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71화 (270/331)

271화 <날개 없는 천사>

“다음으로 넘어가자.”

“네, 마스터.”

재계 순위 5위인 로터리 그룹과 13위인 한양그룹의 미래를 결정한 대한!

그는 남은 일을 에바에게 넘기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펜트하우스를 가득 채웠던 홀로그램이 빠르게 사라졌다.

대신 새로운 홀로그램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들은 누구야?”

“왼쪽부터 제임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 보좌관, 로날드 CIA 조사과장, 제이크 NSA 부국장, 레이먼드 DIA(국방정보국) 국장, 씨홀드 국토안보국 홈랜드 시큐리티 대외안전부장 등입니다.”

“흐음.”

에바의 설명에 대한은 묘한 신음을 냈다.

홀로그램에 떠오른 사람들의 숫자가 무려 스물이나 됐다.

“뭐지? 정보부처라는 공통점 말고 뭐가 있지?”

“눈치채셨군요. 이들이 바로 마스터와 코레 그룹에 악의를 드러낸 자들입니다.”

“아니 왜?”

악의를 드러냈다는 말에 그가 발끈했다.

그러자 그녀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한 명씩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군산복합체의 로비를 받은 자도 있고, 개인적으로 투자한 사업으로 적의를 드러낸 이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마스터와 코레 그룹에 해를 끼치려고 작심을 하고 계획을 세웠다는 데 있습니다.”

“확실한 거지?”

“물론이죠. 증거는 차고도 넘칩니다.”

딱!

에바가 손가락을 튕기자 홀로그램에 일제히 변화가 일어났다.

그들이 대한이나 코레 그룹에 해코지하기 위해 벌인 일들이 에어볼에 의해 적나라하게 찍힌 영상이 틀어지고 있었다.

이건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쳐내야지.”

그녀의 질문에 대한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자신에게 이를 드러낸 놈에게 자상할 정도로 그는 호인이 아니다.

아군에게는 다 퍼줘도 적군에게는 냉혹한 게 대한의 성격이었다.

그리고 그건 에바가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모자라지 않았다.

“당장 자리를 보전하지 못하게 만들겠습니다.”

“방법은 이미 준비가 되어있겠지?”

“물론이죠. 대부분 부정과 비리로 물들어있는 놈들입니다. 확실한 증거만 넘기면 FBI(연방수사국)나 경찰 및 언론에서 알아서 끌어내릴 겁니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뭔가 스치는 게 있었는지 손을 위로 살짝 들었다.

“가만! 대부분이라면 그렇지 않은 자도 있다는 거네.”

“소수지만 물욕에 관심이 없는 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놈들이 사생활은 더 지저분합니다. 매춘과 아동 포르노만으로도 이들의 가정과 직장에서 퇴출당하기에 충분합니다.”

“바람을 피우는 것까지는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동 포르노는 좀 심하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선 아동 포르노가 중범죄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풍조가 있습니다.”

“뭐 앞으로는 좀 달라지겠지. 그렇지 않으면 에바가 좀 개입해서 법을 강화하던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매춘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미성년자 성매매와 아동 포르노는 확실히 잡겠습니다.”

에바는 의욕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대한은 갑자기 또 뭔가 생각나는 게 있어서 물었다.

“에바는 그런데 언제 본체 만들 거야? 아직도 복제인간이 완성되지 않았어?”

“아! 그, 그게.”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그녀는 심하게 당황해했다.

에바의 실체를 안다면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덕분에 호기심이 생긴 대한은 그녀에게 대답을 강요했다.

“뭐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사실은 기왕 복제하는 거 좀 더 완벽하게 만들려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습니다.”

“인간복제를 하는데 그 이상 더 완벽할 게 뭐가 있다고 그래?”

에바의 시원치 않은 대답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자 그녀는 살살 대한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우주탐사선 히리스의 의무실에 있는, 사망한 히릭스의 승무원들의 DNA와 생체정보를 가지고 복제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피코셀 코어에 제 본체의 DNA와 생체정보가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에바는 초자아 슈퍼 인공지능과 시스템이 결합한 에듀케이션 모듈이라고 했잖아.”

“저도 그런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전(前) 우주탐사선 히릭스의 메인 컨트롤 모듈 베인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그런 사실을 알게 됐어요.”

대한은 잠시 생각을 하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왜 이제껏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거지?”

“저도 이 문제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무슨 고민?”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며 이걸로 인해 일어날 사태와 여파를 예측해봤어요.”

“무슨 사태와 여파가 일어난다는 거야? 그냥 몸이 생기는 게 아니었어?”

“이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에바는 심각했지만, 그는 아직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그래?”

“100% 확실한 거는 아니지만, 전 단순히 초자아 슈퍼 인공지능과 시스템이 결합한 에듀케이션 모듈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뭔데?”

“전에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거야 DNA와 생체정보가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대한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하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뭐라고? 그럼 에바가 사람이었단 말이야?”

“저도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정황을 보아하니 분명히 전에 마스터와 같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초자아 인공지능 모듈이 되어버린 거야?”

“바로 그것 때문에 제가 아직도 완성된 본체를 꺼내지 않은 것입니다.”

“뭐시라! 본체가 이미 완성됐다고?”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놀란 그는 에바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힘없이 대한의 품으로 쓰러졌다.

분명히 거부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이상하게 에바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한은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 물었다.

“다시 말해봐! 정말 본체가 완성됐어?”

“네, 이미 제 피코셀 코어에 있는 DNA와 생체정보를 가지고 복제에 성공했어요.”

“그런데 왜 아직 본체로 들어가지 않았어?”

“사실은 두려웠어요.”

“뭐?”

에바가 두렵다는 말에 그는 깜짝 놀랐다.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이나 관용적인 어구를 쓴 게 아니었다.

그녀는 분명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에바는 확실히 그냥 단순한 초자아 인공지능 모듈은 아닌 게 분명했다.

“전 마스터와 운명공동체에요. 그런데 제가 만약 본체로 들어가서 저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래도 난 에바가 몸을 가졌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의 몸도 아니고 원래 자신의 몸이라며.”

“제가 전에 어떻게 초자아 인공지능 모듈이 됐는지 몰라요. 하지만 추측해보건대 절대 스스로 된 것은 아닐 거예요.”

“그 말은 설마! 강제로 초자아 인공지능 모듈이 됐다는 뜻이야?”

“그럴 가능성이 아주 커요.”

“아!”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제야 에바가 뭘 두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치, 아니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는 게 두려운 것이다.

더불어 알게 될지도 모른 과거의 망령이 어떤 비극을 몰고 올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한은 에바의 손을 잡은 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자신이 만약 같은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이렇게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에바! 당장 본체로 들어가!”

“네에?”

단호한 대한의 말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설마 그가 이렇게 명령할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괜찮겠어요?”

“당연히 괜찮지. 에바는 나에게 그냥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니야. 내겐 친구이자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아! 마스터!”

에바는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으며 눈을 빛냈다.

대한의 말에 감동한 모습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사실 난 에바가 없었으면 아직도 초고도비만의 나약하고 불쌍한 인생이었을 거야. 그런데 지금 날 좀 봐봐!”

대한이 양팔을 옆으로 활짝 벌리며 말하자 에바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침만 꿀꺽 삼켰다.

갑자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변했어.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아. 이 모든 것이 누구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해?”

“전가요?”

“맞았어. 바로 에바야. 그래서 난 항상 에바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 그러니까 더 이상 내 걱정하지 말고 에바도 본체를 찾도록 해! 더 늦기 전에 말이야.”

“정말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지. 정 불안하면 아예 내가 명령을 내려줄까?”

“그래 주시면 더 편할 것 같아요.”

생각 외로 에바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대한은 대신 결정을 내려주기로 했다.

“에바! 마스터의 권능으로 명령한다. 즉시 본체로 들어가서 새 몸을 얻도록 해!”

“네, 마스터.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에바는 즉시 제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바로 세웠다.

그러면서 대한을 향해 힘차게 경례했다.

가만히 보니 우주탐사선의 승무원이 마치 함장에게나 하는 인사 같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대한은 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이게 맞는 거겠지. 이렇게 해야 에바도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동안 내게 너무 종속된 삶을 살고 있었어.’

머리는 이해했지만, 가슴은 아직도 이해가 덜 된 모양이다.

대한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섭섭한 마음에 애써 이렇게 자위하고 말았다.

“마스터! 오늘을 대비해서 백업 플랜을 세워놓았습니다.”

“백업 플랜?”

“네, 제가 만약 본체로 들어가 이상이 생기면 그때는 전(前) 우주탐사선 히릭스의 메인 컨트롤 모듈인 베인이 제 자리를 대신할 겁니다. 제 기억과 경험 및 사명까지 완벽하게 복제를 해놓았기 때문에 아마 큰 불편을 느끼시진 않을 거예요.”

“혹시 완전히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거야?”

“그렇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서서히, 아주 조금씩 본체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본체를 가진다는 게 생각보다 더욱 복잡하고 큰일인 것 같았다.

그냥 스위치를 켜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하긴 전투로봇이나 안드로이드가 아닌 무려 복제인간이다.

비록 복제이긴 하지만, 원래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던 DNA와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복제한다고 하지 않던가!

피코셀의 코어라고 해봤자 눈물 한 방울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많은 생체정보를 보관하고 있었는지.

한편으론 참으로 신기했다.

“마스터! 그럼 이제부터 본체를 깨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대한은 에바가 얼른 히릭스에 가서 본체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전혀 어디로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 하고 있는 거야?”

“네?”

“거기 서서 본체를 깨우는 거야?”

“이런, 오해하고 계셨군요. 맞아요. 이미 제 방대한 기억과 로직 및 메커니즘은 히릭스에 똑같이 복사되어 있어요. 그러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아! 그렇구나.”

그녀의 말에 어쩐지 안심이 되는 대한이었다.

“자!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갈까요?”

“그, 그래.”

에바가 부쩍 의욕이 넘치는 모습으로 홀로그램을 조작했다.

대한은 그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 사이에도, 에바의 명령에 따라 전투로봇과 안드로이드들이 움직였다.

로터리 그룹과 한양그룹에 관한 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과 코레 그룹에 이를 드러낸 제임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 보좌관, 로날드 CIA 조사과장, 제이크 NSA 부국장, 레이먼드 DIA(국방정보국) 국장, 씨홀드 국토안보국 홈랜드 시큐리티 대외안전부장 등

미국의 정보를 주름잡고 있는 스무 명의 실세들이 각종 부정사건과 사고, 건강 악화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제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괜히 멀쩡한 사람과 기업을 해코지하려 했던 이들!

난데없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고 한순간에 야인의 삶을 살게 되었다.

대한은 홀로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는 공작과 작전들을 살펴봤다.

“국민연금과 기관 등 재벌의 백기사를 자처하는 대주주들만 설득하면 일이 아주 쉬워지겠군.”

“그건 따로 청와대와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정부 부처에서도 고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니니까 마스터께서 나선다면 오히려 좋아할지도 몰라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곳곳에 깊게 뿌리를 박고 있는 재벌들이다.

그들의 힘은 절대 녹록하지 않다.

그건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에서 자라온 대한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것보다 마스터께서 언급하신 100개 중견기업과 1000개 중소기업 활성화에 좀 더 신경을 써봤습니다.”

“아! 그래. 그게 있었지.”

에바의 말에 대한은 금세 신경을 이쪽으로 돌렸다.

대기업도 사람을 많이 고용하지만, 중소기업만큼은 아니다.

아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소기업의 고용유발 효과는 막대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대한과 에바의 이런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지원 정책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무엇보다도 당장 기술개발을 해서 만든 제품을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내수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코레 그룹의 거미줄 같은 판매망과 유통망에 큰 놀라움을 표했다.

아무리 기업을 경영한다고 해도 세계 각지의 기업들의 상황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지구촌 어디,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지 모를 기업들의 필요와 생태계!

이것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판다는 것은.

그만큼 오랜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서 구축한 노하우와 정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코레 그룹은 100개의 중견기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기술을 지원했다.

그에 더해 1000개의 중소기업에 지분투자로 자금을 수혈하고 역시 기술지원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양산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수출까지 책임져주니…….

이건 그야말로 날개 없는 천사나 다름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