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화 <촬영 현장>
대한은 새롬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빠르게 옷을 벗어 던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와 베란다로 갔다.
이미 새롬도 마음을 정리했는지 그 자리에 없었다.
귀를 기울여보자 또 다른 샤워실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한은 다시 욕실로 들어가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렸다.
얼굴에 스킨로션을 바른 다음 샤워가운을 걸치고 나왔다.
냉장고를 열어 차가운 500mL짜리 생수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원샷을 때려버렸다.
차가운 물이 위장을 적시자 속이 다 얼어버릴 것처럼 시원해졌다.
대한은 소파에 앉아 환하게 뚫린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다른 것은 몰라도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는 참 마음에 들었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 두 개를 빌려 한 층을 통째로 쓰는 것도 좋았다.
이렇게 하니 누구의 시선도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벌써 나왔어?”
“응, 그냥 샤워만 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롬이 나왔다.
그녀는 커다란 타올 한 장만 달랑 걸치고 있었다.
남미의 미녀 못지않은 볼륨감!
얇은 타올 한 장 사이로 유감없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늘씬하게 쭉 뻗은 하얀 허벅지가 유난히 시선을 끌어당겼다.
하얀 목과 쇄골로 이어진 어깨선도 무척 고았다.
찰랑거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아직 물기가 조금 남아있어서 그런지 촉촉한 느낌이 났다.
사뿐사뿐!
경쾌하게 몸을 흔들며, 새롬은 그를 향해 다가왔다.
대한이 쳐다보자 그녀는 일순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새롬은 그의 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섰다.
펄럭!
그러곤 과감하게 타올을 벗어던졌다.
“흐읍!”
대한은 다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갑자기 다가온 그녀!
아니 그녀의 몸이 그의 시선을 한순간에 몽땅 강탈해갔다.
숨을 쉴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봉우리!
손에 잡힐 듯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시선을 따라 진동하는 매력적인 살덩이들!
군살 없는 옥같이 깨끗한 몸은 한마디로 완벽 그 자체였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진격의 S라인이라고나 할까!
이건 그냥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진 기분이었다.
꿀꺽!
대한의 동공이 지진처럼 흔들렸다.
목구멍으로 절로 침이 삼켜졌다.
새롬은 뜨거운 그의 눈빛에 살짝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꾹 참고 그를 위해 두 손을 허리에 척 올리더니 야릇한 포즈를 취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어렵고도 미묘한 행위를 그녀는 잘도 해내고 있었다.
정말 보는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이 선정적인 모습이다.
대한은 새롬의 포즈에 순간 불끈했다.
역시 여자는 요물인가보다!
전용기 안에선 그렇게 부끄러워하더니 지금은 어떻게 된 일인지, 상상을 초월하는 짓을 마음껏 저지르고 있었다.
물론 대한에게 있어선 좋아 죽을 것만 같은 아주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태도였다.
새롬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예 한 발 더 나갔다.
그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따뜻한 몸을 향해 이끌었다.
뭉클!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하고 탄력이 넘치는 이 몰캉거리는 촉감!
아무리 만지고 또 만져도 절대로 질릴 것 같지 않은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나 대한 말대로 한번 해볼게.”
점차 야릇해져 가는 그녀의 표정에 한줄기 강한 의지의 빛이 스쳐 갔다.
그는 크게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어.”
“나 도와줄 거지.”
“뭐든지 말만 해! 내가 전부 도와줄게.”
“고마워.”
대한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새롬은 그의 이런 자신만만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어느 쪽이든 내 말 대로만 하면 아마 더 좋아질 거야!”
“응? 그게 무슨 뜻이야?”
새롬은 그의 말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과 대한, 둘 사이에 초점이 살짝 어긋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바로 현실로 다가왔다.
샤워가운이 스르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좌우의 균형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몸!
전신의 근육은 마치 그리스의 조각상을 연상케 했다.
군더더기 하나 보이지 않는 그림 같은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세상에 많은 남자 모델이 있지만 이처럼 멋지고 강한 사내의 육체를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눈이 저절로 휘둥그레졌다.
자신도 모르게 침이 마르고 목이 타왔다.
솔직히 전용기에서 슬쩍 훔쳐보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환한 대낮에, 그것도 눈앞에서 정면으로 사내의 나신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그야말로 예술 그 자체였다.
어떻게 사내의 몸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렇다.
새롬은 지금 남자의 몸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있었다.
“아름답다.”
“너도 아름답고 아주 매력적이야.”
순간 새롬은 대한의 말에 뭐라고 대꾸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래도 칭찬을 해주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천천히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한의 손이 새롬의 어깨를 가볍게 누르고 있었다.
그가 자신에게 뭘 원하는지 그녀는 바로 깨달았다.
솔직히 잘할 자신은 없었다.
한 번도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눈 앞을 가렸다.
그렇다고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맹탕은 아니었다.
인터넷을 통해 이미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불법 야동을 시청한 적이 있었다.
꿀꺽!
그때부터 대한과 새롬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았다.
오직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몸과 몸으로 대화를 나눴다.
아직 해도 지지 않은 괌의 아름다운 바다가 기꺼이 배경이 되어줬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뜨거워진 몸의 솜털을 간지럽히고 지나갔다.
둘은 그렇게 화끈하고도 아주 황홀한 시간을 보냈다.
참고로 이번에는 절대 한 시간만으로 끝나진 않았다.
* * *
찰칵! 찰칵! 찰칵!
“좋아요. 아주 좋아요.”
유준범 감독은 연신 칭찬을 쏟아내며 셔터를 눌렀다.
속으로는 대박이라는 말을 연신 주어 삼켰다.
찰칵! 찰칵! 찰칵!
집중 모드로 들어간 유준범!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며 치솟아 오르는 입꼬리를 간신히 제어했다.
이번 작품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모르긴 해도 앞으로 광고에서만큼은 대한민국 최고라는 평을 듣게 될 것이다.
그만큼 눈앞에 보이는 남녀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이번에는 키스할 것 같은 분위기로 갑시다.”
대한과 새롬은 유준범 감독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이미 서로 만리장성을 쌓은 사이라서 그런지 두 사람의 행동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대한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새롬의 눈빛은 사랑에 빠진 여인의 느낌이 물씬 났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도 참 보기 좋았다.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과 자신감 넘치는 표정!
가히 환상의 멋진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다.
누구라도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을 본다면!
아마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매력적인 장면들이었다.
찰칵! 찰칵! 찰칵!
셔터를 누르는 유준범 감독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는 축구선수라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웬걸!
예전에 모델처럼 잘 생기고 유명한 축구선수.
그 테리우스 안을 능가하는 잘생김은 어떤 각도에서도 완벽한 멋짐을 폭발시키고 있었다.
거기에다 축구와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는 과연 발군이었다.
상대역인 한새롬도 보통이 아니었다.
이미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었다.
명성에 걸맞게 그녀의 표정과 연기도 진짜 같았다.
카메라로 보면 둘은 이미 서로 깊이 사랑하는 연인처럼 느껴졌다.
“표정 좋고, 자세도 아주 좋습니다. 계속 그렇게 하세요.”
정말 이날 유준범은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평상시라면 조감독을 시켜서 셔터를 누르게 했을 것이다.
그동안 자신은 모니터를 보면서 감독의 위신을 세우고 말이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도저히 그냥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 상대를 바라보는 순간!
뎅!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절로 들썩이는 엉덩이 때문이라도 유준범은 기어코 일어나고 말았다.
확실히 미남미녀라서 그런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그림이 잘 나왔다.
아니, 가만 보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전문 모델 뺨칠 정도로 멋지고 조화롭고 예술성까지 뛰어났다.
이게 정말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의 연기 클래스인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건 그냥 둘의 모습을 렌즈에 담기만 해도 화보가 되어갔다.
“조감독! 뭐해? 빨리 배터리 갈아껴!”
“네.”
한쪽에선 여러 대의 동영상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다.
단 하루만 허락된 동영상 촬영이었다.
그들은 순간순간 빛나는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말 부지런히 찍어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숨소리 하나 크게 내지 않았다.
이건 나중에 광고에 내보낼 장면이다.
그리고 촬영 스케치장면으로 방송에도 내보낼 예정이었다.
괌 해변에서 시작된 광고 촬영은 어느새 3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아침은 어느새 정오를 향해 치달았다.
장소도 이제 투몬 베이의 해변에서 바닷가 절벽으로 넘어갔다.
중간에 도시락을 가져와 다들 점심을 나눠 먹고 휴식을 취했다.
그 사이에도 대한과 새롬은 연인의 포스를 풍겨대고 있었다.
적당히 쉬고 나자 호텔의 메인풀로 이동했다.
몇 번이나 수영복을 갈아입고 풀로 들어가 촬영을 했다.
인피니티풀로 넘어갔다가 야자수 그늘 아래로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망의 키스신을 찍었다.
몇 번이나 다시 찍었다.
그때마다 두 사람은 더욱 멋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키스신을 발전시켰다.
그걸 바라보는 젊은 남녀들의 가슴이 애틋한 마음이 되어 사정없이 흔들렸다.
잠시 쉬었다가 이번에는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는 신을 찍었다.
새롬은 등을 훤히 노출했고 대한은 우람한 상반신을 드러냈다.
이 모습에 스탭들까지 절로 나오는 감탄사를 마구 쏟아냈다.
“와아! 축구선수 맞냐?”
“모델도 저렇지는 않겠다.”
“정말 멋진 몸이다.”
“근육이 죽여주네.”
“얼마나 운동을 해야 저런 몸을 가질 수 있는 거지?”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은 작게 속삭이며 얼굴을 붉혔다.
그렇다고 절대 안 보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뚫어지라고 대한의 몸을 쳐다보며 사심을 챙겼다.
“어머! 어떻게 해.”
“남자의 몸이 왜 이렇게 이뻐!”
“아! 한새롬은 좋겠다.”
“저 품에 딱 한 번만 안겨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미치겠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진짜 말도 안 되는 복근이다.”
유준범은 뒤에서 속삭여대는 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그도 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중심을 잘 잡아야 이번 광고가 뜰 수 있다.
유준범 감독은 대한을 바라보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남자인 자신이 봐도 대한의 몸은 정말 예술이었다.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인지라 더욱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단 하나의 멋진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욕을 불태우면서 말이다.
찰칵! 찰칵! 찰칵!
이제는 굳이 누가 코치를 해주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얼마나 케미 좋은지, 카메라 렌즈 안의 두 사람은 이미 연인이었다.
그것도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남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베드신도 같이 찍으면 참 좋을 텐데.’
유준범은 베드신을 거절당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답고 싸늘한 대한의 비서를 생각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사실 실력이 최고라서가 아니다.
누구보다도 눈치가 빨랐기 때문이다.
유준범 감독은 알 수 있었다.
대한의 비서는 얼굴만 고왔지 마음은 북극의 빙설보다 차가웠다.
어떻게 저런 얼굴을 가지고 저렇게 차가워질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촬영 이대로 접고 싶어요?”
오죽하면 그녀의 싸늘한 이 한 마디에 유준범이 바로 꼬리를 내렸겠는가!
100% 장담하건대!
만약 그때 단 한마디라도 불만을 토했다면 이번 광고는 그대로 물 건너갔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질 사태는 아마도 광고주들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아니었을까 생각됐다.
“다음은 레스토랑으로 이동합니다.”
조감독이 크게 외쳤다.
이번에는 옷을 입고 찍는 장면이다.
금세 명품 의상을 입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배고프지 않아?”
“그렇다고 이걸 진짜 먹을 수는 없잖아.”
“그런가? 먹고 싶으면 먹는 거지.”
대한의 당당한 말에 새롬은 살짝 입술을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