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81화 (280/331)

281화 <진(眞) 에바>

물론 영원히 기지를 점령할 생각은 아예 없었다.

그래서 빠르게 목적을 이루고 안전하게 빠져나가는데 주안점을 뒀다.

북한 전역에서 총 120기의 핵탄두가 미리 준비해간 용기에 담겼다.

그걸 전투로봇들이 받아서 우주셔틀로 가져왔다.

우주셔틀은 다시 핵탄두를 히릭스로 옮겼다.

그리곤 대기하고 있던 안드로이드가 받아 즉석에서 핵탄두를 해체해버렸다.

이렇게 북한이 수십 년 동안 공을 들인 핵무기는 허무하게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됐다.

생화학무기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한 가지 다른 것은 양이 너무 많아서 일부는 현장에서 소각하거나 소멸시켜야만 했다는 것이다.

“저렇게 핵탄두를 우리가 다 가져가면 나중에 어쩌려고 그래?”

“핵폭탄과 비슷한 파괴력을 가진 전술 미사일을 대신 내줄 생각입니다.”

“오! 그럼 다른 나라에서는 대한민국이 핵탄두를 모처에 숨겨둔 줄 알겠네.”

“그런 효과가 있을 수도 있죠.”

대한은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다.

아마 미국이 제일 먼저 의심을 할 것이다.

하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는 이상!

적절한 대응을 하기는 무척 힘들 거다.

“이 작전 자체를 극비로 해야겠군.”

“당연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겁니다.”

“이번 작전에 참여한 대원들은 어떻게 할 거야?”

“모두 거액을 주고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만약 발설하면 제거되어도 좋다고까지 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래도 아직 이들은 군인 신분이잖아.”

“아닙니다. 이미 전원 전역한 상태입니다. ”

에바는 그 말을 하면서 싱긋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대한은 오히려 몸서리가 쳐졌다.

저럴 때마다 자꾸 염산마가 떠올랐다.

‘비밀을 누설하는 놈은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거야.’

대한은 누구도 비밀을 발설하지 않기를 바랬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지금쯤 똥줄이 타고 있겠네.”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굳이 에바의 말이 아니더라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은 아마 지금쯤 좀비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너무 괴롭히지 말고 빨리 소식 전해줘!”

“안 그래도 그럴 것 같아서 방금 작전이 성공했다고 연락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요원들의 안전한 탈출입니다.”

“그렇지.”

작전지역으로 투입하는 것과 안전하게 탈출시키는 것 모두.

코레실드의 주된 임무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을 투입한 항공기와 탈출을 위해 띄운 헬기 모두.

우주셔틀의 보조를 받아 스텔스 성능을 임시로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북한의 조밀한 방공망에 의해 아마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물론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에바가 먼저 북한의 대공포와 대공미사일 및 레이더 기지를 불바다로 만들어놓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경천동지하고 스펙타클한 하룻밤이 소리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 * *

―하하하! 축하합니다.

“저야말로 축하드립니다.”

―이런 경사가 다 있다니……. 정말 놀라울 뿐입니다.

“이게 전부 대한민국 순국선열들의 보살핌 덕분입니다.”

코레디펜스 사장 오세종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대한과 에바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웃었다.

―그렇죠. 그러니 이렇게 극초음속 미사일이 무사히 개발된 게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아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거 양산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겠네요.

“도입만 결정해주신다면 120기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바로 인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통령님.”

오세종 사장은 그 뒤로 몇 분이나 더 허리를 굽히며 전화를 해야 했다.

청와대와 전화통화가 끝나자 오세종이 대한에게 다가왔다.

“마스터!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전혀!”

대한은 아니라고 간단히 손을 내저었다.

“핵탄두를 극초음속 미사일로 둔갑시켰네.”

“사전에 그렇게 하기로 암호를 정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들으니 정말 극초음속 미사일을 양산할 모양이던데?”

“일차로 120기, 이차로 240기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숫자가 많았다.

“그중 120기를 핵미사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말은 안 하고 있지만 그렇게 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세종의 대답에 대한이 에바를 쳐다봤다.

그러자 에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핵미사일을 주는 일은 없습니다. 대신 핵폭탄에 버금가는 극초음속 전술 미사일을 양산해서 실전 배치할 계획입니다.”

“분명히 그 사실을 주지시켜야 할 거야. 나중에 딴소리 안 나오도록 말이야.”

“딴소리하면 제거할 겁니다.”

“제거? 설마 지금 대통령을 얘기한 것은 아니겠지?”

허무하게도 그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국방부 장관과 국정원장은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사전에 그렇게 하기로 굳게 약속했어요.”

“그럼 오세종도?”

대한이 오세종 사장을 쳐다봤다.

오세종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반대로 제가 비밀을 발설할 경우! 국정원이나 대통령경호실에서 제거한다는 말에 동의했습니다.”

“이거 아주 살벌한 바닥이네.”

비밀을 누설하면 서로 제거하기로 동의한 비밀계약.

아니 비밀작전이었다.

누구도 알아선 안 되고, 설사 누군가 알아낸다면 협력해서 제거하기로 했단다.

대한은 에바의 무시무시한 일 처리에 괜히 가슴이 떨려왔다.

“거기에 나도 포함된 거야?”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망해도 마스터의 존엄을 파는 일은 없을 거예요.”

에바는 감정 하나 실리지 않는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누구라도 자신의 마스터를 건들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포스가 철철 흘러넘쳤다.

“에휴!”

대한은 그녀의 달콤살벌한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응!”

그때 에바가 색스런 비음을 흘리며 몸을 휘청였다.

“어? 뭐야? 왜 그래?”

대한이 급히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

다행히 에바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오세종 사장!”

“네. 말씀하십시오.”

“그만 돌아가 봐요.”

“예, 알겠습니다.”

그녀는 일단 오세종 코레디펜스 사장부터 밖으로 내보냈다.

오세종은 대한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물러갔다.

그러자 에바가 돌연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대한을 바라봤다.

“뭐야? 뭔데 그렇게 갑자기 웃는 거야?”

“마스터! 기뻐하세요. 드디어 제가 본체를 가졌어요.”

에바의 말에 그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그으래?”

드디어 고대하던 일이 벌어졌다.

대한은 당장 그녀의 본체를 보고 싶은 마음에 몸을 돌렸다.

“가자! 가서 직접 보자.”

“네, 마스터.”

에바는 그의 바람을 절대 무시하지 않았다.

그녀는 서둘러 대한과 함께 밖으로 나가 우주셔틀에 올라 빠르게 히릭스로 이동했다.

두근두근!

대한은 히릭스까지 가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본체를 가지게 된 것은 에바다.

그런데 왜 자신이 이렇게 긴장되는지 모르겠다.

지잉!

우주셔틀에서 내린 대한과 에바는 총총히 히릭스의 함교로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에바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마스터!”

“왜?”

“이제 저를 보러 오세요.”

“같이 안 가?”

“이건 진정한 제 모습이 아니잖아요. 잠시 썼던 제 껍데기일 뿐입니다.”

에바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뭔가 섭섭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녀의 말대로 안드로이드에 잠시 들어갔던 것에 불과했다.

진짜 본체는 지금 함교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오세요. 그럼 함교에서 기다릴게요.”

그렇게 말하고 나자 에바는 고개를 푹 숙였다.

놀랍게도 그녀는 선 채로 의식을 잃었다.

아니 안드로이드의 작동이 중지됐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제야 그동안 자신이 상대했던 것이 안드로이드였다는 것이 실감 났다.

“그래도 그동안 나와 같이 있어 줘서 고마웠어.”

대한은 자신만 들을 수 있게 작게 속삭였다.

묘한 눈빛으로 에바, 아니 에바가 이용했던 안드로이드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함교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지잉!

대한이 가까이 다가가자 함교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

함교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함교 한쪽에 환한 조명이 들어왔다.

“아!”

순간 대한은 너무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야 말았다.

그곳엔 너무도 아름다운 금발의 미녀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가까이 가면 갈수록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세상에! 이런 미모라니.’

그동안 수많은 미인을 만나왔다고 자부했다.

가깝게는 모니카와 한새롬을 들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역대급 미녀들이다.

고리나와 류연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미녀다.

아니, 이들 말고도 항상 자신의 주위에서 맴도는 안드로이드들만 해도 한 미모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세상의 그 어떤 미녀 군단을 데려와도 눈앞에 서 있는 이 여인 하나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피부는 잡티 하나 없이 하얗고 깨끗하다.

갸름한 얼굴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푸른 보석 같은 눈은 지금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미모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분위기였다.

마치 무슨 프린세스나 성녀라도 되는 양.

그녀는 너무 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고결했다.

“마스터! 처음 뵙겠습니다. 헬레나 카일라 나디아 입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자체발광 되는 미녀!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을 향해 입을 열었다.

“헬레나?”

“네, 그냥 엘라라고 불러주세요. 그게 제 애칭이에요.”

“알았어. 엘라.”

에바가 엘라가 됐다.

전혀 의도하진 않았지만.

엘라를 보는 순간, 에바의 모습은 이미 잊혀졌다.

그만큼 헬레나 카일라 나디아의 미모는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인세의 미모가 아니었다.

미의 여신이라면 또 몰라도.

“마스터!”

“엘라!”

대한과 엘라는 서로를 향해 다가가 손을 잡았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녀의 눈에서 영롱한 이슬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순간이라 크게 감동한 모양이었다.

그도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 꾹 참았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엘라처럼 자신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너무 보고 싶었어요.”

“나, 나도.”

매일 보는 그녀가 자신을 너무 보고 싶다고 한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몰랐지만 그래도 심정은 이해가 갔다.

엘라가 이런 미녀인 줄 알았다면 아마 진즉에 보자고 했을 것이다.

확실히 안드로이드의 몸을 가진 에바와 실체를 지닌 엘라는 달랐다.

따뜻한 눈빛과 숨소리 하나하나가 정말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만 엘라를 꼭 끌어안고 말았다.

쭉 뻗은 날씬한 몸매와는 달리 알차고 실한 그녀의 풍만한 여체가 온몸으로 여실히 느껴졌다.

그녀도 기다렸다는 듯이 대한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대한은 갑자기 온몸에서 후끈 열이 올랐다.

왜 이렇게 강한 욕망이 치솟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마스터인 대한을 보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볼에 홍조가 일고 두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자, 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너무나 좋았다.

아니, 전혀 새로운 느낌이 났다.

그러다 대한이 자신을 꼭 안아주자 너무 행복했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 여자처럼 아주 만족스러웠다.

“마스터!”

“엘라!”

대한과 엘라는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봤다.

그제야 두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 비친 감정의 편린을 느꼈다.

보기만 해도 상대방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의 뜨거운 눈빛은 점차 욕망으로 이글거렸다.

대한은 당장 엘라를 가지고 싶었다.

그래야 남에게 빼앗기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설사 저열한 소유욕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만큼 그는 엘라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엘라도 그의 눈빛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이런 대한의 눈빛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안드로이드 에바로 있을 때!

가끔 자신을 쳐다보던 무심한 눈빛과는 사뭇 달랐다.

보기만 해도 타버릴 것 같은 뜨거운 욕망의 눈빛!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몸이 한껏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대한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붉은 입술을 덮쳤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엘라의 입술은 마치 과일처럼 달달한 향이 났다.

그래서인지 그는 부지런히 그녀의 입술을 탐닉했다.

그러자 엘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하얀 성문을 열고 뜨겁고 달착지근한 상대의 입성을 거침없이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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