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47화 (246/331)

247화 <고공폭격>

‘개이득!’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그대로 땅에 누워서 호흡을 조절했다.

그러자 주심이 다가와서 다치지 않았냐고 물었다.

대한은 괜찮다고 말하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야아! 페널티킥이다.”

“예스!”

“한 골 벌었네.”

“해트트릭이 눈앞이다.”

대한을 향해 왓포드 선수들이 일제히 달려왔다.

그들은 하나 같이 그의 어깨를 한 번씩 툭 치면서 축하 인사를 했다.

아직 골은 넣지도 않았는데 미리 그의 페널티킥 성공을 기뻐하고 있었다.

대한은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

원래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를 자극하면 안 되는 게 불문율이다.

그런데 워낙 그의 페널티킥과 프리킥의 성공률이 높자 이제는 다들 당연히 골이 들어가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삐익!

주심이 짧게 휘슬을 한번 불었다.

대한이 바로 볼을 향해 달려갔다.

뻥!

그는 축구공이 터지라 강하게 볼을 찼다.

대포알처럼 빠르게 날아간 볼은 그대로 골문 오른쪽 위에 꽂혔다.

와아아아!

비커리지 경기장의 관중들이 일제히 두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들은 시원하게 들어간 골에 흥분해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다가 대한을 향해 하나둘씩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누가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서너 명이 금세 수십 명으로 불었다.

수십 명은 수백 명이 되고 다시 수천 명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짝짝짝짝짝짝!

어느새 거대한 경기장이 박수 소리로 가득 물들었다.

거기에다 누군가 대한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것도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경기장을 단번에 전염시켰다.

“대한! 대한! 대한! 대한! 대한…….”

수만 명의 관중이 한 사람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속에서 뭔가 울컥하게 만드는 그런 감동적인 장면이 각본 없이 이뤄졌다.

대한은 이에 한 손을 높이 들어 왓포드 팬들을 향해 흔들었다.

팬들의 부름에 나름 화답을 한 것이다.

그래도 그의 이름을 부르는 함성은 멈추지 않았다.

삐이익!

주심이 냉정히 경기를 속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삐이익!

그때까지도 비커리지 경기장의 관중들은 대한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이 모습에 대한도 그만 가슴이 뭉클해졌다.

잠시 경기장에 그대로 서서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한 후에 들어갔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라커룸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왓포드 팬들은 대한의 이름을 부르는 걸 멈췄다.

이 장면이 중계방송을 타고 여과 없이 그대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TV를 보던 시청자들도 왓포드 팬들의 행동에 크게 감동했다.

특히 어떻게 하면 대한을 좀 더 극적으로 빨아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에게 이건 아주 좋은 호재로 다가왔다.

“관중들이 모두 이대한 선수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경기장이 이대한 선수 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모두 한목소리로 우리 이대한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프리미어리그에서 이처럼 엄청난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은 이는 아마 없었을 겁니다.”

“그럼요. 잠깐 박수를 받고 이름을 연호한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장시간 모든 관중이 한마음이 되어 한 명의 선수를 환호하고 열광한 적은 결코 없었을 겁니다.”

안 그래도 해트트릭을 한 이대한 선수를 어떻게 칭찬하면 좋을까 속으로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비커리지 경기장에 있는 관중들이 이렇게 알아서 좋은 방송 소재를 만들어줬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입에 거품까지 물면서 대한을 칭찬하고 (방송 분량을) 잘 살려 나갔다.

“이대한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역시 월드클래스, 아니 갓 클래스답습니다.”

“왓포드 팬들이 이대한 선수의 앞날을 축복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그들에게 대한에 열광하는 왓포드 팬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대화는, 아니 화살은 왓포드 구단을 향했다.

“역시 왓포드 구단주와 프런트가 문제에요.”

“하긴 왓포드 팬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왓포드 팬들은 앞으로 영원히 이대한 선수를 잊지 못할 겁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대한 선수가 왓포드 FC의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로 등극하는 현장을 보고 계십니다.”

“여담이지만 왓포드가 조금만 생각을 진취적으로 했다면, 이번 시즌은 아니더라도 다음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로 올라갈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건 정말 남희진의 진심이었다.

개인적으로 왓포드 구단에 상당히 아쉬웠던 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수원 아나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듯했다.

“맞습니다. 우리 이대한 선수가 가는 팀이라면 누구든지 챔피언스리그로 올라갈 수가 있어요.”

“아깝네요. 역시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하는군요.”

“그거 어렸을 때 제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TV 광고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역시 틀린 말은 아니네요.”

“아쉽긴 하지만, 왓포드 구단의 선택은 이미 끝났습니다. 이제 앞으로 맨시티의 이대한 선수로 불리게 될 겁니다.”

오늘은 어쩐지 남희진보다 장수원이 한술 더 뜨고 있었다.

그러다가 퍼뜩 정신이 돌아왔는지 금세 다시 화제를 바꿨다.

“경기 후반전이 기대됩니다.”

“저는 이대한 선수가 왓포드를 떠나 맨시티로 간다는 게 더 기대됩니다.”

“어째서죠?”

“그건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맨시티에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같이 뛰고 호흡을 맞추게 될 이대한 선수의 모습이 눈에 선하군요.”

그건 아마 장수원과 남희진만의 상상이 아닐 것이다.

이대한 선수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비록 왓포드가 프리미어리그에 올라온 팀이긴 하지만 세계정상급이라고 말하기엔 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라면 누가 봐도 세계 최정상급 팀입니다.”

“무엇보다 맨시티에는 정말 유명한 선수들이 많이 있죠.”

“그렇습니다. 그런 월드클래스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생기겠습니까?”

“생각해보니 맨시티는 기대감을, 리버풀은 지금쯤 긴장감을 느끼고 있겠군요.”

장수원 아나운서의 예측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하자마자 미친 듯한 활약을 벌이고 있는 대한이었다.

맨시티는 거액의 주급을 주고 팀으로 데려와서 한시름을 놓았다.

그러나 리버풀은 당장 브레이크 없이 전진하면서 매일 신기원을 이룩하고 있는 대한을 어떻게 상대할지…….

미리부터 감독과 코치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마 두 구단은 방금 언급하신 말처럼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1위는 리버풀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선두를 유지하기는 절대 쉽지 않을 거예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강력한 맨시티팀입니다. 여기에 갓 클래스인 우리 이대한 선수가 합류한다면? 이건 정말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일입니다.”

장수원은 한 손으로 자신의 심장 부위를 어루만지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남희진도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장 이대한 선수가 맨시티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는 없습니다.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프리미어리그는 끝나고 잠시 휴식에 들어갑니다.”

“그럼 언제 다시 시작되죠?”

뻔히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시청자들을 위해 장수원 아나운서는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3달 뒤인 8월 초에 다시 새로운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시작됩니다.”

“그럼 그때까지 기다려야겠군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만 합니다.”

남희진 해설위원은 정말 아쉽다는 표정을 숨김없이 그대로 방송에 드러냈다.

“그동안 매 경기 이대한 선수가 골을 넣는 통쾌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는데……. 아쉽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겨우 전반전이 끝났다는 거예요.”

“오오! 정말 그렇군요. 우리에겐 아직 후반전 45분이 남아있네요.”

“아! 갑자기 명량해전이 생각납니다.”

뜬금없이 남희진은 명량해전을 언급했다.

그런데 이걸 또 장수원 아나운서가 잽싸게 받아먹었다.

“혹시 이순신 장군의 명언 때문이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전선이 있으니 죽을힘을 내어 맞아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그렇군요. 우리에게도 아직 후반전 45분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요. 아직 후반전 45분이 남아있고, 이대한 선수가 죽을힘을 다해 뛴다면 우린 더 많은 골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이대한 선수가 후반전에도 비장한 마음으로 뛰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이대한 선수! 파이팅!”

장수원과 남희진은 아주 황당한 방식으로 결론을 내버렸다.

이걸 본 시청자들은 그저 허탈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부 시청자들은 이런 게 또 재미있다고 이순신 장군의 열두 척 드립, 아니 후반전 45분 드립을 같이 쳐댔다.

경기장은 잠시 한산해졌다.

휴식시간을 맞아, 많은 관중이 화장실에 가거나 피시 칩과 감자튀김, 음료수와 맥주 등을 사러 빠져나간 것이다.

개중에는 경기장에 입주한 레스토랑이나 펍(Pub)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이른 술 파티를 여는 부류도 있었다.

TV 광고도 지나가고 시간이 다 됐다.

삐이익!

주심은 여지없이 휘슬을 불어 후반전 시작을 알렸다.

와아아아!

어느새 돌아온 관중들로 인해 경기장은 꽉 찼다.

그리고 그들은 한껏 기대를 담아 커다란 함성을 터트렸다.

경기는 전반과 별반 다름없이 흘러갔다.

아스날도 뭔가 뾰족한 수를 낼 수 없었는지 전반전과 다름 없이 후반전을 운용했다.

다만 공격수들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스위칭전략을 썼다.

그리고 수비를 조금 더 강하게 압박하는 분위기였다.

그에 비하면 왓포드는 오히려 전반보다 훨씬 느슨하게 보였다.

경기장을 넓게 쓰려는지, 충분히 서로 간격을 벌리고 롱패스를 자주 했다.

특히 얼리 크로스를 올려서 중앙으로 침투하는 대한의 머리를 노렸다.

뻥!

마침 대한의 강력한 슛이 터졌다.

얼리 크로스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달려오면서 그대로 중거리 발리슛을 때려버린 것이다.

하지만 거리가 있고 패스 속도가 너무 빨랐다.

무엇보다 수비수의 몸에 살짝 스친 것이 문제였다.

볼의 날아가는 궤적을 봤을 때!

수비수의 몸에 맞지만 않았다면 아마 골로 연결될 가능성이 아주 컸을 것이다.

짝짝짝짝!

아쉬워하는 관중들이 그래도 잘 찼다고 대한에게 손뼉을 쳐줬다.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골이 들어갔다면 모를까 이미 실패한 슛을 아쉬워할 이유는 없었다.

대신 대한은 코너킥을 준비했다.

두쿠레가 아스날의 문전 위쪽으로 날카롭게 코너킥을 올렸다.

크게 휘어져 들어오는 볼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이가 있었다.

다들 그대로 골라인 아웃이 되리라 생각했다.

쾅!

그때 고공에서 골대를 향해, 대한이 머리로 볼을 내리찍었다.

일부러 뒤로 빠져있다가 기습적으로 앞으로 달려와 허공으로 높이 솟아올라 헤더를 한 것이다.

강력한 코너킥과 그의 힘찬 헤더가 만나자 볼은 강한 운동에너지를 받아 무서운 속도로 골대를 향해 쏘아졌다.

“억!”

놀란 레노 골키퍼가 급히 한 손을 펼쳤다.

하지만 발로 찬 것보다 더 빠르게 날아온 축구공이다.

인식했을 때는 이미 그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간 뒤였다.

와아아아!

비커리지 경기장의 관중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다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이번 골은 누가 봐도 멋지고 기가 막힌 헤더였다.

아니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하고 통쾌한 골이었다.

왓포드 팬들은 대한의 이런 멋진 골에 도저히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건 대한TV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무리노: 봤냐? 봤어? 슛이냐? 헤더냐? ㅋㅋ]

[배달민족: 괴물이다. 아스날 코치들이 손부채질 하는 거 봐라! 진짜 믿기 힘든 엄청난 골이 나왔을 때 하는 제스처임 ㅋㅋㅋ]

[무회전슛: 아! 목 아파! 생방보다가 소리 질렀네! ㅎㅎ]

[트롤: 공중에서 머리 두 개는 차이가 나네.]

[기사회생: 대한이 헤더도 저렇게 잘했구나.]

[한글최고: 벌써 4골째다. 해트트릭은 이제 시시해진다. ㅎㅎ]

[보라돌이: 이게 실화냐고 묻기도 지겨워진다. 정말 가공할 득점력이다.]

[매국NO: 대한만세! 대한민국 만세! 대한독립 만세! 우리 모두 만세!]

[원더걸: 아싸! 골이다. 또 들어갔다. ㅋㅋ]

[맹구없다: 아오! 이번 골 너무 좋아!]

[NO재팬: 개시원! 개지림! 개잘함! 헥헥헥!]

[자주국방: 우리 대한이는 진정한 월드클래스다.]

[English맨: 갓 클래스가 맞다. 메시가 회귀를 해도 저렇게는 못 넣을 거다.]

[쉬운남자: 캬아! 고공폭격! 죽였다.]

[복부지방: 프리미어리그가 원래 저런가? 아니면 우리 대한이가 이상한가? 너무 볼을 쉽게 넣네.]

[맹독성비: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당연히 우리 대한이가 잘해서지.]

[프로유망주: 앞으로 3달간 기다릴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꽃토끼: 무슨 소리 우리에겐 아직 후반전 35분이 남아있다.]

[오쪼라궁: 맞다. 대한이 죽을힘을 다해 뛰면 또 골 맛을 볼 수 있다.]

[대한TOP: 대한이 파이팅!]

[갓대한: 연병 하네. 잡것들! 우리 대한이 잡을 일 있냐? 지금도 졸라 잘하고 있구먼.]

반응이 뜨겁다 못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헤더 골이 끝내주게 멋지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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