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화 <소수민족 독립>
기안자동차 인수!
이게 실화냐!
에바의 설명을 듣던 사장단은 대한의 결정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액수가 크긴 해도 이름도 어색한 외국 회사들과는 느낌부터 달랐다.
작은 회사도 아니고 무려 기안자동차다.
그런데 이걸 인수·검토하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하고 있었다.
신임사장단은 과연 대한이 진짜 기안자동차를 인수할지 무척 궁금했다.
그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바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에스크 그룹은 국외 법인 다섯 개를 내놓았습니다.”
“저건 별 볼일이 없군. 반도체 경영환경 악화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을 텐데.”
“록키그룹은 스마트폰 제조 분야를 매각할 예정입니다.”
“나오면 인수를 검토합시다.”
스마트폰 제조는 전혀 어렵지 않다.
안 그래도 조만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별세계그룹은 서울 중구와 해운대, 용산에 있는 조선호텔을 모두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이것도 전부 인수하세요.”
에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인수 결정을 내려버렸다.
이 자리에 나오기 전.
이미 인수할지 말지를 결정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니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굳이 이런 자리에서 발표하는 것은.
절차를 빌려 신임 사장단에게 자신에 대한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대한은 눈으로 자료를 확인하고 귀로 에바의 설명을 들었다.
통신과 에너지 및 화학의 강자 에스크 그룹.
아직은 멀쩡해 보였다.
물론 내부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남모르게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멀쩡한 게 아니라 사실은 멀쩡한 척 연기를 하고 있었다.
반대로 록키그룹은 지금의 상황을 위기로 봤다.
애증이 넘쳐나는 스마트폰 제조 분야.
그들은 이번 기회에 과감히 정리할 뜻을 비쳤다.
물론 인수까지 가는 게 절대 쉽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인수할 수만 있다면 코레그룹의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과정을 전부 생략하고, 바로 신제품을 뽑아내어 오성과 경쟁을 할 수 있다.
별세계그룹은 백화점과 마트 유통 양쪽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그로 인해 과감하게 그룹의 핵심에서 벗어난 자산을 매각하려고 했다.
덕분에 대한은 조선호텔 체인을 손에 넣을 기회를 얻었다.
“미래백화점그룹은 면세점 사업권을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아직 버틸 만한가 보군요. 좀 더 두고 봅시다.”
에바의 설명에 대한이 답을 했다.
그러자 코레투자의 김보고 사장이 이의를 제기했다.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더 떨어질 수도 있죠. 어찌 돼도 우리에게 아쉬운 일은 없습니다.”
“네, 그것도 맞습니다.”
그의 대답에 김보고는 바로 한 발 물러섰다.
대한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수하려는 자, 즉 코레그룹이 갑이다.
아쉬운 건 저들이었다.
“미래중공업그룹은 조선·해양 부문을 매각하려고 합니다.”
“우리도 조선소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겠죠. 추진하세요.”
시원시원한 대한의 결정이 이어졌다.
이밖에도 60여 개에 달하는 대기업집단에서 매물이 줄줄이 나왔다.
대한은 이걸 단 30분 만에 빠르게 인수할지 말지 가부를 결정해버렸다.
이 놀라운, 아니 가공할 추진력에 다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대한 선수가 괜히 미친 듯한 골 결정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두 시간에 걸친 전략회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쇼핑으로 끝났다.
회의실을 나오는 사장단의 표정은 묘한 기대감으로 뒤덮여있었다.
지금 자신이 경영할 회사보다 수십, 수백 배의 가치를 가진 기업들이다.
인수·합병이 성공한다면 그 과실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된다.
그러니 흥분이 될 만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흘에 걸친 일정 내내.
전략회의는 무시무시할 정도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의 연속이었다.
그들은 이 엄청난 사태에 멘붕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스터 포트를 떠날 때!
신임사장단의 모습은 너무나도 밝았다.
그것은 마치 코레그룹의 장래가 아주 밝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 같았다.
이들이 코레그룹의 전용기에 올라타는 순간!
코레그룹의 무시무시한 확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 *
와아아아!
뜨거운 함성에 도시 전체가 들썩거렸다.
탕 탕 탕 탕 탕!
타타탕 타타탕 타타타타탕!
이어 사방에서 콩 볶는 듯한 총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여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구도. 우루무치입니다. 현재 도시는 ‘동투르키스탄 해방군’에 의해 점령됐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신장 성급군구는 이들에 의해 괴멸적인 타격을 입고 급히 후퇴했습니다.
20대 후반의 기자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현장의 긴박감을 빠르게 전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지나가던 우루무치 시민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함성을 질러댔다.
―오늘 12시를 기해 동투르키스탄 해방군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독립을 천명하고 국호를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으로 정했습니다. 또한, 자치구 전역의 강제수용소의 문이 열려 수감 중이던 100만 명의 위구르 주민이 풀려났습니다. 이 숫자는 위구르족 인구의 약 10%에 해당합니다.
대륙의 스케일이 크긴 컸다.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100만 명이다.
자치구 전체 인구의 10%나 되는 많은 주민을 강제수용소에 수감해버리다니.
그동안 저 안에서 얼마나 많은 탄압과 각종 가혹행위 및 불법이 있었을까?
범인은 아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참혹하고도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에바, TV로 보는 게 답답하니 홀로그램으로 바꿔!”
“네, 마스터.”
대한의 말에 에바는 바로 TV를 끄고 홀로그램을 열었다.
소파에 앉아 생수를 마시던 그의 눈빛이 한층 빛났다.
―중국 정부는 갑작스러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독립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곳만 분리·독립을 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중국의 소수민족인 장족, 만주족, 묘족, 위그루족, 티베트족, 조선족이 비슷한 시간에 봉기를 일으켜 독립을 천명했습니다. 이제 카메라를 티베트 자치구로 옮겨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대한TV 채널 이희승 기자였습니다.
기자의 말이 끝나자 에바가 손가락을 튕겼다.
탁!
그러자 허공에 새로운 홀로그램이 줄줄이 떠올랐다.
기존의 홀로그램은 새로운 기자가 나타나 티베트 라싸 시의 상황을 전했다.
흥분과 감동의 열기가 느껴지는…….
우루무치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들뜬 분위기였다.
하지만 새로 나타난 홀로그램들의 모습은 좀 달랐다.
쾅 콰광 우르릉 쾅쾅!
타타타탕 타타타탕!
중국 인민해방군 성도군구(成都軍區) 티베트 성급군구.
제52산지사단과 제53산지사단은 티베트해방군과 창두(昌都)시 외각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개 독립무장단체인 티베트해방군이 시종일관 화력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의 2개 사단을 압도하고 있었다.
도대체 저런 화력을 어디에서 구했을까?
궁금해서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 인민해방군의 패색이 짙어졌다.
제52산지사단의 우성리 사단장은 분루를 뿌리며 후퇴를 준비했다.
그런데 이런 반응에 놀란 제53산지사단 마샤오티엔 사단장이 전격적으로 후퇴를 명령해버렸다.
그러자 간신히 고착되어 있던 전선이 한순간에 힘의 균형이 깨져버렸다.
그다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만했다.
전투에서 사상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때가 바로 후퇴할 때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번에 오합지졸이 되어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다 결국 괴멸당했다.
이 전투로 당장 티베트 자치구.
아니 이제 새롭게 독립한 티베트 공화국은 빠르게 고토를 회복하고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벌게 됐다.
“어때요? 제 작품이…….”
“잘했어. 아주 훌륭해!”
옆에 앉은 엘라의 물음에 대한은 아낌없이 칭찬해줬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좀 일렀다.
“동북 삼성은 어떻게 됐지?”
“만주족 독립무장단체와 연계해서 간도 독립군이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점령했어요.”
“피해는 크지 않았어?”
“전혀 희생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공안부 습격에 겁을 집어먹은 공안들의 탈출 러시덕분에 나름 선방했어요.”
조선족이 많이 사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점령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도 있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선양군구는?”
“다행히 무사히 장악했어요.”
“예스!”
엘라의 대답에 대한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제야 심각했던 그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선양군구는 중국인민해방군의 7대 군구 중 하나다.
베이징군구를 제외하면 병사의 질이나 장비를 볼 때.
가장 정예화된 군사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선양군구는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
즉 동북 삼성을 책임 지역으로 삼고 있다.
간도를 비롯한 고토를 회복하려면 선양군구를 손에 넣지 않으면 안 된다.
거기에다 선양군구는 자체적으로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물론 선양군구가 없어도 그냥 힘으로 밀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필연적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엘라가 선양군구에 쏟아 넣은 숨은 노력은 엄청났다.
최근 건강이나 사고를 이유로 그만둔 선양군구의 장군이 한둘이 아니다.
선양군구의 사령관을 비롯해 최고위 핵심 요직에 있던 수십 명.
너무도 자연스럽게 전역하거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것도 전부 비슷한 시점이었다.
개중에는 강도에게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정치위원들도 있었다.
하도 말을 듣지 않자 에바를 시켜 그냥 과감하게 처리해버린 것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포섭한 자들을 사령부와 참모부 등
빈자리로 끌어당기고 밀어 올렸다.
그중에는 천사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줬다.
새롭게 임명된 사령관과 정치위원들은 모두 한통속으로 움직였다.
각 집단군의 군단장과 사단장, 참모들에게 독립된 군벌이 되자고 설득했다.
포섭된 자들은 한편이 됐고, 반대한 이들은 조용히 숙청당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선양군구는 중앙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된 군벌로 변해있었다.
물론 이 군벌을 뒤에서 조정하는 암중 세력은 에바다.
아니 대한이었다.
“중국공산당에서 많이 놀라겠군.”
“아직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선양군구가 독립을 선언하면 모를 수가 없겠지.”
“맞아요. 그때부터가 진짜 싸움이죠.”
“권력투쟁에 골몰하던 놈들이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질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 웃음이 나오네.”
대한은 실제로 실실 웃음을 흘려대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에겐 아직 6대 군구가 남아있어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왜죠?”
“하나가 독립하면 힘을 모아서 그걸 징계할 놈들이 아니야. 그보다는 자신들도 어떻게 독립을 할 수 있을까 야망을 품을 거야.”
“정말 그럴까요?”
“그렇게 될 거야. 이건 지난 역사가 증명하고 있으니까.”
중국의 역사 가운데 스스로 하나가 되어 뭉치는 예는 없었다.
누구 하나가 힘으로 통일을 하면 모를까.
사실 명나라도 원이 만들어놓은 것을 거저먹었고.
중국공산당도 청이 만들어놓은 영토를 고스란히 승계했다.
실질적으로 한족이 스스로 점령해서 통치한 땅덩어리는 얼마 되지도 않는다.
“엘라! 중국을 왜 중국이라고 부르는 줄 알아?”
“왜요?”
“소국(小國)이라 하기에는 땅덩이가 너무 크고, 대국(大國)이라 하기에는 속이 너무 좁다고 해서 중국(中國)이라고 부르는 거야.”
“네에?”
엘라는 대한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다가 이내 무슨 뜻인지 알아먹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거참 재미있네요.”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참 맞는 말인 것 같아.”
대한과 엘라는 잠시 웃으면서 뜨거워진 머리를 식혔다.
그러다가 에바가 새로운 홀로그램을 띄우자 바로 정색을 했다.
“위구르족과 티베트족이 무장봉기에 성공했어.”
“독립을 천명했으니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셈이죠.”
“만주족과 조선족이 연합을 했고, 선양군구도 먹었으니 이제 중국에서 동북삼성을 떼어내는 일은 크게 힘들지 않을 거야.”
“그래도 이럴 때 더 강하게 몰아붙여야 해요.”
“그건 맞는 말이야.”
대한은 엘라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홀로그램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