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82화 (281/331)

282화 <엘라>

설왕설래가 이어지자 둘의 몸은 더욱 달아올랐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의 두 손이 용감하게 탐험을 시작했다.

엘라가 입고 있는 것은 처음 보는 특이한 디자인의 부드러운 질감의 옷이었다.

하지만 용케 틈을 찾아서 안으로 파고들었다.

하나는 위로 다른 하나는 아래로 내려갔다.

도저히 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부드럽고 풍만한 가슴.

도저히 한 손으로 쥘 수 없는 탱탱한 애플 힙.

대한은 양쪽에서 곤란한 상황을 맞이했다.

그래도 좋다고 욕심껏 손에 착 달라붙는 기분 좋은 촉감을 만끽했다.

“아아!”

그녀에게서 절로 달착지근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대한은 오히려 정신이 번쩍 났다.

‘아니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깨닫곤 깜짝 놀랐다.

스스로 절대 자제력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자제력이 0으로 떨어진 사람 같았다.

‘나는 그렇다 치고, 엘라는 또 왜 이렇게 받아주고 있는 건데.’

대한도 대한이었지만 상대방인 엘라의 행동도 문제였다.

그동안 항상 같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둘은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다.

그러니 대화를 먼저하고 이런 일은 나중에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

아니, 어느 쪽이 맞는지 자꾸 헷갈렸다.

대한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자처럼 우물쭈물했다.

그러자 엘라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왔다.

마치 그가 딴생각하는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에잇! 대화고 지랄이고 모르겠다. 그건 나중에 천천히 하도록 하고……. 일단 급한 것부터 해결하고 보자.’

그는 괜히 나중에 욕을 먹고 싶지 않았다.

줘도 못 먹는 놈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예의나 절차, 관습과 배려 따위는 전부 내팽개쳤다.

대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 아름다운 엘라부터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로 했다.

마음이 통했는지 둘은 잠시 떨어지며 손을 꼭 부여잡았다.

굳이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심전심, 그들이 가야 할 곳을 금방 찾아냈다.

어느새 두 사람은 함교 뒤쪽에 있는 함장실을 향해 걷고 있었다.

지잉!

문 앞으로 다가가자 부드럽게 문이 활짝 열렸다.

크고 넓은 함장실!

하지만 둘의 관심은 오직 하나였다.

마침 한쪽에 보기만 해도 폭신거리는 커다란 침대가 스르르 내려오고 있었다.

대한은 옳다구나 하고 그녀의 손을 끌고 갔다.

그 모습에 엘라는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해버렸다.

그녀의 기억 속에 이런 일은 단연코 처음이다.

다시 말해 엘라는 이번이 첫 경험이라는 말이었다.

기억도 그렇지만 본체를 가지자마자 처음 대한과 사랑을 나누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가슴이 너무 떨렸다.

아니 호흡이 가빠질 정도로 숨이 차올랐다.

그리고 그런 엘라의 반응이 손을 통해 대한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다.

꿀꺽!

천사같이 아름다운 미녀가 오돌오돌 떨고 있다.

그렇다고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면서도 긴장으로 인해 가쁜 호흡을 해대는 게 아주 자극적이었다.

이건 ‘당장 나 좀 잡아먹어 주세요!’라고 대놓고 유혹하는 거나 매한가지였다.

얼굴이 에바를 조금만 닮았더라도 아마 이렇게 흥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전혀 다른 모습, 전혀 다른 분위기라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음.’

대한은 자신의 신체 일부가 바짝 성을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게 부풀어 오르다 못해 아예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미약한 통증까지 느껴졌다.

한 번도 이렇게까지 강한 욕망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래서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기대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엘라가 더는 안드로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비록 복제를 하긴 했지만 엄연히 살아 숨 쉬는 존재다.

‘처음이라 무척 아플 거야.’

그는 급히 배틀푸르나를 운용했다.

마력이 정수리에서 꼬리뼈까지 진자운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욕망으로 찌든 자신의 머리가 한결 시원해졌다.

대한은 살짝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굳이 배틀푸르나를 운용해야했을 정도로 욕망을 콘트롤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엘라가 그만큼 아름답고 욕심이 난다는 뜻이기도 했다.

“엘라!”

“네, 마스터.”

“이렇게 나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아아! 마스터.”

대한의 따뜻한 한마디에 그녀는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전신에 뼈가 하나도 없는 연체동물처럼.

엘라는 그렇게 그의 품으로 쓰러지듯 안겨왔다.

쪽!

대한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런데 물기가 느껴졌다.

손으로 가녀린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별처럼 빛나는 눈에서 맑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우는 거야?”

“네, 너무 좋아서요.”

그는 엘라의 말에 그만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별거 아닌 한 마디에 이렇게 감동을 하다니.

에바였다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엘라는 인간이었다.

자신과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감정을 가진, 여자였다.

대한은 보기만 해도 어여쁜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아기 피부처럼 뽀송뽀송한 엘라!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몸은 성숙하다 못해 무르익어 터질 것만 같은데 얼굴은 이렇게 동안이라니.

반전매력의 극심함에 그는 심한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자꾸 막 물고 빨고 괴롭히고 싶어졌다.

누구는 이것도 사랑의 일종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한은 마음 속으로 정중히 사양했다.

그래서 배틀푸르나를 더욱 강하게 일으켰다.

뜻이 일자 마력은 그의 의지대로 전신에 유동했다.

몸이 깃털처럼 가볍고 온몸이 시원하고 상쾌해졌다.

그러자 아직도 포기를 모르는 욕망덩어리도 이내 한풀 꺾이고 말았다.

‘천천히 가자. 엘라는 처음이잖아.’

스스로 세뇌를 하듯 그는 몇 번이나 그렇게 다짐했다.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그의 마음 속에서나 일어나는 갈등이었다.

몸은 달랐다.

아니, 솔직했다.

굴곡진 그녀의 몸이 궁금했는지 두 손은 아주 부지런했다.

엘라의 얼굴에서 시작한 녀석은 어느새 그녀의 전신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래도 애정을 담은 손길이라 아주 조심스러웠다.

그걸 온전히 느끼고 있는 그녀의 표정이 행복으로 가득했다.

“마스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죽기는 왜 죽어. 앞으로 나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야지.”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왜? 불안해?”

엘라는 대한의 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댔다.

그러더니 눈을 위로 치켜들며 자신을 바라봤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미인의 웃음에 웃고 한숨에 같이 탄식한다더니 지금 대한의 입장이 딱 그 짝이었다.

“좀 불안해요. 당장이라도 이 행복이 어디론가 날아가버릴 것만 같아요.”

“에바였을 때는 안 그랬잖아.”

“저도 잘 모르겠어요. 몸을 생기자 감정의 요동이 아주 심해졌어요.”

엘라는 나름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중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들쑥날쑥하는 감정의 기복을 쉽게 콘트롤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대한과 관련된 것이라면 정도가 아주 심했다.

아무래도 아직 새로운 몸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모양이다.

“읏차!”

대한은 엘라를 번쩍 들어 침대에 눕혔다.

깜짝 놀란 그녀가 소리를 지르려다 급히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왜 그렇게 귀엽고 예쁘게만 보이는지 모르겠다.

‘어이쿠! 큰일 났다. 이거 병이네, 병.’

그는 속으로 자신의 이런 생각을 나무랐다.

그래도 하던 일을 멈추지는 않았다.

대한은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고 착실하게 그녀와 스킨쉽을 나눴다.

엘라는 부끄러운지 연신 몸을 베베 꼬았다.

하지만 결코 뒤로 물러서거나 빼지는 않았다.

대한과 함께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엘라!”

“네?”

“앞으로 계속 이 모습으로 있어.”

“예, 알겠어요.”

그녀의 대답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헤죽 웃음을 지었다.

엘라도 그 모습에 같이 방긋 미소를 지었다.

둘은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누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키스를 나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며 나른한 휴식을 가졌다.

그 사이!

피코셀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5분도 되지 않아 엘라의 속살에 난 상처는 깨끗하게 치유됐다.

하지만 더는 관계를 갖지 않았다.

그보다는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히릭스의 함교 안.

사랑하는 두 연인의 달콤한 밀어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마치 파랗게 빛나는 구슬 같은 영롱한 지구가 끝도 없이 자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 * *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끝자락.

완숙한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시기다.

싱그러운 가로수들이 생명의 기운을 마음껏 뿜어내는 아래로.

뭍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두 남녀가 걸어갔다.

“하하하!”

“호호호!”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역삼역에서 강남역으로 향하는 테헤란로.

인도를 걷는 두 사람은 시종일관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사내는 건장한 체구에 탄탄한 몸을 가지고 미남이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하얀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은 모습.

그런데도 마치 모델처럼 핏이 살아있었다.

그의 팔에 매달린 금발의 여자는 더욱 눈이 부셨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얼굴의 반을 가린 커다란 선글라스를 썼다.

역시 그녀도 하얀 티셔츠에 몸에 딱 붙는 청바지만 입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극단적인 S자 라인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입이 딱 벌어지고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고 있었다.

“오우야!”

“와아! 죽인다.”

“몸매 끝내주네.”

“모델인가 봐!”

“정말 예쁘다.”

“멋지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데 넌 얼굴이 보이냐?”

“얼굴과 몸매의 라인만 봐도 미남미녀라는 게 티가 나잖아.”

“우잉, 저 몸매 부럽다.”

둘을 훔쳐보며 속닥거리는 사람들.

하지만 두 남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게 더 신기했다.

“엘라! 내가 누군지 모르나 봐!”

“당연하죠. 페이스인 툴(tool)을 썼잖아요.”

대한의 신기해하는 표정에 엘라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살짝 치켜들었다.

“역시 남자는 여자 말을 잘 들어야 해.”

“지금 그거 나한테 점수 따려고 하는 말이죠?”

“어떻게 알았어?”

“호호호, 제가 왜 몰라요. 오빠 마음 다 알아요.”

오빠란다.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제껏 그를 오빠라고 부르는 여자는 없었다.

대부분 동갑이거나 연상이었다.

그런데 엘라는 자신에게 서슴없이 오빠라고 불렀다.

다른 나라 남자들은 잘 모른다.

대한민국 사내에게 ‘오빠’라는 단어가 주는 마력과 그 의미를 말이다.

하긴 이제 세상에 태어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엘라다.

확실히 그가 그녀보다 연상인 것은 분명했다.

그렇게 따지니 갑자기 자신이 엄청 도둑놈이 된 것 같은 생경한 기분이 들었다.

“크흐흐.”

그는 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살짝 만졌다.

촉촉하고도 부드러운 매끈한 피부!

아니 진짜 피부나 전혀 다를 것이 없는 ‘페이스인 툴’이었다.

단지 얇고 투명한 마스크팩을 얼굴에 덮었을 뿐인데.

대한의 얼굴은 이미 완벽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렇다고 불편하냐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으면 ‘페이스 인 툴’을 쓰고 있는지 느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역시 엘라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물건다웠다.

“왜요? 이상해요?”

“아니, 전혀.”

그녀가 큰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대한은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얀 피부에 보석처럼 빛나는 눈!

절로 미소를 부르게 하는 마력이라도 숨겨져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이것도 신기하긴 하지만 요것도 아주 신기해.”

그는 에바의 티셔츠에 달린 작은 단추 같은 것을 툭 치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난 이게 더 신기한데.”

“아이쿠! 사람들이 쳐다본다.”

“뭐 어때요? 어차피 교란 장치를 달았는데요.”

대한은 엘라의 용감한 행동에 속으로 조금 놀랐다.

침대에서는 그렇게 부끄러워하더니 밖에 나오자 이렇게 용감할 수가 없었다.

그건 아마도 그녀 자신이 만든 교란 장치의 능력을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변명이 좀 궁색한가?

어쨌든 그의 옷에도 붙어 있는 이 작은 단추만 한 교란 장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없도록 가시광선을 비롯한 대부분 빛과 파장을 왜곡시킬 수 있을 뿐이다.

절대 사람의 눈까지 멀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지금만 봐도 수많은 사람이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강남역 사거리 모퉁이를 돌아 걸어가고 있어서 더욱 시선을 끌고 있긴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엘라 같은 초절정 금발의 미녀가 동양인 사내를 좋아 죽겠다고 이렇게 허리에 매달리는 모습이 절대 예사롭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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