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88화 (287/331)

288화 <즐거운 게임세상>

띠링 띠링!

―대륙 용병 피셔맨의 마을 지부에서 용병으로 등록하셨습니다.

―최하급 용병이 되셨습니다.

―이제 최하급 의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하급 의뢰 하나를 완료하면 승급 점수 1점을 얻습니다.

―승급 점수 30점을 채우면 하급 용병으로 승급하실 수 있습니다.

용병으로 등록했더니 허공에 안내문이 쫘르륵 쏟아지듯 떨어져 내렸다.

하나씩 읽어보고 옆으로 치우자 안내문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허공에 흩어졌다.

“어떤 것부터 할까?”

“각자 최하급 의뢰를 3개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 파티로 공유하면 6개가 되겠네요.”

“아! 그걸 다섯 번 돌면 승급이로군.”

그들은 먼저 보상이 가장 좋은 최하급 의뢰 3개를 각각 받았다.

둘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중에서 ‘고블린의 동굴’ 의뢰를 제일 먼저 하기로 했다.

받은 의뢰 중에서 보상이 제일 좋았기 때문이다.

“동화 한 개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빵 사야죠.”

“그렇지. 안 먹으면 죽겠지.”

둘은 식료품점으로 가서 거친 빵 하나씩을 사서 주머니에 넣었다.

색깔도 거무스레하고 엄청 딱딱했다.

나중에 목검이 부러지면 무기 대용으로 써도 좋을 것 같았다.

대한과 엘라는 마을의 북쪽 입구로 나와 ‘고블린의 동굴’로 향했다.

“아참! 스킬 트리 올려야죠.”

“그렇지.”

아직 젬이 없으니 스킬 트리부터 올리는 게 정석이다.

대한은 즉시 버튼을 눌러서 스킬 트리를 열었다.

허공에 거대한 스킬 트리가 툭 튀어나왔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수천 개의 스킬 버튼이 별빛처럼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건 정말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오네.”

“처음에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 압도당할 거예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친절한 스킬 트리 가이드가 있잖아.”

대한은 스킬 트리 한쪽의 가이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여러 개의 스킬 트리 예시가 나와 뱀처럼 꿈틀거리며 이어졌다.

그걸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엘라도 스킬 트리를 열어 자신의 스킬 트리를 확인했다.

“난 일단 생명력 보조를 올려야겠어.”

“전 민첩 보조를 올려야겠네요.”

다행히 스킬 트리의 스타팅 포인트는 몇 개 되지 않았다.

그래서 별 고민 없이 올릴 수 있었다.

밀리 베이스는 근력과 체력, 생명력과 물리 공격력을 타는 게 시작이다.

원거리 타격 베이스는 민첩과 속도, 정확도와 원거리 공격력 루트를 탄다.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그냥 몇 개의 샘플 가이드 스킬 트리를 무작정 따라 가면 된다.

둘은 그렇게 스킬 트리를 하나씩 올리고 산을 향해 걸어갔다.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둘은 금세 ‘고블린의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준비됐지?”

“예, 준비됐어요.”

둘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말만 동굴이지 안으로 들어가니 허공이 그냥 뻥 뚫려있었다.

카아학 카하악!

동굴 입구부터 고블린이 하나둘씩 쏟아져 나왔다.

휘익 퍽! 휘익 퍽!

퉁 쐐액 팍! 퉁 쐐액 팍!

대한은 가까이 다가온 고블린들을 목검으로 때려잡았다.

이름만 목검이지 거의 몽둥이 수준이었다.

그래서 베는 것이 아니라 패고 있었다.

엘라도 대나무 활을 가지고 대나무 화살을 부지런히 쐈다.

무장도 제대로 하지 않는 병든 고블린들이라서 그리 어렵진 않았다.

물론 그건 둘이 시작할 때부터 파티를 맺었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었다.

만약 혼자였다면 동굴을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한 놈씩 유인해서 처리해야 했을 것이다.

띠링 띠링!

―레벨업! 축하합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근력이 올랐습니다.

―체력이 올랐습니다.

―민첩이 올랐습니다.

―레벨업으로 스킬 포인트 1개를 얻으셨습니다.

―스킬 트리를 열어 스킬 빌드를 해보세요.

덕분에 둘은 빠르게 레벨업을 하고 스킬 트리를 찍을 수 있었다.

그만큼 빠르게 강해진다는 의미였다.

거기에다 부족하긴 하지만 고블린은 가끔 무기와 장비 그리고 결정적으로 젬을 떨어뜨렸다.

“아싸! 득템!”

“어머! 저도 나무 활을 얻었어요.”

대한은 ‘녹슨 철검’을 들고 좋아했다.

엘라는 ‘어설픈 나무 활’을 얻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어 ‘나무 조각 갑옷’을 하나씩 주워 나란히 장비했다.

“이제 젬을 붙일 차례야.”

“오빠는 검에 부착할 젬이 많아서 좋겠어요.”

“엘라도 아까 활에 붙일 젬 하나 얻었다면서.”

“전 당장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더블 샷’을 쓰는 수밖에.”

“그게 어디야. 나도 쓸만한 건 당장 ‘파워 스트라이크’와 ‘슬래시’ 뿐이라고.”

둘은 투덜거리면서도 각자 얻은 젬을 무기에 부착했다.

영롱하게 빛나는 젬은 녹슨 철검과 어설픈 나무 활에 찰떡처럼 달라붙었다.

순간 대한과 엘라의 캐릭터의 몸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이제 본격적인 사냥의 시작이군.”

“두고 보세요. 제가 금방 보우 마스터가 되는 것을 보여드릴 테니까.”

젬을 장착하고 나자 엘라의 자신감이 급격히 차올랐다.

스킬 트리와 젬의 능력을 이용해 그들은 지금과는 달리 시원시원하게 동굴을 클리어해나갔다.

띠링! 띠링!

“아싸! 레벨업이다.”

“벌써 전직렙이 됐어요.”

두 사람은 정신없이 고블린의 동굴을 클리어하고 나자 어느새 레벨 10이 되어있었다.

레벨 10부터 첫 번째 전직을 할 수 있었다.

이후로 30렙, 50렙, 70렙, 100렙에서 각각 전직이 가능했다.

“인제 그만 마을로 돌아가요.”

“그러자.”

둘은 고블린의 동굴에서 나와 마을을 향했다.

시간을 보니 대충 한 시간쯤 사냥을 한 것 같았다.

확실히 타격감과 몰입도가 좋아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게임을 했다.

덕분에 그들이 장비한 무기와 장비도 전보다 훨씬 상태가 좋아졌다.

무거운 철검, 원형 헬멧, 오래된 갑옷, 청동 방패, 질긴 가죽신 등

대한은 제법 그럴듯한 모습이 됐다.

엘라도 그에 못지않은 무기와 장비로 무장했다.

버드나무 활, 삼각모, 활 골무, 가벼운 가죽 갑옷, 가벼운 가죽신 등

이젠 누가 봐도 어엿한 궁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그들의 기를 팍 죽이는 사건이 터졌다.

바로 옆으로 한 쌍의 남녀가 깔깔대며 웃고 지나간 것이다.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마치 보란 듯이 그들의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곤 이내 쏜살같이 어디론가 달려갔다.

한눈에 봐도 그들은 멋진 무기와 눈부신 장비를 장착하고 있었다.

“저게 무슨 무기와 무슨 장비지?”

“에이, 저건 홈페이지 상점에서 파는 스타터 전용 서포트 팩 중 하나잖아요.”

“아! 그럼 저게 캐릭터를 예쁘고 멋지게 꾸며준다는 유료 아이템이로구나.”

“맞아요. 하지만 보기엔 그럴듯해도 무기와 장비의 성능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아요.”

“그런데도 저걸 벌써 산 사람들이 있었네.”

대한의 말에 엘라는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가 아니라 진즉에 샀어야죠.”

“뭐야? 그럼 엘라도 저걸 사고 싶었단 말이야?”

“당연하죠. 저야말로 최고급 서포트 팩을 사서 입고 다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올! 알았어. 당장 사줄게. 나가자.”

“헤헤! 고마워요.”

그녀는 언제 자신이 새초롬해졌었냐는 듯 환하게 피어올랐다.

그는 일단 마을로 돌아와 로그아웃했다.

홈페이지로 들어가 살펴보자…….

세상에!

온갖 종류의 다양한 서포트 패키지와 스킨들이 꼼꼼하게 갖춰져 있었다.

단돈 만 원짜리부터 비싼 것은 수백만 원을 호가했다.

“이거 왜 이렇게 비싸?”

“저건 유명 브랜드의 협찬을 받아서 제작한 거예요. 가격이 너무 비싸면 그냥 싼 거로 사주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에바의 눈빛은 전혀 달랐다.

제일 좋은 것을 사주지 않으면 당장 삐뚤어져 버릴 것 같이 무언의 엄포를 놓고 있었다.

대한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아크 엔젤 서포터 팩’을 샀다.

수백만 원 대의 명품 서포트 팩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것들을 제외하곤 가장 비싼 축에 들어가는 서포트 팩이었다.

“엘라! 이거면 됐지?”

“네, 고마워요. 안 그래도 이거로 샀으면 했는데 어떻게 제 마음을 알고 고르셨어요.”

엘라는 대한에게 서포트 팩을 선물 받자 연신 싱글벙글 웃음을 지었다.

“오빠는 이거 쓰세요.”

“어! 나 사주는 거야?”

“물론이죠.”

그녀는 보답이라며 ‘사자기사단 서포트 팩’을 사서 대한에게 선물했다.

자신이 사서 선물한 것보다 10만 원이나 더 비싼 고급 패키지였다.

물론 대한과 엘라는 모두 GM의 권한으로 최고급 서포트 팩을 공짜로 받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게임을 할 때는 철저히 게이머가 되기로 무언의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들은 서로에게 서포트 팩을 하나씩 선물하면서 즐거워했다.

당장 게임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유료아이템 창을 열어 서포트 팩을 적용시켰다.

그러자 아까와는 천양지차로 두 사람의 모습이 달라졌다.

삐까번쩍!

대한은 늠름한 사자기사단의 기사의 모습이었다.

엘라도 마치 천사가 하강한 듯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특히 그녀의 헐벗은 무장은 누가 봐도 눈이 즐거울 것만 같았다.

휘리릭!

엘라는 일부러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대한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행동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라! 너무 예쁘다. 확실히 서포트 팩을 적용하니 게임 분위기가 달라지네.”

“오빠도 아주 멋져요. 그런데 이거 좀 팔릴 것 같지 않아요?”

“음. 돈이 없는 사람이라도 만 원짜리 초보자 서포트 팩 하나는 사서 입힐 것 같아.”

예전의 감성으로 봤을 때!

아마 서포트 패키지는 잘 팔릴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심리가 있었다.

특히 그래픽이 뛰어난 이런 게임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상당히 중요하다.

더구나 게임은 스킬 트리와 젬 시스템을 제외하면.

여자들이 하기에도 별로 어렵지 않다.

친절한 가이드 시스템까지 있으니…….

정 모르겠다면 그냥 보기를 하나 골라서 따라서 하면 그만이었다.

“잡화점에 가서 잡템 좀 팔고 가요.”

“그래. 일단 정비 좀 하고 가자.”

뭐가 중요한지 몰라서 일단 떨어진 아이템은 전부 주워왔다.

하지만 잡화점에 가서 잡템을 전부 팔고 나자 그게 얼마나 미련한 짓이었는지 금세 밝혀졌다.

“23브론즈입니다.”

“네? 동화 23개라고요?”

엘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대한은 가만히 옆에 서서 미간을 찌푸렸다.

“100브론즈가 1실버지?”

“네, 100실버가 1골드에요.”

“100골드가 1다이아고.”

둘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무조건 의뢰를 해야겠어요.”

“맞아. 잡템 팔아서는 돈이 안 돼.”

그들은 곧바로 게임의 방향을 결정했다.

용병 길드에서 받은 ‘고블린의 동굴’ 성공보수가 각각 3실버였다.

대장간에 들러 무기와 장비를 바꾸려고 했을 때 확인한 가격대가 최하 실버다.

그런데 그 많은 잡템을 다 팔았는데도 1실버를 벌지 못했다.

이 말은 초반에 잡템을 팔아서는 무기 하나 제대로 살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용병 길드에서 의뢰나 받아서 해결해야 했다.

“일단 전직부터 하자.”

“네.”

둘은 ‘전사의 탑’과 ‘명예의 활 전당’에 가서 각각 전직했다.

대한은 ‘워리어’가 됐고 엘라는 ‘아처’가 됐다.

‘워리어’라는 타이틀은 힘과 체력을 보너스로 받았다.

‘아처’는 민첩과 넓은 시야를 보너스로 받았다.

그런데 이놈들이 전직 비용으로 각각 1실버씩 뜯어갔다.

돈이 없으면 전직도 못 하는 더러운 세상!

아니 게임 세상이었다.

“이거 너무 현실적인데.”

“그러게 말이에요. 게임 안에서도 황금만능주의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그래도 ‘가속’ 보조 젬 하나 받아서 다행이야.”

“전 액티브 스킬 젬인 ‘얼음 화살’을 받았어요.”

그나마 젬이라도 얻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좀 억울할뻔했다.

물론 이것도 전부 초반이니까 드는 생각이었다.

중반을 넘어서면 아마 1, 2 실버는 돈으로 취급하지 않을지 모른다.

대한과 엘라는 남은 돈으로 무기를 교체했다.

‘청동검’과 ‘소금나무 활’로 가성비가 괜찮아 보이는 무기였다.

장비도 바꾸고 싶었지만, 돈이 모자라서 포기했다.

아마래도 의뢰를 몇 번 더 해야만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빠! 저것 보세요.”

“오오! 대기업 광고가 걸려있네.”

무장을 정비하고 나온 그들은 신전의 옥상에 걸린 대기업 광고를 봤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마을을 가로지르는 대로 양쪽 곳곳에 광고가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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