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308화 (306/331)

308화 <코리언 더비>

영국 런던 북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Tottenham Hotspur Stadium).

와아아아!

경기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여름이 시작되는 8월 초의 푸른 하늘 아래.

입추의 여지도 없이 꽉 들어찬 관중들!

최대 수용인원을 가뿐하게 채운 62,000명의 열기는 한마디로 용광로 같았다.

새로 시작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첫 경기라서 그런지.

아니면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고 집안에서 갇혀 살다시피 했던 것에 대한 반작용인지.

경기를 보러 나온 사람들의 얼굴은 기대와 설렘으로 충만했다.

거기에다 첫 경기가 무려 맨체스터 시티 FC와 토트넘 홋스퍼 FC의 경기였다.

두 팀 모두 챔피언스리그를 나가는 프리미어리그의 전통의 강호다.

강팀과 강팀이 첫 대전부터 맞붙는 만큼 많은 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맨시티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파이낸셜 페어플레이(FFP) 규정을 어겼다는 혐의로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벌금 3000만 유로와 챔피언스리그 및 유럽클럽대항전 2년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항소도 하고,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도 했지만.

한번 결정된 징계는 번복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냉정하게 손절한 팬들이 등을 돌리고 팀의 대표공격수까지 떠나갔다.

맨시티 구단은 이렇게 큰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웬걸!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보다 더한 팬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대한민국에서 온 단 한 명의 축구선수 때문이었다.

“대한!”

“네, 감독님.”

펩시 감독은 손짓으로 대한을 불렀다.

그는 얼른 감독이 서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경기는 이미 시작됐다.

중앙에서 양 팀의 선수들이 치열한 볼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선수가 보였다.

토트넘의 주 공격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손흥만 선수였다.

“첫 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하게 해서 미안해!”

“아닙니다.”

펩시 감독은 처음부터 저자세로 나왔다.

그만큼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하지만 후반전은 시작과 함께 대한이 맡아줘야겠어.”

“네, 알겠습니다.”

대한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펩시 감독은 그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속삭였다.

“연습한 것처럼만 하면 오늘 골맛을 볼 수 있을 거야.”

“물론이죠.”

대한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펩시 감독은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무하하하!”

마침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그 장면을 잡아냈다.

덕분에 전 세계의 축구팬들은 생방송으로 펩시 감독과 대한의 이런 다정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연히 이런 호재를 대한TV에서 놓칠 리 없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에는 관심이 없는 대한TV의 카메라맨!

그는 대한과 펩시 감독의 얼굴을 투샷으로 크게 잡았다.

그리고 대한TV 채널을 통해 라이브방송으로 내보냈다.

경기장면을 찍는 것은 안 되지만.

대한에게 초점을 맞춘 영상을 찍어 대한TV를 통해 방송하는 것은 가능했다.

이것은 처음 임대계약을 할 때 필수조건으로 넣어뒀다.

그래서 대한의 팬들은 TV와 컴퓨터를 동시에 켜놓고 시청하고 있었다.

[눈팅밤팅: 펩시 감독 좋아하는 것 좀 보소!]

[DJ코알라: 역시 대한은 클래스가 다르네.]

[옷사마빈털털이: 암 이정도는 대접을 해줘야지.]

[고스트헌터: 그런데 왜 선발이 아니지?]

[엄마찬스: 선발이 중요한 것은 아니야. 골을 넣는 것이 중요하지.]

[대한조아: 대한 파이팅!]

[기레기들이 영국에서 코리안 더비 한다고 겁나게 언플한다.]

[영쩌리맨: 먹고 살라고 지랄하는 놈들이니 신경 끄자.]

[소말닭개: 강남미인: 오늘은 누가 골을 넣어도 좋을 것 같아요.]

[이레미래: 소니가 빨리 토트넘 나와서 리버풀로 가야 하는데.]

[Mint: 대한은 계약 잘해서 주급을 40만 파운드 받잖아. 소니가 불쌍해!]

[대한남아: 언제는 우리 대한이 계약 잘못했다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소니 타령이냐.]

[지금이순간: 다들 닥치고 경기 좀 보자.]

[공돌이: 대한이 선발로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소니가 막 날아다닌다.]

대한TV 채널은 수많은 대한의 팬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그가 선발로 나오지 않는 것에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후반에 나올 출전할 것 같은 분위기에 슬슬 기대감을 키우고 있을 뿐이었다.

덕분에 시선을 끈 것은 소니였다.

그는 맨시티 진형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골문을 위협하고 있었다.

“역시 소니는 월드 클래스입니다.”

“맞습니다. 이대한 선수도 월드 클래스지만 소니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이자 윙어입니다.”

남희진 해설위원의 말에 장수원 아나운서가 맞장구쳤다.

오늘도 둘은 빠지지 않고 경기장에 나타나 축구 중계를 했다.

그동안 열심히 입을 턴 게 주효했는지.

이제 ‘프리미어리그 중계’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선수가 두 명이나 출전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중계하게 되어 아주 신이 났다.

와아아아!

그때, 루카스가 맨시티의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편을 돌파했다.

그 모습에 소니도 반대편으로 쇄도했다.

토트넘 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대감 넘치는 함성을 질렀다.

케인도 급히 정면으로 달려갔다.

맨시티의 미드필더 귄도간이 루카스를 따라갔다.

수비수 워커와 오타멘디도 협력 수비를 펼쳐 루카스를 바깥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루카스는 바깥으로 밀리지 않고 오히려 과감하게 안쪽으로 달려들었다.

퉁!

그리고 신속히 볼을 찼다.

크로스인지 슛인지 모를, 약간은 애매한 볼이었다.

케인은 반사적으로 다리를 뻗었다.

그러나 너무 빠른 볼이라 닿지 않았다.

오히려 중앙에 서 있는 라포흐트의 다리를 맞고 살짝 위로 치솟았다.

그때 떨어지는 볼을 향해 누군가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뻥!

마치 가죽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소니는 빠르게 달려들어 떨어지는 볼을 잡지 않고 그대로 논스톱으로 때렸다.

빨랫줄처럼 직선으로 날아간 볼!

맨시티의 골키퍼 산타나가 손도 대보지 못하고 골문을 갈랐다.

와아아아!

토트넘 홋스퍼 구장이 뒤흔들릴 정도로 큰 환호성이 터졌다.

토트넘 팬들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두 손을 마구 흔들었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소니의 시원한 발리슛 한 방에 모조리 날아가는 것 같았다.

“소니! 소니! 소니! 소니…….”

경기장은 그를 부르는 함성으로 뒤덮였다.

반대로 불의에 일격을 당한 맨시티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대한은 이런 모습에 살짝 놀랐다.

아니 조금은 부러움을 느꼈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필드에 나가 뛰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그의 때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천천히 몸을 풀며 조용히 칼을 갈았다.

삐익!

주심의 휘슬로 경기가 재개됐다.

한 골을 먹고 난 맨시티 선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맨시티가 괜히 강팀이 아니었다.

펩시 감독의 철저한 훈련 아래!

하나로 똘똘 뭉친 팀은 겨우 한 골에 무너질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와아아아!

5분도 지나지 않아 가브리엘의 패스를 받은 스털링이 멋진 터닝슛으로 토트넘의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경기장의 분위기는 활활 불타올랐다.

각자의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노랫소리와 함성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그만큼 맨시티와 토트넘 선수들의 플레이도 빨라졌다.

와아아아!

그때 소니의 기습적인 돌파 뒤에 킬패스가 터졌다.

케인은 그걸 놓치지 않고 잘도 주워 먹었다.

발 앞에 딱 떨어진 볼을 안쪽 발로 살짝 방향만 틀면 되는 아주 쉬운 볼이었다.

케인은 신나게 달려가 힘차게 주먹으로 허공에다 어퍼컷을 먹였다.

그 뒤로 소니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달려갔다.

토트넘 선수들은 이내 한 덩어리로 뭉쳐 골 세레모니를 했다.

그 모습이 마치 커다란 눈 덩어리가 굴러가는 것 같았다.

피식!

대한은 팀이 골을 먹었는데도 오히려 웃음을 흘렸다.

오늘 경기가 무척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가 다시 시작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동점 골이 터져버렸다.

뻥!

이번에는 토트넘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쪽에서 쏜 중거리 슛이었다.

가브리엘의 슛이 골키퍼의 펀칭에 맞고 나온 것을 데 브라위너가 과감하게 때려버린 것이다.

그의 발등에 정확히 걸린 볼은 총알처럼 날아가다가 아래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 그 위치가 야신이 와도 못 막는다는 골대 상단 모서리였다.

토트넘의 골키퍼 요리스는 골대 안으로 들어가 볼을 가지고 나오면서 좌우로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와아아아!

경기장 한쪽이 들썩거렸다.

이번에는 맨시티에서 원정을 온 팬들이 좋아서 마구 뛰어대는 것이다.

경기장은 이렇게 두 골씩 주고받는 사이!

자연스럽게 과열되고 있었다.

다행히 이런 사태를 예상한 경찰들의 움직임에 불상사로 번지지는 않았다.

삐익!

주심의 휘슬로 전반전이 끝났다.

대한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하고 시계를 봤다.

정말 45분이 다 지나가 있었다.

그는 펩시 감독을 따라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사내들이 45분간 잔디 위를 뛰어다녀서 그런지.

땀 냄새가 아주 지독했다.

하지만 라커룸 안에 누구 하나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들 수고했다. 동점으로 전반전을 끝냈으니 이제 후반전은 우리가 가져간다.”

“와아아아!”

도발적인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펩시 감독은 그 모습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대한을 바라봤다.

“후반전은 가브리엘이 나오고 대한이 들어간다.”

가브리엘은 살짝 고개를 숙였고 마레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수들은 다들 펩시 감독이 한 선수교체의 의미를 빠르게 이해했다.

비교적 체력이 약한 가브리엘을 빼고 강철 체력의 대명사!

대한을 투입한 것은 절로 기대감을 부풀리게 했다.

하지만 펩시 감독은 경고성 발언도 잊지 않았다.

“마레즈, 기회가 나오면 과감하게 돌파하거나 대한에게 패스해! 이건 무조건이야. 어렵다고 생각해도 턴오버하지 말고 대한을 믿고 볼을 투입해! 설사 실패해도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연습한 대로 밀어붙여!”

“네, 알겠습니다.”

마레즈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대한을 쳐다봤다.

펩시 감독이 이렇게까지 주문을 하는데 못하면 앞으로 선발출전은 그냥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최근에 엄청난 활약으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스털링과 경쟁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중앙의 키플레이어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역시 마레즈에게는 오른쪽 윙어가 제격이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에 들어올 수 있는 선수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눈앞에 서 있는 저 동양인만 해도 스트라이커, 윙어 가리지 않고 다 잘 해내고 있는 멀티플레이다.

선수들은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고 바나나를 까먹었다.

대한은 먼저 밖으로 나가 아까보다 훨씬 강하게 몸을 풀었다.

그 모습에 경기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대한이 나온다.”

“후반전에 대한을 넣을 건가 봐!”

“제길! 이렇게 되면 골치 아픈데.”

“케인이 잘해줘야 할 텐데.”

“케인은 개뿔! 솔직히 이럴 때는 소니가 답이야.”

토트넘 팬들은 대한을 바라보면 근심이 가득했다.

지난 시즌, 그가 얼마나 엄청난 활약을 했던가!

득점과 공격포인트 양쪽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선수다.

남의 일이라고 구경할 때는 좋았다.

그런데 막상 그 선수가 상대 팀의 공격수로 나오려 하자 절로 긴장이 됐다.

하지만 우는 사람이 있으면 웃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예스, 드디어 대한이 나오는구나.”

“난 이 순간만 기다렸다.”

“스털링도 잘하고 데 브라위너도 잘하지만, 역시 골을 넣는 것은 대한이 최고야.”

“호오! 드디어 우리 40만 달러 주급선수가 등장하는 건가!”

“대한! 다 쓸어버려!”

토트넘 팬들과는 달리 맨시티 팬들은 다들 신이 났다.

안 그래도 강력한 맨시티 FC다.

그런데 거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프리미어리그의 득점기계!

대한이 합류했으니 얼마나 대단할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대조적인 관중의 분위기 가운데 드디어 후반전이 시작됐다.

삐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자 대한은 바로 토트넘의 진형을 넘어갔다.

그리고 약속했던 대로 볼이 날아왔다.

“막아!”

“달려!”

토트넘의 미드필더 윈크가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수비수 산체스와 알데르가 미친 듯이 달려갔다.

하지만 대한은 침착하게 떨어지는 볼을 발등으로 잡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는 골대를 한번 보고 그대로 슛을 했다.

뻥!

후반전이 시작된 지 채 1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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