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화 <도발에 대처하는 자세>
[아베마리아: 올! 오늘도 한 골 넣었군.]
[NO재팬코로나창궐: 한 골이 다가 아닐 수도.]
[세계는지금: 그럼 오늘도 해트트릭?]
[LED전구:누가 매일 해트트릭을 하냐?]
[효자손: 우리 대한은 가능해.]
[물건너간메시: 나도 대한이 해트트릭할 거라고 본다.]
[물한방울: 맞습니다. 맞고요. 제발 좀 닥치고 그냥 보자고요.]
[류연존버: 대한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노골적으로 호랄두, 아니 날강두를 노리고 있어.]
[다음생은대한: 저놈도 좀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축돌이: 당해도 싸다. 오히려 발리는 모습을 보니까 개시원하고 좋네.]
[나르샤: 저 썩을 놈! 철저히 부셔버려!]
[귀여운제니: 날강두 마구 조져라!]
엉뚱하게도 시청자들은 대한의 골보다 호랄두의 굴욕을 더 기뻐했다.
그러면서도 대한이 해트트릭을 할 것 같다고 설레발을 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 염원에 대한 보답일까?
다시 시작된 경기의 흐름이 정말 심상치가 않았다.
“우와! 달립니다.”
“이대한 선수! 야생마처럼 달리고 있습니다.”
“유벤투스의 중앙을 정면으로 뚫고 달려갑니다.”
“한 명을 제쳤습니다.”
“어! 다시 한 명을 따돌리고 있습니다.”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습니다.”
“이러다가 골대까지 달려가겠습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골이 나옵니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의 텐션이 급격히 올라갔다.
이런 걸 보고 저세상 텐션이라고 한다지.
그만큼 둘은 큰 기대를 품고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
와아아아!
경기장의 관중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도 대한이 뭔가 해낼 것 같은 분위기가 들자 도저히 들썩이는 엉덩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했다.
뻥!
그때 대한이 기습적으로 대포알 같은 슛을 때렸다.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왼발 프런트로 무회전 슛을 때린 것이다.
볼은 아무런 회전 없이 오른쪽 밖으로 날아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크게 휘어져 들어와 왼쪽 아래로 뚝 떨어졌다.
와아아아!
일순 천지가 진동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대한이 쏜 중거리 슛이 기가 막히게도 유벤투스의 골문을 그대로 뚫어버린 것이다.
유벤투스의 골키퍼 보이치에흐는 고개를 뒤로 돌린 채 멍하게 서 있었다.
분명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예 움직이지도 못했다.
아니 이건 애초에 있을 수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슛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볼이 막 휘지?’
무회전 슛이 괜히 무서운 게 아니다.
그런데 이번 골은 축구공이 마치 UFO라도 된 듯 밖으로 나갔다가 크게 휘었다가 돌아오더니 뚝 떨어져 내렸다.
이걸 그냥 무회전 슛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의문이었다.
관중들은 거대한 전광판에 나오는 좀 전의 골 장면을 보더니 자신이 골을 집어넣은 것처럼 크게 흥분했다.
“저거 무회전 슛 맞지?”
“무회전 슛이 맞긴 맞는데……. 그냥 단순한 무회전은 아니네.”
“UFO슛이잖아.”
“어! 맞다. 저건 UFO슛이야.”
“브라질의 카를루스 선수가 찼다는 그 UFO슛?”
“오! 맞아. 맞다고. 대한이 그 UFO슛을 찬 거야.”
“우와! 정말 대단하다.”
멘시티 팬들은 대한의 이 놀라운 슛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그건 대한TV와 스포츠 TV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10분순삭: 이게 실화냐!]
[우리골맛집: 우와! UFO슛이다.]
[보고싶은얼굴: 내 눈으로 UFO슛을 보다니. 개꿀!]
[남자배달부: 골키퍼가 저걸 어떻게 막냐!]
[퇴마사아들: 대한의 호쾌한 중거리 슛! 개지린다.]
[변태싫어: 역시 클래스는 영원하구나.]
[노력쟁이: 괜히 갓 클래스라고 하는 게 아니었어.]
[핵앤쓰레기: 미친 골이다.]
[형이여기왜나오겠냐: 앗! 그만 싸버렸다.]
[난미래: 난 이미 기저귀 두 번 갈았어.]
[하늘빛별땅: 오늘 확실히 알았다. 대한은 호랄두 클래스를 넘어섰다는 걸!]
[김수한무: 이미 경기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호랄두야. 어디 그런 녀석을 대한에게 비교해!]
[컨셉잡는새끼: 그래도 아직 골은 많이 넣잖아.]
[기묘한: 예전과 비교해 쩌리 된 지 오래다.]
[못먹으면고: 호랄두 드립 좀 그만치자! 오늘 주인공은 대한이야.]
[워니: 맞아요. 우리 오빠가 최고예요.]
[효주에요: 정답! 히히! 대한 오빠! 최고.]
[모니카존버충: 아오! 진짜 시원하고 통쾌한 슛이다.]
아까와는 달리 이번 슛은 모두를 열광시켰다.
그만큼 좀처럼 보기 드문 시원하게 통쾌한 중거리 슛이었다는 말이다.
그것도 전설적인 카를로스 선수의 UFO슛에 맞먹는 아니, 그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엄청난 골이었다.
2:0.
벌써 전반에만 두 골이 나왔다.
그것도 모두 대한의 발끝에서였다.
대한민국 프로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이 사실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을 잊고 보는 축구경기.
괜히 프리미어리그를 씹어먹는다는 말이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오늘도 대한민국은 한 사람으로 인해 새벽이 통째로 지워지고 있었다.
삐이익!
주심이 길게 휘슬을 불었다.
전반전이 끝났다.
와아아아!
짝짝짝짝!
관중들은 크게 환호성을 외치며 손뼉을 쳤다.
경기장 분위기는 거국적으로 화기애애해졌다.
맨시티 선수들도 전반전 경기 결과에 만족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한, 대한, 대한, 대한…….
특히 대한을 향해 맨시티 팬들의 열광적인 함성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은 이런 모습에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이대한 선수를 연호하는 저 소리가 들리십니까?”
“55,000여 명의 관중이 일제히 한 선수의 이름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 선수의 이름은 이대한입니다.”
“그의 국적은 자랑스럽게도 대한민국입니다.”
“아! 정말 가슴 찡한 장면이네요.”
“이대한 선수 때문에 오늘 몇 번이나 웃었는데, 이제는 울게 생겼습니다.”
“저도 가슴이 막 벅차오릅니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의 말이 거짓이 아닌 듯 두 사람은 눈물을 찔끔대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라커룸으로 들어간 맨시티 선수들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다들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웃고 떠들었다.
물을 마시며 수분을 보충하거나 바나나를 먹으면서 에너지를 채웠다.
펩 감독도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전반전 같이만 하자!”
나름 팽팽한 접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전반전은 맨시티가 압승했다.
두 골이라는 골 차이가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한쪽 소파에 편하게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대한.
그를 바라보는 펩 감독의 눈에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마스터! 드디어 일본 해상자위대 제3호위대군이 독도 영해를 침범했습니다.
에바의 보고에 대한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는 바였다.
그는 비록 눈을 감고 있지만.
에바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동북아시아의 현황을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올 게 왔군. 대한민국의 대응은?’
―대한민국 해군 제7기동전단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간다면 반드시 충돌하겠군.’
―그렇습니다. 지금 독도 영해를 침범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함대는 제3호위대군입니다. 거기에다 항공자위대의 대규모 편대가 이미 독도를 향하고 있습니다.
‘제3호위대군에다 항공자위대의 대규모 편대까지…….’
제3호위대군은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에 모항을 둔 해상자위대의 주력 부대다. 경항공모함(만재 18,000t) 휴가, 1만t급 이지스함 아타고, 9,500t급 이지스함 묘코, 3,500t급 아사기리 구축함(DD) 등
8척의 대형 함정으로 편성되어 있다.
함정마다 헬기를 한 대씩 싣고 있어 이른바 ‘88함대’로 불린다.
―근처에 일본의 오야시오급 잠수함(4,200t) 2척도 있습니다.
‘독도에 특수부대라도 상륙시킬 모양이로군.’
―잠수함 안에 40명의 특수부대원이 완전무장을 한 채 대기 중입니다.
대한의 짐작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일본은 아예 독도를 점령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부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고육책!
그에 더해 분쟁을 통해 평화헌법을 버리고 타국을 침략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변모하기 위한 회심의 한 수였다.
에바의 보고가 계속 이어졌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도 긴장감이 고조 되고 있습니다.
‘센카쿠 열도?’
―중국 해경국 선박이 센카쿠 열도를 침입해 해상자위대의 함정이 긴급 출동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동해함대의 구축함제6지대(驱逐舰第6支队)를 바로 투입했습니다.
‘이것들이 양쪽에서 동시에 난리를 피우고 있네.’
대한은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에 짜증이 확 일었다.
‘중국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인가?’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돌리기 위한 작전이 맞습니다.
‘그럼 우리도 이걸 잘 이용할 방법이 있겠군.’
―물론입니다. 현재 부산 앞바다와 제주 해군 기지 앞바다에 일본의 잠수함이 숨어 있습니다.
‘혹시 영해를 침범한 상태인가?’
―그렇습니다. 명백한 영해침범입니다.
에바의 말에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에바가 먼저 선수를 쳤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잠수함들을 고장 내서 긴급 부상하게 할까요?
‘그게 좋겠다. 명백하게 영해를 침범했다는 것이 세계만방에 알려지면 아마 크게 당황할 거야. 거기에다 부산과 제주도 양쪽에서 거의 동시에 이런 일이 터지면 무슨 핑계도 대지 못할 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센카쿠 열도에서도 분쟁을 일으켜야겠군요.
‘당연하지. 지금은 판을 키우는 게 효과적이야.’
대한의 말에 에바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예 빼도 박도 못 하게 대한민국 해군에 이 사실을 알려서 해상자위대의 잠수함을 온전하게 나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항공자위대의 대규모 편대가 대한민국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왔습니다.
‘편성이 어떻게 되지?’
―F―2 전투기 4대, F―15J 전투기 40대 그리고 전자전기 4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규모 편대라고 할 만하군.’
이 정도면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전쟁을 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나오면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을 수가 없네. 대한민국 공군의 대응은 어때?’
―대구와 강릉에서 대기하고 있던 F―15K 편대가 이미 출동한 상태입니다.
‘공중급유기도 따라갔지?’
―네, 그렇습니다.
F―15K 편대가 독도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은 70~80분이다.
최대출력을 사용하는 공중전투가 벌어지면 5분이면 끝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공군이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이제는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했다.
‘시뮬레이션은 돌려봤어?’
―물론입니다. 승률 85%, 우리가 개입하면 99.99%입니다.
‘혹시 모르니까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게 준비해둬!’
―걱정하지 마세요. 엘라가 잘하고 있습니다.
대한은 에바의 말에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경기장에 나오지 않고 펜트하우스에 있겠다고 하더니.
그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슬슬 시작하셔야죠.
‘그래. 일본 함대에서 선제공격하는 시나리오로 연출해보자.’
―아니, 그거 말고요. 후반전 안 뛰실 거예요.
‘앗!’
에바의 말에 그는 눈을 번쩍 떴다.
그의 앞에서 스털링이 막 자신을 깨우려고 하는 참이었다.
스털링은 들었던 손을 내리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대한, 나가자.”
“응, 가서 발라버리자.”
“유벤투스를 박살 내자.”
“부숴버리자.”
“오케이.”
“좋았어.”
대한이 일어나면서 호기롭게 말하자.
여기저기에서 의욕이 가득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라커룸은 순간 후끈 달아올랐다.
선수들의 이런 파이팅에 펩 감독은 만족한다는 듯 환한 웃음을 보여줬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자 후반전이 시작됐다.
유벤투스는 4-4-2로 진형을 바꾸고 공격적으로 밀고 들어왔다.
맨시티도 4-3-3으로 바꾸면서 제주스를 빼고 대신 데 브라위너를 넣었다.
그리고 대한을 중앙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이제 그의 왼쪽에는 스털링, 오른쪽에는 마레즈가 있었다.
“달려!”
귄도안이 크게 소리쳤다.
레프트백 멘디가 커트한 볼을 오타멘디가 잡아서 빠르게 그에게 패스해준 것이다.
로드리를 거쳐 볼은 데 브라위너에게 넘어왔다.
데 브라위너는 이미 중앙선을 넘은 세 공격수를 살짝 쳐다봤다.
그리고는 스털링을 향해 길게 볼을 연결했다.
뻥!
스털링은 정확히 자신에게 날아오는 볼은 가볍게 잡았다.
그런 다음 유벤투스의 램지를 살짝 제치면서 안으로 크로스를 날렸다.
“막아!”
유벤투스 수비수들은 급히 대한을 향해 달려왔다.
아무래도 그가 헤더를 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은 일부러 헤더를 하지 않고 살짝 머리를 틀었다.
그러자 볼은 반대편에 있는 마레즈를 향해 날아갔다.
마레즈는 쾌재를 부르며 볼을 잡았다.
그리고는 사정없이 골문을 향해 슛을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