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53화 (252/331)

253화 <환상의 전용기>

부우우웅!

그제야 대한이 리무진을 타고 나가는 것을 보게 된 레이놀드 집사.

대경실색한 그는 급히 후문의 경비병에게 연락을 취했다.

절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꼭 붙잡고 있으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그의 명을 재촉하는 일인지 이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Stop!”

후문 게이트 앞에 롤스로이스 리무진이 정차했다.

경비병이 다가오더니 고개를 숙이고 안을 살폈다.

최강철이 썬틴이 되어 있는 유리창을 내리고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죠?”

“안에서 출입을 통제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경비병의 말에 대한과 에바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황당하다는 표정이 상대방의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대한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자 에바가 급히 그를 막았다.

대신 그녀가 앞으로 나섰다.

“당신에게 우리가 나가지 못하도록 막으라고 명령한 사람이 누구죠?”

“네? 그, 그건.”

경비병은 에바의 말을 듣자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그에게 말한 것은 레이놀드 집사였다.

사실 일개 집사에게 그런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도 상대는 롤스로이스 리무진을 타고 온 버킹엄을 방문한 VIP였다.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그건 당신 사정이고요. 누가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만 말하세요.”

에바가 고압적으로 묻자 경비병은 잠시 고민하더니 곧바로 이실직고했다.

“레이놀드 집사가 그랬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에게 그런 권한은 없군요.”

경비병은 한숨을 내쉬며 곧바로 문을 열어줬다.

나가려고 하는 사람을 강제로 막은 게 못내 찝찝했다.

그는 정중하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은 당신의 할 일을 한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게요.”

에바는 그렇게 얘기를 하고는 최강철의 어깨를 한번 툭 쳤다.

리무진은 곧바로 출발해 버킹엄 궁전 후문 게이트를 스르르 빠져나갔다.

뒤늦게 도착한 영국 왕실의 로열패밀리들!

대한이 기다리지도 않고 그냥 갔다는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그들이 한 말과 행동이 전부 에어볼을 통해 그대로 에바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권위가 살아있다고 좋아했더니…….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네.”

대한이 살짝 울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에바가 가만히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말했다.

“기다리기 지루하셨나 보죠.”

“솔직히 비공식 초청을 받은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아무래도 그렇죠? 죄송해요. 제가 판단 미스를 했어요.”

“아니야. 덕분에 좋은 경험 했어.”

이번 기회를 통해 그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권위와 위엄은 결코 건물이나 과거의 유산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무리 근사한 궁전에 살아도 진정성이 없으면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

대한은 오늘 그것을 느꼈다.

겉으로 보이는 왕실의 그럴듯한 모습과는 달리!

안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이미 활력과 생기를 잃어버린 과거의 유물에 불과했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대한에게만큼은 비공식 초청과 마냥 기다리게 한 행동은 결코 좋게 보이지 않았다.

오늘 일로 인해, 앞으로 겪을 영국 왕실의 고난에 관해 지금은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다들 좀 잘나가는 축구선수가 일으킨 비공식 해프닝이라고만 생각했다.

“이제 우리 전용기 타러 가자.”

“네, 마스터. 지금부터는 편하게 계세요.”

“응.”

대한은 그녀의 말대로 몸을 뒤로 젖혔다.

반쯤 누워서 가는 동안 에바는 그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잠시 대한과 떨어져 있는 동안!

그녀는 이상하게도 불안했다.

아직은 이런 에바의 감정이 무엇을 뜻하는지 스스로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부우우웅!

고속도로를 타자 리무진은 속력을 냈다.

덕분에 드라이브하는 기분을 낼 수 있어서 마음이 좀 풀렸다.

그제야 대한이 에바에게 물었다.

“에바! 영국 왕실에서 왜 나를 초청한 거야?”

“겉으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이대한 선수를 만나보고 싶어서예요. 하지만 진짜 목적은 코레 그룹이죠. 특히 100세를 바라보는 여왕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어요.”

“뉘앙스가 그게 전부가 아닌 모양이로군.”

“맞아요. 말씀드렸다시피 코레 그룹이 진정한 목표에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는 생각했다.

이제 자신도 슬슬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야겠다고 말이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앞에 코레 그룹을 내세우긴 했지만 그냥 보기에는 그저 그런 작은 기업집단일 뿐이다.

재벌이나 다국적기업의 시각에서 봤을 땐 아직도 무시할만한 고만고만한 수준에 불과했다.

에바가 슬쩍 그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코레 그룹의 주인이나 실세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는 건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과 같은 나라만이 아니에요.”

“그래도 영국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잖아.”

대한은 아무리 생각해도 코레 그룹과 영국은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코레실드의 태동에 영국에 본사가 있던 민간군사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긴 하지만.

“동티모르에 세운 병원의 예약이 꽉 찼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1년씩이나.”

“와! 거기 아주 떼돈 벌고 있네. 나노 시술받는 거 절대 싸지 않잖아.”

“일부러 아주 비싸게 받고 있죠.”

에바가 장난스럽게 웃자 대한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부자들의 주머니를 털려는 생각은 좋은데 그래봤자 새 발의 피 아냐? 거부들에게 그 정도는 티도 안 난다고.”

“알아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예약이 좀 덜 밀린다고요.”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사실 대한이 원하는 것은 동티모르에 세운 병원이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나노 시술 합법화였다.

“어서 빨리 대한민국에서 정식인가가 나와야 할 텐데.”

“백날 들여다봐도 나노셀의 위력이 어디로 도망가는 게 아니죠.”

“효능만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잖아. 위에서 힘 있는 사람들이 도장을 안 찍어주면 인가가 안 나온다고.”

“그건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죠. 교통정리가 끝나면 아마 바로 허락해줄 거예요.”

“세상에 좋은 일을 하려고 해도, 법이다 규칙이다 뭐다 해서 참 거슬리는 게 많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 있으니 마냥 나무랄 수는 없죠. 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긴 해요.”

대한과 에바는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전용기를 사용하는 VIP 고객을 위한 전용 출입구를 향해 롤스로이스 리무진이 빠르게 들어갔다.

간단하게 출국 절차를 마친 그들은 곧바로 전용기로 향했다.

게이트에는 ‘CORE’라는 이름이 새겨진 B787 전용기가 은빛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에바가 잠시 직원들과 뭐라고 얘기를 하고 오자 그들은 바로 전용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와아!”

대한은 전용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깜짝 놀라 환호성을 터트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호화찬란했다.

“CORE 1호에 탑승하신 마스터를 환영합니다.”

그때, 세련된 디자인의 스튜어디스 옷을 입은 H1 제니, H2 야엘, L1 리사, L2 틸란이 동시에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아니 너희들이 여기서 왜 나오는 거야?”

“그럼 저희는 영국에서 그냥 놀고 있을까요?”

대표로 제니가 에바를 슬쩍 쳐다보며 물었다.

그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짐작한 대한이 고개를 시선을 돌렸다.

“에바! 뭐 하고 있어? 빨리 전용기 구경시켜줘야지.”

“알겠어요. 일단 이쪽으로 오세요.”

전용기는 말이 전용기지 그냥 대한의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모든 게 그를 위한, 그에 의한, 그의 전용시설이 가득 차 있었다.

아무도 대한보고 안전벨트를 매라는 사람이 없었다.

비행기가 이륙하러 움직여도 거의 미동도 느끼지 못했다.

모든 게 보잉이 만든 게 아닌…….

포르낙스 은하계의 볼트 행성에 있는 스파이럴 제국의 뛰어난 초과학이 만들어놓은 신세계였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누가 보면 히릭스 안인 줄 알겠다.”

“누가 보면 평범한 전용기로 바로 바꾸면 되죠.”

“하하하! 전용기가 평범하다는 말은 오늘 처음 들어본다.”

에바의 말에 대한이 파안대소를 했다.

꿀꿀했던 마음은 어느새 다 사라지고.

그의 기분이 한창 업(up) 됐다.

에바도 이런 모습에 아까와는 달리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 뭐부터 할까?”

“뭐 하고 싶으신데요?”

“비행기를 탔으니까……. 영화부터 보자.”

“네.”

역시 비행기를 타면 (공짜)영화를 보는 게 좋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한의 앞 바닥에서 소파가 위로 올라왔다.

대한이 자리에 앉자 전면에 커다란 홀로그램이 하나 둥실 떠올랐다.

“요새 최고로 주가를 날리고 있는 SF 판타지물이에요.”

“재미있겠네!”

“마스터! 팝콘이라도 가져올까요?”

“응, 역시 영화는 팝콘과 콜라 그리고 핫바와 나초를 먹으면서 봐야지”

“알겠어요.”

에바는 대답만 하고 그대로 옆에 앉아있었다.

그걸 보자 대한은 슬쩍 질문을 던졌다.

“에바도 영화 보려고?”

“같이 보지 말까요?”

“아니야. 우리 같이 보자.”

그의 말에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소파는 마치 영화관의 커플석처럼 자동으로 모양이 변해갔다.

둘이 몸을 뒤로 누이자 어느새 비행기는 이륙한 채 창공을 날고 있었다.

“어! 우리 전용기 언제 이륙했어?”

“조금 전에 이륙했어요.”

“그런데 전혀 밖의 소음이 들리지 않잖아.”

“그거야 우리 전용기가 보통 전용기가 아니라서 그렇죠.”

“그건 알겠는데……. 이러면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않을까?”

“이건 마스터 전용 모드에요. 오직 마스터가 탈 때만 이렇게 작동한다고요. 다른 사람이 타면 그냥 평범한 전용기가 돼요.”

“아! 이제 알겠다.”

그제야 대한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사이좋게 어깨를 나란히 붙이고 앉아 영화를 봤다.

중간에 제니와 야엘이 와서 팝콘과 콜라를 주고 갔다.

그러고 나자 이번에는 리사와 틸란이 와서 핫바와 나초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대한과 에바는 팝콘을 나눠 먹고 서로 콜라를 먹여주며 즐겁게 영화를 봤다.

사실 영화의 스토리는 진부했다.

그냥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영웅물이었다.

그런데 이게 또 나름 재미있었다.

뻔한 스토리에 뻔한 결말!

그래도 해피엔딩이라서 다행이었다.

영화가 끝나자 대한은 크게 기지개를 켰다.

“피곤하면 좀 주무세요.”

“졸리지는 않아. 사우나나 할까?”

“그러시던가요. 사우나 끝나면 마사지 받으시면 되겠네요.”

“아! 그게 좋겠다.”

마침 제니와 야엘이 스튜어디스로 변해서 타고 있었다.

그러니 집에서처럼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대한은 사우나실로 들어가 사우나를 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전문 마사지살롱 저리 가라고 만들어놓은 호화로운 마사지 침대가 보였다.

“마스터! 이쪽으로 누우세요.”

“오늘 천국을 보여드릴게요.”

“마침 하늘과도 좀 가깝고 아주 좋네요.”

제니와 야엘은 어느새 마사지 전용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둘은 서로 질세라 대한에게 한껏 기대하게 했다.

그는 장난으로 무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사지 침대에 엎어졌다.

곧이어 나긋나긋한 제니와 야엘의 손길이 대한을 덮쳤다.

어깨와 등 그리고 허리에서 퍼져나오는 시원한 쾌감!

대한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둘의 마사지를 만끽하다가 그만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어?”

일어나보니 어느새 침대 위였다.

고개를 돌리자 문 앞에 에바가 가만히 앉아있었다.

“일어나셨어요?”

“응, 그런데 나 언제 잠들었어?”

“마사지 받으시면서 아주 코까지 드르렁거렸어요.”

“아! 그래?”

육체적으로 피곤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좀 피곤했었나 보다.

대한은 그녀가 놀리는 말투를 한쪽 귀로 듣고 그냥 반대쪽으로 흘려버렸다.

“얼마나 왔어?”

“이제 반쯤 왔어요. 더 빨리 올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선 곤란할 것 같아 그냥 보통 비행기처럼 운항하고 있어요.”

“그렇구나.”

대한은 이불을 제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아주 휑했다.

고개를 내려보자 덜렁이는 녀석이 눈에 보였다.

에바는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일어섰다.

그리곤 재빨리 밖으로 나가 그의 무안함을 달래줬다.

대한은 급히 준비해놓은 옷을 챙겨입었다.

침실에서 나오자 밖에는 거실이 펼쳐져 있었다.

누가 보면 비행기 안이 아니라 어느 집 거실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실내장식이었다.

“마스터!”

“응?”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

“중국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에바의 뜬금없는 말에 대한이 눈을 깜빡였다.

“혹시 우한에서 발병한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그래?”

“그거라면 제가 이렇게 보고를 드리겠습니까?”

중국 우한에서 발발한 무서운 전염병!

무시무시한 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중국의 피해를 제외한 숫자였다.

중국 안에서 공식적으로만 십만 명이 죽었다고 알려졌다.

비공식적으로는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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