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화 <더블 해트트릭>
우우우우!
경기장은 일제히 야유로 물들었다.
토트넘 수비수의 반칙이 정확하다는 비디오 판정이 나온 것이다.
“예스!”
대한의 옆에 선 스털링이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아니 맨시티의 모든 선수가 승리를 예감했다.
소니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토트넘 선수들도 그에 못지않게 실망했다.
각도를 보나 거리로 보나 프리킥의 위치가 너무 좋았다.
차라리 페널티 킥이라면 긴장이라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프리킥이라면 이미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대한이 절대 실수할 리 없었다.
우우우우우우!
야유 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아니 야유 소리에 경기장이 아예 먹혀버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대한은 전혀 쫄지 않았다.
이렇게 거저 입에다 떠먹여 주는 프리킥!
아니 골 기회라니.
그제야 항상 페널티 킥을 전담하는 케인을 바라보는 토트넘 공격수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이거 누구에 비하면 너무 쉽게 해트트릭을 하는데…….’
대한은 소니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그렇다고 승부를 양보할 생각 따윈 손톱만큼도 없었다.
도도도도!
뻥!
주심이 신호를 주기가 무섭게.
대한은 바로 달려가 볼을 찼다.
너무 강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약하지도 않게.
한쪽 코너를 보고 정확히 때렸다.
요리스 골키퍼가 힘껏 몸을 날렸다.
어떻게든 골이 들어가려는 것을 막으려는 의지가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근처에 가기도 전에, 이미 볼은 골문을 넘어갔다.
와아아아!
야유에 먹힌 경기장이 다시 뜨거운 함성으로 되돌아왔다.
원정응원을 온 맨시티 팬들과 응원단은 너무나도 신나 크게 소리를 지르며 춤을 춰댔다.
VIP룸에서도 미녀들이 광란의 댄스를 추는 모습이 보였다.
이로써 이들이 누굴 응원하러 왔는지 확실해졌다.
“골!”
“골입니다.”
“아! 정말 미쳤습니다.”
“이대한 선수가 해트트릭을 달성했습니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로 손을 꼭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면서도 프로답게 입은 쉬지 않고 부리고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더블 해트트릭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의 건아들이 해냈습니다.”
“이건 정말 보기 드문 일 아닙니까?”
“당연하죠.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대사건입니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
그것도 중하위권의 경기가 아니라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노리는 최상위권의 팀 경기에서 더블 해트트릭이 나왔다.
중요한 것은 두 선수의 국적이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이걸 보고 어찌 흥분하지 않고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해트트릭을 한 두 선수를 신나게 물고 빨아댔다.
이런 분위기는 영국을 비롯해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하는 모든 나라의 스포츠 중계팀 그리고 대한TV 채널까지 동일했다.
[JYPing: 골이다. 5:4]
[처음처럼: 역시 프리킥은 대한이야.]
[컴온: ㅋㅋ 가볍게 해트트릭 달성!]
[개피: 우아! 지렸다. 궤적이 아주 그냥 예술이네.]
[사탕이야: 이게 실화냐! 더블 해트트릭이라니.]
[모태식: 야호! 신난다. 9골째다.]
[당근: 코리언 더비라더니 정말 둘이 다 해 먹는구나.]
[고졸사원: 미쳤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
[햄볶: 소니에 이어 대한까지 해트트릭! 크아! 취한다.]
[빛나리: 주모! 여기 국뽕 한 그릇 말아주소.]
[케인안티: 국뽕이라고 하지 마라! 그거 애국심을 깎아내리려는 놈들이 만든 말이야.]
[강찬규: 맞다. 국뽕이 아니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나란히 해트트릭을 달성한 게 정말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만세!]
[오따뜻: 고롬고롬! 진짜 소니와 대한, 둘 다 잘했다.]
[항체있는남자: 와아! 새벽까지 기다려서 경기를 본 보람이 있네. 난 내가 자랑스럽다. ㅋㅋ]
[물흐르는삶: 진짜 개쩌는 경기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네.]
[Red보이: 토트넘 팬들 흥분하니까 백인에서 홍인(紅人)됐다. ㅋㅋ]
[왓첩맨: 직관한 저 아재들 너무 부럽다.]
채팅장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스포츠 TV 시청자들도 모두 한목소리로 환호성을 질렀다.
한반도의 새벽은 느닷없는 옆집의 함성으로 벌떡 깨어날 정도였다.
경기를 지켜본 기자들도 다급히 이 소식을 타전하느라 손가락을 바삐 놀렸다.
아니 이미 포털사이트엔 소니와 대한의 더블 해트트릭 사건이 벌써 대서특필되고 있었다.
그사이!
대한은 맨시티 응원단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신나게 달려가는 그의 뒤로 맨시티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그들은 다 함께 모여 신나게 춤을 추는 골세레모니를 했다.
와아아아!
그 모습에 맨시티 팬들은 격렬한 몸짓과 열광적인 함성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들의 즐거운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심이 달려와 빨리 경기를 진행하라고 눈치를 줬다.
어쩔 수 없이 대한과 선수들은 몸을 돌렸다.
대한은 걸어 들어가면서 힐끗 VIP룸을 쳐다봤다.
거리가 멀어서 형태만 보일 것 같지만.
웬걸! 그의 눈에는 바로 앞에서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잘만 보였다.
‘어! 리나와 류연이 왔네.’
대한의 눈동자에 순간 이채가 흘렀다.
한 명씩 따로 온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둘이 같이 온 적은 없었다.
아마 오늘이 처음이 아닐까 생각됐다.
그제야 대한의 시선을 느낀 엘라가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에바를 비롯한 리나와 류연이 즉각 반응했다.
눈이 번쩍 뜨일만한 네 명의 미녀가 대한을 향해 열광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녀들은 자신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덕분에 스크린을 보고 있던 사내들의 눈만 호강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자들에게 이보다 좋은 먹잇감은 없었다.
그들은 눈에 불을 켜고 이걸 어떻게 가공해서 특종을 만들지 머리를 쥐어짰다.
삐익!
시합이 재개됐다.
토트넘의 전면적인 파상공세가 시작됐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들은 사력을 다해 공을 넣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특히 소니는 젖먹던 힘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맨시티는 전원 수비로 돌아서 단단히 골문을 틀어막았다.
토트넘 선수들이 아무리 발악을 해도 짧은 시간 빗장수비로 틀어막은 맨시티의 골문을 열 수 없었다.
결국, 경기는 그대로 끝나고야 말았다.
삐이익 삑!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그러자 경기장 한쪽에서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맨시티 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 것이다.
대한과 맨시티 선수들도 모두 두 손을 번쩍 하늘로 치켜들었다.
그들은 서로 몸을 끌어안고 승리를 축하했다.
반대로 토트넘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더니 서로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했다.
그 사이로 소니가 다가왔다.
대한도 그걸 보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해트트릭 축하한다.”
“해트트릭 축하합니다.”
소니가 먼저 손을 내밀자 대한이 맞잡았다.
둘은 서로에게 축하 인사를 하며 가볍게 끌어안았다.
그 모습에 대한TV 채널과 스포츠 TV 시청자들이 모두 감동에 물들었다.
[아몬드: 히야아! 그림 좋다.]
[안천지: 아! 멋있다.]
[흐린뒤비: 이게 바로 사나이들의 우정이지.]
[개꼴개꿀: 아오! 이젠 눈물을 지렸다.]
[와이파이: 감동적인 모습이네요.]
[니야옹: 울컥했다.]
[마크로스: 아이씨! 왜 자꾸 눈물이 나오는 거지?]
[살랑바람: 하악! 미치도록 좋다.]
[잘될거야: 흐미 좋은 거!]
[시인노철명: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선 소니와 대한의 모습이로구나.]
[박수무당: 개좋다. ㅋㅋ 소니가 맨시티로 갔으면 좋겠다.]
[환영끔살: 대한이 토트넘으로 가야지.]
[우한바이러스: 둘 다 나와서 리버풀로 가자.]
[NO재팬: 개소리 그만해라. 레알로 가즈아!]
[등잔밑: 아니야. 감독을 보고 맨유로 가야지.]
[너희가축구를암: 이제 대한이 국대 합류하자.]
[방사능올림픽: 맞다. 빨리 대한이 국대 불러라!]
[대한1등: 소니와 대한을 투톱으로 세우면 정말 볼만하겠다.]
채팅장은 감동에서 이적으로, 이적에서 국가대표 차출로 얘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소니와 대한의 포옹 장면은 비단 대한민국에서만 이슈가 된 게 아니었다.
그 장면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혀 전 세계의 매스컴으로 흘러 들어갔다.
오늘 경기의 결과와 함께 뉴스의 해드라인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 경기의 파장은 대단했다.
승패와 상관없이 두 선수의 주가는 바로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그동안 동양인이라서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됐던 점이 크게 부각했다.
소니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한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기 시작했다.
이미 최상위권이라던 그의 주가는 유리 천정을 가볍게 부수고 급상승했다.
날강두와 메시를 훌쩍 뛰어넘더니 어느새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물론 이건 그의 축구선수로서의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디지털 음반과 영화가 대박을 터트렸다.
엄청난 구독자 수를 보유한 개인방송의 영향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니 자연스럽게 광고가 따라붙었다.
그것도 상상을 초월한 액수의 광고료였다.
그렇다고 대한은 당장 광고를 마구 찍어댈 생각은 없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금액은 급상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한에겐 즐거운 비명을 지를 일만 남아있었다.
* * *
영국 맨체스터 시티, 체스터 포트 펜트하우스.
쿵 쾅 쿵쿵 쾅 쿵쿵쿵 쾅쾅!
“꺄악!”
“야호!”
리나가 흥에 겨워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류연도 신나게 환호성을 질렀다.
둘 사이에 낀 대한도 두 손을 들고 마구 몸을 흔들었다.
그러자 여기에 엘라와 에바가 합류했다.
뭉클!
사방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운 여체의 탄력!
대한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음악에, 리듬에 몸을 맡겼다.
현란한 펜트하우스의 조명이 더해지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마치 클럽에라도 온 듯.
그들은 신나게 춤을 추고 샴페인을 마셨다.
명목은 팀의 승리와 대한의 해트트릭 달성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걸 언급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오래간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음악 좋다.’
―아까 본 영상에서 춤을 춘 게 이 음악에 맞춘 거예요.
대한이 속으로 말하자 엘라도 빠르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눈이 마주치자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서로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볐다.
일명 부비부비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오우야!”
“꺄악! 너무 야해!”
리나와 류연은 각자 자신만의 감정 표현을 했다.
그 모습에 대한이 웃음을 짓자 둘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다가온 그들은 그의 왼쪽과 오른쪽을 점령했다.
리나와 류연은 각각 한 손을 대한의 어깨에 살짝 올리고 흐느적거렸다.
샴페인을 마셔서 그런지 리나와 류연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런 얼굴로 묘하게 S라인을 비틀어대자 놀랄 만큼 야릇한 모습이 됐다.
꿀꺽!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만큼 둘의 표정과 몸짓이 장난이 아니었다.
리나의 날씬하면서도 균형 잡힌 보디!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동작은 가히 아름다운 선의 예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류연도 자신만의 독특한 박자로 격하게 몸을 흔들며 시선을 강탈해갔다.
특히 히스패닉 미녀들의 육감적인 몸매를 초월하는 넘사벽의 몸매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같은 여자들까지 반칙이라는 말을 할 정도의 미친 존재감이 심하게 요동쳤다.
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달콤한 살 떨림은 대한의 심장마저 떨리게 만들고 있었다.
‘저렇게 날씬한 몸에 어떻게 저런 무지막지한 게 달려 있지?’
그는 순수하게 감탄해 마지않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비단 대한만 하는 게 아니었다.
엘라와 에바도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사실 엘라도 류연에 비해 절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몸매는 류연 같이 버드나무 가치처럼 유연하고 하늘거리지 않았다.
엘라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늘씬하고 쭉쭉빵빵한!
전형적인 서구의 미모를 지닌 미녀였다.
그래서인지 시각적인 불균형에서 오는 상대적인 비교에서 좀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이건 동양인 특유의 부드러움과 탄력을 지닌 류연의 폭발적인 미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엘라가 류연에게 미모로 밀린다는 뜻은 아니다.
절대적 비교와 상대적인 비교를 해봤을 때!
엘라는 항상 엄지를 들게 할 정도로 극상의 미모를 자랑했다.
다만 꽃의 아름다움이 모두 다르듯.
엘라, 모니카, 리나, 류연, 나나, 한새롬의 미모는 전부 각자 독특한 개성과 아름다움이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