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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317화 (315/331)

317화 <유벤투스전>

“오빠, 전 뭐 입을까요?”

바로 옆에서 달착지근한 엘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라는……. 이게 좋겠다.”

“네.”

그녀는 두말하지 않고 대한이 고른 수영복을 골랐다.

몸매도 착한 것이 마음도 아주 착했다.

그런데 엘라는 류연처럼 탈의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대한의 앞에서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

찌이익!

꿀꺽!

대한은 그녀의 돌발행동에 순간 침을 삼켰다.

아무리 서로 속속들이 잘 사이라지만!

이런 뜻밖의 행동은 알 수 없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털썩!

파라솔이 쳐진 그늘.

비치 의자에 그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곤 엘라의 과감한 일탈적 행동을 생으로 목격했다.

그녀는 일부러 보여주기라도 하듯 아주 천천히 옷을 벗었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원피스가 스르륵 흘러내렸다.

반투명한 살구색 브래지어에 갇혀있던 그녀의 자존심!

어느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는 게 보였다.

거기에다 입은 건지 걸친 건지 모를 반투명한 천 조각의 존재가 자꾸만 시선을 강탈했다.

“후우!”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대한은 몸이 후끈해졌다.

엘라는 그 자리에서 속옷까지 벗어 던지는 기염을 토했다.

전라의 나신으로 화한 그녀의 모습은 한 마디로 예술이었다.

하늘의 신장이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듯한 아름다운 몸매!

고결한 느낌의 인형처럼 예쁜 얼굴과 조합되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순간이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엘라는 빠르게 대한이 선택한 수영복을 몸에 걸쳤다.

굳이 따지자면 그건 채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이미 그녀의 야릇한 동작과 뇌쇄적인 나신은 마치 사진처럼 각인 되어 대한의 뇌에 박혀버렸다.

이제는 도저히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이 아주 깊게 진하게 말이다.

빙그르르!

엘라는 마치 패션쇼를 하듯.

대한의 정면에서 한 바퀴 빙글 돌았다.

순간 그는 코피를 쏟을 뻔했다.

대리석같이 매끄럽고 쭉 뻗은 두 다리 사이에서 시작해 V자를 그리며 올라가 어깨에 걸쳐진 붉은 네온 비키니!

정면을 물론이고 조금만 몸을 비틀어도 터질 듯한 그녀의 미드가 드러났다.

자신이 고른 게 맞긴 맞는데.

이걸 또 이렇게 멋지게 소화해버릴 줄은 몰랐다.

‘우와! 이건 정말 나만 봐야겠다.’

좋은 것은 나누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건 그럴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절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는.

아주 파격적인 비키니 디자인이었다.

역시 이런 것은 나누지 말고 나만 보는 게 옳다.

“잘 어울려요?”

“잘 어울리는 정도가 아니야. 그냥 끝내준다.”

Two Tumbs up!

대한은 두 손을 위로 들더니 바로 양 엄지를 곧추세웠다.

엘라는 그의 이런 행동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주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주변이 그녀의 미소로 말미암아 더 밝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만 그런가?

“마스터도 얼른 수영복으로 갈아입으셔야죠.”

“아! 그렇지.”

대한은 엘라 때문에, 자신이 여기 왜 왔는지 잠시 잊고 있었다.

다행히 똘똘한 에바가 이렇게 챙겨주니 금세 본래 온 목적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는 평범한 검은색 사각 수영복을 집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사각 수영복이 사라졌다.

대신 삼각 수영복이 손에 들려있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했다.

“뭐지?”

고개를 돌려보니 엘라가 한 손을 뒤로 숨긴 채, 뜻 모를 웃음을 짓고 있었다.

“크흠.”

대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탈의실로 걸어갔다.

그냥 그 자리에서 홀딱 벗고 갈아입을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어쩐지 엘라를 따라 하는 것 같아 그만뒀다.

자신은 도저히 그녀가 했던 것처럼 잘할 자신이 없었다.

절대 부끄러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진짜다.

후다닥! 덜컹!

그는 탈의실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밖으로 나왔다.

입고 있던 옷을 빠르게 벗고 삼각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거기에 걸린 시간은 촌각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놈의 수영복이 너무 신축성이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툭 불거져, 적나라하게 튀어나온 주니어의 형태가 참 민망했다.

마침 풀 안에 있던 리나가 자신을 쳐다봤다.

시선이 어디로 갔는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풀로 막 들어가려던 엘라도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대한은 괜히 낯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녀들이 입고 있는 비키니도 절대 만만치 않았다.

자신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모자라지 않았다.

“대한!”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몸을 돌린 대한은 그만 놀라서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헉!”

아니 헛바람까지 튀어나왔다.

그의 앞에는 반투명한 비키니를 입은 류연이 서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비키니를 입은 것 같지가 않았다.

말이 반투명이지 햇빛에 노출된 그녀의 비키니는 안의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것도 당장 터지다 못해 폭발할 것 같은 엄청난 질량감이 눈을 폭격하고 있었다.

‘아오! 이건 반칙이지.’

대한은 류연의 엄청난 존재감에 압도당했다.

마르고 날씬한 몸매에 어떻게 저런 흉측한 게 달릴 수 있는지.

이건 단순히 예쁘고 아름답다는 말로 끝날 게 아니었다.

그냥 일종의 폭행에 가까웠다.

그것도 사내라면 누구나 환장하게 만드는 궁극의 시선 폭행말이다.

이게 참 좋긴 좋은데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도저히 지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지고 무쌍한 시각적인 자극이었다.

거기에다 대한의 뜨거운 시선을 몸으로 느끼는지.

자꾸 몸을 비비 꼬는 통에 흉기에 가까운 녀석들이 마구 흔들리고 꿈틀댔다.

그러자 그에게 밀려오는 자극이 몇 배나 증폭됐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아오! 이걸 내가 왜 참고 있지!’

벌써 주니어는 힘차게 용트림을 시작했다.

마음이야 당장이라도 류연의 손을 잡고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보는 눈이 있는지라.

도저히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했다.

대신 류연을 번쩍 들고는 풀을 향해 달려갔다.

“꺄악!”

첨벙!

류연의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커다란 물줄기가 위로 솟구쳤다.

대한은 차가운 물이 온몸을 때리자 그나마 정신이 좀 들었다.

“꺄르르!”

놀라 비명을 지르던 류연은 어느새 깔깔대고 있었다.

그녀는 한 마리의 물고기라도 되는 듯 부드럽게 물속을 유영하고 다녔다.

그러자 리나가 물살을 가르며 다가왔다.

엘라도 서둘러 물에 뛰어들더니 합류했다.

에바가 재미있게 놀라는 뜻으로 그들을 향해 현란한 빛깔의 비치볼을 집어 던졌다.

그때부터 셋은 자연스럽게 공놀이를 시작했다.

출렁출렁!

첨벙첨벙!

몸이 출렁이고 물이 첨벙대며 파도를 만들어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대한의 입가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는 한쪽에서 느긋하게 수영을 즐기며 간간이 그녀들을 쳐다봤다.

“호호호!”

“하하하!”

“깔깔깔!”

연신 터져 나온 웃음소리가 마치 천국의 하모니처럼 느껴졌다.

눈이 즐겁고 귀도 즐겁다.

주니어는 차가운 물 때문에 잔뜩 쪼그라들었지만.

가슴에서 풀려나오는 행복의 실타래는 전신으로 은은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좋다. 참 보기 좋아.’

대한은 고개를 젖히고 위를 쳐다봤다.

오랜만에 영국의 하늘이 화창했다.

매일 이런 날씨가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서 흘러갔다.

덩달아 그의 마음도 같이 두둥실 떠올랐다.

정말 수영하기 참 좋은 날씨다.

* * *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와아아아!

맨체스터 시 에티하드 스타디움(Etihad Stadium)을 가득 채운 55,000명의 관중이 일제히 함성을 질러댔다.

이 모습에 장수원 아나운서가 천천히 톤을 올렸다.

“드디어 팬들이 고대하시던 맨체스터 시티 FC와 유벤투스 FC의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어떻게 된 게 챔피언스리그 예선전이 마치 결승전처럼 벌어지고 있네요.”

남희진 해설위원의 말은 아마 시청자들도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보통 이렇게 예선전에 강팀들이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일어나지 않는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징계를 당해 2년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없는 맨시티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그게 바로 이번 경기에서 유벤투스가 승리를 낙관하고 있는 포인트입니다.”

묘하게도 맨시티는 챔피언스리그 본선에는 나가지 못해도 예선은 치를 수 있게 됐다.

그로 인해 맨시티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예선전을 통과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참가 자체가 불가능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무래도 맨시티에서 끝까지 소송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게 그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만약 모두가 예상하는 결과를 뒤집고 반전이 일어난다면 그때 가서 다시 예선전을 치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러네요.”

두 사람은 솔직히 별 상관이 없었다.

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이탈리아의 강호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대한이 선발로 뛰느냐였다.

다행히 대한은 전 경기의 활약에 힘입어 선발 출전했다.

그래서인지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하지만 이들의 즐거운 얼굴과는 달리.

경기는 초반부터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막아!”

“달려!”

맨시티와 유벤투스의 선수들은 처음부터 강하게 격돌했다.

특히 중앙선을 경계로 양측의 볼 다툼이 매우 치열했다.

쿵!

그중에서도 유벤투스의 좌측 공격수와 맨시티의 우측 공격수의 대결은 볼만했다.

양쪽 다 이름만 들어도 ‘와’하고 감탄이 나올만한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흥!”

크리스 호랄두는 자신만만했다.

누가 달려들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그의 이런 자신감이 대한과 정면 대결을 하게 만들었다.

“이익!”

그런데 너무도 허무하게 대한에게 막혔다.

오히려 그의 순간적인 움직임에 놀라 볼까지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날강두! 살살해라!”

대한은 웃으면서 작게 호랄두에게 말했다.

호랄두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한국말로 했으니 당연히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좋은 뜻으로 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호랄두는 다급히 대한을 쫓아갔다.

그런데 워낙 빠르고 거칠게 드리블을 해대서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빼앗긴 볼을 다시 찾는 유일한 방법은 뒤에서 백태클을 거는 것이다.

하지만 호랄두는 감히 태클을 걸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태클을 잘못 걸면 최소가 옐로카드다.

주심이 독하게 마음을 먹는다면 초반에 레드카드로 퇴장을 당할 수도 있었다.

호랄두는 그런 생각이 들자 천천히 달리는 속도를 줄였다.

그냥 수비에 맡기는 편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어쩌다가 운 좋게 한번 빼앗은 거야.’

호랄두는 그렇게 자위하며 아무도 모르는 정신승리를 거두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대결에서도 호랄두는 도무지 대한을 뚫어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상대의 최전방 공격수가 왜 자신을 집요하게 막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날강두! 넌 오늘 끝났어.”

웃으면서 작게 말하는 대한의 얼굴.

그런데 호랄두는 그 모습을 보면 볼수록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크리스 호랄두가 누군가!

메시와 더불어 신계에 들어갔다는 축구선수다.

비록 나이가 들어서 예전 같은 활약은 펼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공격수보다는 훨씬 골을 많이 넣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언젠가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골을 넣을 자신이 있었다.

그때 공격을 하던 맨시티의 중앙 공격수가 볼을 빼앗겼다.

“이쪽이야!”

호랄두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한 손을 들고 크게 소리쳤다.

다행히 램지가 그걸 보고는 곧바로 볼을 길게 차 줬다.

빠르고 강하지만 낮게 깔려오는, 그야말로 킬패스의 정석이라고 할 만한 볼이었다.

호랄두는 다가오는 볼을 향해 가볍게 발을 가져다 대며 웃었다.

이걸 받자마자 돌파해 들어간다면 분명히 슛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퉁!

그런데 바로 앞에서 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누군가 중간에서 가로채 간 것이다.

“어?”

호랄두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대한이 볼을 커트해서 스털링에게 롱패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호랄두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대한은 뒤통수가 따갑게 느껴질 정도가 되자 그제야 슬쩍 뒤를 한번 돌아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평소에 잘했어야지. 이 날강두야!”

그는 호랄두가 듣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작게 중얼거렸다.

거리가 있는 상황이라 당연히 호랄두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대한의 입 모양을 보고 자신의 욕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말로 말이다.

그게 호랄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아니 폭발시켰다.

슬금슬금 뛰던 호랄두는 사라졌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필드를 누비던 전성기의 호랄두가 등장했다.

“호오! 이거 게임이 재미있게 돌아가네.”

대한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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