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91화 (331/331)

291화 <대흥행>

‘로터리 그룹과 한양그룹은 어떻게 됐어?’

―지주회사들의 지분 확보에 관한 질문이죠?

‘당연하지. 그게 아니면 내가 왜 물어보겠어.’

―현재까지 로터리 그룹은 45%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한양그룹은 39%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51%를 넘지 못했네.’

―국민연금 같은, 남은 대주주를 협박하거나 물리적으로 뺏어오지 않는 이상 지분을 더 확보하는 건 어렵습니다. 지금도 일본 쪽의 지분을 온전히 인수했기에 이만큼 확보할 수 있었던 겁니다.

대한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엘라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는 그녀의 유혹적인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

부드럽고도 달콤한 그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대한은 입술을 떼고 눈을 감은 다음 몸을 의자에 깊숙이 기댔다.

그러자 엘라도 그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더니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방법을 좀 바꿔야겠어.’

―제가 생각하는 그 방법으로요?

‘에바가 뭘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데?’

―뻔한 거 아닙니까? 대주주가 되어 이사를 선임하고 두 그룹의 각종 경영자료를 실사한 다음, 그동안 저지른 경영진의 잘못을 파헤쳐서 대표이사를 경질하는 거죠.

‘헉! 어떻게 알았지?’

―마스터의 패턴은 이미 저에게 완전히 읽혔습니다.

‘흥, 이거 너무 건방진데.’

―제가 너무 잘나서 죄송합니다.

대한은 에바와 농담을 섞어가며 빠르게 대화를 나눴다.

‘국민연금은 설득할 수 있지.’

―물론입니다. 이미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제 마스터께서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로터리 그룹과 한양그룹을 접수할 수 있습니다.

톡톡톡!

그는 잠시 손가락으로 창문을 두드렸다.

결정을 내리기만 하면 재계 순위 5위의 로터리 그룹과 13위의 한양그룹이 자신의 손에 들어온다.

두 그룹을 인수·합병만 해도 당장 재계 순위 5위 안에 들어갈 것이다.

이미 괄목할만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코레그룹에 통합이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이 될 수 있다.

아니, 그걸 넘어선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도 가능했다.

대한은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느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로터리 그룹과 한양그룹의 인수합병을 시작해!’

―네, 마스터.

‘되도록 대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전부 인수하도록 해.’

―적극적으로요?

‘응, 적극적으로.’

―알겠습니다. 최소한 51%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적극적이라는 말 속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아마 에바는 지금부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선에서 대주주들을 하나씩 차례로 무너뜨리고 공략해나갈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계를 강타할 거대한 충격은 이렇게 강남대로를 질주하는 차 안에서 조용하게 시작됐다.

* * *

[‘레전드 오브 포르낙스’ 천만 관객 돌파!]

[이대한 선수 이제는 세계적인 영화배우로 우뚝.]

[온라인 게임 ‘포르낙스 : 위대한 서막’ 접속자 천만 돌파!]

[포르낙스 게임의 홍보모델이 된 이대한!]

[로터리 그룹 회장 경질! 충격의 경영진 교체!]

[한양그룹 지주회사 사모펀드에서 경영권 확보!]

[로터리와 한양! 인수·합병되나!]

[재계 지각변동의 시발점은 ‘코레그룹’]

[‘레전드 오브 포르낙스 2’ 전격 출시!]

[‘레전드 오브 포르낙스 2’ 첫날 시청자 수 3백만.]

[레오포 1, 2 흥행 쌍글이로 이대한 돈방석에 앉는다.]

[온라인 게임 ‘포르낙스’ 오픈 한 달 만에 확장판 전격 출시!]

[온라인 게임 ‘포르낙스 : 바벨 전투’ 확장판 다운로드 열풍!]

[대한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있다.]

[코레, 영화와 게임 양쪽에서 대성공!]

[이대한은 코레엔터와 코레게임의 대주주!]

[이미 재벌의 반열에 오른 이대한의 재력!]

[천억 대박 터트린 이대한, 그의 연인들!]

지난 한 달 동안 영화계와 게임업계 양쪽을 뒤흔든 대흥행으로 인해 매스컴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자고 일어나면 수십만의 관객과 접속자 수가 늘어났다.

도대체 언제 어디에서 찍고 만들었는지 지금도 하루가 멀다고 늘어가는 관객 수다.

그런데 전편의 열기도 식기 전!

‘레전드 오브 포르낙스’의 후속편인 ‘레전드 오브 포르낙스 2’가 전격 출시됐다.

첫날 네오플릭스 집계, 3백만을 가뿐하게 기록한 레오포 2탄.

전편의 흥행기록을 무서운 속도로 갈아치우고 있었다.

거기에다 온라인 게임 ‘포르낙스’는 확장판이 출시됐다.

‘포르낙스 : 바벨 전투’는 천만 유저의 열정적인 환영을 받으며 대성공을 거뒀다.

무엇보다 확장판은 공짜가 아니었다.

확장판을 즐기려면 다운로드 당 20달러를 내야 했다.

그런데도 포르낙스의 유저들은 조금도 돈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2만 원이 조금 넘는 합리적인 가격 때문일까?

그보다는 확장판이 보여준 놀라운 신세계와 다양한 콘텐츠들이 게이머들을 매료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도 확장판을 두고 돈이 아깝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아직 확장판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미 포르낙스 유저의 50%가 확장판을 깔았다.

덕분에 코레게임은 확장판 하나로 당장 1억 달러의 현금을 챙길 수 있었다.

이 소식에 다들 코레엔터와 코레게임의 주식을 사려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코레엔터와 코레게임의 주식을 살 수 없었다.

두 회사는 코레그룹의 자회사로 상장을 하지 않은 기업이었다.

‘이대한을 잡아라!’

‘코레엔터와 코레게임의 대주주는 이대한이다.’

‘이대한이 코레그룹의 키를 가지고 있다.’

‘이대한을 잡는 자, 영화와 게임업계를 지배한다.’

항간에는 이처럼 아주 이상한 소문까지 퍼졌다.

누군가 일부러 부채질이라도 하는 듯.

다들 이대한의 행방을 수소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강남의 코레그룹 본사는 찾아오는 손님과 인터뷰 요청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대한과 연락을 하지 못했다.

코레그룹은 그저 모르쇠로 일관했다.

손님은 받지 않고 인터뷰 요청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렇게 되자, 이대한을 보려면 프리미어리그로 가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

사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프리미어리그 개막식!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이목이 영국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 * *

경기도 포천.

“마스터!”

“올려!”

뻥!

넓은 축구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볼!

대한은 자로 잰듯한 최강철의 롱패스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퉁!

그는 자신의 앞으로 굴러오는 볼을 잡지 않고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골대를 향해 축구공을 강하게 찼다.

뻥!

대포알 같은 슛이 골대의 우측 구석을 향해 날아갔다.

이건 보나 마나 무조건 골이다.

툭! 데굴데굴!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골키퍼가 이걸 쳐냈다.

“야! 강성한, 너 자꾸 반칙할래?”

“저 반칙 안 했어요. 정확하게 힘 조절하고 있다고요.”

화가 나 소리치는 대한을 향해 강성한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대한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힘은 인간이 낼 수 있는 한계까지만 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체 시력과 반사신경을 비롯한 나머지는 그대로였다.

‘나도 오러를 쓸까?’

열이 받자 자신도 반칙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굳이 연습하는 의미가 무색해진다.

이건 볼 감각과 경기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하는 일이다.

판도라 상자를 열면, 그때부터는 전투로봇과 안드로이드를 동원해가며 얻으려는 목적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젠장!”

그래도 화가 나는 것까진 참을 수 없었다.

이 정도 슛이면 당연히 골이 나와줘야 한다.

그런데 강성한이 가진 동체 시력과 반응속도는 이미 인간의 한계를 훨씬 벗어나 있었다.

그래서 어지간한 중거리 슛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빠! 파이팅!”

“마스터! 파이팅!”

그때 대한의 기분을 풀어주는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벤치 앞에 치어리더 복을 입고 나란히 서 있는 여자들!

그들은 연신 대한을 향해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런데 하나 같이 쭉쭉빵빵한 글래머에 늘씬한 미녀들이었다.

그것도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백인 미녀들!

대한은 그녀들을 향해 가볍게 한 손을 들고 흔들어줬다.

“꺄악!”

“오빠! 파이팅!”

“마스터! 최고!”

세 여자는 그의 행동에 격렬하게 반응했다.

대한은 일부러 저런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엘라, 에바, 모니카!

이렇게 셋이서 헐벗은 치어리더 복을 입고 응원을 해대자 참 보기 좋았다.

남자라면 아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까 생각됐다.

“오레! 오레오레오 레!”

“슈퍼스타 대한! 멋지다. 대한!”

“대한 없이 나는 못살아! 정말 못살아!”

그런데 춤은 비슷하게 잘 맞춰서 추는데.

노래가, 아니 응원가가 영 꽝이었다.

각자 제멋대로 하고 싶은 데로 막 불렀다.

그러다 보니 어디서 국적도 없는 응원가가 필드 위에 울려 퍼졌다.

대한은 그 모습에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경기는 치어리더의 응원과는 상관없이 계속 진행됐다.

대한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필드 위를 야생마처럼 누비고 다녔다.

마침내 전후반 90분 연습 경기가 모두 끝났다.

결과는 대한이 들어간 청팀이 3:2로 승리를 거뒀다.

사실 이번 경기는 비긴 경기나 마찬가지다.

2:2로 팽팽한 대결 속에서.

그가 기습적으로 찬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승리는 요원한 일이었다.

“어휴!”

어쨌든 연습 경기라도 이기니 기분은 좋았다.

“오빠! 수고하셨어요.”

“마스터! 여기 물 가져왔습니다.”

“대한, 너무 멋졌어.”

세 개의 각기 다른 목소리가 그를 에워쌌다.

엘라는 수건으로 대한의 얼굴에서 땀을 닦았다.

에바는 시원한 물을 가져왔다.

모니카는 땀에 젖은 몸인데도 불구하고 뒤에서 포옹하며 자신의 풍만한 몸을 비볐다.

“이렇게 풀로 뛰는 경기는 오랜만이죠?”

“응, 그동안 꾸준히 연습은 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시합을 뛰는 것과는 차이가 좀 나네.”

대한은 물을 마시면서 엘라의 질문에 답했다.

“영국에는 언제 갈 거야?”

“조만간 가야지.”

“구단에서는 빨리 들어오라고 하지 않아?”

“아무래도 서로 발을 맞춰보라고 빨리 들어오라고 성화지. 하지만 계약한 대로라면 아직 시간은 충분해.”

모니카가 대놓고 관심을 드러냈다.

사실 개막식 전까지만 들어가면 된다.

계약서에 분명한 날짜까지 명시되어 있었다.

구단이나 감독이나 누구도 대한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강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건 대한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되도록 일주일 정도 일찍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저녁에는 저와 대련하는 거 아시죠?”

“응. 그런데 괜찮겠어?”

“뭐가요?”

대한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자 엘라는 오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

“나와 정식으로 대련하기에는 무리 아냐?”

“아이참! 별걱정을 다 하시네요. 전 오빠가 다치지 않을까 그게 더 걱정이에요.”

“뭐? 내가 다칠까 봐 걱정이라고! 그게 말이야 방귀야?”

아무리 놀아도 ‘배틀푸르나(SSS)’는 절대 거르지 않았다.

거의 매일, 하루도 잊지 않고 그동안 탄탈러스(SSS)와 크루세이더(SSS)를 연마했다.

비록 대련할 사람이 없어서 고생하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갓 태어난(?) 엘라에게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이제 세상에 나온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엘라가 ‘배틀푸르나’를 배웠으면 얼마나 배웠겠는가?

비록 그녀가 스파이럴 제국에게 무너진 옛 왕국의 비전 무공과 검법인 ‘나이로비’와 ‘사이러스’를 밤낮으로 연마했다지만.

자신을 상대하기엔 십 년은 이른 감이 있었다.

“지금 저 무시하는 거죠?”

“무시가 아니라 당연한 얘기를 하는 거야.”

“헐! 이거 살살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뭐라고? 푸하하하!”

엘라의 뻔한 도발에 대한은 대놓고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둘은 처음으로 서로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먼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때 모니카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우리,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만 들어가서 좀 씻자.”

“어? 아! 그래.”

대한은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모니카를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몸에서 나는 땀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오빠! 미안해요. 내가 괜히 붙잡고 있었나 봐요.”

덕분에 엘라의 표정이 바로 풀어졌다.

옆에서 에바까지 거들고 나섰다.

“마스터! 무지하게 찝찝하시겠습니다.”

“하하하! 괜찮아. 빨리 들어가서 씻으면 되지.”

대한은 엘라의 어깨를 살짝 잡고 말했다.

그러자 모니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기왕 샤워하는 거 우리 다 같이 온천탕에 들어가자.”

“앗! 거참 좋은 생각이에요.”

“나도 찬성!”

그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세 여자는 거의 동시에 손을 들고 찬성표, 아니 몰표를 던졌다.

그러자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대한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다 같이 지하 온천탕으로 가자.”

“거긴 수영장밖에 없는데.”

“지하 수영장 물이 온천수에요.”

“아!”

에바는 엘라의 오해를 바로 풀어줬다.

대한은 세 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건물로 들어갔다.

아무리 봐도 이건 별장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호텔이나 리조트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들은 이곳을 대한의 별장이라 부르고 있었다.

풍덩 풍덩 풍덩!

대한이 깨끗하게 몸을 씻고 있는 사이!

세 미녀는 벌써 수영장 겸 온천수로 뛰어들었다.

그도 재빠르게 샴푸와 린스를 마치고 샤워젤을 발라 거품을 냈다.

목욕타월로 깨끗하게 몸을 박박 닦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어냈다.

그리곤 사각 수영복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풀 겸 온천탕을 보니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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