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79화 (278/331)

279화 <코레 토큰과 기축통화>

“코레 토큰도 발행할 계획이에요.”

“코레 토큰?”

밥 먹다 말고 대한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입을 오물거리자 에바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허공에 홀로그램 하나가 열렸다.

그곳에는 보기만 해도 근사한, 빛나는 금화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게 앞으로 저희가 쓸 코레 토큰이에요.”

“설마 진짜 금화는 아니겠지?”

대한은 혹시 에바가 금화를 주조하려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당연히 아니죠. 제가 뭐하러 쓸데없이 금화를 주조하겠어요. 저건 그냥 블록체인으로 만든 코레 전용 토큰이에요.”

“블록체인? 그럼 가상화폐란 말이야?”

블록체인이라는 말에 바로 가상화폐를 떠올렸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허접한 기술로 만든 게 아니에요. 조금 다운그레이드를 하긴 했지만, 아주 빠르고 가볍고 단순하면서도 보안이 철저한 성능이 우수한 토큰입니다.”

“그래도 가상화폐는 좀…….”

하도 언론에서 말들이 많아서 그런지.

대한은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에바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블록체인이 곧 가상화폐는 아니에요. 일부 언론에서 부정적인 면만 너무 부각하고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어요.”

“알아. 그래도 가상화폐로 사용됐을 때 일어나는 폐해에 대해서 온전히 부정할 수 없잖아.”

그는 합리적인 의심을 계속 드러냈다.

에바는 대한의 말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흔들림 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화폐의 핵심은 환급성에 있어요. 언제 어디서 누가 바꾸든지 온전한 재화의 가치로 교환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코레 토큰은 아마 기축통화도 될 수 있을 거예요.”

“코레 코인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이야?”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 대한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지난번 투자 성공으로 얼마를 벌어들였는지 벌써 잊으셨어요? 현재 저희가 보유한 자금 안에서 코레 토큰을 발행하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요.”

“내가 너무 앞서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잘못하면 마약 카르텔이나 암흑가의 자금세탁용으로 악용될 수도 있어.”

“그거야 오히려 우리가 환영해야죠.”

“아니 그걸 왜 환영을 해? 못하게 막아야지.”

그는 도저히 에바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뭔가 착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코레 엔터테인먼트와 코레 게임을 위해서 블록체인 같은 토큰을 만든다고 했지. 블록체인 기술로 가상화폐를 만든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가상화폐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거잖아.”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건 우리가 통제하기 나름 아닐까요?”

“블록체인을 어떻게 통제해? 암호화폐 기능을? 엥! 통제가 가능하다는 말이야?”

말을 하다말고 대한은 다시 한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맞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가 사용할 토큰을 만들자고 했을 뿐이에요. 물론 블록체인 같은 기술도 들어가고 가상화폐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습니다.”

“100% 가상화폐를 만든다는 말이 아니었구나.”

“통제가 되지 않으면 기축통화가 될 수 없죠.”

“실제로 발행되는 지폐나 동전도 아니잖아.”

“네,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도 지폐나 동전이 아니면서 얼마든지 화폐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잖아요.”

의도적인지 모르지만, 에바는 자꾸 기축통화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자 대한의 생각도 그쪽으로 슬슬 이동했다.

“우리가 가진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대규모로 코레 토큰을 발행할 생각인가 보지?”

“영화가 올라가고 게임이 출시되면 아마 많은 코레 토큰이 판매될 거예요. 저희는 앞으로 그것을 활용해 얼마든지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요.”

에바의 말은 혁명적이었다.

아니 이미 많은 이들이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의 기능에 주목하고 있었다.

다만 에바처럼 확신이 있진 않았다.

“돈을 내고 코레 토큰을 사서 영화를 보고 게임을 즐기는 것까지는 이해했어. 그렇지만 분명히 악용의 여지도 남아있어.”

“물론이죠.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것은 아니죠. 오히려 검은돈들이 많이 들어와 주면 매출도 증가하고 자금추적까지 가능해서 좋잖아요.”

“얼마든지 교환할 수 있다면 저희끼리 사고팔고 할 텐데 어디서 매출이 나온다는 거야?”

“그거야 서로 교환할 때 1%, 현금으로 환전할 때는 10%의 수수료를 떼면 되잖아요.”

“오잉! 그럼 정말 앉아서 돈을 벌겠네.”

“맞아요. 이게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면 정말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어요.”

대한도 서서히 그녀의 말에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누구의 돈이든 많이 이용해서 환전을 해주면 그게 전부 매출이 되고 그의 수익으로 돌아온다.

“거기에다 범용성과 편리함을 깨닫는다면, 사람들이 막연히 이렇게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에 코레 토큰을 활용할 수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세계적인 통화, 기축통화처럼 사용이 될 거예요.”

“흐음.”

에바의 말에 대한의 머릿속이 팽팽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이 급격히 변하고 있었다.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자 정말 코레 토큰이 기축통화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확실한 지급보증이 이루어진다면, 단 몇 초 만에 전 세계 어디로 이동시킬 수 있는 코레 토큰을 쓰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알면 아주 싫어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당한 비즈니스 행위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려면 미국 전체에 인터넷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에바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대한은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코레 토큰은 단순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뭔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 보였다.

아니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따지고 들기도 뭐 했다.

실제로 코레 토큰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이었다.

“일단 한번 만들어서 써보자.”

“네, 마스터.”

결국, 대한은 에바의 계획을 승인했다.

뇌피셜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코레 토큰은 기존의 가상화폐가 아니라고 했다.

통제가 가능하다는 그녀의 말을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 다 뒤집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벽과 천장을 투명하게 처리해놓았다.

그러자 마치 높은 빌딩의 산 정상에 올라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멍하니 테헤란로 일대를 구경했다.

에바가 조용히 다가와 속삭이듯 물었다.

“커피 한잔 타드릴까요?”

“응. 연하고 부드럽게 부탁해!”

“네.”

그녀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막상 커피를 가져온 것은 H1 제니였다.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홀짝거리며…….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으로 한적한 시간을 즐겼다.

테헤란로에는 성냥갑 같은 차들이 열심히 오갔다.

개미 떼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다들 부지런히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동안 아등바등 살아온 자신의 모습이 투영됐다.

벌 만큼 벌었으면 이제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살 때도 됐다.

앞으로는 좀 더 여유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의 사색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마스터!”

“응?”

에바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

대한은 선뜻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에바가 열어준 홀로그램을 보자 바로 이해했다.

그는 거실의 소파로 이동해 앉았다.

투명한 천장과 벽이 순간 흑진주처럼 불투명해졌다.

동시에 허공에 몇 개의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먼저 국방부의 공식발표를 보시죠.”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한은 의문이 생겼다.

국방부의 공식발표만 본다면 굳이 홀로그램을 여러 개 띄울 필요가 없다.

이건 기자회견 내용과 연결된 뭔가 다른 일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TV보다 백배는 선명한 홀로그램 화면!

국방부 기자회견장의 생생한 모습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홀 안은 국내외 기자들로 인해 입추의 여지가 없이 바글거렸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저희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를 실전 배치했습니다.”

정경도 국방부 장관의 한 마디에 기자회견장은 일제히 술렁거렸다.

설마 오늘 국방부의 기자회견이 이런 내용인지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군복을 입은 젊은 장교 수십 명이 일제히 움직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다들 그 내용을 확인하자 눈빛을 빛냈다.

“먼저 그동안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 사업의 성공을 위해 밤낮을 잊고 헌신해준 국방과학연구소의 연구원과 엔지니어 및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정경도 국방부 장관은 말을 하다가 말고 연단으로 나왔다.

그러더니 누군가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방송에 나오자 그동안 퇴근이란 단어를 잊어버려 얼굴이 좀비처럼 변한 연구원들과 엔지니어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대한민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저고도와 중고도 미사일 공격은 99.99% 방어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정경도 국방장관의 말에 기자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말이 좋아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다.

미국에서 기술이전을 거부해서 할 수 없이 러시아의 지대공미사일과 시스템을 들여왔다.

그러니 감히 러시아의 지대공미사일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없었다.

그것도 하층 방어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군의 독자운영체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국방장관은 저고도와 중고도에서 99.99%의 방어율을 공언했다.

이것은 누가 봐도 무리가 있는 발언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나 이스라엘도 감히 이런 장담은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자들은 특종을 예감하며 속으로 칼을 갈았다.

하지만 정경도 국방장관은 오히려 한술 더 떴다.

“앞으로 국민 여러분은 두 다리를 쭉 뻗고 편히 주무십시오. 국방은 저희 대한민국 국군이 지키겠습니다.”

쿵!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정경도 국방장관의 발언에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일부는 오버를 해도 너무 나갔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한과 에바는 알고 있었다.

정경도 국방부 장관이 진실만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름이 바뀌었네.”

“예, 공식발표 직전에 급히 한국 빔형 방어체제에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로 바꿨습니다.”

“아니 왜?”

“그거야 당장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 일본 등 강대국에 비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맞다. 굳이 대한민국의 국방기밀을 일부러 노출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허공에 떠 있는 홀로그램 하나를 잡아서 확대했다.

거기에는 대한민국 전역에 실전 배치된 한국 빔형 방어체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특히 서울과 휴전선 일대에 거미줄처럼 깔린 방어체계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 정도면 절대 뚫리지 않겠지?”

“물론이죠. 한국 빔형 방어체제는 사실 과잉 배치됐습니다. 반의반 정도만 깔아도 충분한데 괜히 겁먹어서 저렇게 많이 깔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코레 디펜스에서 매출을 올렸으니 좋잖아.”

“그래봤자 누구 때문에 제대로 이익을 남기지도 못했습니다.”

“크흠.”

에바의 째려보는 눈길.

그는 급히 헛기침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말은 안 해도 둘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 누가 누구라는 사실을 말이다.

차라리 가만히 있었다면 적당히 이득을 취했을 텐데.

그놈의 입이 참 방정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스템과 후속 지원에서 선방했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소유한 땅도 좀 넘겨받고.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 됐을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전부 지대공미사일 포대네.”

“비밀을 유지하려고 저렇게 위장을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거 천궁 대공미사일 맞지?”

“네,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추가한 천궁 2 대공미사일(M-SAM Block-II)로 한국군 최초의 미사일 방어용 무기입니다.”

“저기에 우리 기술 들어간 거 아냐?”

“맞아요. 덕분에 미국과 이스라엘, 러시아의 중거리 대탄도 미사일을 능가하는 성능을 지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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