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화 <즐거운 한때>
그녀의 물음에 대한은 바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면서 가볍게 새롬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쳤다.
찰싹!
파르르 떨리는 살덩이!
손에 착 감기는 탄력이 아주 그만이었다.
“아이!”
새롬은 살짝 아픈 척 몸을 뒤틀었다.
앙탈을 부리는 그녀의 귀엽고도 야릿한 얼굴!
그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만 프렌치 키스를 퍼부었다.
하지만 놀라기는커녕 새롬은 기다렸다는 듯 활짝 문을 열고 반겨왔다.
그렇게 둘은 잠시 진한 설왕설래의 의식을 치렀다.
그러다가 대한과 새롬은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려 침실을 쳐다봤다.
이심전심(以心傳心).
그들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무언의 합의에 따라 수영장을 가는 것은 잠시 보류됐다.
침실로 향하는 두 사람의 발길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한 시간 뒤.
대한과 새롬은 만족한 얼굴로 메인풀을 찾았다.
살짝 노곤한 표정을 지으며 걸어가는 새롬의 얼굴.
그녀의 볼이 발갛게 상기된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아니 이제는 그것을 지나 성숙하면서도 관능적인 미까지 우러나오고 있었다.
풍덩! 풍덩!
대한이 대뜸 풀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새롬도 지지 않고 즉시 따라 뛰었다.
그 반동으로 두 개의 물 덩이가 허공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그 아래로 하얀 물보라가 포말을 그리며 번지고 있었다.
“꺄악!”
“하하하!”
뭘 어떻게 했는지 새롬이 놀란 비명을 질렀다.
그걸 바라보는 대한은 뭐가 그리 좋은지 환한 웃음을 터트렸다.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노려보는 그녀!
입술을 앙다물더니 이내 대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쉽게 잡혀주지 않았다.
잽싸게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잠수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수면 위로 올라온 새롬은 목표를 확인하고 재빠르게 뒤를 쫓았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 쫓고 쫓기며 넓은 수영장이 좁다고 마구 돌아다녔다.
대한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롬도 수영을 무척 잘했다.
풍염한 몸매에 날씬함까지 갖춘 그녀의 명품 보디!
그것을 유지하는 비결에는 이렇게 수영이라는 좋은 운동이 바탕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수준급의 수영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물에서 대한을 잡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간간이 대한이 일부러 잡혀줬기에 새롬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그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두 사람이 노는 모습을 부럽게만 쳐다봤다.
“우와! 재미있겠다.”
“나 한새롬이 너무 부러워!”
“둘이 저렇게 있으니까 정말 잘 어울린다.”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
“그건 평범하다는 표현 아니야?”
“선남과 선녀가 나오니까 좋은 뜻이지.”
“이거 조만간 스캔들 나겠는데.”
“아오! 왜 이렇게 배가 아프지.”
“올! 한새롬이 네 사촌이었어?”
“그만해라!”
우연인지 노리고 나온 건지.
묵고 있는 메인타워 수영장이 아닌 이쪽 메인풀로 원정을 온 여자 스텝들.
대한과 새롬이 즐겁게 수영하며 노는 모습을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사실 어제 온종일 광고 촬영을 한다고 피곤했다.
다행히 일정이 순조롭게 끝나 오늘 하루 풀로 쉴 수 있었다.
내일은 돌아가는 날이다.
하지만 어째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즐겨보려고 이렇게 일부러 이쪽 메인풀로 와봤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대한과 새롬이 메인풀에 나타났다.
아직 한창때인 그녀들!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싶었다.
특히 대한의 잘생긴 얼굴과 멋진 근육질 몸을 보자 절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새롬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그를 보면 자신에게 하는 것 같아 방심이 울렁였다.
그녀들도 대한처럼 멋진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새롬처럼 자신들도 이렇게 풀에서 재미있게 놀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하지만 그건 꿈에 불과했다.
당장 어디에서 대한 같이 근사한 사내를 구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은근슬쩍 풀장으로 들어가 같이 놀자고 할 수도 없었다.
아니 감히 둘에게는 가까이 다가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태양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새롬의 미모!
이건 가히 압권이었다.
누가 봐도 자신들이 입은 비키니와 그녀가 입은 비키니에는 숨길 수 없는 차이가 났다.
가까이 다가가 일부러 비교를 당하느니 그냥 차라리 이대로 거리를 두는 게 좋았다.
눈으로 바라보고 마음속으로 상상하는 건 전혀 위험하지 않다.
혹자는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했다.
아니 이 경우에는 용기 있는 여자가 멋진 사내를 얻게 된다고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말이 존재했다.
아무리 대한과 새롬이 그들을 편하게 대해준다고 해도.
어설프게 들이대는 것은 결국 미친 짓이다.
자칫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난다면.
아마 다시는 방송계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풀장 구석에서 간간이 두 사람의 모습을 훔쳐보며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여자 스텝들이 마음의 갈피를 못 잡는 사이!
대한과 새롬은 한 시간이 넘도록 신나게 수영을 즐기며 놀았다.
둘 다 체력이라면 자신이 있어서 이 정도는 사실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점점 늘어나는 발길과 따가운 시선에 지쳐 결국 풀장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그만 들어가자.”
“응.”
대한과 새롬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길을 걸었다.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과 멋진 근육질의 몸매가 꿈틀댔다.
탄력이 넘치는 풍만한 몸에 대리석처럼 매끈하게 쭉 뻗은 두 다리가 황홀하게 교차했다.
메인풀 안팎에서 둘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기에 바빴다.
“와우! 끝내준다.”
“몸매가 환상적이다.”
“자기야! 지금 어딜 보고 있는 거야?”
“그러는 너는 누굴 보고 있는데!”
“미모가 예술이네.”
“어머! 너무 멋지다.”
“괜히 연예인이 아니네.”
“허벅지 튼실한 것 좀 봐!”
“내 허리만 하다.”
“허리가 아니라 몸통이겠지.”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랍다는 말이 이어졌다.
그런 군중의 관심을 한껏 받으며 대한과 새롬은 보무도 당당히 길을 가로지르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스위트룸으로 돌아온 그들.
먼저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나온 두 사람은 샤워가운만 달랑 하나 걸친 채 베란다 옆에 있는 자쿠지로 갔다.
버튼을 누르자 따뜻하게 데워진 물이 거품을 일으키며 뿜어져 나왔다.
대한과 새롬은 얼른 가운을 벗어 옆에 던져두고 자쿠지로 들어갔다.
마치 마사지를 하듯 온몸을 두드리는 수압!
입에서 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으아아! 좋다.”
“흐응.”
묘한 소리와 함께 둘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우리 그러지 말고 아예 마사지를 받을까?”
“응.”
대한은 마사지 받는 것을 참 좋아했다.
하지만 그건 새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제안에 그녀는 두말하지 않고 동의했다.
대한은 스마트폰을 들어 에바에게 전화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스위트룸 안으로 두 명의 백인 여자 마사지사가 들어왔다.
그런데 여자들의 미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새롬은 리사와 틸란을 처음 봤는지 흠칫했다.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었다.
아무리 펑퍼짐한 마사지 복을 입고 있다고 해도.
날카로운 새롬의 눈을 완전히 피해가진 못했다.
‘도대체 대한은 어디서 이런 백인 미녀들을 구해온 거지?’
그녀는 은근히 질투가 났다.
하지만 대한의 담담한 얼굴을 쳐다보자 솟구쳐오르는 질투의 불길을 지그시 눌러 꺼야만 했다.
아무리 봐도 그의 눈동자는 너무 깨끗했다.
그걸 깨닫자 오히려 질투하는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마사지할 준비가 끝났어요.”
“지금 마사지 받으실 거예요?”
리사와 틸란이 웃으면서 물었다.
대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새롬을 가리켰다.
“난 리사가 하고, 우리 새롬이는 틸란이 마사지해주면 좋겠다.”
“네.”
“예.”
새롬은 ‘우리 새롬’이란 대한의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입꼬리가 위로 승천하려는 것을 억지로 붙잡은 그녀!
슬그머니 자쿠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속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아 육감적인 자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절묘한 S 라인을 타고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까지 유혹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매우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틸란이 쪼르르 다가와 가지고 있던 대형 타월로 그녀의 몸을 감싸줬다.
대한도 굳이 혼자 자쿠지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자쿠지를 나와 새롬의 뒤를 따라 걸었다.
역시 대한도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걸어가는 내내 덜렁대는 모습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민망한 순간을 리사가 재빨리 다가와 마른 수건으로 그의 몸을 감쌌다.
마사지는 방 한쪽에 준비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두 개의 이동식 마사지 베드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대한과 새롬은 각자 하나씩 베드를 차지하고 올라가 누웠다.
그러자 리사와 틸란이 벼렸다는 듯 제대로 된 마사지의 진수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아아!”
“으음.”
대한과 새롬은 연신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리사와 틸란은 뭔가 작정이라도 했는지.
살이 녹고 뼈가 흐물거리는 정성스러운 마사지를 베풀었다.
대한은 늘 받는 마사지라서 그나마 좀 덜했다.
하지만 새롬은 처음 받아보는 틸란의 환상적인 마사지 기술에 그만 천국을 오르내리는 기분을 맛봤다.
이건 남녀의 사랑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즐거움이었다.
“후우우! 후우우!”
어느 순간!
새롬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방을 울렸다.
마사지를 받다가 긴장이 다 풀려버렸는지.
그만 까무룩 잠이 들고 만 것이다.
대한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저건 자신도 겪어봐서 잘 안다.
한번 당해보면 도저히 수마를 이길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런데 이런 대한도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이내 정신 줄을 놓고 말았다.
“고로롱 고로롱!”
그는 살짝 코까지 골면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대한과 새롬이 동시에 잠이 들자.
리사와 틸란의 손길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래도 하던 마사지를 멈추지는 않았다.
대신 부드럽고 느릿하며 약하고 은근한 마시지를 지속했다.
몸의 체온이 빠질세라 간간이 따뜻한 수건으로 온몸을 덮어주기도 했다.
그 바람에 대한과 새롬은 굳었던 전신의 근육이 모조리 싹 풀려버렸다.
시간이 지나자 대한과 새롬은 거의 동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으아아아!”
대한이 먼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하아암!”
그러자 새롬도 같이 일어나 한껏 기지개를 켰다.
전신이 가볍다 못해 새털이 된 것 같았다.
그런데 탈의한 상태라 그녀의 짓눌렸던 탱탱한 가슴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마구 흔들거렸다.
대한은 그걸 보자 대놓고 입맛을 다셨다.
새롬이 마침 그 모습을 발견하고는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는 은근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인기 배우답게 새롬은 표정도 멀티로 보여주며 베드에서 내려왔다.
리사와 틸란이 샤워가운을 가져와 그들의 몸에 하나씩 걸쳐줬다.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천만에요.”
새롬은 틸란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대한도 리사에게 고맙다고 윙크를 하고는 일어났다.
둘은 나란히 손을 잡고 베란다로 나왔다.
“어때?”
“최고야! 이렇게 기분 좋은 마시지는 처음 받아봤어.”
“종종 받게 해줄게.”
“그럼 나야 고맙지.”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두 남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잠시 멍하니 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쳐다봤다.
그러자 리사와 틸란이 열대과일을 간 생과일주스를 내왔다.
안 그래도 목이 말랐는데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컥벌컥!
대한은 생과일주스를 단번에 들이켰다.
그러자 새롬도 지지 않고 생과일주스를 원샷하고 말았다.
아니 그걸로도 모자란 듯 계속 입맛을 다셨다.
“배고파?”
“조금.”
그의 질문에 그녀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은 고개를 옆으로 리사와 틸란을 쳐다봤다.
“식사를 준비할까요?”
“그래. 오늘은 스테이크를 먹어보자.”
“네, 그럼 스테이크로 준비해놓겠습니다.”
리사와 틸란이 한목소리로 대답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녀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새롬이 대한에게 얼른 물었다.
“여기서 먹으려고?”
“아니. 메인타워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먹으려고. 왜? 싫어?”
“싫기는. 나야 당연히 좋지.”
안 그래도 밖에 나가서 외식하고 싶었다.
국내에서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레스토랑에 가서 먹기가 곤란했다.
하지만 이곳은 미국령인 괌이다.
대한의 광팬만 피한다면 충분히 둘만의 즐겁고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녀는 대한의 어깨에 자신의 몸을 기대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눈이 호선으로 변하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쪽!
대한은 그녀의 뺨에 소리 나게 키스를 했다.
그러자 새롬도 그의 뺨에 소리 나게 키스로 답례했다.
둘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 뜨거운 프렌치 키스로 이어졌다.
입에서 달콤한 과일 향이 났다.
그들은 남은 과일 향을 빨아먹으며 서로의 몸을 꼭 부둥켜안았다.
이런 두 사람이 부러웠을까?
해변에서 불어온 바람이 둘 사이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사이에는 바람 한 점 들어갈 틈이 없었다.
대한과 새롬의 머리 위로 서서히 황혼이 빛나기 시작했다.
장엄한 태양의 마지막 몸부림!
하늘에다 울분이라도 푸는 듯 온통 붉은 노을로 물들어갔다.
바다도 순식간에 오렌지 빛깔로 변하며 타올랐다.
덩달아 새롬의 볼도 발갛게 잘 익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