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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266화 (265/331)

266화 <질투는 나의 힘>

둘이 뭐라고 떠들든 간에 카메라의 셔터는 쉴 새 없이 눌리고 있었다.

당연히 동영상 카메라도 멀찍이서 둘의 다정한 모습을 담고 있었다.

“대한, 시계 가려지지 않게 조심해.”

“이거 은근히 귀찮네.”

“그래도 그게 전부 돈이잖아.”

“그건 그렇지.”

귀찮긴 해도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뽑을 수 있는 이익이 막대했다.

광고는 바로 그런 것이다.

입고 있는 옷, 먹고 있는 음식, 차고 있는 액세서리, 신고 있는 신발 등

대한의 몸에 걸쳤거나 쓰고 있는 모든 물건이 전부 광고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있었다.

이 한 컷을 위해 지금 각 회사에서 나온 코디만 수십 명이나 됐다.

전부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크고 작은 광고가 이 레스토랑 세트 하나에 왕창 버무려져 있었다.

레스토랑 다음은 호텔 피트니스센터였다.

운동하는 모습이야말로 대한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농구장에서 농구공을 가지고 놀았다.

축구선수라고 축구만 잘하라는 법은 없다.

이미 육체가 마스터의 레벨에 들어선 대한의 농구 실력은 이미 프로농구선수 못지않았다.

테니스장에서 테니스공을 가지고 놀았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대가 보내는 테니스공을 강하게 스매싱하는 장면이었다.

“이대한 선수! 살살 치세요. 저 무서워요.”

“아! 죄송합니다.”

대한이 너무 의욕을 보였는지 볼을 넘겨주는 사람이 지레 겁을 먹었다.

그만큼 그가 친 테니스공의 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증거였다.

그다음부터는 힘을 좀 조절했다.

어차피 영상의 속도를 조절하면 얼마든지 빠르거나 늦게 표현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해변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았다.

바로 이 장면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래서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찍었다.

대한이 종목을 바꿀 때마다, 다국적 스포츠업체에서 나온 금발의 미녀들이 촬영장을 들락거렸다.

이국의 코디네이터들이 스포츠 종목에 맞춰 운동복과 신발을 그때마다 맞게 바꿔주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일부는 그 모습에 괜히 자기 일도 아닌데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운동복과 신발에 새겨진 선명한 로고!

당연히 이것은 이번에 거액의 계약금을 내고 계약한 다국적 스포츠 기업의 것이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아마 광고를 하루에 하나씩!

전부 따로 찍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은 아니다.

굳이 광고를 찍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야말로 이미 광고계의 갑이었다.

그것도 원하는 대로 마음껏 할 수 있는 절대적인 갑!

어떻게든 대한을 자신들이 만든 제품과 연결하려는 기업의 입장은 스스로 을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만큼 대한의 인기와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가 하나 존재했다.

언젠가부터 촬영현장에 슬쩍 나타나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사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를 그의 시선은 아주 묘했다.

대한을 바라보는 눈초리엔 숨길 수 없는 질투가 솟아있었다.

그리고 새롬의 얼굴과 몸을 핥듯이 쳐다보는 눈빛에는 진한 욕망이 일렁거렸다.

“양 비서!”

“네. 이사님”

“한새롬 좀 데려와!”

“네? 지금요?”

양 비서의 말에 사내는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눈을 어디다 달고 다니는 거야? 지금 광고 촬영 중인 것 안 보여? 당연히 촬영 끝나고 나서 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 데려와야 할 거 아냐!”

“아! 네. 알겠습니다.”

양 비서는 사내의 말에 바로 자세를 바로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욕을 다 해대고 있었다.

‘아! 쓰벌! 미치겠네. 이 발정 난 종욱이 새끼가 광고현장 보러 가자고 꼬실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근데 한새롬은 또 어떻게 꼬셔내지? 이대한 선수와 같이 광고를 찍는 걸 보면 절대 쉽게 넘어올 클래스가 아닌데.’

사내는 혀를 차면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양 비서가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서 있자 뭐라고 욕을 하기도 귀찮아졌다.

눈앞에 보이는 촬영현장은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촬영도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사내는 다시금 묘한 미소를 지으며 현장을 지켜봤다.

‘고년 참 맛깔나게 생겼네. 조금만 참아라. 이 오빠가 오늘 밤 아주 죽는다고 애원할 정도로 꾹꾹 눌러줄게.’

그는 한새롬의 하얀 얼굴과 육덕이 좋은 몸을 보기만 해도 사타구니 사이가 불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시선이 대한을 향했다.

갑자기 그의 눈빛이 표독스럽게 변했다.

‘그런데 저 새끼는 왜 이렇게 잘난 척을 하는 거지? 공차는 놈을 데려다가 광고까지 찍으라니.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도 저놈을 꼭 우리 JJ그룹에서 써야 한다고 난리를 치시니 안 할 수도 없고. 그래 좋아. 어디 두고 보자. 나중에 조금만 틈을 보이면 내가 기필코 널 한 방에 보내주마.’

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

개중에는 착한 사람도 있고 못된 인간도 있다.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군상들이 오늘도 함께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혼자 질투에 휩싸여 정신을 못 차리는 놈도 존재했다.

JJ엔터 이사 이종욱.

모(母) 그룹인 오성의 창업주 고(故) 이종철 회장의 증손자인 재벌 4세다.

이제는 오성그룹과 결별하고 완전히 독립한 JJ그룹의 고(故) 이종희 회장의 손자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의 아버지는 현 JJ그룹 이종현 회장이 된다.

누나 이종경은 JJ ENM 브랜드 전략담당 상무.

형 이종호는 JJ제당의 BIO사업관리팀 이사를 맡고 있다.

둘 다 JJ그룹의 핵심 부서에서 착실히 실력을 쌓아가며 경영자수업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종욱만 달랐다.

어린 나이에 세상 두려운 줄 모르고 살아온 인간.

그러니 할 줄 아는 것은 계집질과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는 일뿐이었다.

특히 자신과 피를 나눈 형제자매가 더 원수였다.

그와는 달리 두뇌가 명석한 누나와 형은 국내 최고의 명문대학을 졸업했다.

그것도 모자라 미국에 가서 경영학 석사학위(MBA)까지 받아왔다.

이러니 이종욱은 애당초 그룹의 경영권과는 거리가 먼 존재가 되고 말았다.

아마 이것이 그가 폭발시키고 있는 ‘질투와 시기심은 나의 힘’의 근원이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나마 스스로 주제를 알고 사고라도 치지 말아야 했는데…….

허구한 날 사고를 치고 문제를 일으켰다.

그러자 가족이라면 끔찍하게 생각하는 이종현 회장도 이제는 지치고야 말았다.

고심을 거듭하던 끝에 결국!

JJ그룹의 자회사 중 하나인 JJ엔터에 이종욱을 이사로 발령했다.

명백한 좌천이자 유배였다.

그런데 당사자인 이종욱은 오히려 물을 만난 고기처럼 좋아했다.

JJ엔터에 소속된 연예인들을 꾀어서 마약 파티를 일삼았다.

또한, 새롭게 런칭하는 걸그룹의 멤버를 건드려 임신을 시키기도 했다.

이런 일을 무마하기 위해 뒷구멍으로 들어간 자금이 수십억도 더 됐다.

그야말로 하루가 멀다고 사고를 치는 놈이었다.

이종욱 이사를 위해 수족처럼 일하는 양 비서도 알고 보면.

그의 뒷수습을 위해 JJ그룹에서 특명을 띄고 보낸 뒤처리 반이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따로 있었다.

오늘 이종욱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었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그는 이곳 촬영현장에 오면 안 되는 인간이었다.

백번을 양보해도, 최소한 자기 입으로 한새롬을 호텔로 데려오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했다.

그것도 촬영현장에 대한의 안전을 위해 거미줄처럼 수십 개나 깔아둔 에어볼 바로 아래에서 말이다.

운이 없게도 이종욱의 계획은 곧바로 에바에게 전달됐다.

그리고 에바는 대한에게 이 사실을 즉각 보고했다.

그로 인해 잠시 촬영을 멈추고 15분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마스터!”

“에바!”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왜 촬영을 멈췄어?”

“아셨어요?”

“그럼. 한창 분위기 좋았는데 그렇게 무 자르듯 자르면 맥을 끊으면 누가 몰라.”

“죄송해요. 보고할 일이 있었어요.”

대한은 생수를 마시며 툭 던지듯 물었다.

“그래. 보고할 일이 뭔데?”

“오늘 밤, 한새롬을 노리는 놈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뭐야? 별 미친놈이 다 있네. 누군데?”

에바의 말에도 그는 별로 대수롭지도 않게 생각했다.

새롬의 미모가 워낙 뛰어나다 보니 그동안 이런 일이 아주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좀 달랐다.

“이종욱이라고 JJ엔터 이사입니다.”

“JJ엔터라면 그 지저분한 기획사?”

“맞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아버지가 JJ그룹 회장이에요.”

“그럼 재벌가라는 말이군.”

그제야 대한의 목소리가 서늘해졌다.

“증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그래야지.”

에바는 냉정하게 대한에게 이종욱이 양 비서에게 한 말을 들려줬다.

순간, 대한은 마시던 물을 그대로 내뿜고 말았다.

“이 새끼, 장난 아닌데.”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오늘 밤 한새롬을 노리는 놈이라고요.”

대한는 지금 에바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이종욱의 목소리에서 풍기는 그 끈적한 욕망과 악의를 되새기고 있었다.

얘기가 심각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대한은 에바와 더 이상 육성으로 대화하지 않았다.

‘이거 잘못하면 JJ그룹을 날려버려야 하는 사태가 생기겠다.’

―아직은 JJ그룹이 아닌 JJ엔터 이사인 이종욱의 독단적인 행동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야. 시작이야 이놈을 응징하는 것으로 하겠지만, 아들을 때리면 결국 아비가 나서게 되어있어.’

―그럼. 아무도 모르게 일을 처리하면 되지요.

‘어떻게?’

대한이 에바를 힐끗 쳐다봤다.

그러다가 뭔가를 떠올리고는 즉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꿈도 꾸지 마. 더 이상 염산은 안 돼!’

―이거 무척 아쉽군요. 그것만큼 효과가 좋은 게 없는데.

혹시 에바는 염산에 중독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팔에 소름이 쫙 돋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그만의 뇌피셜일 뿐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마약 파티를 터트리죠.

‘마약 파티를?’

―네, 이미 귀신도 모르게 그의 몸에 나노셀을 투여해놓았습니다. 피가 마약과 알코올로 아주 잔뜩 찌들어있더군요.

나노셀을 투여했다는 말에 대한은 이미 에바가 손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나노셀을 투여했다는 뜻은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다.

대상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골로 보낼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놈 약쟁이였어?’

―네, 그것도 아주 중독이 심각합니다. 종류도 다양하게 쓰고 있고, 조사해보니 정기적으로 별장에서 마약 파티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걸 터트리자?’

―네, 사건이 불거지면 아마 JJ그룹은 이종욱을 즉시 해외로 도피시킬 것입니다. 그럼 일하기 더 편해지겠죠.

어쩐지 에바의 목소리에 살기가 진득한 느낌이 났다.

‘해외에 있을 때 보내버리려고 그래?’

―물론 그것도 가능합니다.

‘어찌 됐든 확실히 그렇게 하면 조용하게 이번 일을 처리할 수 있겠군.’

―그럼 허락하신 것으로 알고 추진하겠습니다.

에바의 말에 대한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 좋은데. 일단 저놈들 여기서 좀 치워버려라. 짜증 난다.’

대한은 이종욱에게서 풍기는 음산함과 악의를 예민하게 느끼고 있었다.

일종의 살기를 느끼는 것과 비슷한 메커니즘이었다.

―죄송합니다. 즉시 쓰레기를 치우겠습니다.

에바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그에게 말했다.

대한이 대꾸를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촬영에 들어갔다.

이제는 카메라와 유준범 감독은 물론 스텝들의 시선도 익숙해졌다.

그래서 나름 재미도 느끼고 연기에도 물이 오르고 있었다.

촬영이 재개되자 감독과 스텝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집중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서둘러 촬영현장을 빠져나가는 이도 있었다.

“우욱!”

“이사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화장실! 나 화장실 가야 해!”

“그럼 호텔로 모실까요?”

“아니. 시간 없어. 아무 데나 빨리 가자.”

“네, 그럼 저리로 가시죠.”

양 비서는 이종욱 이사를 데리고 급히 화장실로 갔다.

하지만 양 비서의 눈빛은 진한 혐오감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어휴! 이 더러운 새끼! 똥을 싸려면 호텔로 가서 싸지. 왜 하필 여기서 더럽게 똥을 싼다고 지랄이냐. 대출만 없었다면 당장 이놈의 일 때려치우는 건데.’

양 비서는 처음부터 이따위 일을 맡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얼굴은 안쓰럽다는 표정 연기를 풀지 않았다.

그도 나름 살아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불쌍한 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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