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화 <만인의 연인>
여기가 어딜까?
혹시 지상낙원!
아니면 말로만 듣던 하렘(harem)?
첨벙첨벙!
수영장의 온천수가 튀고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풍만하면서도 탄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나신들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굴곡진 선과 라인의 조화가 예술이었다.
“우와!”
대한은 입을 떡 벌린 채 풀을 향해 걸어갔다.
여자들은 형광 색상의 공을 가지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엘라의 터질 것 같은 과육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수면을 강타했다.
그의 눈동자가 자신도 모르게 덩달아 상하로 운동을 했다.
모니카도 지지 않고 공을 잡아 힘껏 던졌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공보다 그녀의 것이 더 커 보였다.
에바는 그 자체로 넘사벽이었다.
마치 류연을 연상시키는 폭발적인 미드!
그것은 이미 지구의 물리법칙을 벗어나 도도하게 하늘을 향해 고개를 바짝 치켜들고 있었다.
파도처럼 흔들리는 유혹적인 살덩어리들의 물결!
이건 그야말로 사나이의 가슴에 불을 댕기며 불끈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이거 뭐야?”
“에이, 뭐긴 뭐에요? 그냥 노는 거지.”
“유럽에서는 오히려 이게 더 자연스러워.”
엘라의 말에 이어 모니카가 결정타를 날렸다.
대한은 그 한마디 말에 그만 입을 꾹 다물고야 말았다.
이렇게 노는 게 좋다는데, 굳이 그걸 뜯어말릴 미친(?) 이유가 있을까?
NO! Nope! Never! Ever!
속으로 떠오르는 영어 단어들을 흘리며 그는 얌전히 풀 안으로 들어갔다.
온천수라서 그런지 확실히 차갑기보다는 따뜻했다.
들어가자마자 왠지 몸이 확 풀리며 노곤한 기분이 났다.
쪽!
그의 입술에 모니카가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러면서도 그놈의 손길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빠!”
“마스터!”
그런데 대한에게 달라붙은 것은 비단 모니카만이 아니었다.
꿀꺽!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삼면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유혹!
그는 잠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만 껌뻑거렸다.
아니 자기들이 무슨 삼총사도 아니고 왜 갑자기 이렇게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같이 공놀이할까?”
대한은 어색한 표정으로 마음에도 없는 소릴 했다.
찰싹!
엘라가 물속에서 그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물론 전혀 아프지 않았다.
다만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조금 놀랐을 뿐이다.
“얘들처럼 무슨 공놀이야.”
“아니, 조금 전까지……. 흐읍!”
“나이를 먹었으면 그것에 맞게 놀아야지.”
모니카는 대놓고 대한을 타박했다.
그는 급히 변명하다가 그만 강제로 입이 막혔다.
엘라가 대한의 얼굴을 돌려 진하게 키스를 한 것이다.
에바는 그 순간 그의 몸을 번쩍 안아 들었다.
물속인 데다 워낙 힘이 좋아서 대한뿐만 아니라 엘라와 모니카까지 딸려 같이 움직였다.
‘에라! 이젠 나도 모르겠다.’
놀이를 시작한 이들의 옆으로 퐁퐁 솟구치는 온천수의 물결이 찰랑거렸다.
생기발랄한 오후!
경기도 파주에 있는 어느 풀장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 * *
[위대한 과학의 승리! 방사성폐기물 처리법 개발!]
[코레에너지, 방사성폐기물 소멸 및 중화 상용화 단계라고 밝혀!]
[코레에너지, 방사성폐기물 처리사업 시작!]
[정부, 코레에너지와 계약을 맺고 원전폐기물 본격 처리.]
[인류는 방사능 오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본 원자력위원회 위원들 비밀리에 입국 후 출국.]
[한 해 수조 원에 이르는 세계 방사성폐기물 처리사업 독식 가능!]
[코레에너지 대형사고를 치다!]
[방사성폐기물 소멸 및 중화 사업,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미·일·러·중 잇따라 코레에너지에 러브콜!]
[이대한, 코레에너지로 초대박을 터트리다.]
[1인 재벌 이대한, 코레에너지의 대주주!]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뉴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코레그룹의 코레에너지가 방사성폐기물 소멸 및 중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다들 처음에는 그냥 뜬 소문이라고 생각했다.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라면 몰라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처리할 방법조차 알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이 불편한 진실에 아주 곤혹스러워한다.
각국은 당장 저렴한 비용의 에너지를 쓰기 위해!
반감기가 수백, 수천 년이 걸리는 방사성폐기물을 후손들에게 마구 싸질러대고 있었다.
소멸과 폐기는 엄두도 못 낸다.
아니, 방법조차 모른다.
그나마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매년 수백억에서 수천억을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각국의 정부는 물론이고 연구소와 원전 관계자들은 모두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이걸 세상에 제대로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원전 마피아들은 자기들의 밥그릇을 위해 오히려 정보를 은폐하기 바쁘다.
게다가 되지도 않는 파이로프로세싱 떡밥으로 혼란을 부추기는 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코레에너지가 보기 좋게 일을 냈다.
방사성폐기물 소멸 및 중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아니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사업이었다.
단순히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아닌 소멸과 중화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게다가 이건 정부에서 정식으로 인가까지 받은 사업이었다.
이런 소식이 퍼지자 제일 먼저 환경단체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동시에 정말인지 직접 확인을 하려고 들었다.
신기하게도, 정부는 미리 준비라도 한 것처럼 테스트 자료와 실험 동영상까지 즉시 배포했다.
이것으로 방사성폐기물 소멸 및 중화가 실제라는 것이 밝혀지자!
그때부터 코레그룹과 코레에너지의 이름은 전 세계의 매스컴에 끊이지 않고 노출됐다.
그와 더불어 유일하게 알려진 코레그룹의 대주주 이대한의 이름도 동시에 떡상해버렸다.
물론 본인은 별로 그 사실을 반기거나 즐거워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로 인해 ‘코레’라는 이름이 점차 대한민국 국민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국민 머릿속에 깊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코레그룹과 관련된 뉴스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정부, 나노셀을 정식 의료기기로 허가!]
[기적의 시술, 나노셀로 의료계의 혁명이 시작되다!]
[나노셀을 개발한 회사는 코레메디컬!]
[코레그룹의 자회사 코레메디컬, 나노셀로 의료 신기원 이룩!]
[동티모르 병원, 나노셀 시술로 대박!]
[나노셀은 부작용 없는 기적의 시술이다.]
[정부, 폐업위기에 놓인 지방병원을 나노셀 운영 지정병원으로 결정.]
[대도시 대형병원과 대학병원 정부의 방침에 일제히 반발!]
[코레메디컬, 정부의 정책대로 할 것이라고 밝혀!]
[나노셀 시술은 어차피 입원이 필요하다. 지방병원의 기사회생!]
[전 세계 의료법인 코레메디컬에 러브콜!]
[나노셀 수출은 없다. 오직 국내 한정.]
[코레메디컬, 국내 수요를 채우면 수출 생각!]
[동티모르 나노셀 시술 병원, 예약이 2년이나 밀려있다.]
[나노셀은 성형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해외의 병자들 대한민국으로 순례를 온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코레메디컬의 나노셀!]
[나노셀 경제유발 효과, 한 해 100조 원.]
[의료계는 불편하다. 도시와 지방을 차별하는 정부의 불공정 정책!]
드디어 나노셀이 터졌다.
정부에서 정식으로 인가를 하자마자 동티모르의 나노셀 시술 병원의 소식이 국내에 뿌려졌다.
화상으로 얼굴이 괴물로 변한 사람이 멀쩡한 얼굴로 돌아왔다.
폐암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사람이 완치됐다.
연골이 거의 닳아 없어진 운동선수가 나노셀 시술을 받고 재기에 성공했다.
다 죽어가던 사우디의 국왕이 회춘한 모습으로 매스컴에 나타났다.
성형중독으로 얼굴이 호빵처럼 된 여자가 미녀가 되어 나타났다.
주름이 자글자글했던 할머니가 30년은 젊어진 피부 팽팽한 과거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이밖에도 나노셀 시술을 받고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당연히 전 세계적으로 나노셀 열풍, 아니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티모르의 나노셀 시술 병원은 이미 2년간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나노셀 시술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데 이때!
대한민국에서 나노셀을 의료기기로 정식 인가했다.
이제 나노셀 시술을 받으려면 대한민국으로 가면 된다.
눈치 빠른 외국인들은 서둘러 국내로 들어와 나노셀 지정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외국인 대부분은 예약조차 하기 힘들었다.
나노셀 지정병원이 된 전국의 24개 지방병원!
이미 1년 동안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나노셀 시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과 환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특히 나노셀 시술 지정에서 애초에 배제된 대도시 의료법인들과 대학병원들이 이런 불만을 뒤에서 은밀히 부채질했다.
놀란 정부는 그제야 부랴부랴 나노셀 시술 지정병원 수를 늘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나노셀 제조업체인 코레메디컬에서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나노셀 생산량은 그렇게 마구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해명이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나노셀의 주가는 더는 오를 수 없는 곳까지 떡상하고 말았다.
가격도 절대 만만치 않은 나노셀 시술!
그러나 이미 시술비용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여기에 성형수술 대신 나노셀 시술을 선택한 여자들의 치맛바람이 더해져 광풍이 불었다.
덕분에 코레메디컬만 돈을 갈퀴로 쓸어 담는 중이었다.
이 사태는 곧바로 이대한에 대한 평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코레그룹의 초창기에 투자했다는 이대한!
현재 무서운 기세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코레그룹에다 자회사들까지 이렇게 연속으로 대박을 터트려대니 그의 인기가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데이트하고 싶은 남자 1위 이대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귀고 싶은 남자 1위 이대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남자 1위 이대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자 1위 이대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 이대한!]
대한민국에서 여자들이 가장 원하는 남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이대한이었다.
그런데 비단 ‘대한민국’만이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데이트하고 싶은 남자 1위 이대한!]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 1위 이대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1위 이대한!]
[세계에서 가장 하고 싶은 남자 1위 이대한!]
[세계에서 가장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 이대한!]
싸이를 시작으로 BTS로 대한건아의 이름을 날리더니.
마침내 ‘이대한’이 전 세계의 모든 미남 배우들을 올킬해버리고 1위에 등극했다.
물론 여기에는 그가 가진 엄청난 재산과 최근에 대흥행에 성공한 ‘레전드 오브 포르낙스’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 프리미어리그의 최강 공격수라는 점도 한몫했다.
거기에다 그의 연인이라고 알려진 미녀들의 인터뷰를 통해 온갖 칭찬까지 쏟아졌다.
그러자 여자들의 환상과 허영이 겹치고 부풀려져 그는 저절로 환상적이고 완벽한 남자의 이미지가 쌓여버렸다.
더 이상 대한은 대한민국 여자들만의 완소남자가 될 수 없었다.
이제는 세계가 원하는 만인의 연인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이대한은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