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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277화 (276/331)

277화 <금수강산 지킴이>

“그건 저들이 연구하는 방법이고. 우리는?”

“당연히 원자핵의 주위, 즉 전자의 외각 상태를 변화시키는 빔과 파동을 이용한 소멸처리법을 사용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은 말인데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에바가 다시 쉽게 표현을 바꿔서 설명했다.

“고준위 폐기물에 중성자나 파동, 레이저 등을 쏘면 다른 원소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자의 배치를 바꾸는 것으로 간단히 방사능을 제거 또는 중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걸 왜 아직도 우리는 못 만들어내고 있지?”

대한의 얼굴을 보며 에바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은 쉽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기술이 아닙니다. 지구의 과학기술로는 앞으로 최소한 100년은 지나야 흉내라도 낼 수 있을 거예요.”

“그으래?”

일단 원리를 알아야 하고 그것을 실행할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녀의 설명을 듣고 보니 당장 상용화시켜도 기술을 도둑맞을 것 같지는 않았다.

“좋아. 그럼 본격적으로 방사능 비즈니스를 해보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만 해결해도 아마 떼돈을 벌 수 있을 거야.”

“마스터! 너무 앞서가셨습니다.”

충만한 의욕으로 분위기가 빠르게 고양되어 가고 있던 대한!

에바는 그를 향해 바로 제동을 걸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방사능 제거 및 중화기술이 있으니 원전폐기물을 맡겨달라고 하면 일본 정부가 당장 좋다고 허락하겠습니까?”

“그럼?”

대한의 눈동자에 물음표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그녀는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우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바둑에는 일단 자신부터 살고 상대를 공격하라는 말이 있죠.”

“아! 그 말은 나도 들어봤어.”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일본의 원전폐기물과 방사능폐수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지만 이 분야에 아무런 실적이나 경험이 없는 저희가 당장 뛰어들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기술이 없는 게 아니잖아.”

대한은 합당한 반론을 제기했다.

“물론 그렇습니다. 다만 외부의 시각으로 보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지.”

“그래서 먼저 국내의 원전폐기물 사업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아! 그러니까 국내의 방사성폐기물을 먼저 해결하고 더불어 실적도 쌓아보자는 말이구나.”

“네, 그렇습니다.”

에바가 열어둔 홀로그램을 살펴보니 국내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의 양도 생각보다 엄청났다.

대한은 열변을 토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점점 얼굴이 심각해졌다.

원자력안전법 제2조 제18호에 보면 방사성폐기물은 ‘방사성 물질 또는 그에 따라 오염된 물질로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로 정의된다.

종류로는 저준위, 중준위, 고준위 폐기물이 있다.

저준위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장갑, 걸레, 쓰레기 등이다.

자연방사능 수준으로 사실상 방사성폐기물의 90%를 차지한다.

중준위 폐기물은 방사선 차폐복, 원자로 부품 같은 물건으로 이 단계부터 위험하다.

고준위 폐기물은 전체 방사성폐기물 중 5%도 안 되지만 방사선의 99% 이상을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물질로 매우 위험하다.

대부분 이미 사용한 핵연료들로 이걸 녹여서 우라늄과 플루토늄만 뽑아내는 작업을 핵연료 재처리 과정이라고 부른다.

방사성폐기물에 포함된 방사능 물질의 반감기는 짧게는 9시간에서 길게는 2만 4천 년이나 된다.

저준위, 중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리는 다양하다.

원자로 안에 그대로 두거나, 땅에 묻거나 외딴곳에 둔다.

심지어는 바다(일본)에 빠뜨리거나 그냥 버리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다가 방사성폐기물이 새어 나와 일대를 오염시켜 생지옥이 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쨌든 저준위와 중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어찌어찌 처리할 수가 있다.

하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아예 처리할 방법이 없다.

지구에 존재하는 그 어떤 나라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적절한 폐기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다들 커다란 수조에다 핵연료봉을 담가놓는 것이 전부다.

토륨 원자로, 핵변환, 우주로 발사, 유리화 후 매장, 재활용, 건식 처리 공법(파이로프로세싱) 등

현재 각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 및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개 쓰레기다.

짧게는 수천 년, 길게는 수만 년 동안 후손에게 부담을 줄 방사성폐기물!

매년 수만 톤에서 수십만 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책이 없어 그냥 쌓아두고 있다.

그린피스의 원자력 수석전문가는 전 세계 14개국 원자력발전소가 핵폐기물의 안전관리 방안을 찾지 못해 25만 톤이 넘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에 임시보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원자력 전문가들도 고준위 핵폐기물 대란을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폐기 및 보관할 방법을 찾지 못해 방사능 유출 사고의 위험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일부 국내외 정치가들이 전 세계적인 탈원전 현상에 역행하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쉽게 말해 당장 눈앞의 이득을 위해, 후손들에게 수천, 수만 년 동안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는 방사능 똥을 싸지르고 있다는 말이다.

방사능 홍차와 담배로 명성(?)을 얻은 반감기 138.401일짜리 폴로늄!

방사능뿐만 아니라 화학적인 독성도 엄청나다.

청산가리의 25만 배에 이르는 미친 독성을 자랑하는 이놈은 치사량이 겨우 1㎍(마이크로그램), 즉 100만 분의 1그램이다.

생체 파괴력이 큰 알파선을 내뿜어서 인체에 들어가면 사실상 그걸로 생명은 끝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독성 물질들이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 안에 수만 톤이나 쌓여있다.

거기다 보관할 수 있는 장소도 모자라 현재 포화율이 거의 100%에 다다랐다.

그런데도 이걸 당장 처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자고 하는 것은 뒤처리는 후손들에게 미루며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짓이다.

아무리 원전 마피아의 로비를 받았다고 해도 나라의 미래와 후손을 생각한다면 이래서는 곤란하다.

“이게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었네. 국내의 방사성폐기물 문제도 나름 심각하구나.”

에바의 설명을 들으면서 대한은 원전에 관한 자신의 오해를 불식시켰다.

그동안 원전을 막연하게 위험하지만 발전 비용이 싼 발전방식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뚜렷한 핵폐기물 폐기 및 안전보관 대책 없이 무조건 원자력발전소를 증설하는 일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임을 깨달았다.

다행히 그에게는 이 문제를 해결할 기술과 방법이 있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은 절대 흉내도 낼 수 없는.

아주 쉽고 빠르고 간단하게 말이다.

“…그래서 당장은 국내의 방사성 고준위 폐기물 일부를 중화 및 변환시키는 모습을 시연할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비용을 받지 않고 무료로 하자는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에바의 당당한 말에 대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공짜로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해준다는 게 선뜻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나름 빠르게 일을 진행하기 위한 방식이나 마케팅 차원으로 일을 제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괜히 호구 잡히는 일이 될 수 있다.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로 아는 것이 세상 이치다.

오히려 시연할 때 제대로 비용을 받아내야 나중에 제값을 받고 국내의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무료는 안 돼! 비용은 제대로 받고 하자.”

“네.”

대한의 결정에 에바는 굳이 토를 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방사성폐기물 사업을 하는 것이다.

무료시연을 하느냐 마느냐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핵융합발전소 사업을 시작해야겠어.”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그의 말에 에바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대한의 표정은 단호했다.

“일단 핵융합발전소를 지어서 발전사업을 하는 건 그대로 진행해. 다만 청와대에 핵융합발전소에 관해 살짝 정보를 풀어봐. 반응을 보고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

“그런 식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에바의 시기상조 발언은 코레그룹의 발전사업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전 세계에 핵융합발전소를 짓는 사업이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한 말이다.

그런데 국내의 핵폐기물 문제 때문이라도 핵융합발전소를 시급히 건설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물론 대한은 당장 전국에 핵융합발전소를 지을 생각은 없었다.

아직은 핵융합발전소를 건설할 기술과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오픈할 때가 아니다.

다만 언제 터질지 모른 시한폭탄 같은 국내의 원자력발전소와 핵폐기물로 인해.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량이 얼마나 되지?”

“60만 GWh를 넘어섰습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MWh(메가와트) 단위를 넘어섰다.

GWh(기가와트)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였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전력소비량은 감소세다.

반면 철강, 화학, 반도체 등 전력 소비가 큰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놓은 국내의 전력소비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이 중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지?”

“13만 GWh로 22%가 조금 안 되네요.”

“이걸 핵융합발전으로 전부 대체하려면 핵융합발전소를 몇 개나 세워야 하지?”

대한민국은 4곳에 원자력발전소와 24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

이것을 전부 핵융합발전소로 대체하려는 생각인 듯했다.

대한이 계속된 질문에 에바는 홀로그램을 열어가면서 성실하게 답변했다.

“그거야 어떤 핵융합발전소를 짓느냐에 달렸죠.”

“그 말은 4곳의 원자력발전소, 아니 24기의 원자로를 1기의 핵융합로로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야?”

“그렇습니다.”

“오오!”

그는 손뼉을 치며 감탄사를 발했다.

전국에 핵융합발전소가 깔리면 관리 및 보안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24기의 원자로를 1기의 핵융합로로 대체할 수 있다면!

아무리 강대국이 노력해도 보안을 유지하고 기술유출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에바의 말에 금세 다시 얘기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스터! 그 방법은 비효율적입니다.”

“뭐라고?”

“24기의 원자로를 1기의 핵융합로로 대체하는 게 좋아 보이지만 자칫 핵융합발전소의 크기만 키우고 적들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그런 문제도 있었다.

대한민국은 북한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적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으로 둘러싸여 있다.

냉전이 끝난 지금이야 별문제가 없지만, 자칫 사이라도 나빠지면.

당장 저들은 대한민국의 치명적인 급소인 핵융합발전소부터 노릴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소형화해서 지하 깊숙이 숨기는 것이 관리하기도 편했다.

“으음, 그럼 최소한 핵융합발전소를 4곳에 24기의 핵융합로를 지어야 하겠군.”

“그건 아니죠. 수십 년 뒤에 지구에서 자체기술로 만드는 핵융합로라면 모를까, 우리가 만드는 핵융합로는 얼마든지 소형으로 몇 기의 원자로의 발전량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으래?”

대한의 눈에 일순 기쁨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럼 정확히 몇 기의 소형 핵융합 반응로가 필요한 거야?”

“기존의 원전을 모두 대체하려면 6기면 충분합니다.”

“소형 핵융합로 1기당 원자로 6기씩을 대체하는 셈이군.”

“맞아요.”

그 정도면 전국을 커버하는 데 충분할 것이다.

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청와대와 정부의 의중부터 확인해보자.”

“네, 그게 올바른 순서일 거예요.”

“당장 기존의 원전을 대체하는 것은 곤란할 테니 앞으로 필요한 전력을 우리가 핵융합발전소를 지어 해결하는 것으로 얘기해봐!”

“네, 마스터.”

에바는 합리적인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그리고 물어볼 때 우리가 핵폐기물도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해봐!”

“물론이죠. 그게 빠져서는 지금까지 얘기한 의미가 없어지죠.”

“대한민국만 해도 원전폐기물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으니 이것만 폐기 및 중화시켜도 아마 떼돈을 벌 수 있을 거야.”

“당장 청와대 및 정부와 접촉하겠습니다.”

돈이 되는 일이니 조금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금수강산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한반도를 일본처럼 오염시킬 수는 없다.

그건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와 미래에 번영할 후손을 위해서도 절대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대한의 결정으로 인해 코레그룹은 대한민국의 전력사업과 핵폐기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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