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311화 (309/331)

311화 <뮤직비디오>

대한은 네 미녀의 육탄공세에 말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렸다.

그래도 그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달덩이처럼 걸려있었다.

그래서인지 신나는 댄스음악과 춤은 끝날 줄 몰랐다.

특히 그가 마음에 든다고 했던 빠른 템포의 곡은 몇 번이나 계속 반복재생되고 있었다.

이 모두가 에바의 세심한 배려였다.

‘근데 이거 누가 만든 곡이야?’

―스파이럴 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했던 유명한 댄스곡이에요.

‘역시 그랬구나.’

엘라의 설명에 대한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어떤 영감이 ‘팍’하고 스쳐 지나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리듬과 멜로디!

그리고 아름다운 율동의 곡선과 흐름이 마치 눈에 보이는 듯했다.

대한은 돌연 춤을 딱 멈추고 그 자리에 돌덩이처럼 굳어버렸다.

그러자 엘라가 놀라서 대한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그의 얼굴에 가만히 손을 가져갔다.

“오빠! 괜찮아요.”

엘라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그는 한쪽 손을 들고 말했다.

“신디사이저(Synthesizer) 좀 가져와 봐!”

“네.”

대한의 갑작스러운 말에 에바가 제일 먼저 반응했다.

그녀는 일단 음악을 멈췄다.

그리곤 H1 제니와 H2 야엘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신디사이저를 들고 오게 했다.

리나와 류연은 갑자기 음악이 꺼지자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봤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막거나 방해하지는 않았다.

그저 음료수를 마시면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궁금해했다.

띵띵 땅땅! 띵띵 땅땅!

대한은 몇 번 건반을 쳐보더니 이내 신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다.

방금 춤을 췄던 댄스곡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하지만 달랐다.

어떻게 들으면, 한국의 유명한 가수이자 래퍼인 게코(GEKCO)의 노래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분명히 뭐가 새롭고 독특했다.

그러면서도 빠르고 신나는 박자와!

반복적인 편안한 리듬이 귀에 쏙쏙 들어와 박혔다.

“엘라! 지금 대한이 뭐 하는 거야?”

“혹시 작곡하는 거 아닐까?”

리나와 류연이 엘라의 양쪽 귀에 귓속말하자 그녀는 작게 속삭이듯 대답했다.

“응, 맞아. 작곡하는 거야.”

“대박!”

엘라의 대답에 리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류연을 쳐다봤다.

류연도 리나를 쳐다보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역시 그동안 히트한 노래들은 대한이 작사, 작곡한 거구나.”

엘라는 류연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굳이 그녀의 오해를 바로잡아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 사이!

대한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영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빠르게 건반을 두드리며 음과 리듬, 박자를 기억하고 가다듬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째가 되자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됐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곡에 맞는 가사가 흥얼대듯 절로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괜찮아 뭐가 문제라고 생각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 Say Sharom

음악에 몸을 맡겨봐 움칫 둠칫 흔들어봐

잘 못 해도 괜찮아 날 때부터 잘한 사람 없어

인생은 실전 실패해도 만회 젊음은 특권

없는 거 보지 마 있는 것에 포커스 해

웃으면서 흔들 팔을 벌려 흔들

손을 들고 흔들 몸을 돌려 흔들

정답은 없어 삶은 온전히 나의 것

누구도 가져갈 수 없어 하지만 책임은 나의 것

문제를 문제로 보면 문제

문제를 과정으로 보면 주제

걱정하면 둔재 용기 내면 천재

아무래도 괜찮아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니까

엘라의 눈이 기쁨으로 반짝였다.

리나는 슬금슬금 박자를 타고 있었다.

류연은 자신도 모르게 앞에 나가 춤을 추고 있었다.

에바는 한쪽에서 대한의 곡에 악기 음을 넣어보며 편곡을 시작했다.

몇 초 사이에 수백, 수천 가지의 악기 음이 들어갔다가 나왔다.

수천 아니 수만 가지의 방식으로 편곡되어 시뮬레이션이 돌아갔다.

따당 땅!

마침내 대한은 마지막으로 건반을 두드리며 고개를 들었다.

“어때?”

“좋아!”

“좋아요.”

“최고야.”

그의 물음에 여자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예의상 하는 말이 절대 아니었다.

정말 곡이 너무 괜찮아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마스터! 편곡 끝났습니다. 틀어드릴까요?”

“벌써?”

“넵.”

에바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엘라를 쳐다봤다.

엘라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를 대신해 말했다.

“에바! 크게 한번 틀어봐!”

“오케이.”

에바는 한 손을 허공에 번쩍 치켜들었다.

그녀가 엄지를 위로 내민 순간!

펜트하우스가 울릴 정도로 신나는 댄스음악이 터져 나왔다.

아무래도 괜찮아 뭐가 문제라고 생각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 Say Sharom

“Sharom!”

“Sharom!”

리나와 류연은 음악이 나오자 바로 빠져들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엘라도 대한의 앞에 서서 몸을 흔들어댔다.

출렁이는 그녀의 몸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대한은 이런 여자들의 반응에 크게 고무됐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같이 춤을 췄다.

‘에바!’

―네, 마스터.

‘잘했어.’

―천만에요. 마스터가 만든 게 워낙 좋아서 만들기가 참 쉬웠어요.

‘다행이네.’

대한은 에바를 향해 윙크했다.

그러자 에바도 같이 윙크를 하며 속삭였다.

―마스터는 그냥 신나게 즐기세요. 제가 지금의 이 장면을 뮤직비디오로 한번 만들어볼게요.

‘호오! 좋은 아이디어야.’

에바의 제안에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꺄악! 너무 좋아.”

“정말 노래 좋아.”

“신난다. 계속 틀어줘!”

리나와 류연은 신바람이 났다.

사랑하는 남자가 그 자리에서 작사, 작곡한 노래!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기분 좋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둘은 정신없이 몸을 흔들어댔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리겠다는 심산인 듯.

그들은 대한에게 다가가 과격하고 아찔한 춤을 선보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그는 여러 가지 뜻이 포함된, 중의적인 말을 했다.

첫 번째는 리나와 류연이 엘라의 테스트에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감이다.

두 번째는 리나와 류연이 친하게 잘 지내는 모습이 다행이라는 뜻이다.

세 번째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작사, 작곡한 곡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엘라를 쳐다봤다.

모니카와 나나 그리고 한새롬의 소식이 궁금했다.

이런 날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두 사람의 테스트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테스트를 통해 이미 걸러졌던가!

어느 쪽이든 그는 결과가 궁금했다.

솔직히 모니카는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몸과 마음으로 느껴지는 게 있었다.

하지만 나나는 달랐다.

참 개방적이면서도 반면에 순종적인 그녀는 쉽게 속을 드러내지 않았다.

게다가 한새롬은 좀 많이 불안했다.

그녀의 마음은 익히 알고 있지만.

한새롬과 그녀의 가족이 과연 용납할 수 있을지.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옆에 붙어 있을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게 걱정을 하다가 얼핏 정신이 들었다.

자신이 만든 노래의 가사가 귀에 박히듯 꽂혔기 때문이다.

‘그래. 뭐가 걱정이야. 걱정한다고 바뀌는 건 없어. 욕심내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 그럼 되는 거야.’

대한은 고개를 좌우로 마구 흔들었다.

잡념을 터는 그만의 독특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엘라가 그걸 보더니 따라 했다.

곧이어 리나와 류연도 같이 따라 하면서 웃었다.

그들은 모두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을 하면서 춤을 췄다.

이게 앞으로 전 세계를 강타할 ‘도리질 춤’의 시발점이다.

한편, 에바는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있었다.

펜트하우스 곳곳에 숨어 있는 수백 개의 에어볼을 통해 그녀는 이들이 웃고 떠들고 춤을 추는 모습을 생생하게 촬영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편집해 한 편의 아름다운 영상으로 만들어갔다.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에바는 이미 99.9%가 완성된 대한의 신곡!

‘괜찮아’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다.

“허억 허억!”

“어휴! 힘들어.”

리나와 류연은 소파에 앉아 연신 헉헉댔다.

정말 뒤를 생각하지 않고 신나게 춤을 췄더니 그만 온몸의 힘이 쪽 빠져버렸다.

“나는 이제 다리가 다 후덜거린다.”

“축구장에서 그렇게 뛰고, 여기 와서 그렇게 열심히 춤을 췄으니 그럴 만도 하겠네요.”

대한은 엄살을 부렸고 엘라는 그걸 또 재까닥 받아줬다.

“여기 수건 있어요.”

“마스터! 이것 좀 마셔보세요.”

어느새 H1 제니, H2 야엘, L1 리사, L2 틸란이 다가와 물수건과 음료수를 내밀었다.

“고마워!”

“천만에요.”

대한은 고맙다고 말하며 음료수를 집어 리나와 류연에게 넘겼다.

그러자 다들 반가운 표정과 함께 단번에 꿀꺽꿀꺽 원샷을 해버렸다.

다행히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는지, 음료수는 충분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마스터! 뮤직비디오 마스터 본이 나왔습니다.”

“우와! 정말 빠르네.”

“보고 싶다.”

에바의 말에 리나와 류연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번에 통과한 테스트를 통해, 그들은 이미 에바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머릿속으로 들어온 관념적인 얘기일 뿐이었다.

아직 에바의 진실한 모습을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에바! 한번 틀어봐!”

“네, 마스터.”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닥에서 초대형 LED TV가 올라왔다.

띠리디리 딩 띠링 띠리리링!

피아노 건반 소리를 시작으로 체스터 포트 펜트하우스의 모습이 나타났다.

대한의 얼굴이 서서히 클로즈업 됐다.

그리고 엘라의 미소짓는 아름다운 얼굴로 바뀌었다.

곧 리나의 화려하고도 예술적인 댄스가 이어졌다.

뒤이어 이에 질세라 류연의 격렬한 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네 사람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입을 딱 벌렸다.

설마 자신의 모습이 저렇게 환상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좋다.”

“너무 멋있다.”

“내가 저렇게 춤을 췄다고?”

다들 절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3분 50초의 뮤직비디오는 쏜살같이 지나갔다.

음악도 좋았지만, 뮤직비디오도 정말 끝내줬다.

“이거 먹히겠는데!”

“진짜 발표하면 난리 나겠다.”

“유튜비에 올리면 조회 수 좀 나오겠어요.”

여자들의 말에 혹한 대한.

그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보내자. 그런데 아까 리나가 한 동작 몇 개로 재미있게 춤을 만들어보자.”

“어떻게?”

리나는 노골적으로 기대감 가득한 눈빛을 하고 대한을 쳐다봤다.

그러자 대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그녀가 췄던 춤을 기억해 따라 해봤다.

“아!”

그 모습에 리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뭔가 감을 잡았는지.

대한이 한 동작보다 훨씬 쉽고도 그럴싸한 춤동작을 만들어냈다.

쉽고 간단한, 그러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재미있는 춤!

바로 리나가 추고 있는 춤이었다.

“재밌다.”

“대박!”

“확실히 원판이 좋네요.”

“그럼 이걸로 가자.”

다들 좋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 쉬지도 않았는데, 젊어서 그런지 금세 체력을 회복했다.

“DJ! Drop the music!”

“OK!”

에바는 대한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바로 디제이를 흉내 냈다.

띠리디리 딩 띠링 띠리리링!

체스터 포트 펜트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리나가 자신 있게 앞으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전혀 난해할 것이 없는 아주 쉽고 재미있는 동작이었다.

그런데 이걸 리나는 아주 예쁘고 귀엽게 췄다.

곧이어 류연이 옆에 서서 따라 했다.

그다음은 엘라와 에바가 나왔다.

여자 넷이 똑같은 춤을 추자 스테이지가 꽉 찬 느낌이 났다.

마지막으로 대한이 합류했다.

그러자 여자들은 일제히 방향을 바꿔 대한을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마치 오랫동안 연습을 한 것처럼 딱딱 맞춰서 군무를 췄다.

“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그들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워했다.

보기만 해도 진심과 애정이 느껴지는 신나는 분위기!

그들의 춤과 몸짓에는 도저히 따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이 펑펑 터져 나왔다.

장난삼아 시작한 이 춤은 디지털 싱글 앨범으로 발매된 대한의 ‘괜찮아’ 뮤직비디오와 함께 유티비에 업로드되어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마치 예전에 전 세계에 크게 유행했던 마카레나(Macarena) 댄스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그런 사실까진 예상치 못하고.

그저 다들 같이 신나고 즐겁게 재미있는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