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화 <전격! 평화의 행진>
에바는 말을 하면서 옆에 천궁 2 대공미사일의 제원을 띄웠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스라엘이 개발한 중거리 대탄도 미사일 애로(Arrow)2와 성능이 비슷했다.
마하 9에 이르는 고속의 요격능력을 갖춘 애로 2 미사일!
사거리 90~148km에 최대 요격 고도는 50~60km를 확보하고 있다.
마지막에 개발된 애로 3 장거리 대탄도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2,400km로 고도 100km까지 요격할 수 있다.
“이 제원 확실한 거야?”
“네, 일반에 공개된 제원과는 크게 달라요.”
“그게 전부 우리가 기술지원을 해준 덕분이겠지?”
“그렇죠.”
“국방부에서 이스라엘이 개발한 애로 3 장거리 대탄도 미사일이나 미국의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THAAD) 같은 것은 개발하지 않는데?”
“전혀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으음.”
“그만큼 코레 디펜스의 한국 빔형 방어체제를 신뢰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죠.”
좋은 일이긴 했다.
하지만 코레 디펜스의 입장에서는 돈이 되질 않는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안전을 지키는 지킴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중국과 일본에서 아주 지랄하겠네.”
“벌써 소식을 접한 중국공산당과 일본 자민당에서 대한민국에 강하게 항의를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중국에도 러시아의 방공미사일 S-400이 깔렸잖아. 일본에는 사드와 SM3 미사일이 실전 배치되어 있고.”
“그러게 말입니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여튼 중국이나 일본이나 대한민국에 도움이 안 되는 나라네.”
“코로나바이러스와 방사능 등 전 세계적인 민폐국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은 에바의 따끔한 말에 자동으로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국방부의 짧은 기자회견이 끝났다.
에바는 기자들의 질문 따위는 듣지 않고 가차 없이 홀로그램을 닫았다.
대신 옆에 있는 다른 홀로그램 하나를 확대했다.
“이건 뭐야?”
“평화의 행진 작전입니다.”
“평화의 행진?”
대한은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잊으셨습니까? 저보고 북한의 핵무기를 없애라고 한 거!”
“아! 그게 평화의 행진이야?”
그제야 기억이 났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는 에바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녀는 대한의 시선이 마음에 든 듯 금세 표정이 풀리며 신나게 말했다.
“그동안 국정원과 깊은 논의를 거쳐 코레 실드에서 비밀작전을 수주했습니다.”
“…….”
대한은 일단 에바의 말부터 듣기로 했다.
“바로 북한의 핵기지로 들어가 핵탄두를 탈취하거나 제거하는 임무죠.”
그녀가 말하는 사이!
홀로그램에선 검은색 위장복을 입은 특수요원들이 낙하산을 메고 차례로 하늘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무릅쓰고 강하하는 곳!
거기엔 북한의 삼지연 미사일 기지가 있었다.
북한 양강도 삼지연 시(市)에 있는 ICBM 기지로, 이곳에만 24발의 핵탄두가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거 잘못하면 전쟁 나는 거 알지?”
“그럼 더 좋죠. 단번에 북한을 결딴내고 통일을 할 수 있잖아요.”
에바의 과격한 말에 그는 입을 딱 벌렸다.
하지만 그녀와 히릭스의 능력을 생각하자 금세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하긴 전혀 못 할 일도 아니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와 전쟁을 한다고 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대기권에서 레이저포만 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아무리 천조국인 미국의 군사력이 강하다고 해도.
우주탐사선 히릭스의 무력을 능가하지 못했다.
미국을 점령하라면 모르지만 쓸어버리는 전쟁이라면.
100% 승리를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벌이고 있는 작전은 그런 종류의 전쟁이 아니었다.
지잉!
삼지연 상공에서 갑자기 강한 파동이 일어났다.
히릭스에서 날아온 우주셔틀이 전자기 펄스(EMP)를 발사한 것이다.
전자기 펄스는 짧은 시간에 퍼져나가는 강력한 파장인 펄스 형태로 방출되는 전자기파를 의미한다.
강력한 전자기파 파장은 전자제품 내의 회로를 태워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덕분에 삼지연 시를 포함한 삼지연 미사일 기지의 모든 전자부품이 순식간에 먹통으로 변했다.
거기에는 레이더, 무전기, 핵미사일 사일로 작동장치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파칭!
이어 아까보다 더 강한 파동이 삼지연 기지를 뒤흔들었다.
이번에도 우주셔틀에서 비살상 무기인 파동포를 발사했다.
파동포를 정통으로 맞은 삼지연 미사일 기지!
지하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큰 충격에 대부분 의식을 잃고 기절해버렸다.
그사이 낙하산을 탄 검은 위장복의 특수요원들은 무사히 땅에 안착했다.
그들은 낙하산을 벗자마자 곧바로 삼지연 기지 안으로 침투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숫자가 꽤 많았다.
“저들이 전부 우리 코레 실드 요원이야?”
“아닙니다.”
“아니라니?”
“막판에 국방부에서 한발 걸쳤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대한의 미간이 좁혀지며 눈빛이 예리해졌다.
에바는 바로 그의 의문을 풀어줬다.
“육군특수전사령부(SWC),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해병대 특수수색대(SRU), 공군 항공구조사(SART) 등 대한민국 국군의 내로라하는 특수부대 대원들이 평화의 행진 작전에 참여했습니다.”
“뭐야? 지금 전쟁을 하자는 거야? 그 사실이 발각되면 북한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다들 잡히면 바로 자살하겠다고 독약을 상비하고 있습니다. 설사 생포된다고 해도 정부에선 저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그럼 저들을 모두 버리겠다는 거잖아?”
화가 난 대한은 벌떡 일어나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그녀는 시종일관 차분했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대한민국 특수부대 대원들이 스스로 자원한 일입니다. 그걸 가지고 마스터가 뭐라고 왈가왈부할 사항은 아니지요. 저들은 자신의 조국을 위해 스스로 죽음의 길로 뛰어든 영웅들입니다.”
“끄응.”
에바의 열변에 그는 슬그머니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말이 맞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면 대한이 뭐라고 따질 자격이 없다.
그래도 너무 위험한 작전에 스스로 뛰어든 불나방 같은 저들의 행동이 마냥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메인은 우리 코레 실드의 요원들입니다.”
“음.”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작전을 수주하고 주도하고 있는 것은 코레 실드의 최정예 요원들이다.
“우주탐사선 히릭스와 우주셔틀은 물론이고 전투로봇과 안드로이드까지 무장시켜 투입했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차분하게 지켜보세요.”
“하아!”
에바의 말에 대한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지금 자신이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그녀가 모든 조처를 해놓았으니 이제 결과만 확인하면 될 일이다.
“아니 왜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말을 안 했어?”
“저에게 전권을 주시겠다고 하셔서요.”
“내가 그랬어?”
“네, 그 장면을 홀로그램으로 보여드릴까요?”
“아니다. 됐다.”
증거가 있다는 말에 대한은 바로 깨갱하고 꼬리를 말았다.
타타탕 타타탕!
그러나 에바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결국, 삼지연 미사일 기지 안팎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총소리에 놀란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어디서 나타났는지 검은 위장복의 요원들이 곧바로 적들은 무력화시켰다.
“저건 전투로봇이군.”
“맞아요.”
사람 같지 않은 빠른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대한은 오히려 전투가 벌어지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에바는 그 틈에 홀로그램을 확대하고 자신이 준비해놓은 것들을 보여줬다.
하늘에는 우주셔틀이 있고 땅에는 전투로봇과 안드로이드 부대가 있었다.
밤이라서 잘 보이지 않을 뿐.
이미 삼지연 미사일 기지 안팎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그들의 허락 없이 미사일 기지로 다가서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그걸 확인하자 평화의 행진 작전의 성공에 한결 믿음이 갔다.
“전자기 펄스로 인해 무전기와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습니다. 거기에다 방해전파까지 쏘고 있어서 평양에서는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어요.”
“그렇겠지. 그런데 홀로그램에 나타난 북한의 핵탄두가 120개나 되네.”
“그렇습니다.”
누구는 30개, 누구는 100개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물론 전부 플루토늄 기반의 핵탄두는 아니다.
고농축우라늄 기반의 핵탄두도 꽤 됐다.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도 같은 작전이 벌어지고 있겠지?”
“예, 그렇습니다.”
에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준비된 홀로그램이 그의 사방에서 활짝 열렸다.
대한은 정신을 집중하고 하나씩 잘 살펴봤다.
다행히 삼지연 미사일 기지를 제외하고 무력충돌이 일어난 곳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작전이 부드럽게 진행되어 쉽게 긴장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삼지연을 시작으로 동창리, 무수단리, 영주, 황주 등 북한의 비밀 핵기지를 전부 급습했습니다.”
“일단 현재까지 작전 진행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군.”
대한은 작전이 잘 진행되고 있자 한편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에바의 설명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더불어 북한이 개발한 생화학무기와 생화학무기 공장 및 연구소까지 전부 털어버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코레 실드와 국군의 특수부대원들이 하고 있어?”
“비교적 위험이 덜한 지역만 그렇습니다.”
“그럼 위험한 지역은?”
“당연히 전투로봇과 안드로이드를 무장해서 보냈지요.”
전투로봇과 안드로이드를 동원했다는 말에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뜩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에바! 요새 걸핏하면 전투로봇과 안드로이드를 동원하는데……. 우리가 보유한 전투로봇과 안드로이드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 거야?”
“전투로봇과 안드로이드 각각 사단급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뭐야? 사단급!”
대한은 다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도저히 그냥 앉아서 들을만한 얘기가 아니다.
보통 사단은 병사의 숫자가 10,000명에서 25,000명 정도 편제된 것을 말했다.
아니 만 명이든 2만5천 명이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투로봇과 안드로이드가 현재 만 단위로 존재한다는 게 문제였다.
“아니 왜 이렇게 숫자가 많아?”
“대부분 지구가 아닌 달과 화성, 목성과 그 위성 등에서 우주기지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그의 날카로운 반응에 에바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지금 그걸 묻고 있는 게 아니잖아. 처음에는 몇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숫자가 늘었어?”
“달 기지에 전투로봇 제조공장과 안드로이드 배양시설이 완공돼서 그렇습니다.”
“그럼 앞으로 또 얼마나 늘리려고 그러는 거야?”
“최소한 태양계는 저희가 확실히 접수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에바는 태양계를 대한이 소유할 최소한의 우주 영역으로 삼은 모양이었다.
그는 이걸 좋아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더 숫자를 늘릴 생각인데?”
“최소한 각각 군단 규모로 만들 생각입니다.”
“구, 군단?”
군단은 최소 2개 사단으로 구성된다.
병력은 보통 2만에서 4만 명 정도다.
“이미 사단 규모가 됐다고 하니 이제 거기까지만 하자.”
“네, 저도 군단 이상으로 규모를 키울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요.”
“어휴! 이러다 내 간이 남아나질 않겠네.”
불안한 눈빛으로 대한은 에바와 그녀의 뒤에 보이는 홀로그램을 쳐다봤다.
지하 깊숙이 세워진 달기지!
지금도 속속 전투로봇과 안드로이드가 생산되고 있었다.
사실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한다고 갑작스럽게 작전을 벌이는 것에 꽤 놀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구와 맞장 뜰 수 있는 전투로봇 사단과 안드로이드 사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가 초인의 몸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바로 뒷덜미를 잡고 넘어갔을 것이다.
‘내가 문제구나. 전투로봇과 안드로이드가 더 필요하다고 했을 때 적확한 숫자를 얘기해줬어야 했는데. 적당히 늘리라고 한 게 이 사단의 발단이 된 거야. 이미 사단 규모를 넘었다고 하니 각각 만 명은 될 것이고, 그래. 여기까지 온 거 딱 군단까지만 가자. 그래 봐야 4만이다.’
만 단위를 넘어갔다는 말에 반쯤은 포기하는 심정이 됐다.
그래서 군단까지 양보하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대한은 다시 한번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에바가 말한 사단과 군단의 의미는 대한이 생각하는 숫자와 달랐다.
볼트 행성을 지배하는 스파이럴 제국의 군단 규모는 최소가 10만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통제, 아니 에바의 통제 아래에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사실은 나중에야 밝혀질 내용이었다.
띠링 띵 띵!
홀로그램에서 생생한 벨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마다 홀로그램 하나에 ‘작전 성공’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잘했어!”
그럴 때마다 대한은 주먹을 꼭 쥐고 환호했다.
피해는 생각보다 경미했다.
초반에 전자기 펄스와 비살상 무기인 파동포를 쏜 보람이 있었다.
큰 충격을 받아 쓰러지거나 기절한 이들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기지를 지켜야 할 병사들이 정신을 잃은 사이!
코레실드의 최정예 요원들과 국군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북한의 핵기지와 미사일 기지를 어렵지 않게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