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86화 (285/331)

286화 <일어나는 파장>

“지금부터 전 세계의 뉴스를 정리한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에바는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우며 말했다.

대한은 왼쪽부터 차례대로 하나씩 진중히 살펴봤다.

[기적의 마약 치료제! 효과가 입증되다!]

[나폴리는 지금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폴리의 카모라! 마약 치료제로 돈방석에 앉다.]

[카모라의 대모, 마피아를 변화시키다.]

[마약 치료제 드디어 유럽으로 수출!]

[카모라 독점 공급, 마약 치료제 제조원 코레메디컬!]

영국의 파이넷셜 타임즈, 프랑스의 피가로, 독일의 DW, 이탈리아의 코리 에르 델라 세라 등, 유럽의 유명 언론사들의 뉴스와 기사를 볼 때마다.

대한의 입꼬리가 절로 승천해 올랐다.

“모니카가 바쁜 이유를 알겠군.”

“그 정도가 아닙니다.”

에바의 말에 그의 시선이 슬쩍 옆으로 이동했다.

“마약 치료제의 파장이 지금 어마어마합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생겼죠. 저희가 마약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했는데, 입이 싼 마피아 놈들 때문에 그만 저렇게 코레메디컬이란 이름까지 떡 하니 들어간 기사가 나가버렸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코레메디컬에도 불똥이 튀었겠군.”

대한은 대충 짐작이 갔다.

하지만 그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유럽 각국의 정부와 제약회사는 물론이고 다국적 제약회사까지 코레메디컬 본사로 달려와서 당장 마약 치료제를 팔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하지만 마약 치료제는 모니카에게 독점으로 공급해주기로 하지 않았나?”

“정확히는 유럽 판매권만 주셨습니다. 그래도 앵무새처럼 그렇게 말하라고 직원들에게 시켰습니다. 문제는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헐!”

보지 않아도 보이는 듯했다.

그가 채 상상도 하기 전에 에바가 홀로그램 하나를 열었다.

거기엔 정장을 입은 이국의 남녀들이 하나 같이 핏대를 올리며 아우성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어쩐지 빌딩이 무척 낯이 익었다.

“저거 대한타워 같은데…….”

“맞아요. 지금 마스터가 있는 대한타워 1층의 모습이에요.”

“혹시 지금 이거 라이브로 보고 있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대한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펜트하우스는 이렇게 조용한데 1층은 마치 도떼기시장 같았다.

“이건 일부에 불과합니다. 나노셀에 관한 소문이 본격적으로 퍼져나가서 그런지 하루에도 수백 명이 문의해오고 있습니다.”

“정부에 떠넘기면 되잖아.”

“물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힘 좀 있다 싶은 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나노셀의 제조회사로 알려진 코레메디컬로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역시 보지 않아도 눈에 보이듯 선했다.

정부의 고위 관료나 국회의원, 대기업 임원 등

나름 방귀깨나 뀐다는 놈은 예외 없이 그 잘난 특권의식을 내세워 압박을 해오고 있었다.

에바가 새롭게 떠올린 홀로그램을 통해.

대한은 그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코레메디컬 직원들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는 부류여서 아주 상황이 난처하다고 합니다.”

“아니,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정부는 뭐 하고 있는 거야?”

“조만간 나노셀을 의료기기로 사용허가를 내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언제냐고?”

“날짜는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대충 한 달 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코레메디컬 직원들이 아마 개고생을 할 게 분명했다.

“어휴! 이곳도 슬슬 떠야겠다.”

“아무래도 그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뒀습니다.”

에바가 눈치껏 새로운 홀로그램을 띄웠다.

넓은 대지 중앙에 상아탑처럼 우뚝 세워진 하얀 건물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여긴 어디야?”

“경기도에 포천에 있는 마스터의 별장입니다.”

“저게 별장이라고? 무슨 호텔이나 콘도 리조트 같은데?”

“저곳에 온천이 나와서 전에 호텔 겸 리조트로 쓰던 것을 이번에 저희가 인수해서 마스터의 별장으로 개조했습니다.”

대한의 말에도 에바는 꿋꿋하게 별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규모가 별장이 아니었다.

호텔이면 몰라도.

“그리고 이건 경기도 양평에 있는 별장입니다.”

“별장이 하나가 아니었어?”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십니까? 마스터 같은 거부가 국내에 별장을 하나만 소유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너무 짜게 굴어도 욕먹습니다.”

감정 표현이 어눌해졌다고 엘라가 말했던 게 기억났다.

그런데 은근히 까대는 기능은 온전히 작동하는 모양이었다.

“에바! 너 지금 내가 짠돌이라고 놀리는 거지?”

“그럴 리가 있습니다. 당연히 아니죠.”

에바는 대한이 발끈하자 바로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얼른 허공에 홀로그램들을 터트리듯 열었다.

“이것은 대한민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산재한 마스터의 별장입니다.”

“도대체 이게 몇 개야?”

“물론 대부분 마스터의 이름으로 매입하지는 않았습니다. 세금이나 보안 문제가 있어서요. 그래도 마스터의 소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럼 일단 포천에 있는 별장으로 한번 가보자.”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간에 저게 전부 자신의 별장이라니 한번 가보고 싶었다.

마침 1층에 그 난리가 벌어진 것을 알게 됐다.

이미 대한타워 1층은 외국인들로 점령당한 모양새.

그걸 것을 깨닫자 대한타워 펜트하우스에서 편하게 지내기는 이제 글러 먹었다고 판단했다.

“사실 보안을 위해 내일부터 거처를 옮기자고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보안이라니?”

“아까 보신 것은 약과에 불과합니다. 더한 놈들은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비롯한 다국적기업들입니다. 그에 더해 각국의 정보기관이 코레디펜스의 정보를 캐기 위해 벌떼처럼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거 혹시 비호복합과 레드벡에 레이저건을 달아서 판 것 때문에 그래?”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게 가장 큰 이유가 되긴 했죠.”

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에 판매되고 있는 코레디펜스의 레이저건의 파장도 엄청났다.

이걸 적당히 응용하면 일정한 지역의 방공망을 책임질 수 있다.

대공미사일 베이스로 한 미사일방공망을 능가하는 조밀한 방공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챈 것이다.

“대한민국의 한국빔형방어체제 완성을 위해 잠시 뜸을 들여놓았더니 이런 사단이 일어났군.”

“굳이 말은 안 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러시아 등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가 혹시 레이저건 베이스로 이루어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눈치 한번 더럽게 빠르군.”

“저희가 틈을 많이 내준 잘못도 있습니다.”

하긴 대놓고 시연을 보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거기에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한 비호복합과 레드벡 레이저건 때문에 소문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당장 경기도 별장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네.”

“그렇습니다. 되도록 마스터의 부모님도 같이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건 내가 전화해서 한번 물어볼게.”

대한은 에바의 조언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당장 전화를 걸어 부모님에게 경기도에 있는 별장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두 분은 지금 계시는 곳이 마음에 드시는지 떠나고 싶지 않아 하셨다.

스마트폰의 통화종료를 누른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안 가신단다.”

“그럼 경호 등급을 격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도 철통같이 삼엄한 경호를 하고 있는데 이것보다 더하겠다고?”

놀란 눈으로 보는 대한을 향해 에바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둘은 눈싸움을 하듯 서로의 눈을 노려봤다.

하지만 애초에 그가 에바랑 눈싸움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슬쩍 시선을 돌리자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스터의 부모님이십니다. 귀찮은 게 낫지 불상사가 생기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래. 알았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지.”

“감사합니다. 마스터.”

에바는 대한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모습에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인사를 해야 하는 사람은 대한이었다.

그의 부모님의 경호를 위해서니 당연히 인사를 해도 대한이 해야 맞다.

“오빠! 잠시 쉬었다가 해요.”

“그럴까?”

적절한 타이밍에 엘라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언제 준비했는지 각종 과일을 가져왔다.

대한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입만 벌렸다.

엘라는 그런 그에게 부지런히 포크를 움직여 과일을 먹였다.

과일을 다 먹자 이번에는 아이스크림을 가져왔다.

그런데 토핑으로 싱싱한 블루베리를 얹어놓았다.

엘라가 한 숟가락 크게 떠주자 대한은 재빨리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

“이거 아주 맛있다. 어디서 났어?”

“저희가 직접 키운 블루베리에요.”

“농장이라도 인수했어?”

“아니요. 히릭스에서 수경재배한 거예요.”

“오오!”

히릭스에 수경재배 시설이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가보지는 않았다.

지구에 널린 게 농장인데 굳이 우주에서 키우는 것을 먹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맛을 보니 아주 별미였다.

“지금까지 먹어본 블루베리 중에서 가장 크고 단 것 같아.”

“새로운 품종으로 개발한 것인데 적당히 당도를 조절했어요.”

엘라는 대한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자 상당히 좋아했다.

나름대로 수경재배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물론 대한은 속으로 땅에서 난 것을 먹는 게 더 몸에 좋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오빠! 우리 영화 봐요.”

“갑자기 무슨 영화?”

뜬금없는 엘라의 말에 대한은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녀가 말하는 영화는 다름 아닌 ‘레전드 오브 포르낙스’였다.

“오빠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말이에요.”

“올! 벌써 마스터 필름이 나왔어?”

“네, 저번에 지적했던 거 이번에 싹 고쳐서 인터넷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 업체인 네오플릭스에 넘겼어요.”

“그게 오늘 나오는 거야?”

“예, 바로 오늘 출시에요.”

대한은 에바가 만들어온 영화를 몇 차례 확인했다.

엄청난 스케일과 환상적인 배경!

무엇보다 놀라운 현실감에 몰입감이 대단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볼트 행성의 가상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영화를 지구의 현실에 맞추다 보니 약간 이상한 장면이 몇 군데 보였다.

이것만 고치면 출시해도 되겠다는 말에 에바가 곧바로 수정해서 내보낸 모양이었다.

“영화 보시고 나면 게임도 확인하세요.”

“게임?”

“포르낙스 말이에요. ‘제1장 그 위대한 서막’ 편이 곧 출시돼요.”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네.”

참 시간이 빨리도 간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른 것은 에바였다.

볼트 행성 최고의 히트작인 게임을 어느새 지구 현실에 맞게 바꿔놓았다.

그걸 가지고 벌써 베타테스트와 오픈베타까지 진행했다.

그리고 오늘!

오직 온라인으로만 할 수 있는 ‘포르낙스 : 그 위대한 서막’ 편이 출시된단다.

“자! 어서 이리로 오세요.”

엘라가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둘은 사무실에서 나와 거실로 갔다.

소파에 나란히 앉자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동시에 펜트하우스의 벽이 검게 변했다.

에바는 리모트 컨트롤을 들어 대형 LED 벽걸이 TV를 틀었다.

홀로그램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정확한 평가를 하기 힘들었다.

따란!

인터넷을 통해 네오플리스 홈페이지로 이동했다.

화면 가득 대한과 모니카의 얼굴이 채워져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신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라니…….

아무리 노력해도 묘한 이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한 달 결제를 하고 ‘레전드 오브 포르낙스’ 영화를 클릭했다.

한쪽에는 이 영화를 본 시청자 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벌써 수만 명이 조회했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무섭게 숫자가 올라가고 있었다.

“반응이 그리 나쁘지는 않네.”

“오빠! 반드시 대박 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응, 알았어.”

둘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마침내 영화가 시작됐다.

처음은 대한과 모니카가 우연히 만나는 장면이었다.

대한과 엘라는 그때부터 정신을 집중해 영화를 시청했다.

에바가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전에 봤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세련되게 편집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보는 두 사람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었다.

중간에 누군가 그들을 위해 팝콘과 콜라를 가져왔다.

그는 굳이 시선을 돌려 누군지 확인하려 들지 않았다.

다만 부지런히 손을 가져가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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