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48화 (247/331)

248화 <충격과 파격>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이 시청자들의 반응에 아예 기름을 부어버렸다.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그러네요. 정말 아스날이 대량실점을 하고 있습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에겐 아직 후반전 35분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전 럭키 세븐을 아주 좋아합니다. 오늘 이대한 선수가 7골을 넣으면 8월에 열리는 프리미어리그 입장권 10장을 시청자들에게 선물로 쏘겠습니다.”

장수원은 남희진을 보면서 물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마치 ‘너 미친 거 아니냐?’는 식이었다.

“개인 돈으로 말입니까?”

“당연히 제 돈으로 쏘는 거죠.”

“프리미어리그 입장권 10장이면 수백 달러가 넘을 텐데요.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전혀 아닙니다. 그동안 이대한 선수가 제게 안겨준 골 맛과 희열이라면 이 정도 공물은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공물은 이대한 선수에게 바치는 게 공물 아닙니까?”

“이렇게 간접적으로 이대한 선수를 도와주는 것도 공물입니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의 브레이크 없는 대화에 시청자들은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물이라는 자극적인 말!

그리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직관할 기회라는 생각에 호기심을 크게 호기심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TV보다 대한TV 채널에서 이런 논의가 더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돈 좀 있는 큰 손들이 바로 호기롭게 나섰다.

그들은 대한이 오늘 7골을 넣으면 프리미어리그 입장권뿐만이 아니라 왕복 비행기 표까지 공물로 내겠다며 위풍당당하게 공약했다.

그러자 대한의 팬들도 너도나도 7골 성공에 달풍선과 비트 그리고 거액의 후원금 공약을 걸었다.

십시일반 이렇게 참여를 시작하자 순간적으로 쌓여 올라가는 금액이 엄청났다.

단 10분 만에 이미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고 있었다.

이것 하나만 봐도 대한이 얼마나 인기가 있고 영향력이 큰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는 골 결정력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돈도 잘 벌고 있었다.

삐익!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이제 아스날도 경기를 뒤집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꼴찌와 강등권에서 헤매던 왓포드에게 한 점도 못 넣고 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아니 아주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스날 선수들은 억지로 용기를 내어 열심히 필드를 뛰어다녔다.

그러나 오늘은 뭘 어떻게 해도 안 되는 날이었다.

아스날의 공격수 오바메양이 왓포드의 페널티 에어리어로 돌파를 시도하다가 왓포드의 수비수 크레이그에게 볼을 빼앗겼다.

크레이그는 미드필더 휴즈에게 패스를 했고 휴즈는 두쿠레에게 보냈다.

“대한!”

두쿠레는 대한의 이름을 부르며 낮고 빠르고 강하게 볼을 밀어줬다.

순식간에 볼은 중앙선을 넘어 아스날의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들어왔다.

대한은 슛을 하려는 동작을 취했다.

놀란 소크라티스가 급히 몸을 낮추며 발을 뻗었다.

하지만 그것은 페이크였다.

그는 슛을 하지 않고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그레이에게 패스를 했다.

완벽한 골 찬스가 그레이 앞에 떠먹으라고 차려졌다.

아스날의 레노 골키퍼가 그걸 보더니 급히 방향을 틀면서 움직였다.

그레이는 달려와 눈앞에 훤하게 보이는 골문을 향해 시원하게 볼을 찼다.

뻥!

골문은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간 볼은 그대로 골문을 가르는 듯했다.

툭!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레노 골키퍼가 기가 막힌 선방으로 볼을 막아냈다.

그레이는 달려가는 관성을 이기지 못해 그대로 골대 옆을 지났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오만상을 다 써댔다.

한마디로 다 차려준 밥상도 못 먹고 발로 차버린 셈이었다.

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대한에게는 아니었다.

레노 골키퍼가 눈부신 선방 쇼로 막은 볼은 반대편으로 데굴데굴 흘러갔다.

그걸 보고 대한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루이즈가 급히 발로 차냈다.

하지만 대한의 몸에 맞고 오히려 위로 튀어 올랐다.

“막아!”

루이즈의 말에 소크라티스가 대한의 앞으로 다가왔다.

앞은 수비수로 막히고 볼은 그의 뒤쪽에 있었다.

몸을 돌리기에는 너무 늦다고 판단한 대한!

떨어지는 볼을 향해 발을 뒤로 찼다.

퉁!

발뒤꿈치에 맞은 볼은 놀랍게도 대한의 어깨를 지나 소크라티스의 머리를 넘어갔다.

소크라티스가 급하게 점프를 했지만 이미 볼은 지나가고 없었다.

그제야 볼이 날아오는 것을 발견한 레노 골키퍼가 급히 몸을 날렸다.

툭!

가까스로 볼을 쳐낸 레노 골키퍼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뒤늦게 루이즈가 달려와 볼을 멀리 쳐냈다.

삐익!

하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어 그대로 경기를 중단시켰다.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부심이 골이라고 선언했다.

레노 골키퍼가 볼을 가까스로 막아내긴 했지만, 위치가 이미 골문 안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VAR 판독팀에서도 전광판을 통해 영상을 보여주며 바로 골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와아아아!

그제야 뒤늦게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휩싸였다.

대한은 굳이 세레모니를 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팀 동료들과 손을 마주치거나 포옹을 하고 말았다.

이제 점수는 5:0이 됐다.

도저히 아스날 같은 강팀에게 뽑아냈다고 보기에는 믿을 수 없는 점수 차였다.

경기가 바로 재개됐지만, 풀이 팍 죽은 아스날 선수들은 의욕을 잃었다.

그러나 반대로 왓포드 선수들은 아주 신이 나서 필드를 누비고 다녔다.

특히 데울로페우와 그레이는 어떻게든 한 골이라도 넣고 싶어서 난리가 아니었다.

대한은 이제 크게 욕심이 없었다.

해트트릭에 이어 4골을 넣은 것만으로도 그는 왓포드에게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5번째 골도 자신이 넣으려고 넣은 게 아니었다.

약간은 운도 따라준 골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운 대한은 이제 데울로페우와 그레이게게 골 맛을 보여주기 위해 패스에 집중했다.

그러자 대지를 가르는 킬패스가 시시각각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아우우우!

관중들은 두 가지 다른 함성을 질렀다.

첫 번째는 대한이 보여주는 멋지고 감각적인 패스였다.

간간이 터지는 킬패스는 아스날 수비수들의 간담이 서늘해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함성이 문제였다.

데울로페우와 그레이는 오늘 발에 무슨 기름칠이라도 했는지 쏘는 족족 다 빗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차는 슛마다 하늘을 향할 수 있을까?

노리는 골마다 기가 막히게 골문을 피해가고 있었다.

대한은 이 모습에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정도면 일부러 노리고 해도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시간은 강물이 흐르듯 빠르게 흘러 어느새 후반전 10분을 남겨놓았다.

이제는 마무리할 시점이었다.

양측 모두 굳이 빠른 공격을 하지 않고 볼을 돌리며 빌드업을 했다.

그런데 기회는 예상치 않게 찾아왔다.

아니, 만들어졌다.

오바메양의 골이 골문을 크게 빗나가고 왓포드의 볼이 됐다.

포스터 골키퍼가 아래까지 내려와있는 대한을 향해 볼을 넘겨줬다.

그걸 받고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오바메양이 전진 압박 수비를 펼치려는지 달려들어 태클을 걸었다.

속으로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옆으로 움직여 피해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페페가 시비를 걸듯 다가왔다.

대한은 패스하는 척하다가 그냥 볼을 앞으로 툭 차고 달려갔다.

그러자 페페는 조금 쫓아오다가 그대로 멈춰 섰다.

아스날의 미드필더 세발로스가 빠르게 다가와 그의 옆에 섰다.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자꾸 바깥쪽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이었다.

대한은 패스하려고 주변을 살펴봤다.

그런데 왓포드 선수들이 하나 같이 얼른 다가와서 볼을 받으려고 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이걸 보자 그는 속에서 부아가 치밀었다.

‘이것들이 아주 완전히 빠져가지고. 차라리 그냥 내가 혼자 다 한다.’

대한은 속도를 한번 늦췄다가 다시 빨리 달리는 시간 차 전법으로 세발로스를 따돌렸다.

오른쪽 끝 라인을 타고 쭉 달려가자 샤카가 붙었다.

이어 콜라시나츠까지 막아섰다.

그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 연습했던 개인기를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볍게 헛다리 짚기로 샤카를 제쳤다.

연속해서 마르세유 턴으로 콜라시나츠의 옆을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어라! 이게 되네.’

샤카와 콜라시나츠보다 오히려 대한이 더 놀랐다.

그동안 경기 도중 개인기를 많이 써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개인기가 이렇게 잘 통하는지 몰랐다.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어느새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볼을 밀고 들어오자 그제야 놀란 루이즈가 급히 달려와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대한은 완벽한 팬텀 드리블로 루이즈까지 삽시간에 재치며 파고 들었다.

소크라티스가 급히 그의 앞을 막아섰다.

대한은 소크라티스까지 제쳐버릴까 하다가 순간적으로 골문으로 향하는 공간을 읽어버렸다.

3차원 공간을 이해하는 감각이 누구보다 뛰어난 그는 생각난 김에 바로 슛을 찼다.

퉁!

세게 찬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인사이드로 감아차서 대각선 방향으로 날아가다 꺽어지며 떨어져 내렸다.

당연히 아스날의 레노 골키퍼가 손도 대지 못할 정도의 날카로운 각도였다.

철썩!

볼이 골문 안으로 들어가 그물망과 만나서 진하게 포옹을 했다.

그러자 비커리지 경기장이 일시에 함성으로 뒤덮였다.

와아아아!

이제는 더 놀랄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직 대한은 관중에게 더 보여줄 게 있었던 모양이다.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하고 있는 모든 아나운서와 해설위원들이 이 골을 보더니 혀를 내둘렀다.

특히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널뛰었다.

“골!”

“골입니다.”

“무려 여섯 번째 골이 터졌습니다.”

“자랑스런 우리 이대한 선수가 또 골을 터트렸습니다.”

입에서 거품이 나는 것도 모르고 남희진은 아주 신이 나 있었다.

장수원도 이번에는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게 웬일입니까?”

“보셨습니까?”

“봤습니다. 아주 분명히 봤습니다.”

“저도 봤습니다. 헛다리 짚기에 이은 마르세유 턴, 뒤이어 팬텀 드리블로 젖히고 쾅! 쏴버렸죠.”

“정말 메시의 전성기가 생각나네요.”

“그때의 메시도 이렇게 아군 팀 진형 박스에서 상대 팀 진형 박스까지(Box to Box) 드리블을 하지는 않았어요.”

“맞습니다. 기억나네요. 대부분 중앙선은 넘은 다음부터 드리블했지요.”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그래서인지 듣는 시청자들의 귀가 즐거웠다.

“이 정도면 앞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어떤 팀에게도 통하지 않을까요?”

“통합니다. 그동안 우리 이대한 선수가 개인기를 쓰지 않은 것은 사실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아! 그러니까 힘과 주력만으로도 얼마든지 상대를 제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개인기를 쓰지 않은 것이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남희진의 말에 장수원 아나운서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급히 정신을 차리고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는 말은 앞으로도 이대한 선수가 개인기를 잘 쓰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입니까?”

“그건 또 아니지요.”

“네에?”

“한번 물꼬를 트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이렇게 확실하게 자신감이 붙으면 쓰기 싫어도 쓸 수밖에 없어집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요?”

“앞으로 우리 이대한 선수가 더욱 자주 개인기를 써서 상대방의 문전을 돌파하게 될 것이라는 얘깁니다.”

“오오오!”

오늘따라 유난히 남희진은 예언을 많이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까지 그가 한 예언이 다 맞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장수원 아나운서도 뭐라고 딱히 아니라는 반대 의견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덜컥 또 맞아버리기라도 하면 자신만 축구 보는 눈이 없는 아나운서가 되기 때문이었다.

장수원은 그래서 급히 화제를 다른 쪽으로 몰고 갔다.

“오늘 이 경기를 보신 시청자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승자입니다.”

“그렇죠. 이대한 선수가 자그마치 6골을 몰아넣는 장면을 보셨으니 아마 만족해하실 겁니다.”

“세상에 이런 경사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경사지요. 경사이고 말고요. 이러다 득점왕도 해버리겠어요?”

“못할 건 또 뭐가 있습니까?”

“그렇죠. 이 상태라면 이대한 선수가 득점왕이 되는 거죠?”

“아직 프리미어리그가 끝나지 않아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대로 간다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득점왕은 당연히 이대한 선수가 됩니다.”

“놀랍군요. 데뷔 첫 시즌에 리그 득점왕에 오르다니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건 그만큼 우리 이대한 선수의 클래스가 뛰어나다는 방증입니다.”

“역시 갓 클래스는 다르군요.”

이제 갓 클래스라는 말이 입에 착착 붙었다.

시청자들도 처음에는 ‘에이’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한이 미친 듯이 골을 몰아넣자 ‘어어’ 하면서 바뀌었다.

그러다 이제는 ‘아! 맞아!’하고 동조하게 된 것이다.

“공식 기록을 좀 볼까요?”

“그러죠. 리그 12경기에 35골이네요.”

“FA컵 포함하면 14경기 37골이나 됩니다.”

“정말 가공할만한 득점력입니다.”

중계방송을 하는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도 기록을 확인하고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대한의 프리미어리그 데뷔는 충격과 파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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