텅!
하지만 골대가 절망하려는 골키퍼를 살렸다.
대한이 날린 멋진 헤더는 아쉽게도 그만 골대를 맞추고 말았다.
흘러나온 볼을 보며 데 브라위너가 달려갔다.
뻥!
그는 들어가든 말든 이번에도 자신 있게 볼을 때렸다.
정말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이 터졌다.
그런데 이번에도 보이치에흐 골키퍼를 골대가 살렸다.
뎅!
강한 진동을 일으키며 흔들리는 골대!
만천하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데 브라위너는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아쉬워했다.
다시 흘러나온 볼을 이번에는 마레즈가 걷어찼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벤투스의 수비수 몸을 맞고 튀어 나왔다.
그걸 센터백인 레오나르도가 재빨리 걷어냈다.
맨시티의 라이트 풀백 워커가 밖으로 나가려는 볼을 간신히 살렸다.
그렇게 자칫 꺼질 뻔한 골 폭격이 다시 시작됐다.
귄도안이 회심의 중거리 슛을 찼다.
4:0으로 이기고 있어서 그도 욕심을 한번 내봤다.
보이치에흐 골키퍼는 어림도 없다는 듯 두 손으로 힘차게 펀칭했다.
밖으로 날아온 볼을 잡은 오타멘디가 다시 귄도안에게 넘겼다.
귄도안은 다시 한번 슛을 하는 듯했다.
그러나 슛을 하지 않고 스털링에게 볼을 툭 밀어 패스했다.
스털링은 그걸 잡곤 중앙으로 침투했다.
대한도 반대편에서 동시에 페널티 에어리어 깊숙이 파고들었다.
유벤투스 풀백들의 표정이 사색으로 변하며 급히 스털링과 대한을 마크했다.
두 명의 수비에 앞이 막힌 스털링은 바로 대한에게 패스했다.
그런데 볼이 발에 잘못 맞았는지 너무 세고 나갔다.
거기에다 볼도 좀 떠올랐다.
대한은 정면으로 날아오는 축구공을 보자 얼른 몸을 돌려 등을 가져다 댔다.
퉁!
그러자 볼이 방향을 바꿔 앞쪽으로 튕겼다.
그곳에는 방금 패스를 했던 스털링이 있었다.
“나이스 패스!”
스털링은 좋다고 웃으며 다가와 잽싸게 주워 먹었다.
뻥!
골키퍼가 맞고 죽으라고 시원하게 후려 찬 볼!
당연히 골키퍼가 손쓸 새도 없이 골망을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