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307화 (305/331)

307화 <대규모 지각변동>

안 그래도 중국은 인권이 전혀 없는 나라다.

CCTV와 안면인식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어디서 뭐를 하는지 다 감시하고 있었다.

뭐 공산주의 국가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그래서 기회의 땅이라며 중국에 투자하고 공장을 세웠다가.

다 털리고 빈털터리가 되어 몸만 빠져나온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사실 몸이라도 빠져나온 게 다행 아닐까 싶다.

장기가 털린 채 이름 모를 산과 바다에 버려진 이들도 꽤 될 것이다.

어쨌든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른 나라가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었다.

그런데 베트남이란 나라도 요새 배가 불렀는지 지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때, 한국인의 입국을 원천차단하는 악수를 뒀다.

대한민국 대기업의 투자와 한국인 축구 감독 때문에 꿀을 빨면서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것을 보면.

배반의 아이콘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래서 달걀을 절대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나 보다.

공산주의 국가이건 사회주의 국가이건.

자유가 없는 나라에 인권을 논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특히 중국공산당은 자국민의 모든 정보를 모아 인민을 감시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그런데도 다른 나라의 인권을 논하는 걸 보면 참 기가 막힌다.

대한은 이런 중국의 인권을 위해 큰일을 했다.

중국 인민의 사생활과 개인적인 정보가 담긴.

국가안전부와 공안부의 서버를 싹 태워버린 것이다.

중국의 민주화를 위해 해외에서 노력하는 단체들이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좋아서 길거리 행진을 하며 파티라도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쾌거에 대해 알지 못했다.

심지어 중국공산당은 당원들에게까지 비밀을 유지했다.

물론 대한도 분명히 백업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원한 중국의 우한에 있었는지는 처음 알았다.

“백업해놓은 게 이게 전부야?”

“물론 아니죠. 중국 인민 전체를 상대로 한 종합데이터 백업시스템은 몇 군데 없어요. 하지만 성(省)마다 데이터센터 여러 곳에 백업해놓았어요.”

“그러니까 그걸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전부 파괴해야 한다는 말이군.”

“네, 중국에 보낸 천사들은 일단 그것부터 해결하기로 했어요.”

엘라의 설명에 대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아는데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다.

중국을 여러 개로 잘게 쪼개려면 일단 민주화가 돼야 한다.

많은 사람의 의견이 동시에 분출되는 그 시점이야말로!

대륙의 각 민족과 종족들이 자신의 영토와 권리를 되찾는 순간이 될 것이다.

쿵 우르릉 쾅!

콰광 우르르르!

각 홀로그램에선 연신 건물이 무너지고 땅이 붕괴하는 장면이 나왔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충칭, 우한, 텐진, 포산, 둥관, 청두 등

내로라하는 중국의 대도시는 반드시 하나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날벼락을 맞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중국에 파견된 천사 대부분이 이에 관여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중국의 삼합회와 흑사회 같은 폭력조직을 털었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의 탈북자들을 전문적으로 납치 및 인신매매한 놈들을 추적해나갔다.

이들에겐 결코 자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서걱서걱!

탕 탕 탕 탕!

타타탕 타타타탕!

트르륵 트르르륵!

―으악!

―아악!

―크아악!

정보를 얻을 때를 제외하면.

대항하는 자들은 예외 없이 칼로 베고 총으로 쏴 죽였다.

팔다리가 잘리고 피가 튀고 뇌수가 쏟아지며 참혹한 비명이 종횡 난무하고 있었다.

얼마나 천사들의 행사가 가혹한지 독하게 마음을 먹고 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한의 눈살이 다 찌푸려질 정도였다.

의외로 엘라만 담담하게 홀로그램을 쳐다보고 있었다.

“중국의 천사들이 일을 아주 야무지게 처리하네.”

“저들이야말로 놈들의 행사가 어떤지 가장 잘 알기 때문이죠. 어설프게 손댔다가는 보복을 당하느니 다시는 기어오를 수 없도록 싹을 밟아버리는 거예요.”

엘라의 대답을 듣자 왜 저렇게 광분을 하는지 대충 이해가 갔다.

중국의 파견된 천사들도 예전에는 저런 자들과 붙어먹었던 놈들이다.

비록 가상현실을 통해 세뇌되고 다양한 제한에 개과천선을 했다지만 가지고 있는 기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들의 손속이 더욱 잔인하고 혹독한지도 몰랐다.

“명령을 어떻게 내렸지?”

“납치한 대한민국 국민과 노예로 팔려간 북한의 탈북자들을 찾으라고 했죠.”

“그런데 저건 뭐야?”

“방해하는 자나 세력은 철저히 응징하라고 했을 뿐이에요.”

역시 괜히 천사들이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쏴대는 게 아니었다.

철저히 응징하라는 말 때문이라도.

저렇게 피를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대한은 속으로 고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누군가는 치워야 할 쓰레기다.

그 일을 중국에 보낸 천사들이 하는 것뿐이다.

직접 죽이라고 하지도 않았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서 행하는 일이다.

내 손에 굳이 피를 묻히지도 않고.

세상을 정화할 좋은 기회를 굳이 나서서 망치고 싶지 않았다.

“저기 나오네요.”

“헐! 참 많기도 하네.”

대한은 홀로그램을 보며 혀를 찼다.

잠시나마 놈들을 불쌍히 여긴 것을 후회할 정도였다.

천사들과 그들이 이끄는 조직들에 의해 장기가 털리기 전에 구출된 납치된 한국인들.

노예로 팔려서 개돼지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으면 밤낮으로 마을의 사람들의 정액받이로 치욕을 겪어야 했던 탈북자들.

그런 자들이 하나둘씩 풀려날 때마다 기쁨과 함께 진한 자괴감이 들었다.

‘왜 더 빨리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이런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자신이 조금만 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아마 이들과 같은 불행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더 줄어들었을 것이다.

‘내가 지옥으로 가지 않으면 누가 가리!’

대한은 무협지에서 본 불경의 내용이 기억났다.

확실히 일벌백계로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게 맞다.

그러나 인구가 많아도 너무도 많은 중국이다.

어느 세월에 저들을 다 구출하고 인신매매 조직을 일망타진할지 솔직히 감도 잘 오지 않았다.

“어휴! 정말 갈 길이 멀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의 한숨 섞인 소리에 엘라가 즉시 반응했다.

“인신매매 조직 하나를 응징하는 일도 결코 쉬운 게 아니야. 그런데 마약밀매조직까지 더해진다면 이 일이 언제 다 끝날지 모르겠네.”

“그걸 굳이 우리가 다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럼? 공안을 이용할까?”

“그것도 좋은 방법 아니에요?”

대한은 잠시 생각을 해본 뒤, 바로 결정을 내렸다.

“일단 무엇을 이용하든 납치된 대한민국 국민과 노예로 팔려간 북한의 탈북자들을 서둘러 구출하자.”

“네, 알았어요. 그렇게 지시를 내릴게요. 다행히 천사 중에는 공산당 고위 당직자와 공안부 총경감도 있어요.”

“불행 중 다행이군.”

엘라의 밝은 긍정에너지에도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사실 이건 당연하다.

원래 천사들은 중국에서 힘깨나 있다는 자들이었다.

그러니 감히 대한의 가족과 코레그룹을 건드려볼 생각을 한 것이다.

자신이 없었다면 아마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엘라이기에.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에휴!”

대한은 한숨을 쉬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크게 숨을 들이켜고 애써 잡념을 털어버렸다.

과거야 어찌 됐든!

지금은 자신의 수족이 됐으니, 천사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엘라처럼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상황도 좀 살펴볼까요?”

“아니. 거긴 됐어. 군산복합체가 아니라면 대부분 백악관과 연방정부 그리고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자들이잖아.”

“네, 맞아요.”

“그들이 눈에 뜨일 만큼 큰 응징이 뭐가 있겠어? 다 소소한 개인 보복이나 응징이겠지.”

“그건 맞아요.”

대한은 그런 것까지 일일이 보고 싶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북한의 일이 더 궁금했다.

CIA의 숨겨진 안전가옥이 무너지는 모습을 뒤로하고 홀로그램들이 일제히 꺼졌다.

대신 새로운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북한 정권은 누가 차지했어?”

“3군단 출신의 총참모부 대좌였던 조성호가 정권을 장악했어요.”

“일개 대좌(大佐)가?”

엘라의 말에 그는 깜짝 놀랐다.

북한의 조선인민군 대좌라면 우리나라에서 대령급의 장교다.

그런데 기라성 같은 원수급(元帥級), 장령급(將領級) 별들을 다 제치고 좌관급(佐官級)의 대좌가 정권을 차지했다.

이런 일은 북한에서 있을 수도 없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대좌라니요. 이미 진급해서 조선인민군 차수예요.”

“차수라면 원수 바로 밑이잖아.”

“네, 맞아요.”

하긴 정권을 잡는 게 중요하지 그깟 계급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대좌가 장령급인 소장, 중장, 상장, 대장 같은 별들을 전부 제치고 원수급인 차수(次帥)가 된 것은 힘이 없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밀어준 사람 맞지?”

“물론이죠. 조만간 조선인민군 원수로 진급할 예정이고, 현재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같이 겸하고 있어요.”

“실질적인 북한의 최고 지도자네.”

“그런 셈이죠. 거기에다 이번에 교육받은 천사들을 통해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니 정권을 유지하는 게 큰 무리는 아닐 거예요.”

“그럼 조성호가 대세라는 것을 다들 금방 알아차리겠군.”

“맞아요. 그리고 이미 조성호에 의해 과거의 권력자들은 모조리 숙청됐어요.”

피의 숙청!

그동안 북한 정권의 실세들과 요직에 앉았던 자들이 엄청나게 갈려 나갔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다.

그로 인해 한동안 북한 전역은 은은한 공포에 물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 주범이 현재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조성호였다.

역시 권력은 피를 먹고 자라는 생물인가보다.

“배신할 위험은 없어?”

“전혀 없어요. 사실 조성호는 천사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에게 교육(?)을 받은 자였어요.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교육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강조하는 엘라였다.

“그래도 만일이라는 게 있잖아.”

“당연히 백업 플랜도 세워놨어요. 조성호 말고도 북한 정권을 이끌 자는 꽤 있어요. 정 급하면 천사들을 내세워도 되고요.”

“아!”

생각해보니 이제 나름대로 인적자원이 꽤 됐다.

그것도 철저히 우리 입맛대로 준비된 자들이다.

이제 남은 것은 남북한이 만나서 종전을 하는 일이다.

그런 다음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체제로 통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휴전선을 허물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새로운 국경으로 정해야 한다.

당연히 북한으로 대한민국 육군의 기갑부대도 올려보내는 것이 좋다.

통일은 중국의 방해가 있으면 무척 힘들다.

그러니 지금 같이 권력투쟁을 벌이느라 중국이 정신없을 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빠르게 통일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종전선언은 언제쯤 가능한 거야?”

“그거야 비밀리에 남북의 전권대사가 만나서 의논을 해봐야죠.”

“그러니까 양쪽에서 언제 만나게 할 거냐고?”

“이미 접촉은 시작됐어요. 다만 아직 합의하는 과정이라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이에요.”

“적당히 양보할 거 서로 양보하게 해서 빨리 해치우자.”

“네, 알았어요.”

심각하게 말하는 대한의 태도에 엘라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녀도 한국인이 얼마나 통일문제에 대해 민감한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말은 대한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편, 대한과 엘라가 이렇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은 온갖 사건·사고가 그치지 않았다.

일본 총리가 미모의 여비서와 섹스를 하는 장면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자민당 차기 대권 주자로 주가를 날리고 있는 중의원 하나가 미국 대통령을 찰지게 욕하는 모습이 찍힌 비디오가 인터넷에 유포되어 큰 파문이 일었다.

자민당 원로들이 탄 비행기가 추락해 전원이 사망했다.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의 각 성(省)의 지방 정부청사와 건물들이 무너져내렸다.

중국공산당 고위 당직자가 온갖 비리와 부정축재로 모은 천문학적인 재산이 적나라하게 밝혀져 대륙이 들끓었다.

대한민국 영해로 들어오던 중국의 대규모 어선군단이 강풍과 풍랑에 의해 무더기로 침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도 구조를 위해 급하게 다가오는 해경을 막고 공격해서 상해를 입혔다.

그 소식에 급히 해군 함정이 출동하자 중국 해군도 구축함을 보내 한때 긴장감이 고조됐다.

미국 CIA 본부에 불이 나서 건물 일부가 붕괴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수뇌들이 갑작스럽게 경질되면서 대거 교체됐다.

미국 대통령이 과거에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여자와 만나 합의를 하는 과정이 담긴 비디오가 유포되어 백악관 침실에서 쫓겨나면서 개망신을 당했다.

러시아의 군용기가 또다시 독도 영공을 무단 침범하려다가 긴급출동한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에 기총사격을 받았다.

놀란 러시아 군용기는 급히 기수를 돌렸고, 외무부는 러시아 대사를 불러들여 강하게 항의했다.

프랑스 정보국의 휴민트 정보가 노출되어 급히 사이트를 폐쇄하느라 난리가 났다.

하지만 이미 다운로드 건수가 수천 건이라 엎질러진 물이 됐다.

이로 인해 프랑스가 오랫동안 수많은 자금을 투입해 공들여 만든 전 세계의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망이 한순간에 붕괴했다.

이 모든 일이 천사(1004)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었다.

바야흐로, 한반도를 기점으로 전 세계가 대규모 지각변동에 휩싸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