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73화 (272/331)

273화 <그녀의 방문>

타타탕 타타탕!

대한은 총을 쏘고 재빨리 오두막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뒤늦게 그가 있던 자리로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총상을 입은 상대는 개처럼 엎드려 바닥을 발발대며 기어갔다.

어떻게든 죽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했다.

탕 탕 탕!

하지만 창문 틈으로 쏘아대는 대한의 냉정한 확인사살!

끝내 화면이 회색으로 물들며 게임아웃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그러나 남은 자들은 아직도 치열한 전투의 흥분 속에 남아있었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대한은 급히 옆으로 몸을 움직이며 문을 향해 사정없이 총을 갈겼다.

집안으로 뛰어들던 게이머의 몸에 붉은 혈흔이 도배되며 쓰러졌다.

워낙 총알을 집중적으로 맞아서 그런지 즉사였다.

그는 재빨리 파밍을 한 후, 오두막 뒤로 빠져나갔다.

자신을 잡으러 오는 이들을 비웃고 대한은 오히려 그들을 하나씩 저격해서 쓰러뜨렸다.

탕 탕 탕 탕 탕!

백발백중!

게임의 신이라도 되는지.

대한의 저격은 실수가 없었다.

쏘는 족족 다 맞고 쓰러졌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여러분! 이번에도 치킨 먹으러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는 막간을 이용해 카메라를 슬쩍 한번 쳐다봤다.

환하게 웃는 대한의 얼굴!

오늘따라 유난히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가 있었다.

대한TV 시청자들은 믿어지지 않는 대한의 게임 실력에 다들 한 마디씩 떠들어댔다.

[나미비아: 어휴! 저 잘난 척! 재수 없어.]

[몰캉몰캉: 배틀 가디언(Battle Guardian)만 하면 꼭 저러더라.]

[다죽어: 그래도 대한이 ‘배그’의 신이다.]

[태풍연사: 게임 하나는 정말 잘하네.]

[모로코베이비: ㅋㅋ 얄미울 정도로 잘해.]

[COVID19: 게임만 잘하냐? 축구도 잘하고 연애도 잘하잖아.]

[딱3포: 맞다! 대한은 축구선수였지.]

[대한열망: 헐! 연애를 잘한다니? 누가 연애한다는 거야?]

[소셜패스: 우리 대한 오빠, 지금 모함하는 건가요?]

[방구석King: 광고 나오는 거 못 봤냐? 한새롬이 아주 좋아 죽더라.]

[무한버티기: 게임보다가 불똥이 엉뚱한 사람에게 튀었네. ㅋㅋ]

물론 가끔 얘기가 삼천포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지금 대한의 플레이는 대한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중계되고 있다.

그들을 위해 언어별로 마련된 수천 개의 채팅창!

오늘도 대한과 그가 만들어낸 화제로 이야기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벌써 몇 번이나 치킨을 먹었더니 배가 터질 것 같네요.”

대한은 카메라를 보면서 손을 한번 흔들었다.

시청자들은 아쉬운 마음에 가지 말라고 채팅창을 도배했다.

하지만 그는 냉정히 방송을 종료했다.

“휴우!”

길게 한번 한숨을 쉬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에바가 어느새 다가와 그에게 시원한 주스를 내밀었다.

“고마워!”

“수고하셨어요.”

꿀꺽꿀꺽 주스를 단번에 마신 대한은 빈 컵을 그녀에게 건넸다.

“아직도 아니야?”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요.”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둘은 무슨 말인지 서로 잘 알고 있었다.

“기대되네. 도대체 얼마나 본체에 공을 들이는 거야?”

“기대하셔도 좋아요.”

“자신은 있나 보지?”

“물론이죠.”

에바의 대답에 그는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며 다가갔다.

“기대할게.”

톡톡!

대한은 에바의 엉덩이를 한번 두드려주고 방을 나갔다.

거실로 가자 대한타워 펜트하우스의 진정한 진가가 발휘됐다.

사방이 투명해지면서 강남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니, 360도 각도로 서울의 야경이 손에 잡힐 듯 보였다.

“흐음! 이건 언제 봐도 멋지네.”

창문 앞에 오연히 서 있자 누군가 그의 뒤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대한은 유난히 강남의 야경을 좋아하는 것 같아.”

따뜻한 입김에 귀가 간지러웠다.

하지만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왔어?”

“응.”

모니카는 대한의 뒤에서 그를 힘껏 껴안았다.

물컹한 질량감이 한 아름 느껴졌다.

풍염하다 못해 이제는 농염해지기까지 했다.

입가에 절로 만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대한!”

대한이 꿈쩍도 하지 않자 모니카는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그제야 대한은 몸을 뒤로 돌렸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은 이슬을 먹은 것처럼 촉촉했다.

사랑과 애정이 가득한 모니카의 눈빛!

그저 보기만 했을 뿐인데 벌써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는 두 손을 뻗어 대한의 목을 감쌌다.

그리곤 발끝을 들고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대한은 굳센 팔로 모니카의 허리를 잡아 끌어올렸다.

한순간 허공으로 살짝 몸이 떠올랐다.

하지만 키스가 고팠는지 그녀는 그의 입술을 탐하는 것을 절대 멈추지 않았다.

한동안 부드러운 설육의 끈적한 교류가 이어졌다.

“푸하!”

욕심껏 대한의 입술을 탐했던 그녀가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떨어져 나갔다.

그녀의 볼은 어느새 잘 익은 능금처럼 붉어져 있었다.

“이제 좀 살 것 같아.”

“언제는 죽을 것 같았어?”

모니카의 말에 대한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도리질을 했다.

“아이! 알면서 왜 물어?”

“뭘?”

뻔한 질문에 뻔한 답이 나올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연인 사이에는 이런 닭살 돋는 밀어가 꼭 필요한가 보다.

“대한이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았단 말이야.”

모니카는 몸을 비비 꼬면서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대한은 이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으래?”

쪽!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모니카의 뺨에 소리 나게 뽀뽀를 했다.

그러자 당장 꽃이 활짝 피어오르는 것처럼.

그녀의 입가에 아침이슬을 머금은 싱그러운 한 송이 미소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얼마나 있다가 갈 거야?”

“한 일주일 정도.”

그녀의 눈빛에 벌써 아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바쁜 시기는 다 지나갔나 보군.”

“이게 모두 대한 덕분이야.”

모니카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녀의 말투에 고마움이 꿀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사실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다.

정말 자신이 아니었다면 모니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테니까!

비극으로 인생을 마감한 그녀!

그런 모니카를 살린 것은 전적으로 대한의 힘과 의지였다.

굳이 따지자면 에바나 나서서 손을 쓴 것이지만.

에바는 그에게 종속된 존재이니 결국 대한이 한 일이나 마찬가지다.

“피곤하지 않아?”

“조금 피곤하긴 하네.”

아무리 전용기를 타고 왔다고는 하지만.

오랜 비행시간으로 인해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 가서 씻고 와.”

“오케이.”

모니카는 선선히 그의 말을 따랐다.

그녀도 일단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싶었다.

그 뒤에 뭐를 할지는 별로 상관없었다.

대한과 같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미 모니카의 마음은 기쁨으로 충만해져 있었다.

‘에바! 먹을 것을 준비해줘!’

―네, 마스터. 이미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고 지시해놨어요.

‘고마워.’

―천만에요.

대한은 마음속으로 에바와 대화했다.

하지만 눈은 멀어져가는 모니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녀가 걸을 때마다 씰룩거리는 토실토실한 엉덩이.

몸에 딱 붙는 검은색 실크 원피스를 입은 모니카의 뒤태는 한마디로 예술이었다.

꿀꺽!

아직 혈기가 왕성한 대한이라 절로 침이 삼켜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식사 이후에 다른 일정은 없으시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싶은데.’

―그건 좀 참아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 강남의 영화관은 만석입니다.

유명하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제 사람의 눈초리를 신경 쓰지 않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대한은 전에 길거리 음식을 마음껏 사 먹었던 때가 조금은 그리워지기도 했다.

‘어휴! 어쩔 수 없지. 인기가 많은 내가 죄지.’

―집에서 영화 관람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어차피 홀로그램으로 볼 텐데.

확실히 홀로그램으로 영화를 보면 입체적인 느낌이 나서 좋다.

그런데 왠지 오늘은 그 정도에서 멈추고 싶지가 않았다.

‘에바, 볼트 행성에도 영화관이 있어?’

―물론이죠. 지구와는 좀 다르지만 영화관이 있긴 합니다.

‘아! 거기도 영화를 보긴 하는구나.’

어딜가나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대한의 착각일 뿐이었다.

―영화관이라고 해서 지구의 영화관을 생각하시면 안 돼요.

‘그럼?’

―볼트 행성의 영화는 지구의 영화와는 달리 일종의 가상현실이에요.

‘가상현실?’

가상현실이라는 말에 대한의 호기심이 증폭됐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가상현실 말이야?’

―지구에서 말하는 가상현실(VR)과 비슷해요.

‘그건 어떤 느낌이지?’

―글쎄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경험하는 것이 좋겠어요.

문자까지 써가면서 말하자 그는 꼭 볼트 행성의 영화를 보고 싶었다.

―식사하고 나서 모니카와 같이 한번 보세요.

‘거기도 장르가 있나?’

―물론이죠. 일단 볼트 행성 역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로 준비할게요.

‘좋아!’

대한은 주먹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치면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다른 화장실로 들어가 손을 씻었다.

아무래도 식사를 하려면 역시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좋았다.

이렇게 매일, 그리고 자주 손을 씻기만 해도 위생에 큰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이 간단한 이치를 몰라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아! 개운하다.”

“모니카!”

거실로 돌아오자 마침 모니카도 욕실에서 나왔다.

하얀 샤워 가운을 입은 그녀의 얼굴은 뽀송뽀송했다.

머리는 수건에 휩싸여 터번처럼 보였다.

사슴처럼 길고 가는 목은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모니카는 대한의 손을 잡고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샤워 가운이 살짝 들리며 뽀얀 꿀벅지가 드러났다.

요새 열심히 운동하는지 늘씬한 다리는 건강미가 돋보였다.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허벅지를 살살 쓰다듬었다.

“배고프지 않아?”

“별로. 전용기에서 너무 많이 먹었나 봐. 대한은?”

“나도 별로 배가 고프지는 않아.”

그는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조금 전에 대한TV 채널에서 먹방을 했다.

그래서 아직 배가 꺼진 상태가 아니었다.

“그럼 우리 영화 한 편 볼까?”

“영화? 무슨 영화?”

모니카도 최근에 영화를 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영화라는 말에 눈에 띄게 반색했다.

“볼트 행성에서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라던데.”

“거기도 영화가 있나 보네!”

모니카의 반응에 대한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바로 전에 그도 에바에게 똑같은 말을 했었다.

확실히 대한과 모니카의 감성은 비슷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쪽의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가 아니래. 가상현실에 가깝다고 하더라고.”

“오오! 그럼 아바타 같은 분위기?”

“SF영화에서나 봤던 가상현실 영화를 직접 한번 경험해보자.”

“좋아.”

대한과 모니카는 이심전심 같은 마음이었다.

둘은 즉시 손을 들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짝!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두 사람은 다시 주먹을 쥐고 서로 살짝 부딪쳤다.

그다음은 서로 꼭 껴안고 프렌치 키스를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꼴을 보기 싫었나 보다.

똑똑똑!

좋은 분위기를 망치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대한과 모니카는 누군가의 예상을 깨는 반응을 보였다.

딱!

대한은 그냥 들어오라는 뜻으로 허공으로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L1 리사가 들어왔다.

그녀의 두 손에는 손오공이 썼다는 긴고아 같은 금빛 관이 각각 하나씩 들려있었다.

“마스터! 이걸 머리에 쓰시면 됩니다.”

대한과 모니카의 프렌치 키스는 리사가 들어와서 금빛 관을 주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에서 금빛 관 두 개를 받아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나가라고 손짓을 했다.

리사는 공손히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발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대한!”

“모니카!”

언제 어떤 포인트에서 불이 붙었는지 모른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마른 장작에 불이 붙듯.

둘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한동안 거실은 대한과 모니카가 만든 뜨거운 사랑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렇게 한 시간쯤 남녀는 새하얗게 몸을 불태웠다.

“대한!”

“응.”

“대한!”

“왜?”

“그냥 불러봤어.”

모니카의 실없는 소리에 대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둘은 소파에 누워 서로의 몸을 꼭 껴안았다.

그저 안고 있기만 해도 좋고 마음이 편해졌다.

특히 모니카는 대한의 품에 안겨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안정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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